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심지어 강하랑은 수많은 사람이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어 누가 연바다인지도 알아보지 못했다.그저 원래 그녀가 탔어야 할 선박이 이미 천천히 항구에서 벗어나 커다란 물결을 일렁거리며 존재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강하랑은 연바다가 어디에 있는지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의 시야엔 열심히 숨을 고르곤 다시 잠수하는 경호원들만 보였다.자신을 찾는 그들의 모습에 동시에 그녀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연바다는 이미 배에 탔겠지...'병원에 있던 이틀 동안 그는 매일 바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밥을 먹을
강하랑은 화들짝 놀라게 되었다.아직 상황을 파악하지도 전에 그녀는 힘껏 발을 이리저리 움직였다.하지만 수압이 강했고 그녀의 발목을 잡은 손아귀의 힘도 컸기에 아무리 그녀가 힘껏 발버둥을 친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고 확 끌어당기는 힘에 물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그렇게 강하랑은 짜디짠 바닷속으로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비릿하고 짠맛이 바로 그녀의 코와 입속으로 들어가고 남자는 혼란스러워하는 틈을 타 그녀를 꽈악 품에 끌어안았다.그리고 이내 그녀를 끌어안은 채 물 위로 나왔다.주위에 있는 보트들은 출렁이고 있었다.강하랑이 진정했
“난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이야! 네가 키우는 개나 새가 아니라고!”그녀의 눈가는 붉어졌다. 그녀를 따져 묻는 남자의 눈가처럼 말이다.서로 존중하는 마음에서 생긴 감정이 아니니 뭘 굳이 감정을 논할 것이 있겠는가?배고프면 그녀에게 먹을 것을 사주고, 아프면 그녀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옷이 모자라면 새로 사주고...연바다가 그녀에게 해주었던 행동은 그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은가?그가 말하는 잘해주었다는 것은 솔직히 따져보면 그다지 쓸모없는 일들이었다.어쩌면 눈앞의 폭군도 자신의 행동이 그다지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것
‘내가 떠나는 게 두려웠다고?'그의 대답을 들은 강하랑은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다.그녀도 더는 연바다와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말들은 그녀가 말해봤자 연바다가 믿지 않을 것이 분명했으니까.그래서 속으로 몰래 어떻게 하면 이 남자 손에서 벗어나 도망칠 수 있을까 생각했다.하지만 남자와 여자의 힘의 격차는 엄청났다. 그러니 그녀가 이렇게 잡힐 수 있었다.연바다가 지금 조금만 힘을 준다면 그녀는 움직이는 것도 물론이고 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니 그녀의 생각은 허황한 망상이었다.“날 못 믿는 거야?”그녀가
그동안의 설움이 밀려온 것인지 강하랑은 결국 북받치는 감정을 참아내지 못하고 짜디짠 바닷물 섞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하랑아, 난 그렇게 공평해지고 싶지 않아.”연바다는 손에 힘을 빼면서 다소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으며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 주었다.그는 시선을 떨군 채 애원에 가까운 목소리를 냈다.“내가 너한테 빚 진 거로 해줘. 그리고 나중에 우리 다시 돌아오자. 그리고 수술에 대한 것도 내가 다 미안해.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되었어. 그러니까 나한테 반성하고 고칠 기회를 주라, 응?”예전이었다면 어쩌면 흥미가 생기지
‘정말 미쳤군!'보트 위에서 한 말이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니라는 것과 정말로 목숨을 잃어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강하랑에 연바다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단하랑, 얼른 올라와!”그는 강하랑의 가느다란 팔을 꽈악 붙잡으며 바닷속에서 건져내려고 했다.넓디넓은 바다 위에 떠다니는 배가 두 사람이 타고 있던 보트가 전부였고, 심지어 항구 쪽에서 빛나는 불빛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멀리서 보면 그들은 마치 무리를 잃은 기러기처럼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강하랑의 하반신은 이미 바닷물 속에 잠겨 있었고 출렁이는 바다에 몸도 같이
그가 잘해주듯 그녀도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괴롭지 않았다.만약 계속 이렇게 속고 있었다면, 그녀는 아마도 남은 평생 이렇게 그에게 속고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모든 일이 뜻대로 될 리가 없었다.연바다는 그녀의 말에 입술을 짓이기며 물었다.“그럼 왜 내 곁에서 도망치려고 한 건데? 내가 혹시...”어쩌면 자신이 그간 했던 행동이 선을 넘었다는 것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그는 하던 말을 멈추고 이내 애원했다.“그럼 내가 고칠게. 응? 하랑아, 네가 선 넘었다고 생각한 부분 내가 전부 고칠게. 말만 해, 내
더는 출렁이는 물결 없이 이곳은 아주 고요했다.달빛이 바다 위로 비쳐 바닷물은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그리고 보트 위에 있는 형체는 보트와 함께 정처 없이 떠내려가고 있었다.그 사람은 달빛의 빛을 받아 하나의 거대한 조각상이 된 것처럼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이 세상에 더는 그에게 소중한 것이 없는 것 같고 마치 전설 속의 망부석처럼 우뚝 시선을 내리깐 채 한 방향만 빤히 보고 있었다.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저 자신이 처음부터 그녀에게 했던 행동과 말에 대해 후회하고 있을 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