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문 앞에 서 있는 남자의 기세가 너무 세서 그런지 그의 기억 속 ‘보호자'의 이미지와 차이가 나도 너무 났다. 의사는 반가운 마음에서 두려운 마음으로 바뀌었다.그는 옆으로 한 발짝 피하면서 병실로 들어올 수 있게 길을 내주었다.“어르신께서 보호자님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환자는 절대 안정이 필요한 상태이시니까 환자의 감정이 격해지지 않게 주의해 주세요. 환자를 자극하는 말은 되도록 하지 말아주세요.”연바다는 의사를 힐끗 보았다. 평소의 느긋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차가운 눈빛이었다.
연성태는 연바다의 호칭에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그의 두 눈이 커지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지금, 지금 나한테 뭐라고 한 거냐?”연바다는 입꼬리를 올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부 알고 계시잖아요. 그러니까 거기 누워서 나의 하랑이가 무사하길 바라고 있으세요. 만약 하랑이가 어디 다치기라도 한다면 할아버지가 가르치신 그대로 천 배 만 배 되돌려 드릴 테니까요.”연성태는 두 눈을 부릅뜨면서 그를 향해 손가락질했다.“너, 너!”한참 입을 벙긋거렸지만 제대로 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을 마친 뒤 연바다는 더는 병실에 남아 있지 않았고 나가버렸다.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부서지는 소리는 아무리 크게 들려도 못 들은 척했다.병실 안에 있는 연성태는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손에 잡히는 물건은 대부분 전부 던져 부숴버렸고 심지어 의사가 금방 걸어준 수액도 확 빼서 바닥으로 던졌다.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예전에 그가 화를 내면 누군가가 다가와 진정시켜주면서 어지럽힌 바닥을 깨끗하게 청소해주기도 했었다.그러나 지금은 다가오는 사람 한 명도 없었다.핸드폰도 연바다가 가져가고 문 앞을 지키던 경호원도 연바
그녀는 작은 창문에 기대어 북두칠성을 보다가 다른 별자리도 없나 찾아보면서 속으로 하늘에 떠 있는 별이 우주에 존재하는 별일까 아닐까 생각했다.어쩌면 그녀들이 타고 있는 배 위로 나라에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이 지나갔을지도 모른다.“하랑 씨, 또 하늘의 별을 보면서 로맨틱한 상상을 하고 있는 거예요?”강하랑은 이미 창가에 기대어 앉은 지 30분이란 시간이 지났다. 황소연이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온 뒤에도 강하랑은 계속 하늘의 별을 보고 있었고 결국 황소연이 장난스레 말을 건 것이다.그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답했다.“딱히 심
강하랑은 사실 그다지 나가고 싶지 않았다.비록 바깥의 풍경이 예쁘고 햇볕도 따스하고 갑판 위에서만 드넓은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하나 목숨이 더 소중했다.그녀는 그렇게 죽게 될까 봐 두려웠다.강하랑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눈치챈 이혁진이 친절하게 말했다.“단하랑 씨, 걱정하지 마십시오. 갑판 위로 올라가도 저희 쪽 직원이 안전하게 함께 가줄 것입니다. 반드시 단하랑 시를 안전하게 지켜준다고 보장하죠.”강하랑은 그의 말에 딱히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그들은 서로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만약 그녀가 배에서
만약 그 작은 창고 방에 마실 것이 없다면 밖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마실 것도 가져다주지도 않을 것이고 갈증이 난 사람들은 역겨운 짓도 했을지도 모른다.인간은 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한다.그리고 지금은 조금 호화로운 방에서 지내게 되었다. 꼭 납치를 당한 것이 아닌 어딘가로 놀러 가는 기분이었고 점차 요구 사항도 많아지게 되었다.이 말은 황소연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강하랑은 완전 공감했다.긴장이 풀리기만 하면 조금의 고생도 하기 싫어한다.이틀 동안 그녀는 아주 편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방에서 아침을 먹은 뒤
“막내야, 이어폰 같은 거 없어? 있으면 끼고 할래?”단유혁의 웃음기는 빠져 원래의 무뚝뚝하던 모습으로 다소 돌아왔다.그는 그녀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다 이어서 바다가 예쁘다는 둥 감탄하는 말을 하여 순간 강하랑은 환청을 들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청력을 의심하지 않았다.이혁진이 그녀에게 이어폰 같은 것을 가져다주었었다. 행여나 부잣집 아가씨가 가족과 통화하는 내용을 다른 누군가가 듣는 것을 부끄러워할까 봐 말이다.그러나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고 이어폰을 착용한다면 음량을 크게 높여야
다른 것은 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배에서 음식을 공수하려면 오르내릴 곳이 있어야 했고 그들의 마음대로 막 공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배의 상황도 고려해야 했다.강하랑은 웃으면서 단유혁의 말에 대답했고 최대한 부드러운 분위기로 풀어보려고 노력했다.물론 단유혁의 요구도 듣고 있었다.단유혁이 안심할 수 있게 화면을 오른쪽으로 돌린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선창에 숨은 두 사람이 대체 뭘 할 것인지 지켜보기 위해 돌린 것이다.화면을 돌린 후 비록 거리가 조금 있긴 했지만 두 사람이 하는 행동을 지켜볼 수 있었다.강하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