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미가... 죽었어?’강하랑은 한참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녀가 강세미에 관한 기억은 교통사고에 멈춰 있었다. 그 뒤로는 인터넷에서 얼마나 떠들어대든 신경 쓰지 않았다.시간이 흐르자 한주에서 겪었던 일은 마치 허망한 악몽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이렇듯 기억 속의 이름이 다시 한번 들리니 꿈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안 그러면 말로 이루 형용하지 못할 감정이 물밀듯 밀려오지도 않았을 것이다.강하랑은 연유성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시선을 느낀 연유성은 밥을 먹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마치 왜 보냐고 묻는 것
기자는 질문을 계속했다.“강세미 씨의 사망이 연유성 씨 때문이라는 생각은 하신 적 있습니까? 강세미 씨가 교통사고를 낸 이유도 연씨 가문에서 파혼을 통보했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연씨 가문에서는 왜 갑자기 파혼을 통보했습니까?”예리한 질문이 나오자 강하랑은 미간을 찌푸렸다. 인터뷰 받는 사람이 진짜 연유성이면 몰라도 짝퉁이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어떤 마음으로 인터뷰하는지 지금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아무리 연유성이 미운 그녀라고 해도 그가 짝퉁 때문에 나락에 빠지는 일은 없었으면 했다. 그러는 순간 그녀는 문득 위험한
“너... 이제 어떡할 거야?”뉴스 채널에서는 벌써 다른 뉴스를 보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볼륨을 줄이지 않았는데도 병실 안은 평소보다 훨씬 적막하게 느껴졌다.강하랑은 참다못해 먼저 입을 연 것이었다. 연유성은 별다른 감정이 보이지 않는 눈빛으로 가만히 있기만 했기 때문이다.얼굴에 붕대를 감은 탓에 감정이라고 할 만한 것이 더욱 잘 안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던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강하랑을 바라봤다.“하랑아, 네가 해외에서 안 좋은 일을 겪은 적 있다는 건 승우한테 전해 들었어. 그때 청진 별장에
연유성은 원래도 정신이 약간 아픈 친구이다. 심지어 정기적으로 정신과 진료도 받고 있어서 다중인격이라고 해도 놀랄 건 없었다.적어도 지승우가 아는 연유성은 절대 강하랑을 해칠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껏 찾은 모든 정보의 화살이 그를 향해 있었다.이뿐만 아니었다. 강세미에게 최면이라도 당한 것처럼 싸고돌던 그는 강하랑이 돌아오자마자 또 그녀의 과거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다. 지승우가 괜히 수성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었다.물론 수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황은 충분히 설명되었다. 그는
강하랑과 마찬가지로 지승우는 깜빡이 없이 들어온 엄청난 소식에 넋이 나가버렸다.‘친형? 친혀엉?! 세상 어느 친형이 이런 짓을 하는데?’지승우가 그렇게 미워하는 지승현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지태석의 일에서 약간 더럽게 굴었을 뿐이기 때문이다.지승우가 KL그룹 일에 훼방을 놓아도 그는 모르는 척 가만히 있었다. 마치 몇백억 원쯤은 지승우의 분풀이를 위해 쿨 투자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하지만 연씨 가문은 정말 장난 없이 살벌했다. 연유성이 자신이 아는 것을 설명하는 동안에도 지승우는 정신 차리지 못하고 어리벙벙해 있었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온서애 얘기가 나오기 바쁘게 연유성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핸드폰 화면에는 ‘어머니’ 세 글자가 떡하니 보였다.연유성은 급하게 전화를 받지 않고 한참이나 기다렸다. 그리고 온서애가 애가 탈 때쯤 느긋하게 손을 뻗어서 수락 버튼을 눌렀다. 온서애의 목소리는 전화가 통하기 바쁘게 밀려 나왔다.“연유성, 너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며칠이나 출근하지 않은 걸 눈 감아 주려고 했더니, 강세미 그 여자랑 또다시 엮여서 소란을 피워? 그 여자는 죽어서도 사람을 귀찮게 구는구나. 내가 너 때문에 못 산
분가는 언젠가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다. 더구나 병원 생활은 심심할 뿐만 아니라 강하랑이 고생하기 때문에, 정수환은 이참에 돌아가겠다고 말했다.얼마 후 짐 정리가 끝나고 정하성이 데리러 오기만 기다리면 되었다. 원래는 강하랑이 직접 데려다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입원 내내 강하랑이 만든 도시락을 먹는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미안했다. 그러니 운전까지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구나 강하랑이 처음 정씨 가문의 본가에 가는 날을 이렇게 얼렁뚱땅 넘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그래서 그는 끝까지 정하성을 기다리겠다
정시우는 강하랑을 향해 짧게 머리만 끄덕일 뿐 소리 내어 인사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들고 있던 물건을 받아서 들며 말했다.“가요.”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어찌 보면 오만하다고 할 수도 있는 태도로 말이다.정수환은 강하랑과 함께 뒤따라 가면서 설명했다.“시우 놈이 원래 좀 무뚝뚝하다. 그러니 마음에 두지 말거라.”“네, 괜찮아요.”강하랑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정시우의 태도에 전혀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그녀는 이미 넘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그리고 그녀에게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