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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네 남편한테 전화해

성혜인은 정신만 희미했을 뿐 감각은 아주 선명했다. 그녀가 타고 있는 차는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고 역겨운 휘발유 냄새 때문에 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계속 귀가에서 들려왔고, 그의 손은 그녀의 몸을 만지작대고 있었다.

차는 폐공장 앞으로 와서 멈춰 섰다. 이곳은 시내와 그다지 멀지 않았지만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는 관계로 아주 으스스했다.

바닥에 내팽개쳐진 성혜인은 겨우 눈을 떴다. 앞에는 두 명의 남자가 서 있었고 끈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생김새는 참 괜찮단 말이야. 이렇게 예쁜 여자는 처음 봐.”

“형님 먼저 하십시오. 저는 마지막으로 맛만 보게 해주시면 됩니다.”

형님이라는 남자는 술배를 흔들거리며 성혜인의 다리를 잡더니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비포장도로의 흙모래 때문에 그녀의 피부는 금세 빨갛게 부어올랐다. 덕분에 정신 차린 그녀는 손을 올려 남자의 뺨을 때렸다.

“꺼져!”

뺨을 맞은 남자는 성혜인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너 죽고 싶냐?”

남자는 바로 성혜인의 뺨을 때렸다. 성혜인의 입안에는 비릿한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눈에는 실핏줄이 터졌다.

남자는 성혜인의 멱살을 잡더니, 그녀의 옷을 확 찢어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처음 겪는 무기력감에 죽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성혜인이 희망의 끈을 놓아가고 있을 때,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오고 누군가가 울부짖는 소리도 들려왔다.

성혜인은 겨우 눈을 떴다. 정장을 입은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고 익숙한 향수 냄새도 났다. 주변에는 물건이 떨어지는 쨍그랑 소리와 남자들의 욕설이 들려왔다. 이 욕설은 금방 애원으로 변했다.

성혜인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 돌 하나를 주어서 꽉 쥐었다. 날카로운 돌 모서리가 손바닥에 박히자 드디어 정신이 조금 들었다. 그렇게 반승제의 얼굴을 본 그녀는 이제야 자기가 누구에게 전화했는지 알아차렸다.

반승제는 성혜인을 훌쩍 안아 올려 자신의 차 안으로 왔다. 겁먹은 납치범들은 구석에서 말 한 마디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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