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랑은 먼저 귀국한 황소연을 잊지 않았다.황소연이 탄 것은 국제선이라 중간에 다른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지만 지금 시간이라면 이미 서해에 도착했을 것이었다.핸드폰은 황소연이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에 그곳에서 사 주었다. 따로 움직이다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어 그곳에서 핸드폰을 사 준 것이다.점심을 먹은 후 강하랑은 황소연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그 전에 단유혁은 이미 그녀에게 황소연 오빠의 유골을 찾아냈으니 필요한 정보만 등록하고 나면 황소연 오빠의 유골을 무사히 데리고 올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이것은
“왜 나 때문인데? 하랑이 지금 날 원망하는 거야?”그러자 강하랑이 설명했다.“네가 조지 그 짜증 나는 놈한테 자꾸 귀국하는 날 방해하게 했잖아. 너 때문이 아니면 누구 때문이야? 걔가 날 평소에 얼마나 싫어했는지 잘 알면서 걔를 나한테 보내고. 내가 조지한테 분명히 말했어. 일단 귀국하고 나서 너한테 직접 말하겠다고. 근데 걔가 내 말 귓등으로 듣잖아. 흥, 네가 보낸 조지 때문에 내가 얼마나 놀랐는데 나더러 너한테 가라고? 꿈 깨셔!”육안으로도 화면 속 남자의 안색이 얼마나 부드러워졌는지 알 수 있었다.비록 여전히 미소를
말을 마친 뒤 연바다는 다시 카메라를 황소연의 방향으로 돌렸다.그는 웃으며 말했다.“황소연 씨, 제 말이 맞죠?”황소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미소를 지어보려고 했지만, 입꼬리는 그녀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하는 수 없이 최대한 침착한 모습으로 강하랑에게 말했다.“연바다 씨는 잘생기고 저한테도 잘, 잘해주고 있어요. 연바다 씨 때문에 겁먹지 않았어요.”“...”너무도 어색한 어투라 누가 들어도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강하랑의 머릿속엔 갑자기 인터넷에서 떠돌던 밈이 떠올랐다.‘위험한 상황이라면 당근을 흔
“연바다!”강하랑은 더는 듣고만 있을 수 없어 기회를 틈타 말했다.“소연 언니가 별로 내키지 않는다고 네가 말했으니까 소연 언니는 그냥 내버려 둬. 게다가 소연 언니를 데리고 귀국한 것도 그냥 가는 길이 같아서 같이 온 것뿐이야. 딱히 큰 도움을 주지도 않았다고. 그러니까 이 일로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지 마. 괜히 내가 정말로 엄청난 노력을 해서 도와준 것 같잖아.”“하랑이 네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연바다는 가볍게 혀를 찼다. 핸드폰엔 여전히 황소연의 모습만 담겼다.그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싸늘한 눈빛으로
강하랑은 다시 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난 영호의 길을 잘 몰라. 내비가 있다고 해도 여긴 운전대가 반대 방향이라 익숙하지도 않고. 게다가 네가 아침에 도착하게 되면 난 그때 눈을 뜨지도 못했을 거야.”“그렇긴 하네.”연바다는 웃으며 강하랑의 말에 대답했다.“그럼 이렇게 하자. 내일 점심에 미리 자리 잡아줘. 내가 네 새 친구를 데리고 그곳으로 갈게, 어때?”“응, 그래. 그럼 내일에 보는 거로?”“응, 내일 봐.”전화는 끊겼다.화면 속에 있던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도 사라졌다. 핸드폰이 자동으로 잠금 되자마자 남자는
차 문이 닫혔다.열어두었던 창문도 스르륵 올라가고 연바다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려왔다.“황소연 씨가 내가 하는 일에 최대한 협조했으면 좋겠네요. 비록 황소연 씨 목숨은 보장할 수 있지만, 피를 보지 않을 거라곤 보장 못 하거든요.”그가 손을 휘젓자 창문이 바로 닫혔다.차 안에 있던 사람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연바다는 부하와 함께 자리를 떴다.황소연이 지금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 그와 상관없는 일이었다.“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지?”남자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는 방금 자신에게 태블릿을 건넨 부하를 빤
저녁.강하랑은 단원혁과 함께 정씨 가문으로 갔다.연바다의 일은 그녀가 간단하게 설명했었기에 단원혁과 단유혁은 그녀에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연바다가 그녀를 데리고 갈까 봐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그저 지금 연바다가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을 인질로 잡고 있어서 두려운 것이었다.황소연이 인질로 잡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그러나 지금은 먼저 정수환을 만나 뵙는 일이었다.선물은 단원혁이 미리 준비해 두었다.강하랑은 원래 오후에 나가서 정수환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사러 가려고 했었다
“가자.”정씨 가문 본가는 보일러를 틀고 있었기에 추운 바깥과 달리 집안은 아주 따듯했다.너무도 따듯하여 창문엔 뽀얀 김이 한층 생겼고 꼭 일부러 반투명한 유리를 설치한 것처럼 보였다.도우미는 얼른 달려 나와 그들의 겉옷을 받아들었다. 이내 거실에선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말이지 자기가 무슨 연예인인 줄 아나? 몇 년 동안 한 번도 오지 않다가 갑자기 찾아오고 말이야. 오랜만에 한 번 찾아왔다고 모든 집안사람이 움직이고. 허, 아주 대단한 인물 납셨네, 납셨어!”그러자 누군가가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오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