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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1화 성깔 없는 사람처럼

그는 조금 전 온시아가 떠날 때 한 말을 떠올렸다.

“장하리 씨 어머니 예전에 무슨 짓을 했던 것 같아요. 의붓아버지도 감방에서 나오자마자 밖에서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운다던데, 우리가 장하리 씨 도와야 하는 건 아닐까요?”

장하리를 도우려는 척 보이지만 실은 집안일에 대해 폭로한 것이었다.

기댈 곳도 내어주지 않던 엄마, 그리고 술에 찌든 의붓아버지를 둔 장하리의 어린 시절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온시아가 말하고 싶은 건, 장하리와 의붓아버지의 사이가 결백하다는 것인가?

온시아는 서주혁의 앞에서 너무 속마음을 드러내면 역효과가 날까 봐 조금 돌려 말했다.

“아마 지금 시환 오빠 찾아온 것도 오빠가 뭔가 해결해 줬으면 해서겠죠?”

그 말뜻인즉슨 장하리가 온시환을 꼬시고 있을 것 같다는 얘기였다.

말을 마치며 온시아는 슬쩍 서주혁의 눈치를 보았다.

다행히도 서주혁의 표정에는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장하가 그에게는 낯선 사람인 듯 말이다.

온시아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득의양양했다. 과연 장하리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그녀는 만족해하며 차를 운전해 떠났다.

서주혁은 여전히 제자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바닥에 담배꽁초가 여러 대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한참 된 듯하다.

그가 곁눈질로 장하리가 차에 오르고 시동을 걸고 떠나는 것을 보았다. 마치 서주혁을 보지 못한 것처럼.

마지막 담배까지 피우고는 차에 올라탔다.

그 역시 자신이 왜 여태 남아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자동차에 낯익은 별장에 멈추고 그는 입고 있던 트렌치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뒤에야 자신이 온 곳이 어디인지 눈치챘다.

장하리와 함께 지내던 곳이다. 그녀와 약속을 잡을 때마다 호텔 아니면 이곳에 오곤 했다.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장하리는 일은 야무지고 빠르게 처리했지만 서주혁의 앞에서는 마치 성깔 없는 사람처럼 고분고분했다.

아무리 심한 말을 해도 반박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굴었고, 아무리 심하게 대해도 그저 조용히 견뎌낼 뿐이었다.

그녀의 이러한 반응이 서주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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