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세미’, 다른 한쪽은 ‘강하랑’. 연유성의 마음이 어느 쪽으로 향해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리는 호칭이었다.지승우는 고구마를 먹고 체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연유성을 바라보며 깊게 한숨을 쉬면서 물었다.“그 여자랑 결혼할 생각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어?”지승우가 강세미를 부르는 호칭은 진작 이름에서 ‘그 여자’로 변했다. 처음에는 그 호칭이 기분 나쁘다고 잔소리하던 연유성도 이제는 포기한 듯했다.연유성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이미 약속된 일이야. 세미가 엄청난 잘못을 하지 않는 한...”그 말인즉슨 두 사
“어쩐지 환영하지 않는다는 말로 들리네요.”강세미는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지승우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강세미가 그를 불러세우면서 물었다.“승우 씨, 오늘 밤 우리 가문의 연회에 유성이랑 같이 오지 않을래요?”지승우가 거절하려고 한 찰나 강세미가 싱긋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언니가 드디어 우리 가문으로 돌아오기로 했어요. 비록 승우 씨는 해외에 있는 시간이 더 길었지만 그래도 언니랑 친했었잖아요. 만약 승우 씨가 온다면 언니도 언니의 오빠도 기뻐할 거예요.”지승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
“유성아, 너 혹시 아직도 언니 때문에 나한테 화난 거야?”강세미는 입술을 꼭 깨문 채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연유성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지난번 일은 내가...”“다 지난 일이야. 자꾸 꺼내지 마.”강세미가 축 처진 목소리로 말하는 건 전에도 자주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연유성은 오늘따라 괜히 짜증이 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그래서 할 말이 뭔데? 없으면 나가, 난 할 일이 태산이야.”연유성의 차가운 태도에 강세미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래서 쓸데없는 말은 그만두고 바로 용건을
“근데 가족관계단절서를 꺼낸 사람도 네 어머니잖아.”연유성은 강세미의 설명을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 표정과 말투는 마치 남 얘기를 듣는 제삼자 같았다. 그리고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오늘 일 강하랑의 의견은 물어봤어? 강하랑이 가라면 가야 하고 오라면 와야 하는 사람이야?”강세미는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연유성이 강하랑의 편을 들어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 같으면 그녀는 강하랑을 맨손으로 찢어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뒷배를 알 수 없는 톱스타 오빠가 있다고 해도 천한 년은 천한 년이야!
“유성아, 오늘 일은 언니도 허락한 거야. 내가 오기 전에 엄마가 직접 연락했다니까? 언니는 무조건 온다고 했어. 그러니 너도 올 거지?”“강하랑이 허락했다고?”연유성은 갑자기 머리를 들면서 물었다.“응, 못 믿겠으면 언니한테 직접 물어봐.”강세미는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기 전에 강하랑에게 연락했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하지만 강하랑이 참석할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다. 그리고 강씨 가문에서 원하는 것도 딱 강하랑의 참석까지였다.강하랑이 연회에서 무슨 말을 하던지는 상관없었다. 그녀가 참석만 한다면 강씨 가문에서는 성세혁을
강하랑은 문 앞에 멈춰 선 채 몸을 흠칫 떨었다. 표정도 전보다 훨씬 굳어 있었다. 단유혁에게 사과하기는커녕 만나기도 어렵다는 것을 발견하고 나니 불안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어떻게든 다시 말을 꺼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떠나야 하는 것인지 한참이나 망설였다. 어쩌면 단유혁의 화가 식은 다음에 찾아오는 것이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굳게 닫힌 문을 향해 서러운 듯 축 처진 목소리로 진지하게 사과했다.“유혁 오빠, 내가 잘못했어. 나한테 화난 거 알아, 어젯밤 걱정하게 해서 진짜 미안해.
“저는 애가 아니거든요.”“알았어~”정말이지 표정을 보지 않고서도 느껴지는 건성인 대답이었다. 그래도 단유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하랑이 돌아오기 전 단씨 가문의 막내는 단오혁과 단유혁이었다. 큰형 단원혁과는 10살 차이 났고, 둘째형 단이혁과는 8살이나 차이 났다. 그러니 그들에게서 애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더구나 지금은 이런 문제를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두 사람을 방으로 데려간 단유혁은 컴퓨터로 파일 하나를 열었다. 그러자 안서동 9번지의 CCTV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지승우가 요즘
강하랑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밀가루 가득 묻은 손을 허공에 어색하게 든 채로 멍하니 서 있었다.한참 지나서야 그녀는 뜸을 들이며 말했다.“그럼... 그럼 유혁 오빠는 내가 어떻게 해줘야 화 풀어줄 거야?”단유혁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그 덕에 말을 꺼낸 강하랑은 괜히 머쓱해졌다.드디어 침묵을 깨지고 머그잔을 든 단유혁이 입꼬리를 올렸다.“이미 화 풀렸어.”강하랑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몇 초 동안 멍하니 서 있던 그녀는 그제야 기쁜 듯 확신이 서지 않는 어투로 말했다.“정말? 오빠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