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계속 말을 이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들었다.그러니까 단원혁이 실수로 설비를 넘어뜨리고 다시 세우는 것까지 전부 방송으로 나갔다는 말이었다.단원혁은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기자에게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그럼... 제 비서가 나가는 장면도 찍힌 건가요?”기자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짓다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마... 도요.”방금 상황에서 그녀는 단원혁의 표정만 주의하고 있었기에 전혀 카메라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게다가 곧 퇴근 시간이
그녀가 감사 인사를 하자 단원혁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럼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감사 인사는 당연히 제가 해야죠. 제가 부탁하는 입장인데 어떻게 감사 인사를 받아요.”물론 이해는 되었다.사람은 당황하거나 하면 머리와 입은 확실히 두뇌 회전이 느려지고 횡설수설하게 된다.단원혁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이번은 그의 생각이 틀린 것 같았다.기자는 그가 예상한 대답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아니, 아녜요. 정말 저희가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정말 고마워요!”그녀는 다소 감정에
그들은 아직 젊고 앞으로 기회도 많이 생길 것이다.돈 때문에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이윽고 그들은 빠르게 다시 학교에서 해왔던 것처럼 창작물을 만들기 시작했고 더는 연예계 기사나 쓰지 않으려 했다.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들이 패소하고 낸 배상금은 연예인들의 광고나 홍보 의뢰를 얼마간 받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미담이나 이야기를 써주면 갚을 수 있는 돈이었다.하지만 그들은 역시 마지막으로 다시 시도해보고 싶었다.그리고 마침 지금 그들에게 기회가 차려졌다.이 기회는 그들이 끝까지 버텨온 보상이기도 했다.단원
“그리고 걱정하고 있는 일은...”단원혁은 뜸을 들였다. 그의 표정이 다시 부드러워지더니 더 정중한 태도로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마치 서채은과 대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그의 눈빛도 진지함이 가득했다.“비슷한 집안끼리 결혼해야 한다는 말은 부정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전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습니다. 우리 집안에선 그런 거 따지지 않아요. 그러니까 저한테는 필요 없는 말이죠. 집안을 따지며 신경 쓰는 것보다 전 서채은 씨랑 남은 생을 보내는 게 더 중요하거든요. 우린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고 우리 사이엔 다른 것이 필
“그쪽이 사과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꼭 사과를 받아줘야 한다는 법이 있나요? 그쪽이 뭐라고요?”단원혁은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바로 여자의 말을 끓어버렸고 인내심도 다소 사라졌다.“제가 그쪽의 뺨을 때리고 사탕을 한 알 주면 그쪽은 바로 넘어가 줄 건가요? 그리고 아주 우연히도 전 누가 저한테 이래라저래라하는 거 싫어하거든요. 그게 아무리 제가 원하는 일이라고 해도 말이죠.”그 말의 뜻은 곧 그가 카메라 앞에서 서채은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밝혀도 딱히 상관이 없다는 소리였다.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추측성 기사를 올리는 것이
“아니,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그녀는 은색 가면을 쓴 남자가 연 씨라는 것 빼고는 아는 것이 없었다.점점 느껴지는 서늘한 한기에 그녀는 다소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고 목소리 톤도 다운되어 아까와는 달리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아니 난 그냥 인정할 수 없어서 그런 거예요. 그쪽이 이렇게 많은 기자들을 불러오라고 해서 불러왔는데, 난 단독을 하나도 못 건졌잖아요. 회사로 돌아가면 상사가 또 날 혼낼 거란 말이에요.”그러자 핸드폰 너머로 비릿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그래? 그런데 왜 난... 박윤정 씨가 차려진 기회를
마치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스읍' 소리를 내기도 했다.“아, 그래. 내가 말을 잘못했네. 너랑 내가 똑같이 양심이 없는 인간이란 거 잊고 있었네, 내가. 어쩐지 네가 그렇게 말해도 이상하게 일리가 있는 것 같더라.”“하!”강세미는 화병에 걸려 입안에서 피가 한 움큼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다.심호흡을 급히 해보았지만 그럼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마치 곧 죽음을 앞둔 새끼 짐승처럼 부단히 심호흡을 하면서 화를 삭이려 했다.“내가 양심이 없다고요? 양심이 없으면 뭐가 달라지는 게 있나요? 양심이 없는 것도 다 당신
남자는 여자의 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고 눈빛도 점점 더 서늘해졌다.‘내가 루저라고? 내가 버려진 거라고? 그 새끼보다 내가 못한 게 뭔데! 왜? 대체 왜! 왜 날 버리고 그 새끼를 데리고 간 건데? 왜!'점차 숨을 쉴 수 없어지고 강세미는 오히려 미친 사람처럼 즐기고 있었다.그녀는 버둥거리지 않았다. 그저 본능적으로 남자의 팔을 잡고 있을 뿐이다.상처 부위가 터진 것을 느낀 그녀는 피가 벌어진 상처 틈 사이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조차 느끼게 되었다.‘그래, 이렇게 그냥 죽여줘... 이렇게 죽으면 최소한 이 남자라도 끌어
강하랑은 붓으로 그리는 그림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비록 현지에 있었지만 서양의 유화가 색감이 진하고 화려한 것이 더 잘 어울릴 수 있을 거 같다. 사진으로도 이미 한 폭의 유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그녀는 스스로 도전해 보고 싶었다.그래서 인터넷 영상을 따라 하나하나 연습하기 시작했다.첫눈이 내릴 때, 강하랑의 조금 만족스러운 첫 작품이 완성되었고 동시에 그녀의 다음 여행도 시작되었다.추위를 두려워하는 강하랑은 이번에는 남쪽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북쪽으로 향했다.그녀는 국내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로 가서 전에
굳이 단점을 말하자면, 이 마을의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었다.강하랑은 초등학교에 머무는 동안, 다 함께 아껴 쓰고 절약하며 지내느라 한 푼도 함부로 쓰지 않았다.이 여행에서도 같은 습관을 유지했다.그녀는 이 생활의 정취가 짙은 이 작은 마을이, 생활 리듬이 느리면서도 물가가 수도권 도시를 능가할 정도로 비쌀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정말 믿기 어려웠다.강하랑은 이곳에 한 달만 머물렀다.햇살이 따스한 날, 아파트의 작은 창가에 누워 맞은편 초등학교의 어린이날 예술 공연을 다 보고 나서야 집주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다음 여행
강하랑은 설이 끝난 후 도망쳤다.그전에는 단이혁의 회사에서 잠시 일을 했다.솔직히 말해서, 연예인 지망생들의 외모는 정말로 훌륭했다.예쁜 여자들은 하얀 피부에 다리가 길쭉하고, 잘생긴 남자들은 몸매가 엄청 좋았다.정말로 선택해야 한다면, 강하랑은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택할 것이다.자신의 플레이 본능을 억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놀고 싶었다.몸매 좋은 남자들이 강하랑을 ‘누나'라고 부르는 것도 정말 좋았지만 예쁜 여동생들이 그녀를 볼 때마다 인사하면서 미소를 짓는데, 그 미소는 정말 마음을 사르르 녹였다.그녀는 돈도 많고
이것은 그녀가 예전에 행복했을 때와 다름없는 미소였다.예전 같았으면, 단유혁은 한숨을 돌리고는 강하랑을 따라 산책하고, 사진 찍고, 밥을 먹으러 갔을 것이다.하지만 최근에는, 그는 이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오빠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듯, 강하랑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는 머리를 기울이고, 차 문 앞에 기대어 말했다. "오빠, 나는 어떤 사람의 죽음 때문에 조금 슬펐던 건 인정하지만, 예쁘고 똑똑한 여동생이 쓰레기 같은 사람 때문에 죽고 살지 않을 거라는 걸 믿어줘, 알겠지?"그녀가 좋아했던 사람은 선행으
“하랑이는 추후 어떤 계획 있어?”단유혁은 질문을 피하며, 갑자기 화제를 전환했다.그는 강하랑의 시선을 따라 멀지 않은 해변을 바라보았다. 해변에서 햇볕을 받으며 배구를 치는 아이들과 얇은 옷을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청년들을 보면서, 이런 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인생은 곧 걸어가는 과정에서의 수행이기에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사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며, 평화로운 햇살 아래에서 뛰어놀고 즐기는 것이다.이 외에 또 어떤 것이 있을까?그는 시선을 거두어 다시 강하랑에
“하지만 너 이 며칠 동안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안심할 수가 없었어.”단유혁은 정희월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 차를 몰고 가며 강하랑을 한 번 흘겨본 후 농담처럼 말했다.별장에서의 어조에 비해 지금은 많이 가벼워졌다.“아이구.” 강하랑은 깊게 한숨을 쉬며 손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아무리 말해도 난 과다 출혈로 다친 환자야. 휴식을 취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이 말은 당연히 둘러대는 말이었다.연바다에게 끌려갔을 때, 그녀의 팔 부상은 완벽하게 처치되어 있었고 이후에도 상처가 부딪혀도 다시 열리지 않았다. 병원과 별장에서
정희월이 원래 긴장을 풀었던 마음이 다시 조여졌다.그녀는 강하랑을 달래며 말했다. “하랑아, 너 왜 그런 걸 묻니? 그 장면은 보기 좋지 않아. 만약 집에서 지루하다면 오빠에게 데리고 나가서 놀거나 나와 함께 정원에 가서 꽃을 심자.”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필요가 있을까?정희월은 직접 산에 가본 적은 없지만 뉴스에서 온서애를 실어 나가는 장면을 보았다.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연씨 가문의 온서애도 그런 일을 겪었다면 산의 상황은 더 위험했을 것이다.비디오가 인터넷에 올라오지
강하랑은 단시혁이 돌아온 후 바로 퇴원을 했다.병원 창밖의 풍경이 좋기는 했지만 병원에 있는 것은 항상 마음이 불안하고 공기에서도 그녀가 싫어하는 냄새가 났다.그녀는 집에 가고 싶었다.단시혁의 행동은 매우 빨랐다.동생의 기분이 좋지 않고 잘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의사가 몸에 큰 이상이 없고 입원할 필요도 없다고 했으니 집에서 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는 강하랑을 데리고 서해시에 있는 단씨 가문의 별장으로 돌아갔다.이곳에는 사람이 많아 그녀를 돌보기가 편했다.게다가 곧 설날이 다가와 그녀를 자신의 아파트로 보내는
강하랑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하얀 천장이었고, 귀에는 전자 기기의 소리가 들려왔다.공기 중에는 자극적인 소독약 냄새가 가득했고 그녀는 한참을 안정시키고 나서야 시선을 돌려 옆을 보았다.창밖의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고 그녀는 느리게 돌아가는 머리를 서서히 회전시켜 지금 자신의 상황을 완전히 이해했다--그녀가 미친 사람이라고 불렀던 그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그리고 그녀의 품에서 죽었다.그가 케인에게 묻히는 것을 그녀는 지켜보았다.이후로는 더 이상 누군가가 그녀를 데려가고 강제로 감금시키고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