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유성은 강하랑의 이름을 보곤 미간을 찌푸렸다.그리고 이내 펜으로 힘있게 강하랑의 이름을 지워버리곤 손을 들어 서류를 한쪽으로 휙 밀어버렸다.소파에 앉아 있던 지승우도 강세미의 일로 더는 따지지 않았다. 디저트도 하나만 맛보곤 다시 내려놓고는 휴지로 손을 닦으면서 아까의 건성 대는 목소리로 돌아왔다.“네 마음대로 해. 어차피 결혼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인데 뭐. 그래도 난 친구로서 설득은 했다. 나중에 가서 괜히 나한테 왜 설득 안 했냐고 시비 걸지 마. 그리고 미리 말해두는데, 네 결혼식엔 안 갈 거야.”“마음대로 해.
IQ는 높았지만, EQ가 마이너스일 줄이야.연유성은 아무리 생각해도 뭐가 잘못된 것인지 알지 못했다. 다만 지승우의 행동에서 대충 눈치를 채곤 미간을 찌푸렸다.“내 말에 뭐가 문제 있어?”“어, 다 문제야.”지승우는 소파에 똑바로 앉아 연유성을 보며 진지하게 분석해 주었다.“일단, 사랑 씨가 이 디저트를 준 건 그냥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야. 심 비서가 직접 찾아왔는데 빈손으로 돌려보낼 수 없어서 디저트를 준 거야. 심 비서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어도 사랑 씨는 선물을 챙겨주었을 거야.”“두 번째, 너와 사랑 씨 결혼은 어
그리고 동시에 HN 그룹의 홍보팀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HN 그룹 공식 계정으로 입장문을 올리며 HN 그룹 대표인 연유성과 강하랑은 오래전부터 이혼 준비를 해왔다며 밝혔고 사인한 이혼 서류 날짜를 언급하며 연유성이 바람을 피운 것이 아니라며 먼저 연유성이 쓰레기가 아니라는 것부터 해명했다.그리고 강세미 측 회사에서도 이내 HN 그룹 홍보팀과 협력해 강세미의 개인 계정으로 천자가 넘는 장편의 해명 글을 올려 연유성과 바람이 아닌 자연적인 만남으로 시작해 사귀게 된 것이며 강하랑은 연성철 덕에 연씨 가문으로 시집갈 수 있었던 거라며
전에 그나마 연유성이 괜찮은 사람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적어도 그날 밤 연회에서 연유성은 강하랑의 편을 들어주며 옳고 그름을 따졌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그냥 사랑에 미쳐버린 한심한 놈이었다!“직접 나섰다고?”강하랑은 단이혁이 내뱉은 말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다소 이해가 가지 않기도 했다.눈썹 사이를 구긴 그녀는 입술을 틀어 문 채 다시 핸드폰을 확인했다.실검 앞자리는 여전히 그녀가 차지하고 있었고 강세미 이름 뒤에 따라붙었던 내연녀 꼬리표는 어느새 그녀에게 붙어버려 ‘진정한 내연녀는 강하랑'이라는 검색
단이혁은 강하랑이 공유한 게시글을 찬찬히 읽어보더니 바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래, 맞아! 하마터면 까먹고 있을 뻔했네!”시간을 더 지체할 새도 없이 단이혁은 바로 그 게시글을 XR 엔터 홍보팀에 공유하였고 온마음에게 연락했다.네티즌들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댄 탓에 그는 하마터면 비장의 카드를 까먹고 있을 뻔했다.강씨 가문의 연회에서 촬영한 영상을 원래 연회 다음날 바로 쓰려고 했지만, 구치소에 들어간 강세미가 그날 밤 바로 병원에 이송될 줄은 몰랐고 상처도 깊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었다.그리고서 강씨 집안 사람들도 딱
오후 내내 많은 메시지를 받았던 단이혁은 머리가 지끈거려 욕조에 몸을 담그며 휴식을 취하려 했다.소파에서 일어난 그는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랐다.“아 참, 사랑아. 강세미 엿 먹이는 건 알겠고 네 쪽은...”악행을 저지른 강세미가 응보를 받는 것은 당연하였다. 하지만 강하랑 쪽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여전히 내연녀라는 오명을 듣고 있었다.게다가 강세미를 위해 나선 연유성이 강하랑을 위해 해명할 리가 없었다.연유성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내 쪽엔 뭐?”강하랑은 애초에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
게시글을 올린 뒤 강하랑은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단이혁처럼 전자제품은 전부 한 구석에 처박아두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식사를 준비하고 먹었다.물론 중간에 영호시 본가에 있는 부모님이 영상통화를 걸어와 단이혁과 별장 안에서 산책하며 대화를 했다.SNS에 떠도는 기사를 모두가 알게 되었지만 언급하는 사람은 없었다.평소와 다를 바 없이 그녀의 부모님은 한주시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을 물으며 언제 영호시로 돌아올 거냐고 강하랑에게 말했다.“곧 갈 거예요, 엄마. 아마 이틀 뒤면 이덕환 선생님을 만나 뵐 수 있을 테니
단이혁은 그녀에게 시선을 돌리며 검지로 이마를 톡 밀쳤다.“이 작은 머리로 대체 뭔 생각하는 거냐. 내가 기분이 안 좋을 리가 있겠어?”강하랑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마를 매만졌다.그리곤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단이혁을 째려보았다.“오빠가 갑자기 조용하니까 물어본 거잖아. 유리 같은 심장에 상처라도 받았나 해서 물어본 건데, 흥! 심지어 날 때렸어?!”“누가 상처받았대?”단이혁은 바로 반박하며 시선을 그녀의 이마에 돌리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고작 이마 살짝 친 거로 때렸다고 하냐? 사랑이 너 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엄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