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유성은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면서 강세미와 거리를 두었다.그의 눈빛은 심연처럼 어두워졌다.“넌 매번 항상 네 병 핑계를 대더군. 하랑이와 결혼했을 때도 넌 조울증이라면서 자살 소동을 벌였지. 그래서 난 하는 수 없이 하랑이를 해외로 보냈어. 그리고 이번엔 하랑이가 귀국하고 나서 사람을 사주해 흉측한 짓까지 하려고 해놓고 또 병 타령이었어. 지난번 CCTV 영상 사건도 넌 또 병 탓을 하면서 용서해달라고 했지.”“그리고 지금도! 넌 또 그 병 탓을 하면서 모든 사람이 널 이해해주길 바라고 네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하길 바라고
그녀의 몸이 저도 모르게 살짝 떨려왔고 옆에 있던 단세혁도 바로 눈치챘다.단세혁은 갑자기 손을 뻗더니 긴 팔로 강하랑의 어깨를 감싸면서 토닥거렸다.그리고 이내 시선을 들고 이미 이성을 잃고 발광하는 강세미를 보면서 싸늘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강세미 씨, 말 꺼내기 전에 먼저 생각이란 것부터 하세요. 머릿속에 지식이 부족하면 다시 학교에 다니던가 하시라고요. 머리가 있으면 훔쳤다는 말이 대체 무슨 말인지 제대로 생각하고 말하세요. 훔쳤다는 것은 이미 전부터 계획하고 당신의 자리를 노린 것을 훔쳤다고 해요.”“하지만 그
강세미의 동작은 아주 빠르게 이루어졌고 미처 피할 겨를도 없었다.강하랑뿐만 아니라 제일 가까이 있었던 단세혁도 뒤늦게 반응하며 바로 무의식적으로 강하랑을 잡아당기려고 했다.단세혁의 빠른 대처에 강하랑은 다치지 않았지만, 나이프는 단세혁의 팔을 스쳐 지나가면서 긴 상처를 냈다.손님들은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을 쳤다.물론 사람 무리를 뚫고 나온 사람도 있었다. 강세미가 다시 나이프를 들어 강하랑을 찌르려고 하자 연유성과 단이혁이 동시에 나와 막으려고 했다.강세미와 거리가 가까웠던 연유성은 단이혁보다 먼저 강세미의 두 손을 압박
예전부터 그녀는 언젠가 자신이 톱스타 성세혁과 같이 작품을 하는 상상을 수도 없이 해왔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다른 방식으로 꿈을 이룬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비록 지금 이 상황이 그녀에게 비현실적이긴 했지만 기쁨에 젖어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단세혁은 온마음의 그런 멍한 상태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강하랑을 힐끔 보더니 단이혁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형, 그럼 난 먼저 갈게요. 형은 하랑이 좀 잘 지켜봐요. 그리고 남은 처리도 부탁해요.”단이혁은 고개를 끄덕였다,단세혁은 몸을 틀었다.“가요, 온마음 씨.
“유성아...”강세미는 초조해진 마음으로 바로 그를 따라갔다.그녀는 강하랑이 신고했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방금 강하랑을 나이프로 찌르지 못했다는 사실에 아쉬워하고 있었고 오히려 연유성이 다치게 되어 초조해졌다.“아저씨, 아주머니께서도 얼마나 자식 교육을 못 하셨는지 이제 알겠죠? 이래도 감싸줄 생각이세요?”뒤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연유성은 걸음을 멈추더니 이내 차가워진 시선으로 강태호와 임서화를 보았다.두 사람이 그의 말을 귀담아듣든 말든 그는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별장을 떠나가는 강하랑의 모습에 그는
강세미는 억울하기만 했다. 강씨 가문으로 돌아온 후 그녀의 부모님은 항상 그녀의 편만 들어주고 절대 욕 한 번 하지 않았었다.그렇게 생각한 강세미는 점점 화가 나기만 했고 강태호에게 대들었다.“아빠가 저한테 그런 말 할 자격 있으세요? 아빠가 능력만 좋았더라면 제가 강하랑과 이런 사달을 벌였겠어요? 그리고 그간 강씨 가문의 사업도 점차 번창하게 된 건 다 제 덕이잖아요. 아녜요? 제가 아녔다면 유성이가 아빠 사업에 투자했겠어요? 아빠는 나 같은 딸 덕분에 사업이 그렇게까지 잘 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저를 감싸주지 못할망정
그랬다. 비록 구치소에 들어가는 일은 경찰 측에서 먼저 소식을 밝히진 않겠지만 언젠가 소식이 새어나가기 마련이었다.강세미는 연예계에서 꽤 잘나가는 배우였기에 연행되면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게 분명했다.그들은 손님들에게 입을 조심하라고 위협할 수는 있었지만, 경찰은 어떻게 위협할 수 있겠는가?임서화는 너무나도 초조했지만,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고 그저 강세미의 손을 잡고 토닥이고 있었다.“걱정하지 마. 이 일은 엄마가 해결할 거야. 넌 일단 아무 걱정하지 말고 경찰이 하는 대로 해. 내일 엄마가 데리러 갈게. 알았지?”강세미는
“우리 오빠는 아직도 지금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어. 네가 무슨 생각으로 달려들었든 사람이 다친 건 사실이야. 그러니 난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반드시.”경찰도 머리가 아팠다.그들은 사건의 경과도 보지 못했고 지금은 또 증거물도 없었기에 양측이 하는 말로만 수사할 수밖에 없었다.사람이 다친 건 이미 단세혁 쪽에서 보낸 사진을 보았기에 확실했고 무슨 죄가 있는지는 조금 더 조사해야 할 것 같았다.뭐가 어찌 되었든 그들이 원하는 건 증거였다.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그 사람이 말이 맞는 것도 아니고, 침착하다고 해서 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