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주영숙은 재산 분할을 원치 않았다.정씨 가문에도 무조건 자식들에게 재산을 나눠주라는 규칙 같은 것은 없었고 그녀의 친정 가문에서도 이런 규칙은 없었다.예전은 한 가족이 전부 한집안 안에 같이 살면서 함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노력하면서 살아갔다. 이렇게 재산을 받기 위해 싸우지 않았다는 소리다.오늘 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녀는 다른 마음을 품기도 했다.자식들에게 사이좋게 서로 도우면서 살라고 말할 생각이었다.최소한 그녀와 정수환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한 가족끼리 모두 모여 단란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었으니 말이
그리고 이내 긴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어두운 정원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난 네가 네 엄마랑 다를 줄 알았다.”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정희연에 곁에서 컸고 정희연이 계속 그런 모습을 보이니 장이나라고 다를 리가 있겠는가?장이나는 그의 말 속에 숨은 뜻을 알아채곤 미간을 찌푸렸다.“외삼촌, 그게 무슨 말이에요?”정하성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마치 근심이 가득한 가장의 모습을 보이며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처음 칼을 잡았을 때 내가 한 말을 기억하니?”장이나의 마음속에 피어올랐던 불쾌감이 순간 사라
“내가 널 부른 건,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다.”정하성은 시선을 천천히 돌렷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미소를 유지하고 있던 그는 다소 집안 어른의 분위기를 내뿜으며 장이나를 보고 있었다.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입에선 차가운 말이 흘러나왔다.“아버지 뜻대로라면 늘솜가 분점 중에 너와 네 엄마 몫도 있을 거다. 만약 분점으로 다시 영업을 한다면, 누가 물어보면 내가 널 가르쳤다고 말하지 말아라.”장이나는 살짝 굳어진 얼굴이었다.“하지만... 외삼촌이 절 가르친 건 사실이잖아요. 아닌가요?”정하성은 피식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내
하지만 지금 장이나가 하는 말을 들으니 순간 장이나에게 무한한 발전의 가능성이 느껴졌다.만약 정수환이 정말로 늘솜가의 분점을 장이나와 정희연에게 맡긴다면 어른의 도움 없이 장이나 혼자서 다시 일구기엔 고생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손님과 음식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맛있는 것은 맛있는 거고, 맛이 없으면 손님은 또 오지 않을 것이다. 다른 것들처럼 대충 얼렁뚱땅 만들어 손님을 속일 수 없다는 소리다.장이나가 만약 장사를 잘하려면 당연히 그간 못했던 고생도 많이 하고 자꾸 다른 일 핑계 대면서 제대로 배우지 않았던 기초부터 배
정시우는 눈을 깜박였다.“별로.”그는 이미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하기 싫은 것도 확실히 하지 않았다.나가서 살게 된 건 비록 정희연 때문이긴 하지만 혼자 사는 것도 그는 나쁘지 않았기에 아무렇지도 않았다.그는 20여 년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았다.그래서 딱히 속상하거나 서운한 것이라곤 없었다.정수환의 뜻도 그는 알아들었다.다만 그는 장이나처럼 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고 원하는 것을 무조건 얻고야 말겠다는 심보도 없었다.그냥 있는 대로 만족을 느끼며 살았다. 그는 부모님이 자신을 얼마나 걱정하고 사랑하고
이때 바람에 이마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졌고 그 모습은 마치 만화 속 주인공의 모습 같기도 했다.단원혁은 그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정시우가 계속 말을 이어가면서 설명 비슷한 것을 했다.“정희연 그 여자를 제가 싫어하고 있거든요. 제가 정씨 가문에서 나와 따로 살게 된 이유도 다 그 여자 때문이에요. 아까 사랑이와 형이 속닥거리는 거 들었어요. 형은 모르겠지만 전 남들보다 청각이 좀 뛰어나거든요. 그래서 형이랑 사랑이가 속닥거리는 목소리도 들었어요.”단원혁은 뜻밖의 말에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정시우에겐 나쁜
그 사건은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경찰 측에선 다시 피해자와 화물차 운전기사를 조사했지만, 아무것도 건져내지 못했다. 하지만 일개 AS 직원이 무슨 원망을 살 수 있겠는가.다른 사고 차량 운전기사도 조사했지만 아무런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평소에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피지 않았다. 게다가 도박에도 손을 대지 않았기에 채무 상태도 아주 깨끗했고 가족도 아주 화목하였기에 동기를 조사해낼 수가 없었다.더군다나 그 운전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졸음운전으로 길을 잘못 든 것이라고 우겨대고 있었기에 그
“정씨 가문에서 우리 막내가 무사한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거예요. 만약 교통사고를 당한 게 우리 막내였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알죠?”서늘한 목소리에 단원혁은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날 강하랑과 같이 외출한 사람이 단홍우도 있다는 사실에 그는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그래서, 정희연이 했다고 확신하는 거야?”단원혁은 목소리를 깐 채 진지하게 말했다.“일단 들어봐요.”단시혁은 시선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어두운 아우라도 거두었다.그리고 손을 움직여 녹음기를 틀었다.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정시우와 단원혁의 안색도 점차 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