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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4화 당신은 다 늙은 것처럼 말하네요

한편, 성혜인은 방긋 웃으며 당시연을 바라보았다.

“들어와요. 자리 남겨놨어요.”

당시연은 목에 두른 캐시미어 얇은 목도리를 벗자마자 검은 옷을 입은 원진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원진은 똑바로 앉은 채 그녀를 보지 않았다.

당시연은 괜히 마음이 쓰려와 성혜인을 따라 룸으로 들어왔다.

성혜인이 의자를 당겨주자 당시연도 감사 인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조금 전까지도 반승제에게 비아냥거리던 원진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연이 먼저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진아, 오랜만이야.”

그러자 원진은 더 뻣뻣하게 굳어버렸고 몇 초 뒤에야 대충 응해주었다.

“네.”

당시연은 갑자기 이곳에 온 것이 후회되었다. 괜히 그녀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어색해진 것만 같았다.

이윽고 성혜인이 그녀에게 젓가락을 건네주자 그녀는 또 고맙다고 감사를 표했다.

룸 안의 분위기는 확실히 미묘하게 흘러갔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원진은 마침내 용기를 낸 듯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에요.”

순식간에 달라진 원진의 태도에 반승제는 어이가 없었다. 아마 당시연을 미행한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원진을 미치광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적은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고, 게다가 정말 미쳐버리면 시체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원진이 현재 눈앞에 있는 그릇을 응시하며 멍하니 앉아있으니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

당시연은 예전부터 원진을 살뜰히 돌봐주었다. 게다가 다정한 누나 스타일이라 지금도 무의식적으로 원진에게 차 한 잔 따라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당시연이 손을 쓰기도 전에 이미 원진이 먼저 그녀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그러자 당황한 당시연이 약간 자조적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아 미안해. 이미 다 컸다는 걸 까먹었다.”

참 씁쓸한 말이었다. 때때로 잠깐 몸을 돌렸을 뿐인데 이미 몇 년이라는 긴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리곤 한다.

원진의 손이 허공에 우뚝 멈춰 섰고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다.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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