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랑은 그냥 입을 다물었다. 연유성이 병원에 함께 가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어린 시절 지나치게 엄격한 가정 교육 때문에 연유성은 온서애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배울 것도 많거니와 일등을 놓치면 벌을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강하랑도 연씨 가문의 교육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저 연유성이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그녀는 강씨 가문에 돌아가 며칠이나 그와 만나지 못했던 것만 기억났다.연씨 가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가정 교육이 엄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연유성은 가문의 3대 독자인 데다가 그의 아버지가
“사랑아, 왜 그래? 누가 널 괴롭혔어? 또 연유성 그 개자식이지? 오빠가 대신 복수해 줄게, 가자!”단이혁은 강하랑이 이렇게까지 우는 모습을 본 적 없었다. 지난번 그가 집에 안 돌아가겠다고 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으니 말이다.강하랑이 어깨가 파들파들 떨릴 정도로 펑펑 우는 것을 보고 단이혁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래서 그녀가 눈물과 콧물을 값비싼 정장에 마구 묻히도록 내버려둔 채 부드럽게 등을 토닥여줬다.“너만 원한다면 지금 당장 돌아가도 괜찮아. 오빠가 같이 가 줄게. 사랑아, 이 세상 누구도 널 괴롭힐 수 없어.
“너 사랑 씨한테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한 거야?”“별 얘기 아니야.”“뭐?”지승우는 어이없는 듯 잠깐 침묵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별 얘기가 아닌데 사랑 씨가 울었겠어? 아니, 그건 둘째치고 다른 남자가 달래줄 때까지 넌 사과 한마디 안 한 거야?”지승우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차에 올라타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두 사람이 그가 주차하는 새로 또 싸웠으니 말이다.“남자가 되어서 여자를 울린다는 게 말이나 돼?”지승우의 말을 들은 연유성은 갑자기 우뚝 멈춰 서더니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여자가 남자 때문에
병원.연유성과 지승우가 병실에 들어갔을 때 온서애는 금방 정신을 차리고 진영선의 도움을 받으며 식사하고 있었다.잔뜩 피곤한 기색의 온서애는 어린아이처럼 투정 부리며 식사를 안 하려고 했다. 하지만 진영선은 여전히 차분하게 숟가락을 들면서 말했다.“사모님, 조금이라도 드세요. 의사 선생님도 굶으시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온서애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머리를 돌렸다.“지금은 입맛이 없어. 나를 신경 쓸 건 없으니까 그냥 치워줘.”금방 정신 차린 온서애는 아직도 머리가 어지러웠다. 머릿속에는 이명과 함께 쓰러지기 전에 일어난 일이
아쉽게도 온서애와 진영선은 임서화와 강세미처럼 뻔뻔하지 못했다. 그래서 화를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다.온서애의 건강은 최근 2년 사이에 빠르게 악화하었다. 저혈당에 오래도록 그녀를 괴롭혀 온 출산 후유증 때문에 결국 이번에 화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다.그래도 그녀는 똑똑히 기억했다. 그녀가 정신을 잃기 직전 강세미 모녀가 범인으로 지목이라도 받을까 봐서 부리나케 도망가던 모습을 말이다. 그런 인간들을 연씨 가문에 들이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강진산과 연성철이 친구 사이만 아니었어도 그녀는 강씨 가문을 거들떠보지도 않았
연유성은 태연한 말투로 되물었다. 그리고 허리를 꼿꼿하게 펴면서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어머니가 저를 위해 반평생을 희생했다는 거 잘 알아요. 그러니 앞으로의 시간은 어머니를 위해 쓰세요. 저한테 자꾸 집착하지 마시고요, 알겠어요? 세미를 집안에 들이는 게 걱정인 거라면 제가 알아서 조절할게요. 그리고 어머니와도 평생 만나지 못하게 할게요. 이 결혼에서 어머니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아요. 저만 원하면 되니까요.”“너...!”“이렇게 소리를 지르시는 걸 보면 몸도 괜찮은 거죠? 저와 승우는 아직 저녁밥을 먹지 못해서 이만 돌아갈게
병실에서 나온 연유성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져 감히 그에게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를 뿜어냈다.그는 가슴이 갑갑해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이런 느낌은 그가 어릴 때 매번 처벌을 받을 때마다, 매번 하기 싫었던 일을 억지로 할 때마다 느끼던 것이었다.하지만 그들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어둡고 좁은 방에 하루 동안 갇히기 일쑤였고 그에겐 도망갈 곳조차도 없었다.억압당해 숨 막히는 느낌은 항상 온서애가 말을 꺼낼 때마다 더더욱 느껴졌고 어린 시절 어둠 속에 갇혔던 기억도 떠올리게 했다. 그는 더는 병실에 머물고 싶지 않았
그렇게 생각한 지승우는 더 마음이 답답해졌다.“연유성, 넌 애초에 그 여자를 사랑해서 결혼하려는 게 아니야! 난 전부터 이미 눈치채고 있었어. 만약 네가 정말로 그 여잘 사랑했다면 어떻게 그 긴 시간 동안 그 여자한테 손도 안 댈 수가 있어? 대체 네가 문제 있는 거냐, 아니면 손대기 싫은 거냐? 넌 그냥 그 여자한테 손끝도 대기 싫은 거야. 그런 결혼이 정말로 오래 유지될 거로 생각해? 제발 정신 차려! 그 여잔 목적이 있어서 너한테 접근하는 거고, 어떻게든 널 위험에 빠뜨리려는 거라고! 넌 정말 눈치를 밥 말아 먹은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