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장하리는 오후까지 회사에 머물렀다. 오늘 연예인의 이직과 관련된 문제로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 매니저와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다.그쪽의 유명 연예인인 유현이 S.M으로 이직하기를 원했다.유현은 10년 전부터 많은 드라마에 출연했으므로 유명해진 지 오래였다. 그는 다수의 선협 드라마에 출연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되었으며 네티즌들은 모두 그의 계약 만료에 대해 주목하고 있었다.하지만 유현이 이미 S.M에 연락을 걸어왔다는 것은 아무도 몰랐다. 장하리 역시 높은 가격으로 계약을 맺기로 약속했다.하지만 장하리가 직접 만나 해결해야 할 일이었으므로 약속 시간이 되자 그녀는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부매니저는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며 유현은 옆방에서 쉬고 있다고 했다.“하리 씨, 제가 현이 형한테 배달을 시켜줬는데 문 두드려서 깨워주세요. 하리 씨가 올 거라고 이미 말했고 지금쯤이면 아마 깨어있을 거예요.”전에 장하리는 이미 유현의 회사와 상의를 했었다. S.M에서 주는 계약금이 많고 게다가 상대편 회사에 대한 약점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회사에서는 유현을 놓아주고 싶어 했다. 게다가 유현이 성실하고 의리가 있는 사람이었으므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데뷔 20년이 다 되어감에도 인스타 팔로워가 무려 8천만 명이므로 명실상부한 롱런 스타임이 분명했다.하기에 이번에도 디스패치에게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호텔에서 만난 것이었다.이 호텔은 보안이 좋기로 유명했으며 종래로 디스패치의 방해를 받은 적이 없었다.장하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문으로 다가가 노크했다.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 않은 유현은 매니저인 줄 알고 가운차림으로 문을 열었으나, 장하리를 보고 어리둥절해 있었다.장하리 역시 당황하여 멍하니 서 있었다가, 한참 후에야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깼으면 나와요. 매니저분이랑 계약서 한번 훑어봐야 해요.”유현은 머리를 긁적이곤 이내 안정을 찾았다.“알겠습니다.”그제야 장하리는 옆방으로 돌아왔다.이번에 계약하는 속도가 매우 빠
이 시간에 라이브를 켰다는 건 분명 실검을 노린 것이다.장하리는 미간을 찌푸리고 바로 이 어린 스타의 라이브를 켰다.민아는 유현의 전 드라마 여자 조연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으며 유현의 전 회사에서 최근 영업하려는 신인이었다.전 회사는 두 사람을 연인으로 엮기 위해 각별히 신경 쓰고 있었다.지금 민아는 울고 있었고 팬들이 초조하게 댓글로 묻고 있었다.“유현이랑 무슨 문제 생겼어?”“유현 그 쓰레기가 S.M 직원이랑 바람 난 것 같음. 사진 속에 여자 내가 아는데 장하리임.”“역겹다. 둘 다 지옥에나 가라.”“장하리 맞네. 전에 다른 여자 연예인 사진에서 봤음. 지금 S.M 큰일들은 다 쟤가 맡아서 한다며?”민아는 여전히 카메라를 보며 설명도 없이 울기만 했다. 그녀의 행동에 팬들은 더 마음 아파했다.빠르게, 안쓰러운 민아에 대한 검색어가 실검 2위에 올랐다.1위는 장하리와 유현에 관한 검색어였다.라이브를 확인하는 장하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제야 부매니저가 왜 그녀더러 문을 두드리라고 했는지 알게 되었다.호텔은 보안이 좋기에 이런 몰카는 찍힐 수가 없는 곳이었다. 분명 부매니저가 사람을 보내 몰래 찍어 올린 것이니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한서진은 회사 홍보팀에게 인터넷 소식을 잘 지켜보라고 명령한 뒤 장하리에게 물었다.“어떻게 할 생각이에요?”장하리가 이제 해명한다고 해도 그녀를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진은 진짜였으니까.유현을 깨우러 갔다고 사실대로 말한다면 팬들은 둘 사이 관계가 이상하다고 더더욱 의심할 것이다.유현은 이미 이직하였고 예정대로라면 S.M에서 SNS에 이 소식을 발표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두 사람의 말도 안 되는 스캔들을 먼저 가라앉히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이 함께 비난당할 것이었다.해명할 수도, 유현이 이직했다고 선언할 수도 없었다.그녀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회사와 회사가 협력하는데 뒤에서 이렇게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정말이지 경멸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였다.장하리는 양미간을
일은 점점 커지더니 장하리에 관한 실검이 여러 개나 생겼다.온시아는 장하리에게 욕설을 퍼붓는 댓글들을 보며 기뻐했다.온시아는 또 사람을 시켜 전에 장하리의 어머니에게서 욕설을 들은 여자인 게 연락하여 수억 원을 쥐여주며 그날 당한 일을 인터넷에 올리도록 했다.원래부터 장하리가 마녀사냥의 대상이었으므로 누군가 폭로하기만 하면 네티즌들은 배고픈 하이에나처럼 다가와 물어뜯었다.여인은 당연히 바로 승낙했고 노임향이 술집에서 욕설을 퍼붓는 영상을 올려버렸다.영상은 온시아가 직접 술집에서 받아온 영상이었다. 일반 신분이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노임향이 얼마나 듣기 거북한 욕설을 심하게 퍼부은 건지 주변 사람들이 모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정도였다.게다가 영상 속 노임향의 얼굴은 왜곡되어 무식한 건달처럼 보였다.옆에서 그녀에게 욕을 먹은 소녀는 계속 울고 있었다.여자아이 본인이 직접 폭로했고, 곧이어는 장하리의 의붓아버지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워 감옥살이한 사실이 폭로되었다.장하리의 집안일에 대한 소문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누리꾼들은 장하리를 향해 거침없는 욕설을 해댔으며 오히려 유현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유현 뿐만 아니라 이참에 인기를 누려보려던 민아도 장하리에 의해 가려졌다. 이처럼 큰 스캔들 앞에서 아무도 민아의 라이브를 보려 하지 않았다.라이브 시청자가 100만 명 이상 줄어들자 민아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그녀는 자신에게 연락하는 회사 고위층 직원들의 메시지를 보며 바로 고개를 숙여 검색어를 살폈다. 민아는 눈을 한 바퀴 굴리고는 라이브에 남은 자신의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저 사실 장하리 그분 알고 있어요. 연예계에서 소문이 엄청 안 좋거든요. 여기서만 말할 테니 소문 퍼뜨리면 안 돼요! 그분 전에 유명한 사람한테 꼬리 쳤다가 실패했거든요. 몇 번이나 모욕당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귀찮게 하는 바람에 남성분이 아예 연락처를 차단했다 하더라고요. 파티에서 마주칠 때마다 남성분이 얼마나 정색하던지.”“그래서 결국 두 사
장하리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는 온시환조차도 민아의 뒷담화가 조금 지나치다고 생각했다.그는 즉시 라이브 주소를 서주혁에게 보내주었다.사무실에 있던 서주혁은 양미간을 찌푸리고 라이브로 들어갔다.문득 걱정된 온시환이 서주혁에게 어떻게 할지 물어보려던 때, 라이브가 내려졌음을 발견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라이브 방송에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 누군가 플랫폼 측에 경고하지 않는 한, 돈에 환장한 플랫폼에서 라이브를 내렸을 리가 없었다.[네가 했어? 그런데도 장하리 씨한테 마음이 없다고?]서주혁은 그저 겸사겸사 사람을 시켜 라이브를 내리라고 시켰을 뿐이다. 미친 여자가 헛소리를 하고 있으니까.잠잔 게 헛수고기는, 12억이나 줬구먼.원래 기분 나쁘던 참에 온시환의 시답잖은 질문까지, 민아가 마침 잘 걸린 셈이다.연락을 받은 부매니저는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러나 대체 누가 이런 명령을 내린 건지 알 수 없었다. 윗사람은 그에게 라이브를 바로 중단하라 했을 뿐이다. 상류층의 사람이 불만스러워한다고 말이다.그는 온시아에게 다시 묻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했다.바로 이때, 그는 장하리가 올린 인스타 게시물을 보았다.장하리 역시 인스타 계정이 있었다. 장하리는 호텔에서 자신이 유현과 만났던 순간의 영상을 입수하고 아예 인스타 계정에서 부매니저를 멘션 했다.[조금 전 유현의 전 회사와 계약을 마쳤습니다. 문을 두드린 것은 당시 부매니저가 배달을 시키고 유현을 깨워달라고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앞뒤로 30초 이상 머물지 않았고 호텔에서의 전후 원본영상을 올립니다.]영상에서 장하리가 나타난 뒤, 유현이 문을 열었고 두 사람은 몇 마디 후 바로 갈라졌다.스폰도, 일촉즉발의 상황도, 유현이 화를 내며 거절하는 장면도 없었다.장하리가 부매니저를 멘션 한 건 이 일에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다.부매니저는 막 회사에서 고위층으로 임명받은 뒤였으므로 감히 장하리에게 협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재빨리 게시물 하나를 올렸다.[현이 형과 우리 회사는
인터넷 여론이 바뀐 것을 본 온시아는 화가 난 채 바로 부매니저에게 연락했다.이때 부매니저 역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온시아의 명령 때문에 장하리를 겨냥한 것이었는데 상류층에게 밉보이게 됐으니 불안했다.“이제 이 일에서 발 빼겠습니다. 윗선에서 경고를 받아서요. 죄송하지만 다른 사람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상대가 먼저 전화를 끊자 온시아는 기가 막혔다. 감히 매니저 따위가 전화를 끊다니.전에 존댓말 써가며 부탁한 건 모두 제 교양이 좋아서 체면을 세워준 것이었다. 매니저 따위가 뭐라고 감히.그녀는 즉시 회사의 고위층에게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그쪽에서는 장하리의 일에 끼어들어야 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완곡하게 거절했다.연거푸 두 번이나 문전박대를 당한 온시아는 기분이 나빠졌다.인터넷에서도 사람들이 점차 민아를 나무라고 장하리에 대한 욕설을 멈추자 온시아는 더더욱 불쾌해졌다.바로 이때, 온씨 가문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오늘 밤 파티에서 서주혁과 만나는 것이 어떻겠냐 물었다.“오늘 밤 파티에서 시아 씨와 서주혁 씨 두 사람의 관계를 은연중에 털어놓읍시다. 시아 씨는 방금 귀국해서 업계에 얼굴을 잘 비추지 못했으니 앞으로 이런 행사에는 더 많이 참석해야 해요.”온시아의 얼굴에 그제야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얼른 승낙한 뒤 서둘러 드레스를 입어보기 시작했다.그러나 인터넷 뉴스를 생각하니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아 바로 누군가에게 연락을 걸었다.전화를 끊은 후에 온시아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장하리가 오늘 밤 감히 파티에 등장한다면 크게 망신을 줄 것이다.한편 장하리는 여전히 누가 자신을 도운 건지 생각하고 있었다.장하리는 휴대전화를 꺼내 연락처 목록에 있는 사람들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눈동자는 구르고 구르다 결국 서주혁의 이름 위에서 멈췄다.하지만 서주혁은 그녀를 차단한 상태였다.매번 이런 작은 희망이 있을 때마다 장하리는 서주혁을 생각하곤 했다.마치 영원히 아픔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마치 집에서 쫓겨
그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과연 어머니가 보였다.값진 샴페인 탑 앞에 선 노임향의 몸매는 뚱뚱한 편이 아니었기에 그럴싸해 보였지만 주변의 젊은 종업원에 비해서는 확실히 눈에 띄었다.오늘 노임향의 동영상이 실검에 올랐었으므로 실검을 확인했던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아볼 수 있었다.하지만 정작 노임향은 창피한 줄도 모르고 누군가를 찾는 듯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자신을 찾는 줄 알고 장하리는 눈살을 찌푸린 채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그리고 바로 이때, 술에 취한 듯 벌건 상반신을 그대로 드러낸 남성이 갑자기 구석에서 뛰쳐나왔다.주위의 하객들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아악!”“여기요!”술기운 가득한 웃통을 벗은 남자가 홀에서 행패를 부렸다. 젊은 하객을 안으려고 했다가 또 바닥에 드러누워 뒹굴며 온갖 추태를 부렸다.곧 경호원이 들어와 남성을 내쫓으려 했다.이때 장하리는 추태를 부리는 남성의 생김새를 똑똑히 보았다. 불룩 나온 배와 초점을 잃은 눈, 바로 그녀의 명목상의 의붓아버지였다.노임향이 걸어 나와 남성 앞을 가로막더니, 그의 옷을 들고 황급히 몸을 덮어주었다.“이런 자리에서는 술 마시지 말라고 했잖아요!”“옷 입어요! 빨리!”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 두 사람이 어떻게 이런 고급스러운 연회장에 나타났는지 알고 싶었다.노임향의 눈이 현장을 한 바퀴 훑더니, 그녀의 시선이 결국 서주혁에게로 가 멈추었다.온시아는 서주혁의 곁에 서 있었다. 그녀는 노임향이 나타난 순간부터 서주혁의 안색이 흐려져있다는 것을 눈치챘다.상반신을 드러낸 남자가 술주정을 부리자 서주혁의 얼굴이 또 한 번 어두워졌다.서씨 가문이 개최하는 파티였으므로 분명 서씨 가문을 망신시키려는 수작이 분명했다.서주혁이 물었다.“오늘 밤 선별 담당 종업원이 누구예요?”노임향이 빙그레 웃으며 그를 향해 걸어갔다.“아이고, 우리 사위! 무슨 말씀이세요? 제 딸과 사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만나보러 왔어요. 지난번 인사도 못 드려서 참, 딸 말을 들으니
어르신이 저를 무시하고 지나가도 노임향은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노임향은 오히려 눈을 반짝 빛내며 서주혁에게 말을 걸어왔다.“오늘 파티 정말 성대하네요. 제 평생에 이렇게 호화로운 파티는 본 적이 없어요. 역시 우리 집안 미래 사위답네요! 하하. 여보, 빨리 와서 인사해요.”그녀의 뒤에 서 있는 남자는 옷 한 벌만 걸치고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듯 어깨를 당당히 펴고 서주혁에게 다가갔다.“저는 장하리 아버지입니다. 우리가 하리를 이렇게 오랫동안 키웠으니 두 사람이 함께하고 싶다면 당신은 우리 관문을 먼저 통과해야 합니다.”누가 봐도 돈을 탐내고 한 말이었다.서주혁의 얼굴은 얼음장같이 차가웠다.옆에 서 있던 온시아가 씩 웃더니 사람들 사이 장하리를 바라보았다.“하리 씨, 부모님께 설명 좀 해드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서주혁씨랑 두 사람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 부모님께서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요?”그녀의 말에 노임향이 순간 표정을 구겼다.“잘못 알기는! 하리가 직접 알려준 건데.”온시아가 으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장하리를 바라보았다. 표정은 정말인지 묻고 있는 듯했다.장하리는 사람들 앞을 빠져나오며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곤 등을 곧게 폈다.뒤에서 사람들이 속삭이자 일순간 머릿속이 창백해졌지만 장하리는 다시 성혜인의 말을 떠올렸다.장하리는 크게 심호흡한 뒤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죄송합니다. 예전에 진즉 모녀 관계를 끊어서 이런 난감한 상황이 처음은 아니에요. 하지만 앞으로 이런 자리에는 저를 찾지 말아 주세요. 저는 부모님과 정말 친하지 않으니까요. 어머니께서 저에게 바람을 피운 전 남자 친구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했을 때부터 우리는 모녀가 아니었어요.”노임향은 전에 S.M에서 말썽을 피운 전적이 있었다. 마지막엔 결국 성혜인이 나서서 해결했었다.그때, 장하리는 이미 노임향의 진짜 얼굴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다만 노임향이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뻔뻔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이제 장하리는 더 잃을 체면도 없게 되었다. 하여 오
마지막 한마디를 마친 뒤 장하리는 잔 속의 술을 깨끗이 비웠다.빈 술잔을 예의 바르게 한쪽 쟁반에 올려놓고 주변을 향해 웃어 보였다.“실례했네요.”장하리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너무 논리정연한 말들이었으므로 주위 사람들이 곧 너도나도 귓속말하기 시작했다.맞는 말이지. 어머니가 정말 딸을 사랑한다면 음침하게 계획적으로 이런 중요한 자리에 나설까? 게다가 고의로 행패를 부려 일부러 장하리를 망신시켰다.여린 여자가 오직 자신만을 의지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쉽지 않았다. 장하리가 S.M에서 유명한 워커홀릭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딸을 망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는 친어머니가 있다면 대체 누가 그 서러움을 견딜 수 있을까.장하리를 경멸하던 시선들이 슬픔과 동정으로 변했다.노임향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장하리가 이렇게 모질게 사람들 앞에서 저를 내칠 줄은 몰랐다.모두 빌어먹을 그 성혜인 때문이다.노임향은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고, 돌아서서 서주혁에게 무슨 말을 하려 했으나 그의 표정을 보곤 굳어버렸다.“나가세요.”서주혁이 곁에 서 있던 경호원에게 눈짓했다.노임향은 그의 눈빛이 마치 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 같아 두려워졌다.그녀는 온몸을 덜덜 떨며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그녀보다 오히려 남편이 몸부림치려다 배를 심하게 걷어차였다.남편을 뼛속까지 사랑하는 노임향은 이건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남편이 받는 고통까지 모두 대신하고 싶었다.“이 천벌 받을 연놈들. 여보, 여보 괜찮아요? 장하리 그 미친 계집애가 돈 많이 버니까 우릴 모른 척하는 거 봐요! 여보 화내지 말아요. 제가 다른 방법 생각해 볼게요!”노임향의 말에 사람들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피가 섞인 친딸임에도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한다니. 보아하니 사석에서는 더 심하게 욕할 듯했다.전생에 대체 무슨 죄를 지으면 저런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할까.홀 안은 순식간에 찬물을 뿌린 듯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장하리가 아닌 장하리의 어머니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대체
염정아는 그들의 집에서 제원까지 오려면 거리가 엄청나게 멀었고 동생은 멀리 외출한 적이 없어서 표는 어디서 어떻게 사고 차는 또 어떻게 타야 되는지도 모를 텐테 그냥 애교부리며 농담한다고 생각했다.“내가 말했지. 내가 갈거닉가 그때까지 집에서 애들 잘 돌보라고. 안 그럼 나 화낼거야. 알지? 화내면 널 버릴 수도 있다는걸.”동생이 살면서 제일 무서운 일은 염아정에게 버림받는 일이었고 그 말에 당황한 표정을 하며 대답했다.“아니야, 나 집에서 애들 잘 돌보고 있을 테니까 절대 버리면 안 돼.”염정아는 전화기 너머로 동생의 당황함을 눈치채고 다시 달래기 시작했다.”말만 잘 들으면 안버릴테닉가 걱정하지 마.”“알았어. 나 누나 말 잘 들어. 진짜 잘 들을 거야.”전화를 끊은 후, 화가 치밀어 오른 원아정은 바로 동생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원아정은 동생을 통해 염정아를 불러내여 공지민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어 내려 했지만 동생은 그렇게 통화를 끊어버렸다.동생은 뺨을 맞고도 이유를 몰랐고 감히 되받아치지도 못했다.원아정은 힘들게 이 남자를 불러 제원까지 데리고 온 것만 해도 억울함에 미칠것 같았는데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니 더 화가 치밀었다.원아정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고 계속하여 염정아의 동생을 위협했다.“누나한테 다시 전화 걸어 꼭 나오라고 해요. 안 그러면 나도 당신 상관 안 할 거예요. 이렇게 큰 제원에서 누나한테 연락 안 하면 당신은 먹지도 못하고 길바닥에서 그대로 죽어 버릴 수 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사랑하는 누나도 영원히 못 볼 거 아니에요.”동생은 조금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대로 죽는 것보다는 누나한테서 버림받는 것이 더 두려워서 더는 연락 하지 않기로 했다.원아정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바로 저절로 염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염정아는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아까 물어보지 못한 말부터 했다.“너 누구 휴대전화로 연락한 거야? 왜 번호가 틀려?”원아정은 음험하고 악독한 소리로 말했다.“염정아, 잘 들어. 네
아래층 마트 이모는 몇 년 동안 줄곧 그들 남매를 돌봐 주었고 염정아가 사람을 시켜 동생을 데리고 제원에 오라고 한다니 살짝 의심은 생겨 걱정 되었지만 원아정의 깔끔한 옷차림을 보더니 돈이 모자랄 같지는 않았고 게다가 지적장애인 사람을 데려다 할 수 있는 것도 없을 테고 하물며 염정아의 친구이기도 하여 안심되었다.“이모, 이건 우리 집 열쇠에요. 제가 없는 동안 우리 집에 들러 애들 밥해줄 수 있어요?”마트 이모는 염정아가 좀 전에 집에 돌와왔을 때 물건도 많이 사들였고 돈 씀씀이가 큰 것으로 보아 제원에서 많은 돈을 벌어 동생을 데려다 이틀 정도 놀아 주려고 하는 거로 생각하여 이 상황이 잘못되진 않은 것 같았다.“그래, 알았어. 근데 갔다 일찍 돌아와야 해.”“네, 고마워요 이모.”동생은 조금 모자라지만 항상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그는 인사를 마치고 옷 두 벌을 챙겨 원아정을 따라 떠났다.그들은 자가용으로 움직였고 동생은 처음 길을 떠나 보는 거라 물음이 끊기질 않았다.원아정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고 그런 동생을 차갑게 대하기 시작했다.“누나가 왜 갑자기 그렇게 큰돈을 벌어 올 수 있는지 생각 안 해요? 당신을 집에 두고 밖에서 다른 남자랑 있는 거잖아요. 당신은 바보라서 침대에서 만족하게 해줄 수 없으니 나가서 다른 정상적인 남자를 찾은 거 아니에요? 그 남자랑 있으면서 당신을 바보라고 비아냥거렸을지도 모르잖아요.”동생은 원아정의 말뜻은 전혀 몰랐지만, 염정아는 절대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를 찾을 사람은 아니라는 것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원아정의 말을 듣고 동생은 더 이상 물음을 던지지 않고 창가에 기대어 빠르게 움직이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입가엔 미소를 짓고 있었다.원아정은 누나가 바람 피고 있다는 말까지 하며 그렇게 자극했는데도 웃고 있는 동생을 보니 바보인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이튿날 밤이 되자 그들이 앉은 차는 드디어 제원에 도착했다.원아정은 다시 거지로 위장해야 하기에 동생더러 같이 거지 옷차림을 하게 하고 여
온시환이 완벽하게 변장한 탓에 누구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고 그렇게 쉽게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공지민은 계속 별장에 머물러 있었고 매일 연승혁의 안부를 물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다.통화 너머로 공지민은 연승혁이 지금 많이 초조해진 것을 느꼈으나 그 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공지민은 항상 자신의 계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그것이 그렇게 빨리 찾아왔고 무정하게 무너뜨리게 할 줄은 몰랐다.연승혁의 부하들은 줄곧 원아정을 찾고 있었고 그와 원진이 원아정을 해외로 보내겠다고 한 후 원진의 부하들도 그녀를 찾고 있었다.하지만 원진은 원아정이 죽든 살든 별다른 관계가 없었기에 큰 신경을 써서 찾은 것은 아니였다.원아정은 항상 거지들 속에 숨어 지냈고 그동안 훔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어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원아정은 기억 속에 있는 몇 개의 번호에 연락하여 일일이 도움을 청했고 다행히 정보도 얻어 냈다.그것은 당시 공지민에 의해 숨겨져 있던 사람이 발견되었고 그 별장으로 배달하던 배달원이 또 다른 곳에서 염정아를 보았다는 것이다.소식을 들은 원아정은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염정아의 집으로 향했다.그 배달원은 제원에서 배달하다가 며칠 전에 돌아왔는데 마침 식당에서 또다시 염정아가 여러 사람들을 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전했다.원아정의 거지 차림에 배달원은 약간 꺼림칙했지만 그래도 손 크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있는 그대로 말해 주었다.“그 별장에 몇 번이나 배달해서 얼굴을 다 기억하고 있어요. 그때 그녀가 일부러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매일 집에만 있는 것 같아 보여 부잣집 도련님의 내연녀일 거로 생각했어요.”배달원의 말을 듣고 원아정은 바로 돈 주고 사람 찾아 염정아의 정보를 알아봤다.알아본 데 의하면 염정아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고 심지어 아주 가난한 사람이었다.그런데 왜 공지민은 제원에서 염정아를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자, 원아정은 자신이 찾아낸 정보 자료들을 정리해 보다가 다
온시환은 바로 인사를 건네지 않고 주방으로 들어가서 요리사의 일을 거들었지만, 눈길은 항상 거실에 있는 공지민 한테로 향했고 채소를 다 씻었을 때 공지민은 혼자 위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온시환은 주방 사람들에게 핑곗거리를 대고 공지민 뒤를 따라 올라갔다.온시환은 변장에 가발까지 쓰고 렌즈 색마저 바꿔버린 자신을 공지민이 알아보지 못하자 그녀의 손목을 잡고 귓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불렀다.“지민아.”공지민은 멈춰 선 대로 낯선 얼굴을 보며 몇 초 동안 뜸 들이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온시환?”“응, 나야.”온시환은 카메라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말하기 시작했다.“너 연승혁의 별장에서 뭐 하고 있는 거야? 혹시 다른 계획이라도 있는데 나한테 말해주지 않은 거니?”공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기억을 잃은 것도 아니었고 온시환을 잊은 것도 아니였다.그녀가 여기 별장에 들어오게 된 것도 이상우에게 도와 달라고 간청했다.공지민은 어떤 대가를 치르던 연승혁을 죽이고 구은우의 복수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었다.애초에 온시환의 얼굴의 점이 구은우를 닮은 것도, 가슴에서 뛰고 있는 심장도 구은우의 심장이 었기에 온시환과 밤을 보낼수 있었고 그에게 잘해 준것도 구은우를 느끼고 싶은 작은 위로의 감정이었을 뿐이었다.이제 공지민은 연승혁에게 복수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레 온시환과의 관계를 잠시 잊고 있었지만 온시환이 먼저 갖은 방법을 다해 찾아 올 줄은 몰랐다.“지민아, 너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무슨 계획이라도 있으면 공유하자고 하지 않았어? 연승혁이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지 너도 잘 알고 있자나. 니가 지금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랑 함께 돌아가야 해. 내가 보호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마.”온시환이 같이 나가려고 공지민의 손을 끌어당겼지만, 공지민은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그런 공지민의 행동에 온시환은 당황스러웠지만 그녀의 냉정한 눈빛을 보니 더욱 당황스러웠다.“온시환 씨, 이제 돌
공지민은 며칠 동안 별장에서 먹는 것 빼고는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별장 주변 화원을 구경하며 조용하게 있었다.고용인 아줌마는 거의 그림자처럼 공지민을 따라다녔고 매일 있었던 일들을 연승혁에게 보고했다.연승혁은 이틀이면 돌아갈 수 있을거로 생각했었는데 이번 일은 좀 까다로워 시간이 길어지게 되었다.연승혁은 운 좋게 살아남았던 시한폭탄 같은 그 사람을 빨리 찾아 죽여야만 했지만, 부하들의 추적에 의하면 이 사람은 동쪽에서 신호가 잡혔다가 얼마 안돼서 다시 서쪽에서 신호가 잡히고 있었다.부하들이 전문적인 기술자가 아니었더라면 연승혁은 자신이 지금 그 사람에게 농락당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그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한 사람이 그토록 짧은 시간에 동쪽에서 서쪽까지 그 먼거 리를 움직일 수 있었을가.이것은 분명 그를 제원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시간 끌려는 작전인 듯했다.연승혁은 원수가 너무 많아 누가 저지른 일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 초조해 지기 시작했지만, 공지민의 일거일동을 보고 받을 때마다 비로소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저녁 무렵, 공지민은 직접 연승혁에게 전화를 걸어 원망의 말투로 말했다.“오빠, 왜 아직도 안 와요? 나 정말 심심해 미칠 것 같은데 사람 시켜 나 좀 데리고 놀라고 하면 안 돼요?”공지민은 며칠 동안 줄곧 별장에서 연승혁이 돌아오기만 기다렸다.연승혁은 하루면 일이 해결될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며칠을 지체하게 되어 공지민 홀로 집에서 기다리게 되었다.공지민은 이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예전에 난 직업도 없이 오빠가 날 먹여 살린 거예요?공지민은 며칠 동안 아무런 의욕이 없이 먹기만 했었고 누구도 먼저 연락해 찾은 일도 없어서 자신이 직업도 없었을 거로 생각했다.만약 출근하던 사람이 었으면 며칠 동안이나 사라졌는데 사장님이 직원들더러 연락해보라고 하지 않았을까.연승혁은 사람을 시켜 공지민을 데리고 밖에 나가 바람도 씌우게 하고 싶었지만 온시환이랑 부딪치는 일이 생길까 봐 그러지도 못했다.온시환은 거의 매일 열 몇
“맛있어, 먹고 싶으면 이따 저녁에 나가서 먹자.”동생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그런 염정아가 걱정되어 소매를 잡으며 위로하려 했지만, 옷을 더럽힐까 봐 그러지도 못하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누나, 일하는 거 힘들지?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을 벌어 우리한테 햄버거도 사주고 저녁에도 좋은 거 먹으러 가자고 하겠어.”염정아는 손을 들어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번에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사장도 엄청 좋은 사람이고 월급도 많이 줘.”동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들고 있던 햄버거를 계속해서 허겁지겁 먹어댔다.염정아는 공지민의 계획에 피해라도 줄까 봐 내일 돌아가야 해서 오늘 저녁밖에 시간이 없었다.아이들은 모두 배가 불룩하게 나와서야 밥상에서 일어섰고 동생은 배가 부름에도 토할 정도로 그냥 먹고 있었다.염정아는 동생의 손에 남은 햄버거를 뺏으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배부르면 먹지 말라고, 왜 아직도 그 습관 못 버려?”“오늘 안 먹으면 다음엔 없을가봐...”“이젠 그런 걱정 하지 마. 내 말만 잘 들으면 앞으로 쭉 있을 거야.”“그래, 누나 말 잘 들을게.”염정아는 웃으면서 남은 햄버거를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집에 있던 냉장고는 전에 중고로 샀던 거라 너무 작았고 티비도 화면이 매우 작아 아이들이 한데 모여야만 볼 수 있어서 염정아는 집에 온 틈을 타 냉장고랑 티비를 모두 새것으로 바꾸었다.새 티비는 백 인치라서 화면이 큰 소파에 앉아서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아이들은 너무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췄고 젤 작은 막내 둘까지 신이 나서 소파 위로 기어 올라갔다.염정아는 집 안에 있는 모든것 들을 교환하고 정리 한 다음 몇 시간이 지나 아이들을 데리고 랍스타 먹으러 나섰다.식당에 도착하자 동생은 낯선 환경이라 염정아 곁에 꼭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고 아이들도 처음 보는 주변의 분위기에 큰 소리로 말도 못 하고 있자 염정아는 바로 조용한 방으로 예약해 메뉴판에 있는 음식을 하나씩 전부 주문했
동생의 연락을 받은 염정아는 아이들 생각에 먼저 공지민한테 연락하고 싶었지만, 둘 사이의 약속 때문에 연락도 못하고 결국 온시환에게 연락하게 된 것이였다.염정아가 할 말이 있는 듯한데 뜸들이며 못하고 있자 온시환은 그녀가 집을 그리워하는 눈치를 채고 말했다.“이틀 정도 지연되여도 괜찮을 거예요. 제가 사람 시켜 집에 데려다줄게요.”염정아는 그 순간 얼굴색이 밝아지며 눈시울을 붉혔다.“네, 고마워요 시환씨.”온시환은 말한 대로 그날 바로 사람 시켜 헬기로 염정아를 집에 데려다주었다.집에 도착한 염정아는 방문을 열고 동생이 아이들을 달래고 있는 것을 보았다.동생의 행동은 아주 서툴렀고 정상적인 사람들하고는 비교가 되지만 아이들이 그의 보살핌에 잘 커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염정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문 여는 소리를 듣고 동생은 바로 뒤돌아보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누나!”염정아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능숙하게 아이들한테 분유를 타 주고 빨래를 하기 시작했다.동생은 염정아의 주변만 맴돌면서 금방 통화한 지 얼아도 되지 않은 사람이 이렇게 눈앞에 있다는 것을 보며 꿈만 같게 생각했다.주방을 보던 염정아는 초라하게 놓인 반찬 몇 가지를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너희 요즘 이렇게만 먹은 거야?”동생은 눈빛이 조금 흔들리더니 1분 만에 잘못을 인정하고 아이들에게 햄버거를 시켜줬다고 자백했다.“미안해 누나, 아이들이 아니라 내가 먹고 싶어서 시켰어.”두 남매는 부모님들이 살아 계실 때만 햄버거를 먹어봤었고 지금의 그들에겐 이런 음식들은 사치품이였다.그때 염정아는 집을 나서면서 아래층 마트 아줌마한테 돈을 맡겨뒀는데 동생의 요구에 아줌마가 배달을 시켜준 듯 하였다.염정아는 이 상황이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였다.“먹고 싶으면 우리 오늘도 시켜 먹자.”4억, 그들은 지금 돈이 전혀 부족하지 않았고 공지민이 후에 또 몇천만을 주었다.동생은 또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는 말에 너무 기쁜 나머지 바닥까지 밀고 닦기 시작했다.염정아는 빨
연승혁은 의자를 찾아 앉아 묵묵히 짙푸른 바다를 바라보았고 그의 부하들은 그들을 공격해 온 해커의 추적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시간이 오래 걸리자 연승혁은 귀찮은 어조로 물었다.“얼마나 더 걸려야 되는 거니?”“형님, 이틀은 걸려야 될 듯 해요. 그쪽에서 언제 다시 움직일지 몰라 아직은 추적하기 어려워요. 일단 움직임이 있을 때 추적해 봐야 할것 같네요. 현재 상황에서 보아 신호는 100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거리에서 잡히고 있으니 아마 해역 부근에 있는 것 같아요.”연승혁은 귀찮다는 듯 눈을 감으며 짧게 대답했다.“그래.”연승혁은 제원의 별장에서 나오면서 고용인 아줌마한테 공지민을 잘 돌보라고 지시했다.공지민은 휴대전화를 연승혁에게 빼앗겨 당분간 외부와 연락할 수 없었고 별장에 있는 아줌마는 매일 그녀의 건강 상태를 관찰하며 잘 돌봐주었다.이것 또한 연승혁이 지시한 일이었고 그는 이렇게 감시하며 공지민의 기억이 언제 돌아올지 지켜보고 있었다.별장에서 하루 종일 자고 일어난 공지민은 아줌마가 연승혁에게 회보하며 온시환이 정문 밖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회장님, 저 사람 들여보낼까요?”연승혁이 뭐라고 대답했는지 모르지만 아줌마는 알았다는 대답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시간은 벌써 저녁 무렵이 되었고 공지민은 온 하루 별장 안에만 있었다.온시환은 며칠 동안 공지민의 소식이 끊기자 걱정되어 그녀의 집에 찾아갔지만 할머님의 말에 의하면 공지민은 요 며칠 사람도 보이지 않고 통 연락이 없었다는 것이다.많이 불안해진 온시환은 공지민에게 전화를 몇 번이나 걸었지만 역시 받는 사람이 없었다.당연히 온시환은 공지민의 휴대전화가 연승혁의 손에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연승혁은 공지민의 휴대전화에 뜬 온시환의 부재중 전화를 보고 왠지 모를 불편한 마음이 또다시 생기게 되었다.그러고는 휴대전화를 옆에 두고 더 이상 상대하지 않았다.연씨 가문은 외래인 출입 금지라서 들어가지도 못한 온시환은 차에 앉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 시각 염정
날은 이미 저물었고 조용한 공간엔 선남선녀 둘뿐이라 음침한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승혁은 이건 자신이 시작한 게임일 뿐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공지민이 단순하게 행동 할수록 그녀를 덮치고 싶은 사악한 마음은 점점 더 강해졌고 누나라 해도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있는 한 아무나 그의 여자로 만들 수 있었다.연승혁의 시선은 공지민으로 향했고 쇄골로 부터 아래로 내리 훑어보며 얇은 슬리퍼 한 켤레만 신어 은은한 분홍빛을 드러낸 발등을 바라보더니 당황한 듯 시선을 다시 다른 곳으로 옮겼다.“일이 생긴 거 맞아. 나가서 해결해 봐야 할것 같아.”연승혁은 마음속으로 며칠 후에 돌아와서도 공지민이 이대로 사람을 유혹하면 아무 생각 없이 일단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고 나중에 할머니께 천천히 설명하기로 생각했다.“오빠, 저도 따라가면 안 돼요?”연승혁은 공지민이 이렇게 자신에게 달라붙을 줄은 몰라 입꼬리를 실룩거리면서 말했다.“어딜 따라오겠다는 거야?”“오빠랑 떨어져서 있고 싶지 않아요. 잊고 지낸 것이 너무 많다 보니 오빠가 곁에 있어야 마음이 좀 놓일 것 같아요. 오빠한테 혹시 다른 여자라도 있나요?”“아니, 같이 가도 돼. 근데 내가 어떤 일을 하던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줘.”필경 해결해야 할 일은 피를 보는 일이라서 걱정되는 듯하였다.“괜찮아요. 저 안 무서워요.”연승혁은 밑도 끝도 없는 사람이라 공지민이 이 정도로 말하니 바로 데리고 집에서 나섰다.헬기에 탑승한 후 공지민은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연승혁은 계속 통화만 하고 있었고 전화기 너머로 시끌벅적한 소리가 나자,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이야?”회답이 없자 연승혁은 바로 헬기를 먼저 착륙하게 하고 단번에 공지민을 안아 헬기에서 내렸다.“어떤 상황인지 내가 먼저 가서 상황을 좀 볼 테니 일단 집에 가만히 있어.”“오빠,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공지민의 말에 연승혁은 심장이 무언가에 꽉 잡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제야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