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랑은 이 일에 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최근 며칠 동안 무슨 영문인지 깊이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팠기 때문이다.다른 일은 괜찮았다. 하지만 연바다 혹은 과거에 관한 일이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래서 이건 신나게 놀러 나와서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놀러 나왔으면 최선을 다해 놀아야지. 여기서 골치 아픈 생각을 하는 건 주말에 야근하는 것과 다름없어. 효율 없는 쓸데없는 생각이야.’이렇게 생각한 강하랑은 복잡한 생각을 전부 떨쳐냈다. 마침 이때 차는 호텔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차량 뒷좌석에 잔뜩 쌓여 있는 잡동사니를
“우리 경기장에서 마주친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닌데, 왜 이렇게 차가워요. 난 그냥 걱정하는 것뿐이잖아요.”버섯은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아무 말이나 했다. 그의 태도는 마치 단오혁과 친구라도 되는 것 같았다.반대로 단오혁은 표정 한 번 안 변하면서 말했다.“필요 없어요.”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떠났다. 상대의 기분은 안중에도 없었다.단오혁에게 무시당한 버섯의 안색은 당연히 좋지 못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단오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잘난 척하기는. 경기 한 번 못 나가는 손가락 병신 새끼 주제에 아직
전화를 끊은 단오혁은 미소 머금은 얼굴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경기장에 가려는 팀원들에게 말했다.“난 점심 따로 먹을게. 동생을 데리러 갔다가 다시 오는 건 귀찮아서. 너희들끼리 점심 맛있게 먹고 경기 보러 가.”“뭐예요? 요즘 여자친구를 동생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어요?”XH의 팀원들이 대답하기도 전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오혁은 목소리가 울려 퍼진 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어젯밤 복도에서 만났던 버섯을 발견했다.그 순간 단오혁의 얼굴은 차갑게 식었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XH의 팀원들에게 인사했다.“먼저 갈게
4강전은 오후 2시에 시작한다. 먼저 패자부활전이 있고, 그다음 4강전이 있는데, 이번 경기의 승자가 내일 XH와의 결승전에 진출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틀 연속 경기하는 팀이 생긴다는 말이다.버섯이 속한 청훈도 오늘 경기가 있다. 그들의 현재 포인트 순위는 6위로 오늘의 경기에서 지면 바로 집에 돌아가야 했다. 패자부활전에 참가할 기회 역시 없었다.이게 바로 포인트가 적은 팀의 슬픔이었다.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건 대단하지만, 남들과 달리 그들에게는 부활할 기회 하나 없었다.오늘 경기에서 이기면 청훈은 레전드가 될 것이다.
강하랑은 단오혁의 표정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우아하게 식사를 계속했다. 원래도 그를 놀리려고 한 말이기에 더 이상 따져 물을 것은 없었다.단오혁도 당연히 그걸 보아냈다. 그녀는 절대 가만히 당하고 있을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어제 그가 지하철역에서 구경만 한 일을 속에 담고 있었겠거니 했다.계속 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고기나 구웠다. 그리고 그릇을 거의 비운 다음에야 다시 말했다.“너 오후에는 경기장에 갈래? 아니면 나가 놀래?”강하랑은 이미 배불리 먹었다. 고기를 하도 많이 먹으니 느끼해서
단오혁과 달리 그녀를 대하는 단유혁의 말과 행동은 아주 부드럽고 다정했다.복슬복슬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강하랑의 얼굴을 보았다. 한참 지나서 그는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인터넷을 보다가 우연히 네가 오혁이랑 같이 있는 걸 알게 되었어. 마침 최근에 하고 있던 프로젝트가 끝났거든. 그래서 겸사겸사 쉴 겸 너 보러 온 거야.”“정말 우연이네요!”강하랑은 예상하지 못한 듯 눈을 크게 뜨다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슬쩍 단오혁을 돌려 까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마침 우연히 오혁 오빠가 오후에 다른
심지어 강하랑이 자리를 피하자 노란 머리 양아치는 그대로 따라와 질척였다.결국 참지 못한 강하랑은 노련한 모습으로 양아치를 어깨로 메쳤다.이 사건은 별다른 뜻밖의 사고 없이 원만하게 잘 해결되었다.하지만 방 안에 있던 두 사람은 서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서늘한 기운이 맴돌았다.특히 단오혁의 안색은 어두워지다 못해 잿빛이 되었다.숨 막히는 정적을 깬 사람은 단유혁이었다.“좋은 의도로 사랑이를 여기로 불렀다는 거 알아. 하지만 사랑이는 처음 혼자 외출해 보는 거잖아. 그래도 최소한 믿음직스러운 사람을 붙여줬어야지. 이 사
강하랑은 반 시간 뒤에서야 깨어나 빠르게 화장을 고친 뒤 단유혁에게 문자를 보냈다.3분 뒤, 준비를 마친 그녀는 핸드백을 들고 호텔 방에서 나왔다.고개를 들자마자 제자리에서 우뚝 멈추어 설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곧은 자세의 남자가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선을 얼굴에 두니 또 그렇게 이상해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강하랑은 순간 얼떨떨해졌다.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일부러 시크한 척하는 단오혁인지 아니면 단오혁인 척하는 단유혁인지 헷갈렸다.한참 지나서야 머뭇거리며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