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린 강하랑의 두 눈이 점차 커졌다.반전이 생긴 것이다.감을 잡은 듯 A팀을 잡고 또 잡으면서 승부의 코앞까지 다가갔다.마지막 1초가 지나고 나서야 승부가 가려졌다.‘B팀이 이겼다고?'심지어 A팀과 5점의 격차까지 벌렸다.상반 전에서 B팀은 꼼짝없이 질 것 같았다. 점수가 3대 1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반전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5대 0으로 B팀의 승리였다.그래서 이번 판은 아주 중요했다. 마지막 한 판이었으니까. 결과는 3대 6. B팀이 판을 뒤엎으면서 승리했다.현장의 분위기는 아주 뜨
단오혁의 핸드폰 문자를 확인한 강하랑은 휴식 시간을 이용해 얼른 자리를 바꿨다.여하간에 정말로 이 작은 의자에 온 오후 앉아 있었다간 체면 관리는 둘째 치고 목 디스크에 걸릴 것 같았다.고개를 젖혀야만 보이는 스크린에 이미 목이 뻐근해짐을 느끼고 있었던 차였다.다행히 주최 측에서 흔쾌하고도 빠르게 그들의 자리를 바꿔주었다.이런 대형 행사에서는 항상 예비 좌석을 남겨놓기 마련이었었다.가끔 추첨으로 팬들에게 자리 이동을 시켜 주거나, 선수 가족과 친구가 올 때를 대비해 자리를 하나씩 남겨놓곤 했다. 어쨌든 무슨 이유든 자리를
두 사람의 영상이 업로드된 후 빠르게 검색어 순위에 올라갔다. 연관 검색어마저도 순위에 올라갔고 온통 ‘ㅋㅋㅋㅋㅋㅋㅋ'뿐인 댓글을 보니 괜히 음성지원 되는 것 같았다.단오혁 옆에 앉은 강하랑도 꽤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비록 얼굴을 절반 가리고 있었지만 동그랗고 초롱초롱한 두 눈망울은 그녀가 어떤 미모의 소유자인지 상상이 가게 했다.신비한 느낌에 사람들의 상상은 끝없이 펼쳐졌다. 겨우겨우 단오혁의 미모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은 강하랑이 누군지 추측하기 시작했다.일부 사람들은 강하랑을 단오혁의 여자 친구라고 추측했다.[여친이
두 사람은 지금 SNS에서 어떤 말들이 오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강하랑은 양 팀이 게임 캐릭터 선택하고 있는 틈을 타 단오혁에게 투덜댔다.단오혁이 자리를 착각하고 그녀와 함께 시선 강탈인 자리에 앉은 일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나중에 70세가 되어서도 잊지 않고 새언니와 단오혁의 아이 앞에서 오늘 일을 이야기해 줄 생각이었다.정말이지... 너무 창피했다.강하랑뿐만 아니라 이미 카메라가 익숙한 단오혁마저도 창피하게 느껴졌다.그저 겉으로만 담담하게 보일 뿐이다.옆에서는 여전히 강하랑의 공격성을 띤 투덜거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었던 터라 단오혁이 건넨 컵을 받지 못했다.그런 그녀의 모습에도 단오혁은 화를 내는 법 없이 그저 컵을 든 손을 내리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따 목이 마르면 알아서 마셔.”마땅히 놓을 자리가 없어 경기 내내 들고 있어야 하지만 단오혁은 귀찮은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정말이지 너무도 신경 쓰였다.강하랑은 다시 한번 자신이 했던 말에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그러고는 두 손으로 단오혁이 사 온 물컵을 받으면서 말했다.“고마워요, 오빠.”단오혁은 왜 그러냐는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조금 전까지 투덜대면서 그에
서해시.강하랑의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다음 연바다도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가 가십거리에 관심 있어서 알게 된 것은 절대 아니다. 이번 일도 다리가 부러져 병원 침대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는 심심한 영혼 덕분에 알게 되었다.앨런은 흥미로운 가십거리 하나 발견한 순간 곧장 연바다와 공유했다. 누군가의 고양이가 싸우는 영상까지 공유할 정도였다.연바다는 싫어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괜히 그를 차단했다가는 중요한 소식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오늘도 회의를 끝내고 나와 보니 앨런의 대화창에 30여 개의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그
성운시.차에서 이동할 때 강하랑은 인터넷에서 일어난 일을 얘기하지 않았다. 샤부샤부 가게에 도착한 지금은 식욕에 이성을 지배당해 더욱 얘기할 시간이 없었다.양념과 밑반찬은 셀프였다. 주문을 마친 그녀는 셀프 코너에 가서 이것저것 주워 담았다. 단오혁이 혼자 앉아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이다.그는 눈에 띄게 오매불망 강하랑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를 알아본 팬이 사인 혹은 사진을 요청하면 일일이 응했다. 하지만 강하랑이 양손 가득 음식을 들고 오는 걸 발견하고 나서는 전부 거절했다.팬들도 단오혁의 시선에 따라
“응?”단오혁은 젓가락까지 내려놓고 강하랑을 바라봤다. 그녀가 어떤 말을 할지 기대하는 표정이었다.하지만 강하랑은 곧바로 말을 잇지 않았다. 고기를 한참이나 우물거린 그녀는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오빠, 나랑 스캔들 난 심정이 어때요?”“넌 어떤데?”강하랑은 잠깐 고민하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우웩?”“우웩!”“...”솔직히 스캔들을 처음 봤을 때 그녀는 진짜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화장실에서 식사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단오혁이 자신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건 또 불쾌했다.“그거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