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진 교수 소견은 하랑이가 갑자기 고열 증상을 보이는 이유가 확률 때문이다, 마침 우연히 어젯밤 먹이고 맞은 수액이 효과가 없었다는 거네요?”연바다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 여유로운 모습으로 진정석을 보고 있었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그와 시선이 마주친 진정석은 순간 하마터면 사실대로 말할 뻔했다.다행히 이성을 잃지 않았는지, 아니면 한 달 동안 연바다의 다정한 모습을 봐와서 그런지 그는 침착하게 모른 척 연기할 수 있었다.진정석은 감정을 통제하려 노력했지만 조금 잠겨버린 목소리는 통제하지 못했다.“네. 다른 문
“단하랑 씨의 상태는 솔직히 말해 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직감으로는 어쩌면 일부 기억이 회복되고 있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억이 회복되고 있는지는 전 여전히 그건 단하랑 씨 본인만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생각이라는 것은 본인만 아는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정신과 의사라고 해도 상대가 진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더군다나 진정석은 자신이 그저 조금 실력이 되는 외과의라고 생각했다.전문 분야가 아니지 않은가?분위기가 다시 한번 가라앉게 되었을 때 병상에 누워있던 여자가 갑자기 움
강하랑은 오후가 되어서야 깨어났다.오후가 되기 전까지 그녀는 아무런 의식이 없었다. 간호사가 주사 놓아줄 때와 연바다가 그녀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일 때만 그저 어렴풋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뿐이다.다만 그때도 정신이 또렷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그저 기척만 느꼈을 뿐 소리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그리고 점심시간이 끝난 오후가 되어서야 두통과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눈을 뜨게 된 것이다.그녀가 눈을 뜬 순간 의자 등받이에 기대 쉬고 있는 연바다가 시야에 들어왔다.연바다의 긴 팔과 긴 다리는 비뚤게 의자에 뻗어 있어서
연바다는 여전히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너 어젯밤에도 그렇게 말했었잖아. 결국 어떻게 됐어. 난 네가 언제부터 고열에 시달렸는지도 몰랐잖아.”그의 말 덕에 강하랑은 침묵하게 되었다.그 짧은 순간에 강하랑은 감히 눈앞에 있는 남자의 눈을 마주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두려웠다. 괜히 자신이 남자의 눈을 마주 보면 애초에 불안정한 결심이 사라지게 될까 봐 말이다.눈을 감았다가 뜬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어젯밤은 나도 몰랐어. 어쩌면 내가 욕실에 너무 오래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 아니면 제대로 쉬지 않아서
그러나 연바다는 당연하다는 태도였다.“널 지켜봐야지.”강하랑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이 이를 닦고 있는 동안에 누군가가 옆에서 빤히 지켜볼 것이란 생각을 하니 강하랑은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더군다나 그녀는 정말로 그저 단순히 이만 닦고 싶었다.오후에서야 깨난 그녀는 땀을 흘려 온몸이 찝찝하기도 했기에 수건을 젖혀 몸을 닦을 생각도 있었다. 그러니 더더욱 연바다가 화장실에 있어서는 안 되었다.그렇게 생각한 강하랑은 민망함에 분노가 밀려왔다.“...됐으니까 나가!”연바다는 당연히 그녀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이미
여하간에 강씨 가문에서 아무리 힘든 나날을 보냈어도 어릴 때부터 배운 예의범절을 몸에 새기고 살았다.그녀는 절대 자신이 언젠가 남자 앞에서 이런 상스러운 말을 하게 될 것이라곤 꿈에도 몰랐다.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얼굴과 귀가 빨갛게 물들었다.게다가 연바다는 그녀의 말에 대꾸까지 했다.“하랑이 너만 허락한다면, 난 여기 계속 서 있어도 괜찮아.”“...”강하랑은 할 말을 잃었다.연바다는 솔직히 그녀를 놀릴 생각은 없었다.강하랑이 무엇을 할지 눈치챘을 때 그는 화장실에서 나가주려고 했었다.하지만 그녀의 행동과 빠르게 내
강하랑은 순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뭔가 금방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나온 기분이었다.샤워를 해 더운 열기로 가득한 화장실에서 금방 나왔을 때 느끼던 시원한 느낌 같았다.또 마치 더운 여름날 쇼핑을 하다가 우연히 에어컨 빵빵한 가게로 들어가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기도 했다.그러니까 연바다와 그렇게 티격태격 싸우다가 갑자기 다정해진 모습을 보니 너무나도 뜻밖이라는 소리다.하지만 그것은 한순간의 느낌일 뿐 바로 잊혔다. 게다가 연바다가 자신을 빤히 보며 물어보니 강하랑은 정말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
곰곰이 생각해보면 확실히 사람들은 예쁜 것을 좋아했다.그것이 물건이든, 반려동물이든 말이다. 인간도 당연하였다.만약 강하랑이 아주 못생긴 사람이었다면 아무리 강하랑이 매력적인 여자라고 해도 그는 그녀를 데리고 함께 떠날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그녀가 그의 외모를 좋아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곤 할 수 없다.강하랑은 처음 그의 얼굴을 보고도 반하지 않았으니 말이다.만약 아주 일찍이 강세미가 강씨 가문으로 돌아오기 전이였다면, 강하랑은 그의 얼굴을 아주 좋아했을 것이다.여하간 그의 동생인 연유성이 그와 똑같이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