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랑을 위해 준비한 자리가 허세만 가득하고 경기조차 편히 볼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단오혁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되었다.강하랑은 고개를 돌려 단오혁을 힐금 보았다. 멍하니 핸드폰만 보고 있는 모습에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오빠, 새 라운드가 시작됐는데 뭘 그렇게 멍하니 봐요?”정말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오로지 게임에만 관심을 보이던 천재가 핸드폰만 빤히 보고 있으니 말이다. 경기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녀는 시선을 돌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린 강하랑의 두 눈이 점차 커졌다.반전이 생긴 것이다.감을 잡은 듯 A팀을 잡고 또 잡으면서 승부의 코앞까지 다가갔다.마지막 1초가 지나고 나서야 승부가 가려졌다.‘B팀이 이겼다고?'심지어 A팀과 5점의 격차까지 벌렸다.상반 전에서 B팀은 꼼짝없이 질 것 같았다. 점수가 3대 1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반전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5대 0으로 B팀의 승리였다.그래서 이번 판은 아주 중요했다. 마지막 한 판이었으니까. 결과는 3대 6. B팀이 판을 뒤엎으면서 승리했다.현장의 분위기는 아주 뜨
단오혁의 핸드폰 문자를 확인한 강하랑은 휴식 시간을 이용해 얼른 자리를 바꿨다.여하간에 정말로 이 작은 의자에 온 오후 앉아 있었다간 체면 관리는 둘째 치고 목 디스크에 걸릴 것 같았다.고개를 젖혀야만 보이는 스크린에 이미 목이 뻐근해짐을 느끼고 있었던 차였다.다행히 주최 측에서 흔쾌하고도 빠르게 그들의 자리를 바꿔주었다.이런 대형 행사에서는 항상 예비 좌석을 남겨놓기 마련이었었다.가끔 추첨으로 팬들에게 자리 이동을 시켜 주거나, 선수 가족과 친구가 올 때를 대비해 자리를 하나씩 남겨놓곤 했다. 어쨌든 무슨 이유든 자리를
두 사람의 영상이 업로드된 후 빠르게 검색어 순위에 올라갔다. 연관 검색어마저도 순위에 올라갔고 온통 ‘ㅋㅋㅋㅋㅋㅋㅋ'뿐인 댓글을 보니 괜히 음성지원 되는 것 같았다.단오혁 옆에 앉은 강하랑도 꽤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비록 얼굴을 절반 가리고 있었지만 동그랗고 초롱초롱한 두 눈망울은 그녀가 어떤 미모의 소유자인지 상상이 가게 했다.신비한 느낌에 사람들의 상상은 끝없이 펼쳐졌다. 겨우겨우 단오혁의 미모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은 강하랑이 누군지 추측하기 시작했다.일부 사람들은 강하랑을 단오혁의 여자 친구라고 추측했다.[여친이
두 사람은 지금 SNS에서 어떤 말들이 오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강하랑은 양 팀이 게임 캐릭터 선택하고 있는 틈을 타 단오혁에게 투덜댔다.단오혁이 자리를 착각하고 그녀와 함께 시선 강탈인 자리에 앉은 일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나중에 70세가 되어서도 잊지 않고 새언니와 단오혁의 아이 앞에서 오늘 일을 이야기해 줄 생각이었다.정말이지... 너무 창피했다.강하랑뿐만 아니라 이미 카메라가 익숙한 단오혁마저도 창피하게 느껴졌다.그저 겉으로만 담담하게 보일 뿐이다.옆에서는 여전히 강하랑의 공격성을 띤 투덜거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었던 터라 단오혁이 건넨 컵을 받지 못했다.그런 그녀의 모습에도 단오혁은 화를 내는 법 없이 그저 컵을 든 손을 내리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따 목이 마르면 알아서 마셔.”마땅히 놓을 자리가 없어 경기 내내 들고 있어야 하지만 단오혁은 귀찮은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정말이지 너무도 신경 쓰였다.강하랑은 다시 한번 자신이 했던 말에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그러고는 두 손으로 단오혁이 사 온 물컵을 받으면서 말했다.“고마워요, 오빠.”단오혁은 왜 그러냐는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조금 전까지 투덜대면서 그에
서해시.강하랑의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다음 연바다도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가 가십거리에 관심 있어서 알게 된 것은 절대 아니다. 이번 일도 다리가 부러져 병원 침대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는 심심한 영혼 덕분에 알게 되었다.앨런은 흥미로운 가십거리 하나 발견한 순간 곧장 연바다와 공유했다. 누군가의 고양이가 싸우는 영상까지 공유할 정도였다.연바다는 싫어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괜히 그를 차단했다가는 중요한 소식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오늘도 회의를 끝내고 나와 보니 앨런의 대화창에 30여 개의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그
성운시.차에서 이동할 때 강하랑은 인터넷에서 일어난 일을 얘기하지 않았다. 샤부샤부 가게에 도착한 지금은 식욕에 이성을 지배당해 더욱 얘기할 시간이 없었다.양념과 밑반찬은 셀프였다. 주문을 마친 그녀는 셀프 코너에 가서 이것저것 주워 담았다. 단오혁이 혼자 앉아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이다.그는 눈에 띄게 오매불망 강하랑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를 알아본 팬이 사인 혹은 사진을 요청하면 일일이 응했다. 하지만 강하랑이 양손 가득 음식을 들고 오는 걸 발견하고 나서는 전부 거절했다.팬들도 단오혁의 시선에 따라
강하랑은 붓으로 그리는 그림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비록 현지에 있었지만 서양의 유화가 색감이 진하고 화려한 것이 더 잘 어울릴 수 있을 거 같다. 사진으로도 이미 한 폭의 유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그녀는 스스로 도전해 보고 싶었다.그래서 인터넷 영상을 따라 하나하나 연습하기 시작했다.첫눈이 내릴 때, 강하랑의 조금 만족스러운 첫 작품이 완성되었고 동시에 그녀의 다음 여행도 시작되었다.추위를 두려워하는 강하랑은 이번에는 남쪽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북쪽으로 향했다.그녀는 국내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로 가서 전에
굳이 단점을 말하자면, 이 마을의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었다.강하랑은 초등학교에 머무는 동안, 다 함께 아껴 쓰고 절약하며 지내느라 한 푼도 함부로 쓰지 않았다.이 여행에서도 같은 습관을 유지했다.그녀는 이 생활의 정취가 짙은 이 작은 마을이, 생활 리듬이 느리면서도 물가가 수도권 도시를 능가할 정도로 비쌀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정말 믿기 어려웠다.강하랑은 이곳에 한 달만 머물렀다.햇살이 따스한 날, 아파트의 작은 창가에 누워 맞은편 초등학교의 어린이날 예술 공연을 다 보고 나서야 집주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다음 여행
강하랑은 설이 끝난 후 도망쳤다.그전에는 단이혁의 회사에서 잠시 일을 했다.솔직히 말해서, 연예인 지망생들의 외모는 정말로 훌륭했다.예쁜 여자들은 하얀 피부에 다리가 길쭉하고, 잘생긴 남자들은 몸매가 엄청 좋았다.정말로 선택해야 한다면, 강하랑은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택할 것이다.자신의 플레이 본능을 억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놀고 싶었다.몸매 좋은 남자들이 강하랑을 ‘누나'라고 부르는 것도 정말 좋았지만 예쁜 여동생들이 그녀를 볼 때마다 인사하면서 미소를 짓는데, 그 미소는 정말 마음을 사르르 녹였다.그녀는 돈도 많고
이것은 그녀가 예전에 행복했을 때와 다름없는 미소였다.예전 같았으면, 단유혁은 한숨을 돌리고는 강하랑을 따라 산책하고, 사진 찍고, 밥을 먹으러 갔을 것이다.하지만 최근에는, 그는 이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오빠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듯, 강하랑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는 머리를 기울이고, 차 문 앞에 기대어 말했다. "오빠, 나는 어떤 사람의 죽음 때문에 조금 슬펐던 건 인정하지만, 예쁘고 똑똑한 여동생이 쓰레기 같은 사람 때문에 죽고 살지 않을 거라는 걸 믿어줘, 알겠지?"그녀가 좋아했던 사람은 선행으
“하랑이는 추후 어떤 계획 있어?”단유혁은 질문을 피하며, 갑자기 화제를 전환했다.그는 강하랑의 시선을 따라 멀지 않은 해변을 바라보았다. 해변에서 햇볕을 받으며 배구를 치는 아이들과 얇은 옷을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청년들을 보면서, 이런 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인생은 곧 걸어가는 과정에서의 수행이기에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사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며, 평화로운 햇살 아래에서 뛰어놀고 즐기는 것이다.이 외에 또 어떤 것이 있을까?그는 시선을 거두어 다시 강하랑에
“하지만 너 이 며칠 동안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안심할 수가 없었어.”단유혁은 정희월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 차를 몰고 가며 강하랑을 한 번 흘겨본 후 농담처럼 말했다.별장에서의 어조에 비해 지금은 많이 가벼워졌다.“아이구.” 강하랑은 깊게 한숨을 쉬며 손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아무리 말해도 난 과다 출혈로 다친 환자야. 휴식을 취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이 말은 당연히 둘러대는 말이었다.연바다에게 끌려갔을 때, 그녀의 팔 부상은 완벽하게 처치되어 있었고 이후에도 상처가 부딪혀도 다시 열리지 않았다. 병원과 별장에서
정희월이 원래 긴장을 풀었던 마음이 다시 조여졌다.그녀는 강하랑을 달래며 말했다. “하랑아, 너 왜 그런 걸 묻니? 그 장면은 보기 좋지 않아. 만약 집에서 지루하다면 오빠에게 데리고 나가서 놀거나 나와 함께 정원에 가서 꽃을 심자.”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필요가 있을까?정희월은 직접 산에 가본 적은 없지만 뉴스에서 온서애를 실어 나가는 장면을 보았다.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연씨 가문의 온서애도 그런 일을 겪었다면 산의 상황은 더 위험했을 것이다.비디오가 인터넷에 올라오지
강하랑은 단시혁이 돌아온 후 바로 퇴원을 했다.병원 창밖의 풍경이 좋기는 했지만 병원에 있는 것은 항상 마음이 불안하고 공기에서도 그녀가 싫어하는 냄새가 났다.그녀는 집에 가고 싶었다.단시혁의 행동은 매우 빨랐다.동생의 기분이 좋지 않고 잘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의사가 몸에 큰 이상이 없고 입원할 필요도 없다고 했으니 집에서 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는 강하랑을 데리고 서해시에 있는 단씨 가문의 별장으로 돌아갔다.이곳에는 사람이 많아 그녀를 돌보기가 편했다.게다가 곧 설날이 다가와 그녀를 자신의 아파트로 보내는
강하랑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하얀 천장이었고, 귀에는 전자 기기의 소리가 들려왔다.공기 중에는 자극적인 소독약 냄새가 가득했고 그녀는 한참을 안정시키고 나서야 시선을 돌려 옆을 보았다.창밖의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고 그녀는 느리게 돌아가는 머리를 서서히 회전시켜 지금 자신의 상황을 완전히 이해했다--그녀가 미친 사람이라고 불렀던 그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그리고 그녀의 품에서 죽었다.그가 케인에게 묻히는 것을 그녀는 지켜보았다.이후로는 더 이상 누군가가 그녀를 데려가고 강제로 감금시키고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