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승제는 하루 뒤에야 소식을 들었다.서주혁의 차가 떨어져 불에 그슬렸으며, 차에는 불에 타버려 재로 된 시신이 있었으며 현재로서는 누구의 시신인지 구별조차 불가하다고 했다.전화를 통해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마치 머리가 벼락에 맞은 듯 띵했다.전화기 너머 온시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천으로 가는 길에 사고가 난 거야.”“서천에 뭘 하러 가는지는 말 안 했어?”“안 했어.”반승제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벽을 향해 주먹을 쳤다. 손을 부르르 떨며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주혁이 최근에 누구랑 접촉했는지 조사해 봐.”“서천으로 떠나기 전에 만났던 사람은 진세운뿐이고, 다른 한 사람은 부하야. 그 부하랑 주혁이 같은 차를 탔는데, 죽은 사람이 서주혁인지 부하인지는 아직 몰라. 시신이 다 타버려서 DNA 감식 기다려야 해.”온시환의 떨리는 목소리를 보아 그 역시 크게 당황했음을 알 수 있었다.반승제는 얼른 돌아가고 싶어졌다. 그는 서주혁이 자신을 대신해 맡은 일로 인하여 사고를 당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그가 한국을 떠난 이후 모든 신원정보가 제한되었으므로 밀입국을 제외하고는 귀국할 도리가 없었다.밀입국은 본디 범죄이다.그는 심호흡한 뒤 국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하여 서주혁의 상황을 확인했다.현재 제원 병원의 복도는 이미 서씨 가문의 사람들로 가득했다.감정인이 감식 결과를 들고 왔다.“사망자는 서주혁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복도는 순식간에 고요해졌고 곧이어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온시환의 입에 물려있던 담배가 바닥에 떨어졌다.가빠오는 호흡을 겨우 진정시키고 온시환은 서둘러 반대편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리곤 방금 수술을 마친 진세운을 찾아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감식 결과가 잘못된 거 아냐? 서주혁이 어떻게 죽어? 분명 무슨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해. 빨리 가서 다시 검사해 보라고 해봐!”세 시간 동안 수술을 진행하고 새벽 세 시에야 끝마쳤으므로 진세운의 얼굴에는 기진맥진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그저
온시환은 그녀를 더 생각하지 않고 바로 액셀을 밟았다.혼란스럽다. 모든 게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반승제는 해외로 갔고 서주혁은 목숨을 잃었다.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하늘을 뒤덮어 제원의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았다.몇 킬로메터를 쉬지 않고 달리던 온시환이 문득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다.그는 눈살을 찌푸린 채 핸드폰을 꺼내 반승제에게 전화를 걸었다.“나 생각이 났어. 서주혁이 말하길 네가 맡기고 간 일에 모든 정력을 쏟아붓겠다고 했어. 서천으로 출발하기 전에는 병원에 대한 자료를 조사했고.”반승제는 창가에 서 있었다. 그는 먼 곳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당분간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내가 이쪽 사람 시켜서 조사하게 하고 있어.”“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어! 내가 지금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알아? 난 지금 그다음 죽을 사람이 진세운일까 봐, 혹은 나일까 봐 무서워. 와중에 우릴 적으로 돌리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난 지금까지도 서주혁이 죽었다고 실감이 되지 않아. 적어도 이런 방법으로 가진 말았어야 한다고.”반승제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조만간 한국에 들를게.”“너 미쳤어?”온시환이 대뜸 화를 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지금 제원 상황이 복잡해. 특히 네가 떠난 이후로 더. 백겸은 쓰러진 뒤로 지금까지도 깨어나지 못했고, 상부에서도 널 도와주지 않는다며. 네 아버지도 널 반씨 가문에서 쫓아내겠다는데! 네 손에 그 주식들만 없었으면 넌 진작부터 반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네 집안 사람들은 죄다 반승우의 안위만 걱정하고 있어. 심지어 네가 반승우를 질투해서 출국시킨 줄 알아. 게다가 네가 김씨 가문 회사를 마구 인수한 뒤로 업계에서 그 이상한 소문을 믿는 사람이 더 많아졌어.”온시환이 담배 한 대를 꺼내 물었다. 불에 타 거의 재가 된 서주혁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일단 돌아오지 마. 서씨 가문에서도, 상부에서도일을 조사할 테니까. 지금 돌아오면 괜히 안 좋은 일 당할 수 있으니까 일단 네 일부터 끝내.”전화
사무실 내부는 조용했고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커튼의 절반은 캐비닛에 가려져 있었고 창문 역시 커튼에 의해 가려져 있었다.진세운은 폰을 꺼내 들어 온시환에게 전화를 걸었다.사무실은 아무 소리 없이 고요했다.그는 전화를 끊고 사무실 문을 다시 닫았다.문이 닫히자 온시환은 커튼의 한 귀퉁이를 젖혔다.두께가 꽤 되었으므로 커튼을 치기만 하면 밖의 햇빛이 얼마나 강한지를 막론하고 사무실 내부는 밤처럼 깜깜했다.커튼을 젖힌 그가 사무실에 서 있는 한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진세운이었다. 문을 닫는 소리만 내고 사무실을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그러나 문이 닫히는 소리에 온시환은 그가 떠났을 거라 당연하게 생각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온시환은 애써 웃으며 손으로 눈을 비비며 막 잠에서 깬 척 연기를 했다.“언제 왔어?”그는 하품하며 눈을 게슴츠레 뜨고 창가에서 내려왔다.진세운이 그를 몇초 간 빤히 바라보더니 물었다.“여태 잔 거야?”“응. 낮에 있었던 일이 좀 충격이 컸는지 깜빡 잠에 들었나 봐. 허리도 시리고 등도 좀 아프네.”그가 또 한 번 하품을 크게 하자 눈가에 자연스럽게 눈물이 맺혔다.“넌 이제 돌아가려고?”온시환이 휴대폰 화면을 힐끗 보더니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뭐야, 전화했었어?”“시환아, 우리가 안 지 이제 몇 년 됐지?”“20년 좀 넘게.”사무실 안의 분위기는 고요했다. 문에 기대고 선 진세운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렇게 오래됐는데, 거짓말할 때 물건 돌리는 버릇은 아직도 못 고쳤네.”그의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온시환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빈손을 보고 나서야 그는 자신이 조금 전 대답하면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는 것을 떠올렸다.순간 등에 소름이 오소소 돋으며 몸이 굳어버렸다.진세운이 가볍게 웃음 짓더니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태연히 말했다.“장난이야.”사무실 안의 분위기가 더욱 기괴해졌다. 산소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숨이
플로리아에서.국내에서 반승제의 세력이 제한됨으로 인해 그에게 소식이 닿는 속도 역시 느려졌다.그는 여전히 서주혁의 죽음에 대해 어딘가 의심쩍다 생각하고 있었다.그러나 여전히 서주혁에게 감히 전화를 걸지 못했다.백겸은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만일 서주혁과 반승제의 결탁관계가 드러나면 반승제는 결코 법의 심판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머리는 해외에 머물러야 함을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서주혁이 정말 목숨을 잃었다면 모두 자신이 넘긴 임무 때문일 텐데 어떻게 냉정할 수 있겠는가.반승제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욕실로 들어가 세수했다. 욕실에서 나왔을 땐 장미 누나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배현우 쪽에서 하겠다네.”배현우는 탄생하면서부터 본능적으로 반승우에 대한 거부감이 극에 달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반승우의 업적을 반복해서 상기시켰으니 아마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방에서 끌려 나오면서도 배현우는 분노 가득한 얼굴로 반승제를 노려보았다.당장이라도 달려가 주먹을 휘두르고 싶었지만 두 손, 두 발에 모두 족쇄가 채워져 있었으므로 2미터 밖으로 갈 수 없었다.그는 반승제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가볍게 웃었다.“고작 연구기지에 관한 일 아닌가? 난 그쪽 기억은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니 더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은데.”“그럼 반승우 나오게 해. 형은 알고 있으니까.”“나도 나오게 하고 싶거든? 걘 이미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는 바람에 이제 나올 힘도 없어. 성혜인이 있어야 반응이라도 있지.”성혜인을 언급하자 반승제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반승제가 동요하는 것을 눈치챈 배현우가 사악한 모습으로 고개를 들었다.“네 형은 성혜인을 사랑해. 죽다가도 살아 돌아올 만큼. 연구기지에서 끝까지 실성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성혜인과의 약속을 잊지 않고 마음에 새겼기 때문이야. 넌 그저 운이 좋아서 네 형이 돌아오지 못할 동안 자리를 빼앗은 거야.”“운도 실력이지.”예전의 반승제였다면 형과 성혜인의 이야기를 들었
장하리가 떠나려는 유해은을 붙잡고 몇 마디 당부를 건넸다.“이번 일로 괜히 또 마음 주지 말고 알아서 잘해야 해요. 어렵게 벗어났잖아요.”유해은이 자신 있게 장하리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걱정 마요. 저 그동안 연예계에서 단련 많이 했어요.”단련?백현문 때문에 상처 받지 않았다면 과연 단련이 이 정도로 되었을까.장하리가 떠나고 유해은은 곧바로 스카이웨어로 향했다.스카이웨어는 제원시의 모든 부잣집 자제가 모이기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다.백현문은 최근 위세가 대단했다. 백씨 가문의 풍기를 숙청한 이후 그는 가문의 손색 없는 가장이자 모든 자원을 장악하는 사람이 되었다.게다가 원씨 가문의 미치광이와 함께다. 두 미치광이가 만났는데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그러나 사람들은 백현문이 한 여자 연예인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심지어 남자와 침대에서의 사진으로 유명세에 오른 뻔뻔한 여자 연예인.비록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 역시도 그저 명성을 바라는 천한 여인이라는 사실을 덮어줄 수 없었다.백현문처럼 고귀한 인물이 도대체 무엇에 홀려 그 연예인을 좋아하게 된 건지 알 수 없다. 이 몇 년간 백현문이 이성에게 잘해준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구설수 많은 연예인을 좋아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그러나 모두 이런 생각을 감히 입에 올리지는 못하고 백현문을 떠받들 뿐이었다.유해은이 스카이웨어에 도착했을 때 입구를 지키고 있던 종업원이 그를 힐끗 보았다.최근 연예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유해은은 남자 스타와 찍은 한 사진 한 장으로 연예계에 풍파를 일으킨 뒤 할리우드 출연까지 알려지며 단숨에 톱스타로 떠올랐다.아무도 감히 그녀와 같은 독기 가득한 길을 걸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라도 그녀는 확실히 성공했다.남자 종업원이 그녀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 보였다. 공개된 사진 속에서 노출은 없었지만 몸매가 좋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러한 몸매를 싫어하는 남자는 아마 이 세상에 없을
유해은은 끈나시 원피스에 얇은 카디건 하나를 걸쳤는데 매우 우아해 보였다.백현문은 그녀가 걷는 매 발걸음이 자기 심장을 짓밟는 것 같았다.최근 백현문은 줄곧 유해은과 만나고 싶어 했지만 유해은은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았다. 완전히 그에게서 뒤돌아선 것이다.유해은은 대외적으로 이미 스캔들에 함께 휘말린 남자 친구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와 허민환이 언제 헤어질지 궁금해했지만 두 사람은 그들의 기대를 짓밟기라도 하듯 틈틈이 SNS에 연인 사이를 티 내곤 했다.백현문은 이미 연예계에 대해 적지 않은 지식을 알고 있었다. 비서가 그에게 이르길, 일종 영업방식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인기를 동시에 올리기 위한.“해은 씨.”그가 유해은을 품에 안고 탐욕스럽게 그의 체향을 킁킁 맡았다.전에 향기가 짙다고 향수를 싫어하던 유해은이 이제 듬뿍 뿌리고 다닌다.“오늘 무슨 향수 뿌렸어요?”“직접 제작한 건데, 향 좋아요?”전혀 헤어진 커플로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의 대화.유해은은 자신이 그의 기분에 맞춰주지 않으면 도움받지 못할 것을 잘 알고 있다.“네. 좋네요.”“현문 씨 도움이 필요해요. 서주혁 씨가 사고를 당했다고 들었는데 정말 죽은 건지, 차를 몰고 나간 밤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람을 보내서 확인해 줄 수 있나요?”그 누구든 백현문의 도움을 받으려면 좋은 말로 잘 구슬려가며 눈치를 보아야 한다.유해은은 태연하게 그의 품에서 그를 향해 웃어 보였다.“저한텐 중요한 일이에요.”백현문이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눈을 맞췄다.전이었다면 유해은은 초롱초롱한 예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팔을 이리저리 애교 부리듯 흔들며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네? 안 돼요?”그러나 지금 유해의 말투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그녀의 눈에 백현문은 그저 사건 조사를 더 쉽게 하도록 도움을 주는 백 대표일 뿐 좁은 방에서 스킨십하며 설렘을 느끼게 하던 백현문이 아니다.그의 동공이 잠시 흔들렸다. 그는 눈을 깜박거리더니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룸문이 갑자기 열리며 재벌 2세들이 우르르 들어오려 했다. 그리고 마침 공교롭게도 그들은 백현문이 누군가의 치마를 찢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유해은이 그들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 재벌 2세들은 그녀가 스카이웨어의 접대녀라 생각했다.“대표님 부럽습니다.”“대체 어떤 아가씨가 백 대표님 마음을 움직인 겁니까?”그들은 백현문의 화난 안색을 눈치채지 못한 듯 여전히 소란스럽게 말하고 있었다.백현문은 자신의 윗 정장을 벗어 유해은의 다리에 둘러주고는 재벌 2세들에게 소리쳤다.“나가. 당장.”그의 험상궂은 표정에 놀란 사람들이 꽁무니 빠지게 바로 도망갔다.문이 닫히고 깜짝 놀란 백현문은 요동치는 심장을 애써 가라앉히려 노력했다.“이미 조사하게 했으니 늦어도 오늘 밤까지는 결과가 나올 거예요. 집에 데려다줄게요.”유해은은 꼿꼿이 선 채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차오른 눈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그는 얼른 위를 쳐다보며 눈물을 참고는 돌아서서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정말 대단하세요. 돈도 있고 권력도 있고. 전 정말 사람 보는 눈이 없나 봐요. 이렇게 카리스마 있으신 분을 어떻게 배달원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을까요?”참 어리석기도 하지. 배달원이라는 거짓말에 속아 바보처럼 몸을 내주었다.백현문은 문 앞에 선 채로 비수가 꽂힌 듯 아린 심장을 애써 무시했다.그는 문을 열어 복도의 시원한 공기가 들어오도록 했다. 방 안이 답답하게 느껴져서.“데려다줄게요.”유해은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다.그러나 스카이웨어 밖을 나오자 그녀는 자기 차에 올라탔다.“대표님, 괜찮아요. 저녁에 다시 촬영하러 가야 해서요.”순식간에 마음이 공허해진 듯한 마음에 백현문이 다급히 물었다.“서주혁의 일이 궁금하다면서요. 친구한테도 도와달라고 했는데, 원씨 가문과 백씨 가문이 다 조사에 참여했으니 새벽 전에 결과를 알수 있을 거예요.”잠시 고민한 유해은은 차에서 내렸다.“그럼 현문 씨 집에 가서 결과 기
남성이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들이 타고 있는 선박은 크지 않으며 소형 화물을 운송하는 데 사용된다.선박의 가장자리로 자리를 옮겨 사람을 확인한 남성은 가볍게 웃었다.“보물단지를 건졌네. 백현문한테 연락해 봐. 사람 찾았다고.”부하가 즉시 서주혁을 건져 올렸다.완전히 혼수상태에 빠진 서주혁은 온몸이 뜨거운 데다 상처도 곪아있어 치료가 필요했다.백현문의 연락을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사람을 찾았으므로, 원철은 기분이 좋은 편이었다.그는 갑판 위의 남자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당장 의사에게 진찰받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최근 서씨 가문에서는 장례식을 치르는 준비를 하느라 바삐 보내는 것 같았는데, 그 장본인이 이렇게 물에 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원철은 소위 부잣집의 비밀 따위 파헤치고 싶은 흥미는 없었다.“배 얼른 뭍에 대고 의사 불러.”“어르신, 간병인은 안 보내십니까?”“필요 없어. 이 자식 친구 반승제란 놈이 얼마 전에 내 화물 운반작업을 망친 적이 있어. 이대로 죽이지 않는 건 다 내가 백현문 그놈 체면 봐줘서 그러는 거야.”부하가 목을 움츠리며 더 이상 질문하지 못했다.이곳은 제원과 거리가 조금 먼 곳으로, 제원에서 100km 떨어진 한 작은 도시였다.곧이어 배가 뭍에 오르고 서주혁은 보잘것없는 작은 별장에 옮겨졌다.한편 연락을 받은 백현문은 서주혁이 아직 살아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전화를 끊은 그가 유해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서주혁은 지금 원철 손에 있어요. 원철은 절대 간병해 주지 않을 테니 제가 사람을 보내야겠어요.”“아니요. 제가 반 대표님께 연락해서 물어볼게요.”유해은의 말에 백현문의 안색이 눈에 띄게 흐려졌다.전에 그들과 일면식조차 없던 유해은이 이제 매우 친해진것 같아 보였다.백현문은 그녀가 핸드폰을 꺼내 능숙하게 반승제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줄곧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들려올 줄은 몰랐다.한참 후에야 그가 입을 열었다.“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