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바다는 여전히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너 어젯밤에도 그렇게 말했었잖아. 결국 어떻게 됐어. 난 네가 언제부터 고열에 시달렸는지도 몰랐잖아.”그의 말 덕에 강하랑은 침묵하게 되었다.그 짧은 순간에 강하랑은 감히 눈앞에 있는 남자의 눈을 마주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두려웠다. 괜히 자신이 남자의 눈을 마주 보면 애초에 불안정한 결심이 사라지게 될까 봐 말이다.눈을 감았다가 뜬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어젯밤은 나도 몰랐어. 어쩌면 내가 욕실에 너무 오래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 아니면 제대로 쉬지 않아서
그러나 연바다는 당연하다는 태도였다.“널 지켜봐야지.”강하랑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이 이를 닦고 있는 동안에 누군가가 옆에서 빤히 지켜볼 것이란 생각을 하니 강하랑은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더군다나 그녀는 정말로 그저 단순히 이만 닦고 싶었다.오후에서야 깨난 그녀는 땀을 흘려 온몸이 찝찝하기도 했기에 수건을 젖혀 몸을 닦을 생각도 있었다. 그러니 더더욱 연바다가 화장실에 있어서는 안 되었다.그렇게 생각한 강하랑은 민망함에 분노가 밀려왔다.“...됐으니까 나가!”연바다는 당연히 그녀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이미
여하간에 강씨 가문에서 아무리 힘든 나날을 보냈어도 어릴 때부터 배운 예의범절을 몸에 새기고 살았다.그녀는 절대 자신이 언젠가 남자 앞에서 이런 상스러운 말을 하게 될 것이라곤 꿈에도 몰랐다.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얼굴과 귀가 빨갛게 물들었다.게다가 연바다는 그녀의 말에 대꾸까지 했다.“하랑이 너만 허락한다면, 난 여기 계속 서 있어도 괜찮아.”“...”강하랑은 할 말을 잃었다.연바다는 솔직히 그녀를 놀릴 생각은 없었다.강하랑이 무엇을 할지 눈치챘을 때 그는 화장실에서 나가주려고 했었다.하지만 그녀의 행동과 빠르게 내
강하랑은 순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뭔가 금방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나온 기분이었다.샤워를 해 더운 열기로 가득한 화장실에서 금방 나왔을 때 느끼던 시원한 느낌 같았다.또 마치 더운 여름날 쇼핑을 하다가 우연히 에어컨 빵빵한 가게로 들어가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기도 했다.그러니까 연바다와 그렇게 티격태격 싸우다가 갑자기 다정해진 모습을 보니 너무나도 뜻밖이라는 소리다.하지만 그것은 한순간의 느낌일 뿐 바로 잊혔다. 게다가 연바다가 자신을 빤히 보며 물어보니 강하랑은 정말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
곰곰이 생각해보면 확실히 사람들은 예쁜 것을 좋아했다.그것이 물건이든, 반려동물이든 말이다. 인간도 당연하였다.만약 강하랑이 아주 못생긴 사람이었다면 아무리 강하랑이 매력적인 여자라고 해도 그는 그녀를 데리고 함께 떠날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그녀가 그의 외모를 좋아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곤 할 수 없다.강하랑은 처음 그의 얼굴을 보고도 반하지 않았으니 말이다.만약 아주 일찍이 강세미가 강씨 가문으로 돌아오기 전이였다면, 강하랑은 그의 얼굴을 아주 좋아했을 것이다.여하간 그의 동생인 연유성이 그와 똑같이 생
서해시의 밤은 다른 도시보다 늦게 내려앉았다.거기다 파도치는 소리까지 더해지니 시원한 밤이었다.항상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던 호텔과 달리 병원은 아주 조용했다.창문으로 병원 밖의 가로등 불빛만 은은하게 들어올 뿐 북적거리는 소리는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갈매기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창문을 열어야만 아스라이 들려올 뿐이다. 물론 그것도 가끔 말이다. 마치 동물들도 병원은 조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슬쩍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봐도 병원 주위는 아주 조용했다.강하랑은 연바다와 저녁을 먹은 후 창가 근
“당연히 진짜지. 다만 조건이 있어.”“어떤 조건인데?”강하랑은 여전히 헤실헤실 웃으며 그를 빤히 보았다. 마치 산책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말이다.연바다는 옷장에서 겉옷을 꺼냈다.“입어. 산책은 반 시간만 하는 거야. 그리고 천천히 걸어야 해. 뛰면 안 돼.”“응? 그것뿐이야?”강하랑은 이불을 밀어내고 침대에서 내려와 연바다가 건넨 얇은 겉옷을 입으며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연바다는 여전히 웃음이 나왔다.“그래. 가자.”그는 제자리에 서서 강하랑이 옷과 신발을 다 신을 때까지 기다리곤 그녀의 속도
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어젯밤 그 두 알의 약을 변기로 버렸을 때부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여하간에 그 약을 준 사람은 연바다였고 갑자기 잘해주는 그에게 다른 감정이 생겼었다.하지만 그 문자를 본 후 마음속에 들었던 양심의 가책은 깔끔하게 전부 사라지고 말았다.연바다에겐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그것도 완벽히 그녀를 손아귀에 넣고 흔드는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설령 그녀가 아무런 생각도 못 하는 바보가 되어도 말이다.그러니 어떻게 그의 곁에 계속 머물 수 있겠는가?또 어떻게 멍청하게 계속 연바다가 ‘잘해준다고' 방심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