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의 질문은 너무 성급한 질문이었다.단이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사랑이 네 말에도 일리가 있어. 뭐가 어찌 되었든 어머니 건강이 중요하지. 영호의 일은 나중에 다시 생각하면 돼.”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단이혁은 갑자기 피식 웃으면서 즐겁다는 듯 말했다.“그렇게 되면 사랑이 네가 영호로 갈 필요도 없이 그 사람들이 전부 서해로 오겠네.”“가족들 전부요?”그럴 거로 생각하지 못했는지 다소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요?”정희월의 나이를 생각해봐선 그녀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연세가
“하랑 씨, 정말 하랑 씨군요!”남자는 그녀의 몸이 으스러질 정도로 꽈악 끌어안아 강하랑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누구세요? 이거 놔요!”강하랑은 거의 기겁하는 목소리로, 동시에 팔에 힘을 주면서 밀어냈다. 팔꿈치로 자기를 안고 있던 남자를 확 밀쳐낸 그녀는 발을 들어 그의 복부를 힘껏 차버렸다.4년간 시어스에서 그녀는 헛살지 않았다.여하간에 시어스는 치안이 좋지 않았기에 범죄자들이 외국인인 그들을 아주 만만하게 생각했다.만약 호신술을 배워두지 않았더라면 얼굴까지 예뻤던 강하랑은 아마 길거리에서 대놓고 납치당해 어
이때, 옆에서 빈정대는 소리가 들려왔다.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화려한 셔츠를 입은 남자가 입에 담배를 문 채 마이바흐에 기대 서 있었다. 남자는 선글라스를 낀 눈으로 그녀의 상황을 구경하고 있었다.강하랑은 화려한 셔츠를 입은 남자에게 별다른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건방진 남자의 패션에도 강하랑은 편견을 가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앨런과 성격이 비슷해 보여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지금 그녀에겐 눈앞에 있는 두 남자는 낯선 남자였다.그녀는 두 남자를 번갈아 보다가 다시 예의상 말했다.“두 분, 만약 저한테
연바다의 목소리였다. 지승현과 지승우는 바로 고개를 돌려 연바다를 보았다.연바다를 본 두 사람의 표정도 동시에 일그러졌다.이번 생에서 두 형제가 제일 합이 맞았던 적은 바로 지금 순간일 것이다. 지승현은 연바다가 강하랑을 납치했음에 표정을 구기고 있었고, 지승우는 그 사건에 연바다가 방화를 저질러 연유성의 얼굴을 망가뜨렸을 뿐만 아니라 하마터면 죽게 만든 사실에 표정을 확 구기고 있었다.아쉽게도 두 사람의 동기화된 표정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연바다는 그저 냉담한 얼굴로 두 사람을 보곤 이내 여유롭게 강하랑 앞으로
단이혁은 그의 말에 바로 피식 웃어버렸다.“걱정할 것 없어요. 지승우 씨는 본인만 걱정하시면 돼요.”강하랑과 전에 친하게 지냈던 것을 떠올린 그는 지승우를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하지만 4년 전 강하랑이 바다에 빠졌을 때 지승우는 계속 모든 사람에게 강하랑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하였기에 단이혁은 지승우를 다소 혐오하고 있었다.그들 중 누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모르겠는가?운학산에 있던 호수와 달랐다. 호수는 그래도 물을 뺄 수 있었기에 아무리 깊은 곳에 가라앉았다고 해도 시체 정도는 찾아낼 수 있었다.하지
물론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그가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만약 강하랑이 싫다고 한다면 그는 아마 그저 옆에서 아쉽다고만 말할 수밖에 없다.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지승현이 제일 강하랑 곁에 있을 자격 없는 사람으로 보였다.지승현은 단이혁의 말에 그대로 굳어버리게 되었다.한참 지나서야 그는 마지못해 자기가 강하랑에게 어떤 사람인지 말했다.뭐가 어찌 되었든 그는 이미 예전에 강하랑의 허락을 받고 그녀의 남자친구가 된 것이었다. 게다가 강하랑이 직접 그의 고백을 받아주기도 했었다.지승현의 말을 듣던 단이혁은 가소롭게 느
그의 말에 단이혁은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었다.지승현은 아주 간단한 일인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4년 전의 일을 강하랑에게 알려주고 연바다가 어떻게 미친놈인지 깨닫게 하는 일을 말이다.‘하...웃기는 놈이네.'만약 정말로 그의 말처럼 간단한 일이었다면 단이혁은 아마 정희월이 응급실에서 나오기 전에 이미 강하랑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줬을 것이다.하지만 강하랑과 연바다의 통화를 들으며 강하랑이 연바다에게 느끼는 감정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아마 강하랑 본인도 모를 것이다. 자기가 무의식적으로 애교를 부렸
단이혁도 더는 그를 상대하지 않고 핸들을 돌려 그를 지나쳐 떠나버렸다.단이혁의 눈에는 연바다를 미친놈이라고 말하는 지금 지승현의 상태가 더 미친놈 같았다.‘쯧, 미친놈.'‘고작 소식 좀 들었다고 날 붙잡고 지랄하다니. 자기가 뭐라고 저래?'아무리 지금 강하랑이 단씨 가문 사람을 굳게 믿고 있다고 해도 말하고 난 후의 결과가 어떨지는 생각해봐야 한다.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연바다는 강하랑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는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 4년 동안 강하랑의 몸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흉터도 거의 사라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