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이혁은 강하랑에게 단유혁보다 더 친한 오빠였기에 당연히 숨길 생각이 없었다.병원에 가서 연바다를 만나러 갈 거란 것도 숨김없이 말해주었다.더구나 그녀가 만나면 안 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도 아니었기에 딱히 숨길 필요도 없었다.간단하게 설명한 뒤 단이혁의 음성이 들려왔다.“사랑아, 연바다와 잘 이야기해 보겠다는 건 오빠도 말리지 않아. 다른 오빠들도 네 생각에 찬성해. 하지만 이 오빠는 말이야, 네가 유혁이랑 함께 갔으면 해. 그리고 바닷가 별장에 굳이 갈 필요도 없어. 대화는 밖에서, 대충 카페에서 해도 되는 거잖아.
단홍우는 올해 아홉 살이 되어 4년 전보다 키가 많이 컸다.강하랑은 단씨 가문 사람들 사이에서 키가 작은 편이었지만 아홉 살짜리 아이와 안고 있으니 조금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자기보다 키가 작은 사람은 거의 없었으니까.단홍우가 아홉 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강하랑은 깜짝 놀랄 것이다.요즘 애들은 뭘 먹고 이렇게 빨리 키가 크는 것이냐고. 어떻게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나이에 키가 이렇게 크냐고 말이다.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강하랑이 학교를 다닐 때, 중학교 학생들도 키가 이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단홍
강하랑은 앨런의 병실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주요한 원인은 두 사람이 나눌 대화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앨런과 장난삼아 말싸움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자기 때문에 이렇게 다친 앨런을 보고 있자니 말싸움을 할 수도 없었다.그래서 앨런이 병상에 누워서 하소연하면 강하랑은 그저 옆에서 들어주었다.사실 재미는 없었다.푸른 눈동자의 앨런은 조용한 강하랑의 모습을 처음 보게 되었다.원래는 강하랑 앞에서 불쌍한 척해서 강하랑의 동정을 사려고 했지만 그게 선을 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의
강하랑은 단유혁이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몰랐다.하지만 단유혁에게 숨길 것도 없었기에 시어스에서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얘기해 주었다.해외에서 요리를 해본 적은 있긴 하나 다 연바다가 없을 때 한 것이었다.연바다가 그 장면을 본다면 또 강하랑은 요리할 줄 모른다고 할 것이고 자칫하면 주방에 불을 지르게 될지도 모른다.못한다는 말을 많이 들으니 강하랑은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그 말을 들은 단유혁은 어이가 없었다.강하랑은 단유혁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얘기했다.“오빠, 사실 내가 한 요리도 꽤 맛있어요
침묵하던 단유혁은 결국 강하랑이 연바다에 대한 마음을 물어보았다.단이혁에게서 들은 바에 의하면, 지승현이 예전의 일을 모두 강하랑에게 알려주었다고 한다.하지만 강하랑과 연바다의 언행을 보면,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모양이었다.설마 강하랑이 연바다를...그런 생각에 단유혁은 그대로 굳어버렸다.단씨 가문 사람들은 차라리 연유성과의 재결합이 낫다고 생각하지, 양의 탈을 쓴 늑대 같은 연바다는 죽어도 반대할 기세였다. 이 자식은 예전부터 잔인했다. 지금은 본성을 잘 숨기고 있는 듯했지만 언제 다시 날카로운 이를 드러낼지는 모르는
4년의 정을 어떻게 정장 한 벌로 갚겠는가.연바다는 단유혁의 도발을 신경 쓰지 않았다.강하랑이 거처를 옮기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다.단지 이 모든 것이 연바다에게 있어서 너무 갑작스러웠다. 받아들이면 된다. 큰 문제가 없다.다만...생각을 정리하던 연바다는 강하랑이 돌아가는 걸 받아들이지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합법적인 부부도 아니니 같이 사는 것도 이상했다.결국 이 일은 이렇게 하기로 했다. 강하랑은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풀릴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원래는 이 일을 얘기하면 연바다와 사이가 멀어질 줄 알
단유혁은 태어나서 이런 사람을 처음 봤다.마음이 독하고 정신적으로 이상한 사람은 소문으로 들어봤다. 그리고 가끔 책이나 다큐멘터리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연바다처럼 가식적인 사람은 진짜 처음이었다.만약 누군가가 불쌍한 척 아양 떠는 늑대를 보면 어떡하겠냐 질문한다면, 단유혁은 아주 단호하게 절대 그럴 일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역시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었다.심지어 그는 단이혁이 평소 왜 이상한 표정을 그렇게 자주 보였는지 이해가 되었다. 연바다를 상대로는 단유혁도 똑같은 표정이 나왔다.다행히 그가
연유성이 강하랑과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 회사에는 아주 큰 일이 일어났다. 서해 전체를 뒤흔들 만한 일이었다.물론 연유성은 가장 마지막으로 이 소식을 알게 된 사람도, 이 소식에 있어서 가장 놀란 사람도 아니었다. 대신 연유성이 직접 키운 임원들이 연성태의 결정을 보자마자 하나같이 불만을 토로했다.“정말 어이가 없네요. 연 대표님이 회사를 어떻게 키웠는데 뒤통수를 칠 수가 있어요? 쫓겨났던 자식이 다시 돌아왔다고 그냥 지분을 통째로 물려준 거예요? 대표님의 노력은요, 이건 땡전 한 푼 못 받고 이용당한 셈이잖아요.”“그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