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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3화 이렇게 고된 적은 없었다

이곳은 작은 비탈길로 사고를 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위로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래로 내려가려면 울퉁불퉁한 풀밭을 먼저 지나가야 했다.

비로 인해 도로가 더욱 질퍽거렸지만 장하리는 이런 것들을 고려할 겨를이 없었다. 오직 살고 싶다는 생각만이 그녀의 머리를 지배했다.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이렇게 쉽게 죽어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앞으로 한 보 기어가자 온몸의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기어갔을까, 그녀가 기어간 곳을 따라 핏물이 고였으나 비에 의해 곧 지워졌다.

시간의 흐름이 이렇게 고된 적은 없었다. 장하리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 채, 시간관념도 없이 단지 조금 더, 조금 더 기어갈 생각만 했다.

앞에 차가 지나다녔다. 길가에 도착한 것 같음을 느꼈지만 소리를 지를 수 없었다.

그녀는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길 간절히 빌었다.

누구든지 상관없었다. 그저 살고 싶을 뿐이다.

한 검은 승용차의 뒷좌석에 강민지가 유리창에 기대어 있었다. 그 옆에는 신예준이, 앞에는 운전자가 타고 있었다.

오늘 밤 신예준은 자비를 베풀어 드라이브한다고 했다.

하지만 겨우 도로에서 바람을 쐬는 것뿐, 30분 후면 돌아가야 했다.

강민지는 도로에 누워있는 한 여인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차 세워요.”

차를 몰던 운전자는 멈추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사이드미러로 신예준을 바라보았다.

이제 강민지의 명령은 명령이 아니게 되었다. 강씨 가문의 운명이 모두 신예준의 손에 달렸으니까.

신예준이 화가 나면 강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쫓겨나야 했다.

신예준은 무릎 위에 서류를 올려놓고 조용히 보고 있었다.

그는 고오했으며 무심했다.

아마 원래 이런 모습이었을 수도 예전의 모습이 가짜였을 수도 있다.

운전사가 제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강민지가 신예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차 세워요.”

신예준이 느릿느릿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녀를 향하지 않은 채 물었다.

“뭐 하게?”

강민지가 입술을 짓씹으며 대답했다.

“사람 살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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