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가 빠르게 도착해 반승제의 혈액을 검사한 후 미간을 찌푸렸다. 설우현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박사님, 반승제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니겠죠?”사라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이분에게 주사를 놓은 사람이 누구죠?”설우현은 즉시 김상아를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반승제가 아직 깨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김상아를 무리하게 다룰 수 없어 감금만 해두었다. 그러나 오혜수가 소속된 경찰서에서는 살인자를 함부로 데려갈 수 없다며 계속해서 사람을 돌려보내라고 요구했다.설우현은 그 여형사를 무시하고 김상아를 병원으로 데려왔다. 사라는 김상아를 보자마자 눈매가 가늘어졌다.“박사님, 이 여자의 정체를 아시나요?”“연구 기지 출신입니다. 재능이 아주 뛰어나죠. 기지에서도 그 재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설우현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 “그럼 반승제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김상아는 누군가에게 끌려 나오면서 웃음을 터뜨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의 표정에는 자부심과 경멸이 섞여 있었다.“사라 박사님, 아직 살아계셨군요. 게다가 나 같은 말단 연구원도 기억하다니 놀랍네요.”사라는 반승제의 몸을 계속 검사하며 말했다. “이분은 살 수는 있어요. 하지만 이 여자가 준 약물이 문제입니다. 구체적인 문제는 이 여자만 알 겁니다.”연구 기지에는 천재들이 많아서 어떤 약이든 만들어낼 수 있었다. 사라도 그곳에 오래 있었지만 기지에서 연구되는 모든 약의 종류를 알 수는 없었다. 연구 구역마다 다루는 분야가 달랐기 때문이다.“구체적인 반응은 깨어나야 알 수 있습니다.”반승제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설우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사라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뇌 조직이 인위적으로 손상되었습니다. 깨어나더라도 지능이 어린아이 수준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증상은 깨어난 뒤에야 알 수 있을 겁니다.”설우현은 뒷골이 뻐근한 느낌을 받았다. 이 사실은 당분간 성혜인에게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김상아는 또다
반승제는 그날 저녁에 깨어났다. 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손으로 이마를 문질렀다.천천히 일어나려 할 때 옆에서 누군가가 물었다. “기분이 어때요?”설우현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반승제가 어린아이처럼 지능이 저하될 줄 알았던 설우현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승제는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괜찮아요. 혜인이는 어디 있어요?”아직도 성혜인을 기억하고 정상적으로 대답할 수 있다니, 설우현은 놀라면서도 안도했다.“지금 제원에 있어요. 혜인은 네이처 빌리지에서 태교 중이에요. 모두가 칸다에서 당신을 찾느라 애를 쓰고 있었어요.”반승제는 병실을 둘러보았으나 성혜인은 보이지 않았다.“혜인이는 어디에 있어요?”그는 성혜인이 가장 걱정되었다.“태교 중이에요. 지금 이 상태로 만나는 건 위험해요. 혜인이의 기분을 자극할 수 없어요. 혹시나 헛된 기쁨이 될까 봐 아직 당신이 발견되었다고 전하지 않았어요. 그나저나 당신 몸은 정말 괜찮은 건가요?”“네.”반승제는 대답하자마자 목구멍이 가려운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이 가려움은 단순히 긁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목구멍에서 시작해 몸 깊은 곳까지 퍼지는 느낌이었다.반승제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손등을 긁었지만 이건 그저 바깥의 가려움만을 달래는 것에 불과했다. 그는 이마를 찌푸리며 손을 멈추고 설우현을 바라보았다.“나한테 대체 무슨 문제가 생긴 거죠?”반승제는 매우 예민해졌다. 방금 그 순간, 피부를 긁어내고 싶을 정도로 심한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설우현이 김상아의 상황을 설명하자 반승제는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치 벌레라도 삼킨 듯한 표정이었다.“그 여자의 피를 마시지 않을 테니, 감옥에 처넣어서 나오지 못하게 해 주세요.”“하지만...”이 중독은 일반 마약보다 천 배는 강해 그가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반승제는 천천히 침대로 돌아갔다. “견딜 수 있어요. 진세운과 진백운은 찾았나요? 배현우는요?”“진백운의 행적은 확인되었어요. 그를 찾으면
“하나병원으로 가주세요.”하나병원은 반승제가 입원해 있는 병원이다. 이 남자가 이렇게 오랫동안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으니, 아마 여전히 혼수상태일 것이다.김상아는 구실을 찾아 병원에 들어가서 반승제가 영원히 자신을 떠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했다.성혜인은 하나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병원 정문에 도착해서 차를 멈추고 창밖을 내다보자 김상아는 이미 차에서 내려 절뚝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그러나 몇 걸음 걷던 김상아는 다시 돌아와서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휴대폰과 지갑을 잃어버려서 그러는데,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갑자기 스프레이가 뿌려지자 성혜인은 눈앞이 아찔하고 혼미해졌다. 본능적으로 대답하려 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린 그녀는 김상아의 손을 꽉 잡았다.김상아는 조금 놀랐다. 이 여자가 스프레이에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성혜인은 싸늘한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당신 뭐 하는 거야?”김상아는 손을 들어 반격하려 했지만 성혜인이 재빨리 피했다.성혜인은 김상아를 걷어차서 차에서 밀어내고 문을 닫았다.김상아는 원래 그녀에게서 돈을 얻으려 했다. 자신은 아무것도 없었고, 이 여자가 임산부라서 쉽게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실패했다.김상아는 밖에서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성혜인에게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병원으로 향했다.성혜인은 차 안에 앉아 미간을 찌푸리며 바로 떠나지 않고 김상아의 뒷모습을 주시했다.김상아는 병원 정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잔디밭으로 가서 배관을 타고 올라갔다.반승제의 병실 앞에는 경비가 지키고 있어 쉽게 들어갈 수 없었기에 배관을 통해 들어가려 했다.그녀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금세 반승제의 창문 옆에 도착했다.창문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병실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남자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그녀는 곧바로 내려가서 간호사에게 물어보고서야 반승제가 이미 퇴원했다는 사실을 알았다.김상아의 얼굴은 즉시 어두워졌다. 제원에 대해 잘
성혜인은 임신 중이라 집에서 반승제의 소식을 물어보는 것도 두려웠다. 그런데 그는 밖에서 여자와 포옹하고 심지어 네이처 빌리지에도 돌아오지 않았다.성혜인은 발끝에서부터 불같은 화가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끼며 이성을 잃었다.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가 반승제가 김상아를 밀어내는 순간, 그의 뺨을 힘껏 때렸다.짝!반승제의 눈앞에 서 있는 성혜인은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다. 이때 김상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승제 씨, 우리 함께 가요. 네?”반승제는 아직 회복 중인 상태에서 뺨을 맞고 거의 기절할 뻔했다. 그는 눈앞에 서 있는 성혜인을 보고 몹시 당황했다.“혜인아?”성혜인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현재 상황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실종된 줄 알았던 사람이 그녀 몰래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니, 성혜인의 머릿속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반승제가 그런 일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한 사실이었다.성혜인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반승제는 급히 발걸음을 옮기며 그녀를 쫓아가려 했다. “혜인아!”“혜인아,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이때 김상아가 그의 팔을 꽉 붙잡으며 말했다.“승제 씨, 나랑 가요. 내가 당신을 치료할 수 있어요. 정말이에요. 내가 치료할 수 있다고요.”김상아는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오로지 반승제를 손에 넣고 싶다는 터무니없는 생각만 남아 있었다.반승제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손을 들어 김상아를 기절시켰다.그는 손에 든 스무 개가 넘는 쇼핑백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급히 성혜인을 쫓아가며 설우현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아를 데려가라고 말했다.“여자 하나도 제대로 감시 못하다니. 설우현, 당신 왜 이렇게 무능해요?”설우현은 이 말을 듣고 성혜인이 몰래 칸다로 갔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반승제는 이런 식으로 그를 욕했었다.반승제는 전화를 끊고 나서 눈앞이 아찔해졌다. 특히 김상아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나니 가려움이 심해져서 미칠 지경이
성혜인의 눈시울이 순간 붉어졌다. 그녀는 그의 손을 얼굴에 가져다 대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설우현은 더욱 마음에 찔려 헛기침을 한 번 했다. “그럼 내가 잘 보관해 줄게. 김상아 일은 신경 쓰지 마. 반승제가 버틸 수만 있으면 되잖아, 맞지?”말할수록 그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 갔다. 하나는 반승제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숨겼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김상아를 놓친 사실 때문이었다.반승제는 이번에도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눈을 떴을 때 방 안에는 햇살이 가득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성혜인이 그의 옆에서 자고 있었다. 깊이 잠든 성혜인은 한 손으로 그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여기는 네이처 빌리지의 안방이었다. 그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곳이었다. 가슴이 순간 부드러워지며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손을 빼내려 했지만 성혜인이 너무 단단히 잡고 있었다. 눈가는 여전히 붉어 있었고, 분명 울었던 것 같았다.심장이 시큼하고 아팠다. 반승제는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성혜인은 깨어나자마자 그의 몸 상태를 확인하려 했다.“정말 괜찮아.”반승제는 어쩔 수 없이 침대에 눕혀져 검사를 받았다. 외상은 거의 다 나았지만 독에 당한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할 수 없었다.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그녀와 정상적으로 대화하기 위해 입안의 살점을 너무 씹은 나머지 전부 짓물렀다.뼛속까지 새겨진 가려움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이내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는 일어나서 성혜인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안심시킨 후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몸 구석구석에서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한 고통이 들끓고 있었다.설우현이 그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는 정말 누군가가 자신의 혈액으로 약을 제조할 수 있을 거라고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정말 미친 짓이었다.샤워를 마친 후 그는 차가운 물로 얼굴을 두드리고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다시 평온한 얼굴로 욕실에서 나왔다.그날 저녁, 반승제의 몇몇 친구들이 네이처 빌리지에 찾아왔다. 네이처 빌
강씨 가문의 사건은 제원에서 떠들썩하게 퍼져나갔다. 강민지가 요즘 감옥에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소문과 함께, 심지어 외출할 때도 신예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았다.신예준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어릴 적부터 함께 한 약혼녀를 돌보면서도 여전히 강민지와의 결혼을 고집하고 있었다.온시환이 강민지의 마음을 찌르는 말을 했을 때, 현장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옇다.강민지는 온시환에게 술을 쏟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온시환뿐만 아니라, 쓰레기 같은 서주혁에게도 말이다.이 남자들은 하나같이 다 나쁜 놈들이었다.분위기가 잠시 얼어붙었지만 온시환이 금세 분위기를 다시 띄웠다.성혜인은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는 강민지를 보며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이 모임은 밤늦게까지 계속되었다. 강민지가 떠날 때 성혜인은 배웅하고 싶었지만 거절당했다.“혜인아, 내가 길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너 지금 임신 중이잖아. 집에서 푹 쉬어. 내 결혼식 날에는 아마 많이 걷게 될 거야.”두 주 후에는 강민지의 결혼식이 있었다. 초대장은 이미 발송되었고, 업계 대부분의 사람이 받았다.신예준은 대단한 능력자였다. 강상원의 감옥 수감에도 불구하고 제이엔 쥬얼리의 주가는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단 두 달 만에 두 개의 경쟁사를 인수하며 제이엔 쥬얼리는 오히려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이런 남자가 강민지 곁에서 이렇게 낮은 자세로 오래 있었던 것만 봐도 그의 속셈이 얼마나 치밀한지 알 수 있었다. 강민지가 그에게 속는 것도 결국 시간문제였다.강민지가 네이처 빌리지에서 나와 대문 앞에 도착했을 때 차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오늘 밤은 매우 추웠다. 최근 기온이 많이 떨어지며 길가의 불빛조차 얼어붙은 듯했다.강민지는 운전기사가 데리러 온 줄 알았지만 차 문을 열자마자 뒷좌석에 앉아 있는 신예준을 보았다.그는 최근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제이엔 쥬얼리가 크게 성장하면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게다가 제이엔 쥬얼리의 모든 핵심 인사들이 그의 사람들로 교체되었다
강민지는 너무 아파서 몸이 흠칫 떨렸다. 게다가 사람들이 발견할까 봐 걱정되었다. 이런 자세는 너무나 굴욕적이었다. 그녀는 몸부림치려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신예준은 힘이 빠진 강민지의 얼굴을 억지로 돌려 강제로 입맞춤했다.강민지는 그의 혀를 힘껏 깨물었다. 두 사람의 입안은 피 냄새로 가득했다. 하지만 신예준은 그녀가 몇 번이나 물어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듯 계속해서 그녀의 입술과 혀를 탐닉했다.‘미친놈.’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을 때, 강민지는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 눈빛은 음침하고, 탁하고, 붉게 물들어 있었다. 강민지는 무서워서 뒤로 물러나고 싶었지만 그의 몸에 부딪히며 속에서 통증이 전해졌다. 이때 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그냥 순순히 결혼하면 되잖아?”강민지는 순간적으로 이 남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착각에 빠졌다. 예전에 연애할 때 그는 항상 다정하게 ‘민지야’라고 불렀다. 정체가 드러난 후에는 비웃듯이 ‘강민지 아가씨’라고 불렀다. 지금은 매번 차갑게 ‘강민지’라고만 부른다.그녀는 신예준을 사랑하는 걸까? 처음에는 그의 외모에 속아 사랑했던 것 같다. 그녀가 사랑한 것은 아마도 그가 꾸며낸 다정하고 착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지금 그녀를 억누르고 있는 이 미친 남자는 아니다.눈물이 순식간에 흘러내리며, 강민지는 신예준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비록 그것이 그의 계획된 함정이었다 하더라도 지금 되돌아보면 여전히 아름다웠다. 시간은 그해의 스카이웨어로 거슬러 올라갔다.강민지는 놀기 좋아하는 성격이었고, 어릴 적부터 귀하게 자라 고생을 해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강상원은 혼자서 아버지와 어머니 역할을 하며 강민지를 길렀다. 강민지가 원하는 것은 거의 모두 다 해주었다. 그래서 강민지는 돈을 마음껏 쓸 수 있었다. 잔액이 20억 원이 넘는 카드가 몇 장 있었고, 강상원이 준 블랙카드도 있었다.그날 밤, 그녀는 스카이웨어에서 누군가를 만나기로 했다. 아버지 강상원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안으로 들
부유한 여자는 정말로 그렇게 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나비넥타이를 잡아당겼다. 몇몇 여자들이 순간적으로 “와!”하고 감탄했다. 눈가에는 조롱이 가득했다.인간 본성이라는 것이 그렇다. 남자든 여자든 돈이 생기면 변하기 마련이다. 만약 변하지 않았다면 그건 유혹이 부족했던 것뿐이다.강민지는 가장 구석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조용히 혼자 있고 싶다고 말했기에 아무도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신예준의 넥타이가 벗겨지는 모습을 보면서 강민지의 눈에도 흥미로운 표정이 스쳤다.비록 악질적인 장난이긴 했지만 이 남자 웨이터는 확실히 잘생겼다. 특히 강민지의 위치에서 바라보면 가슴 아래의 근육도 보였다. 부유한 여성은 신예준의 머리카락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웨이터가 이 술병을 열면 40만 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며? 예준 씨, 요즘 내가 찾으면 항상 무시하더라?”신예준은 성격이 좋기로 유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영업용 미소를 띠고 있었다.“미경 누나, 저 좀 그만 괴롭혀요.”꽃미남이 이렇게 말하니 그 파급력은 대단했다. 진미경은 손을 들어 그의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좋아. 괴롭히지 않을게. 대신, 예준 씨가 술 세 잔을 마시면 내보내 줄게.”다른 사람들도 말을 꺼냈다.“미경 언니, 이러기예요? 이렇게 잘생긴 남자를 어떻게 그동안 우리한테 비밀로 하셨대?”“미경 언니가 전남편한테서 돈을 받자마자 영계를 만나려는 것 같은데?”“그러게, 정말 젊어 보여. 대학생 같은데, 집에 있는 지긋지긋한 남편보다 백 배는 낫지.”여러 모욕적인 말들이 오갔지만 신예준의 얼굴에는 여전히 영업용 미소가 떠 있었다.한 병의 술이 2천만 원이다. 만약 웨이터가 직접 열면 인센티브를 받는다.진미경이 이곳에 놀러 온 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처음 왔을 때 신예준에게 반해서 따로 만나자며 스폰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오늘 다시 만나게 되자 자연스럽게 심통이 났다.그녀는 옆에 있는 하얀 병에서 술을 따라내며 웃음을 흘렸다.“이 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