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채은과 달리 단원혁은 오늘따라 유난히 평온해 보였다. 평온한 얼굴 뒤엔 즐거움도 언뜻 보이는 듯했다.특히 눈앞에 있는 서채은이 거의 뛰어들다시피 올 땐 그의 얼굴에선 감출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아직 현장을 벗어나지 않은 구경꾼들과 언론사 기자들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래도 단원혁과 서채은이 아무런 사이가 아니라고 말하겠는가?이래도 두 사람 사이를 인정하지 않겠는가?물론 단원혁도 그녀와 자신이 어떤 사이인지 말하지는 않았다. 그저 인터뷰를 거절했을
그녀는 계속 말을 이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들었다.그러니까 단원혁이 실수로 설비를 넘어뜨리고 다시 세우는 것까지 전부 방송으로 나갔다는 말이었다.단원혁은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기자에게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그럼... 제 비서가 나가는 장면도 찍힌 건가요?”기자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짓다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마... 도요.”방금 상황에서 그녀는 단원혁의 표정만 주의하고 있었기에 전혀 카메라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게다가 곧 퇴근 시간이
그녀가 감사 인사를 하자 단원혁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럼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감사 인사는 당연히 제가 해야죠. 제가 부탁하는 입장인데 어떻게 감사 인사를 받아요.”물론 이해는 되었다.사람은 당황하거나 하면 머리와 입은 확실히 두뇌 회전이 느려지고 횡설수설하게 된다.단원혁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이번은 그의 생각이 틀린 것 같았다.기자는 그가 예상한 대답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아니, 아녜요. 정말 저희가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정말 고마워요!”그녀는 다소 감정에
그들은 아직 젊고 앞으로 기회도 많이 생길 것이다.돈 때문에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이윽고 그들은 빠르게 다시 학교에서 해왔던 것처럼 창작물을 만들기 시작했고 더는 연예계 기사나 쓰지 않으려 했다.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들이 패소하고 낸 배상금은 연예인들의 광고나 홍보 의뢰를 얼마간 받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미담이나 이야기를 써주면 갚을 수 있는 돈이었다.하지만 그들은 역시 마지막으로 다시 시도해보고 싶었다.그리고 마침 지금 그들에게 기회가 차려졌다.이 기회는 그들이 끝까지 버텨온 보상이기도 했다.단원
“그리고 걱정하고 있는 일은...”단원혁은 뜸을 들였다. 그의 표정이 다시 부드러워지더니 더 정중한 태도로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마치 서채은과 대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그의 눈빛도 진지함이 가득했다.“비슷한 집안끼리 결혼해야 한다는 말은 부정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전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습니다. 우리 집안에선 그런 거 따지지 않아요. 그러니까 저한테는 필요 없는 말이죠. 집안을 따지며 신경 쓰는 것보다 전 서채은 씨랑 남은 생을 보내는 게 더 중요하거든요. 우린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고 우리 사이엔 다른 것이 필
“그쪽이 사과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꼭 사과를 받아줘야 한다는 법이 있나요? 그쪽이 뭐라고요?”단원혁은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바로 여자의 말을 끓어버렸고 인내심도 다소 사라졌다.“제가 그쪽의 뺨을 때리고 사탕을 한 알 주면 그쪽은 바로 넘어가 줄 건가요? 그리고 아주 우연히도 전 누가 저한테 이래라저래라하는 거 싫어하거든요. 그게 아무리 제가 원하는 일이라고 해도 말이죠.”그 말의 뜻은 곧 그가 카메라 앞에서 서채은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밝혀도 딱히 상관이 없다는 소리였다.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추측성 기사를 올리는 것이
“아니,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그녀는 은색 가면을 쓴 남자가 연 씨라는 것 빼고는 아는 것이 없었다.점점 느껴지는 서늘한 한기에 그녀는 다소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고 목소리 톤도 다운되어 아까와는 달리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아니 난 그냥 인정할 수 없어서 그런 거예요. 그쪽이 이렇게 많은 기자들을 불러오라고 해서 불러왔는데, 난 단독을 하나도 못 건졌잖아요. 회사로 돌아가면 상사가 또 날 혼낼 거란 말이에요.”그러자 핸드폰 너머로 비릿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그래? 그런데 왜 난... 박윤정 씨가 차려진 기회를
마치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스읍' 소리를 내기도 했다.“아, 그래. 내가 말을 잘못했네. 너랑 내가 똑같이 양심이 없는 인간이란 거 잊고 있었네, 내가. 어쩐지 네가 그렇게 말해도 이상하게 일리가 있는 것 같더라.”“하!”강세미는 화병에 걸려 입안에서 피가 한 움큼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다.심호흡을 급히 해보았지만 그럼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마치 곧 죽음을 앞둔 새끼 짐승처럼 부단히 심호흡을 하면서 화를 삭이려 했다.“내가 양심이 없다고요? 양심이 없으면 뭐가 달라지는 게 있나요? 양심이 없는 것도 다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