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시.강하랑의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다음 연바다도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가 가십거리에 관심 있어서 알게 된 것은 절대 아니다. 이번 일도 다리가 부러져 병원 침대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는 심심한 영혼 덕분에 알게 되었다.앨런은 흥미로운 가십거리 하나 발견한 순간 곧장 연바다와 공유했다. 누군가의 고양이가 싸우는 영상까지 공유할 정도였다.연바다는 싫어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괜히 그를 차단했다가는 중요한 소식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오늘도 회의를 끝내고 나와 보니 앨런의 대화창에 30여 개의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그
성운시.차에서 이동할 때 강하랑은 인터넷에서 일어난 일을 얘기하지 않았다. 샤부샤부 가게에 도착한 지금은 식욕에 이성을 지배당해 더욱 얘기할 시간이 없었다.양념과 밑반찬은 셀프였다. 주문을 마친 그녀는 셀프 코너에 가서 이것저것 주워 담았다. 단오혁이 혼자 앉아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이다.그는 눈에 띄게 오매불망 강하랑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를 알아본 팬이 사인 혹은 사진을 요청하면 일일이 응했다. 하지만 강하랑이 양손 가득 음식을 들고 오는 걸 발견하고 나서는 전부 거절했다.팬들도 단오혁의 시선에 따라
“응?”단오혁은 젓가락까지 내려놓고 강하랑을 바라봤다. 그녀가 어떤 말을 할지 기대하는 표정이었다.하지만 강하랑은 곧바로 말을 잇지 않았다. 고기를 한참이나 우물거린 그녀는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오빠, 나랑 스캔들 난 심정이 어때요?”“넌 어떤데?”강하랑은 잠깐 고민하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우웩?”“우웩!”“...”솔직히 스캔들을 처음 봤을 때 그녀는 진짜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화장실에서 식사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단오혁이 자신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건 또 불쾌했다.“그거 무슨
전화를 끊은 다음 연바다는 의자에서 일어나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LC그룹의 대표이사실은 가장 위층에 있지 않았다. 그래도 낮은 층수는 아니라 서해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연바다는 아주 오래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깊은 산 속에서 강하랑과 함께 밤하늘을 바라보던 그날... 그날도 오늘처럼 밝은 달이 떴었다. 먼 곳에 있는 별 하나 빼고는 다른 별이 보이지 않았다.분명히 같은 풍경이지만 연바다의 심정은 아주 달랐다. 강하랑이 곁에 없는 지금 이 순간 그는 짜증이 나기만 했다. 특히 메일의 내용이 다시 떠오르면서 걷잡을 수
연바다가 남긴 문자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지금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 묻고 있었다. 하지만 문자를 이렇게 많이 남긴 걸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강하랑은 지금 연바다에게 전화를 걸어도 될지 약간 망설여졌다. 어젯밤 다퉜던 기억이 아직 생생해서 꺼려졌던 것이다.만약 예전 같으면 그녀는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저를 넘어 약간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운전 중인 단오혁은 옆에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강하랑의 고민을 보아냈다. 그리고 여전히 운전에 집중
강하랑은 이 일에 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최근 며칠 동안 무슨 영문인지 깊이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팠기 때문이다.다른 일은 괜찮았다. 하지만 연바다 혹은 과거에 관한 일이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래서 이건 신나게 놀러 나와서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놀러 나왔으면 최선을 다해 놀아야지. 여기서 골치 아픈 생각을 하는 건 주말에 야근하는 것과 다름없어. 효율 없는 쓸데없는 생각이야.’이렇게 생각한 강하랑은 복잡한 생각을 전부 떨쳐냈다. 마침 이때 차는 호텔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차량 뒷좌석에 잔뜩 쌓여 있는 잡동사니를
“우리 경기장에서 마주친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닌데, 왜 이렇게 차가워요. 난 그냥 걱정하는 것뿐이잖아요.”버섯은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아무 말이나 했다. 그의 태도는 마치 단오혁과 친구라도 되는 것 같았다.반대로 단오혁은 표정 한 번 안 변하면서 말했다.“필요 없어요.”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떠났다. 상대의 기분은 안중에도 없었다.단오혁에게 무시당한 버섯의 안색은 당연히 좋지 못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단오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잘난 척하기는. 경기 한 번 못 나가는 손가락 병신 새끼 주제에 아직
전화를 끊은 단오혁은 미소 머금은 얼굴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경기장에 가려는 팀원들에게 말했다.“난 점심 따로 먹을게. 동생을 데리러 갔다가 다시 오는 건 귀찮아서. 너희들끼리 점심 맛있게 먹고 경기 보러 가.”“뭐예요? 요즘 여자친구를 동생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어요?”XH의 팀원들이 대답하기도 전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오혁은 목소리가 울려 퍼진 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어젯밤 복도에서 만났던 버섯을 발견했다.그 순간 단오혁의 얼굴은 차갑게 식었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XH의 팀원들에게 인사했다.“먼저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