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과연 어머니가 보였다.값진 샴페인 탑 앞에 선 노임향의 몸매는 뚱뚱한 편이 아니었기에 그럴싸해 보였지만 주변의 젊은 종업원에 비해서는 확실히 눈에 띄었다.오늘 노임향의 동영상이 실검에 올랐었으므로 실검을 확인했던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아볼 수 있었다.하지만 정작 노임향은 창피한 줄도 모르고 누군가를 찾는 듯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자신을 찾는 줄 알고 장하리는 눈살을 찌푸린 채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그리고 바로 이때, 술에 취한 듯 벌건 상반신을 그대로 드러낸 남성이 갑자기 구석에서 뛰쳐나왔다.주위의 하객들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아악!”“여기요!”술기운 가득한 웃통을 벗은 남자가 홀에서 행패를 부렸다. 젊은 하객을 안으려고 했다가 또 바닥에 드러누워 뒹굴며 온갖 추태를 부렸다.곧 경호원이 들어와 남성을 내쫓으려 했다.이때 장하리는 추태를 부리는 남성의 생김새를 똑똑히 보았다. 불룩 나온 배와 초점을 잃은 눈, 바로 그녀의 명목상의 의붓아버지였다.노임향이 걸어 나와 남성 앞을 가로막더니, 그의 옷을 들고 황급히 몸을 덮어주었다.“이런 자리에서는 술 마시지 말라고 했잖아요!”“옷 입어요! 빨리!”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 두 사람이 어떻게 이런 고급스러운 연회장에 나타났는지 알고 싶었다.노임향의 눈이 현장을 한 바퀴 훑더니, 그녀의 시선이 결국 서주혁에게로 가 멈추었다.온시아는 서주혁의 곁에 서 있었다. 그녀는 노임향이 나타난 순간부터 서주혁의 안색이 흐려져있다는 것을 눈치챘다.상반신을 드러낸 남자가 술주정을 부리자 서주혁의 얼굴이 또 한 번 어두워졌다.서씨 가문이 개최하는 파티였으므로 분명 서씨 가문을 망신시키려는 수작이 분명했다.서주혁이 물었다.“오늘 밤 선별 담당 종업원이 누구예요?”노임향이 빙그레 웃으며 그를 향해 걸어갔다.“아이고, 우리 사위! 무슨 말씀이세요? 제 딸과 사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만나보러 왔어요. 지난번 인사도 못 드려서 참, 딸 말을 들으니
어르신이 저를 무시하고 지나가도 노임향은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노임향은 오히려 눈을 반짝 빛내며 서주혁에게 말을 걸어왔다.“오늘 파티 정말 성대하네요. 제 평생에 이렇게 호화로운 파티는 본 적이 없어요. 역시 우리 집안 미래 사위답네요! 하하. 여보, 빨리 와서 인사해요.”그녀의 뒤에 서 있는 남자는 옷 한 벌만 걸치고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듯 어깨를 당당히 펴고 서주혁에게 다가갔다.“저는 장하리 아버지입니다. 우리가 하리를 이렇게 오랫동안 키웠으니 두 사람이 함께하고 싶다면 당신은 우리 관문을 먼저 통과해야 합니다.”누가 봐도 돈을 탐내고 한 말이었다.서주혁의 얼굴은 얼음장같이 차가웠다.옆에 서 있던 온시아가 씩 웃더니 사람들 사이 장하리를 바라보았다.“하리 씨, 부모님께 설명 좀 해드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서주혁씨랑 두 사람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 부모님께서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요?”그녀의 말에 노임향이 순간 표정을 구겼다.“잘못 알기는! 하리가 직접 알려준 건데.”온시아가 으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장하리를 바라보았다. 표정은 정말인지 묻고 있는 듯했다.장하리는 사람들 앞을 빠져나오며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곤 등을 곧게 폈다.뒤에서 사람들이 속삭이자 일순간 머릿속이 창백해졌지만 장하리는 다시 성혜인의 말을 떠올렸다.장하리는 크게 심호흡한 뒤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죄송합니다. 예전에 진즉 모녀 관계를 끊어서 이런 난감한 상황이 처음은 아니에요. 하지만 앞으로 이런 자리에는 저를 찾지 말아 주세요. 저는 부모님과 정말 친하지 않으니까요. 어머니께서 저에게 바람을 피운 전 남자 친구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했을 때부터 우리는 모녀가 아니었어요.”노임향은 전에 S.M에서 말썽을 피운 전적이 있었다. 마지막엔 결국 성혜인이 나서서 해결했었다.그때, 장하리는 이미 노임향의 진짜 얼굴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다만 노임향이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뻔뻔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이제 장하리는 더 잃을 체면도 없게 되었다. 하여 오
마지막 한마디를 마친 뒤 장하리는 잔 속의 술을 깨끗이 비웠다.빈 술잔을 예의 바르게 한쪽 쟁반에 올려놓고 주변을 향해 웃어 보였다.“실례했네요.”장하리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너무 논리정연한 말들이었으므로 주위 사람들이 곧 너도나도 귓속말하기 시작했다.맞는 말이지. 어머니가 정말 딸을 사랑한다면 음침하게 계획적으로 이런 중요한 자리에 나설까? 게다가 고의로 행패를 부려 일부러 장하리를 망신시켰다.여린 여자가 오직 자신만을 의지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쉽지 않았다. 장하리가 S.M에서 유명한 워커홀릭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딸을 망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는 친어머니가 있다면 대체 누가 그 서러움을 견딜 수 있을까.장하리를 경멸하던 시선들이 슬픔과 동정으로 변했다.노임향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장하리가 이렇게 모질게 사람들 앞에서 저를 내칠 줄은 몰랐다.모두 빌어먹을 그 성혜인 때문이다.노임향은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고, 돌아서서 서주혁에게 무슨 말을 하려 했으나 그의 표정을 보곤 굳어버렸다.“나가세요.”서주혁이 곁에 서 있던 경호원에게 눈짓했다.노임향은 그의 눈빛이 마치 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 같아 두려워졌다.그녀는 온몸을 덜덜 떨며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그녀보다 오히려 남편이 몸부림치려다 배를 심하게 걷어차였다.남편을 뼛속까지 사랑하는 노임향은 이건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남편이 받는 고통까지 모두 대신하고 싶었다.“이 천벌 받을 연놈들. 여보, 여보 괜찮아요? 장하리 그 미친 계집애가 돈 많이 버니까 우릴 모른 척하는 거 봐요! 여보 화내지 말아요. 제가 다른 방법 생각해 볼게요!”노임향의 말에 사람들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피가 섞인 친딸임에도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한다니. 보아하니 사석에서는 더 심하게 욕할 듯했다.전생에 대체 무슨 죄를 지으면 저런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할까.홀 안은 순식간에 찬물을 뿌린 듯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장하리가 아닌 장하리의 어머니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대체
곧이어 차와 부딪혀 몸이 날아가 옆 산비탈로 떨어졌다.차 안에 있던 운전자가 화를 내며 핸들을 쾅쾅 치며 침을 뱉었다.“시X. 밑으로 떨어졌어. 치어 죽어야 하는데!”“됐어. 비탈로 떨어졌으니 죽지 못했어도 만신창이가 됐을 거야. 일단 가자. 근처에 카메라가 많아. 수십억을 위해 우리까지 일에 가담될 수는 없잖아.”“내려가 볼까?”“보긴 뭘 봐! 가자고. 차 오겠어.”두 사람은 곧 황급히 차를 몰고 떠났다.비가 내렸으므로 도로는 질퍽했다.장하리가 정신을 차렸을 때 하늘은 여전히 캄캄했고, 그녀는 온몸이 아팠다.겨우 몸을 뒤척였는데 뼈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얼굴에는 차가운 빗물이 사정없이 내리쳤고 너무 외진 곳이었으므로 아무도 그녀를 발견할 수도, 대신 신고해 줄 수도 없었다.장하리는 탐색을 위해 앞으로 기어 올라가기 시작했고, 극심한 고통에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렸다. 수많은 바늘이 피부에 박힌 듯한 느낌에 장하리는 손가락을 덜덜 떨고 있었다.땅은 젖어있었고 습기가 몸에 스며들었지만 장하리는 추위도 느끼지 못한 채 살고 싶다는 집념만 강했다.누군가 구하러 오지 않는다면 정말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감각이 없어진 다리를 질질 끌며 겨우겨우 가방 앞으로 기어간 장하리는 가방에 그대로 있는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에서 오직 생존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무의식적으로 단축키를 누른 그녀는 자신이 서주혁에게 전화를 걸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진작 차단당했었다.통화 중이라고 뜨는 전화기에 장하리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손가락을 떨며 계속 전화를 걸었다.이때 서주혁은 병원에서 온시아를 거들고 있었다.금방 위세척을 한 의사는 중독이라고 했다. 노임향 외에 다른 용의자는 없었기에 서주혁은 즉시 사람을 보내 심문하도록 했다.그러나 노임향은 장하리가 시킨 일이라며 입을 다물었다.그는 고민하다 장하리의 차단했던 연락처를 풀었다.막 차단을 푸는 순간 장하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
이곳은 작은 비탈길로 사고를 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위로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했다.아래로 내려가려면 울퉁불퉁한 풀밭을 먼저 지나가야 했다.비로 인해 도로가 더욱 질퍽거렸지만 장하리는 이런 것들을 고려할 겨를이 없었다. 오직 살고 싶다는 생각만이 그녀의 머리를 지배했다.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이렇게 쉽게 죽어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앞으로 한 보 기어가자 온몸의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그렇게 얼마나 기어갔을까, 그녀가 기어간 곳을 따라 핏물이 고였으나 비에 의해 곧 지워졌다.시간의 흐름이 이렇게 고된 적은 없었다. 장하리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 채, 시간관념도 없이 단지 조금 더, 조금 더 기어갈 생각만 했다.앞에 차가 지나다녔다. 길가에 도착한 것 같음을 느꼈지만 소리를 지를 수 없었다.그녀는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길 간절히 빌었다.누구든지 상관없었다. 그저 살고 싶을 뿐이다.한 검은 승용차의 뒷좌석에 강민지가 유리창에 기대어 있었다. 그 옆에는 신예준이, 앞에는 운전자가 타고 있었다.오늘 밤 신예준은 자비를 베풀어 드라이브한다고 했다.하지만 겨우 도로에서 바람을 쐬는 것뿐, 30분 후면 돌아가야 했다.강민지는 도로에 누워있는 한 여인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차 세워요.”차를 몰던 운전자는 멈추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사이드미러로 신예준을 바라보았다.이제 강민지의 명령은 명령이 아니게 되었다. 강씨 가문의 운명이 모두 신예준의 손에 달렸으니까.신예준이 화가 나면 강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쫓겨나야 했다.신예준은 무릎 위에 서류를 올려놓고 조용히 보고 있었다.그는 고오했으며 무심했다.아마 원래 이런 모습이었을 수도 예전의 모습이 가짜였을 수도 있다.운전사가 제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강민지가 신예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차 세워요.”신예준이 느릿느릿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녀를 향하지 않은 채 물었다.“뭐 하게?”강민지가 입술을 짓씹으며 대답했다.“사람 살려야죠
밖에는 여전히 비가 왔고 차는 멈춰 섰다.차 안의 모든 사람들은 침묵을 지켰고 강민지는 신예준이 아직 만족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손을 꼭 쥐자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었다. 강민지는 애써 웃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신 대표님, 무릎이라도 꿇을까요?”강민지는 그저 해본 말이었으나 신예준의 눈이 조금 흔들렸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한 달여 만에 처음 마주친 것이었다.전에는 강민지가 늘 그를 보고 있지 않았으니까.“시도해 보든지.”강민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예준의 속셈은 잘 알고 있다.주저하지 않고 무릎을 꿇으려는 강민지의 손목을 신예준이 확 잡아챘다.“너 자존심은 어디로 갔어?”강민지가 피식 웃었다.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신 대표님 말이 맞습니다. 제가 무릎을 꿇은 적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요.”신예준은 대답하지 않았으나 불쾌감을 느껴 운전사를 바라보았다.“그 여자 상태 봐봐요.”운전사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마다 공기는 죽은 듯 침울했고 분위기는 끝없이 가라앉았다.처음부터 그들과 같은 곳에 있고 싶지 않았으나 기회가 없었다.그는 해방되자마자 차 문을 열고 멀리 엎드려 있는 여자를 향해 달려갔다.부상 상태를 확인한 후 빨리 되돌아왔다.“대표님, 심하게 다쳐서 병원으로 당장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그럼 앰뷸런스 불러요. 사람 시켜서 지키라고 하고.”불빛이 어두웠으므로 운전기사는 장하리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네. 대표님.”신예준이 다시 강민지를 바라보았다.“이제 만족해?”강민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었다. 어쨌든 그녀 역시 인생이 망해가는 중이었으니까.그녀는 대답 없이 아예 눈을 감았다. 눈에 안 보이는 것이 심리상태에 도움 될 것 같았다.장하리는 다른 사람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 사이 S.M의 직원들이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꺼진 상태였다.이틀 후, 병실에서 깨어난 장하리는 한서진과 송아현이 병실에
장하리는 자신이 미움을 산 사람이 누구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일을 이 지경까지 벌일 사람은 온시아 말고는 없습니다.비록 서수연도 그녀를 싫어하긴 하지만, 매번 서수연의 수법은 뻔히 보였기에 대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온시아가 나타나는 자리마다 사람을 불편하게 할 정도로 음흉한 수단으로 일을 벌이곤 했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이렇게까지...하지만 뭘 어쩌겠는가. 장하리는 아무런 배경도 없고 심지어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다. 앞으로 온시아를 피해 최대한 앞에 나타나지 않을 수밖에.장하리는 극한의 무력감을 느꼈다. 서주혁과 관련된 일이라면 모두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하지만 그녀가 모르는 것은 온시아 쪽에도 조금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온시아 역시 이틀간 입원했으며 이 이틀간 노임향이 구속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하지만 노임향은 여전히 장하리가 시킨 일이라며, 장하리는 서주혁의 곁에 다른 여자가 나타나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했다.이 일이 터지니 온씨 가문은 당연히 화가 났고 그 즉시 경찰서로 가서 노임향을 더 엄히 대하라 언질 줬다.동시에 그들은 모든 것을 지시하는 장하리도 싫어했고 S.M에도 대항하려 했다.하지만 이를 온시환은 바로 차단했다.몇 년 동안 온씨 가문에 돌아가지 않은 그는 온씨 가문에 전화 한 통만을 했다.“반승제와 성혜인이 돌아오면 우리 가문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두고 보세요.”제원에서는 아무도 반승제를 쉬이 건드릴 수 없었다.지금은 지명수배를 받은 상태지만 언제 다시 돌아올지 누가 알겠는가.그가 회사를 합병하는 것은 과자 한 조각을 깨뜨리는 것과 같이 간단하고 손쉬웠다. 게다가 반승제는 어느 한번 관례대로 일 처리를 한 적이 없었다.애초에 이런 집안 배경도 없는 여자를 위해 이렇게까지 난동을 부렸는데 그런 그가 할 수 없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지금 반승제가 S.M을 지키고 있다고 하니 아무도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하지만 회사를 건드릴 수는 없어도 장하리는 건드릴 수 있는 것 아닌가?이번에 온시환은 말리지 않
온시아는 장하리의 지난 7년간의 연애를 계속 언급했다. 한 여자에게 7년의 연애가 몇 번이나 있을 수 있을까? 서주혁이 정말 조금이라도 장하리에게 관심이 있다면 어떻게 그 7년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이것은 서주혁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을 것이다.온시아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두 사람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 버리는 것이다.“주혁 씨, 됐어요. 어차피 저 오늘 퇴원하잖아요.”하지만 이때 서씨 가문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지난번 노임향이 연회에서 난리를 치며 이미 서창환의 주의를 끌었던 탓에 어젯밤 서창환은 서주혁을 사무실로 불러 진지한 태도로 장하리와 만난 적이 있는지 물었다.서주혁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부인했다. 그와 장하리는 실제로 사귄 적이 없었고, 전에도 진진한 관계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저 몇억 원 때문에 그녀를 욕보였을 뿐, 둘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고, 애인이라고 할 수조차 없었다.서주혁은 오래전부터 서씨 집안의 후계자로서 발언권이 가장 컸지만, 여전히 할아버지를 매우 존경했다.“주혁아, 네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면 돼. 이미 온시아 그 아이와 결혼하기로 결심했으니, 밖에 여자가 있든 없든 모두 정리해. 게다가 장하리의 집안은...”여기까지 말한 어르신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날 밤 노임향의 행동이 너무 수치스러워서 서창환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서씨 가문 같은 집안이 어떻게 그런 사람들과 사돈을 맺을 수 있단 말인가.“잘 알고 있어요, 할아버지.”지금 어르신이 다시 전화한 것은 온시아의 부상에 관해 묻기 위해서였다. 어쨌든 서씨 가문에서 주최한 연회에서 발생한 일이었기에 서씨 가문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다.온시아의 눈이 반짝이더니 곧바로 어르신께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할아버지, 저는 괜찮아요. 곧 퇴원할 거예요. 주혁 씨가 데리러 왔어요. 네, 알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에 대해 더 이상 추궁할 생각이 없어요. 주혁 씨가 처리할 거예요. 네, 안녕히 계세요.”전화를 끊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