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하던 연유성은 몸을 돌려 떠나려다 말고 한 마디 보탰다.“이혼 절차는 내가 빨리 끝내볼게. 하지만 그전에는 조심 좀 하지? 괜히 서로 불쾌하지 않게.”말을 마친 연유성은 쌩 멀어져 갔다. 멍한 표정으로 문턱에 멈춰 선 강하랑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말이다.‘저게 무슨 말이야? 내가 뭘 조심해야 하는데? 혹시 승우 씨랑 술 마셔서 그러나? 아니면 또 둘째 오빠 때문에? 마지막으로 만난 게 지난번 엘리베이터 사고 때였으니... 설마 사내놈이 쪼잔하게 그걸 지금까지 기억하는 건 아니겠지?’강하랑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문을
연유성은 어정쩡하게 손을 올리고 있었다. 마침 노크하려던 참에 강하랑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강하랑은 갑자기 나타난 그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왜 여기에 있어?”이 시간에 방문을 열고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도 소리 지르지 않을 사람은 강심장 강하랑 밖에 없을 것이다.연유성은 천천히 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강하랑의 불쾌하다는 표정을 발견하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금세 태연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난 출근 시간이 돼서 나가야 한다고 알려주려고 왔어. 가는 길에 태워줄까?”청진 별장 근처에는 택시가 잘
강하랑은 역시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연유성이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를 말이다. 그녀는 그저 연유성에게 빚지기 싫었을 뿐이다.예전에 받았던 것은 연유성과 강세미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한 것으로 퉁 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그건 연성철이 원해서 강하랑을 도와준 것이기에 연유성이 토를 달 자격은 없었다.“미안.”강하랑은 발끝을 바라보면서 사과했다. 머리를 푹 숙이고 있는 탓에 연유성은 그녀에게서 아무런 감정도 보아낼 수 없었다. 그저 입꼬리가 억지로 올라간 것만 희미하게 보였다.“네 말이 맞아. 내가 너희 가문에 빚진 게
‘오빠... 장미꽃을 선물하는 오빠...’“하!”연유성은 서서히 멀어지는 검은색 마이바흐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아침 대낮부터 꺄르륵거리면서 통화하던 사람도 친오빠가 아닌 아는 오빠일 것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그는 차가 종적을 감춘 다음에야 시선을 거뒀다. 얼굴에는 한 층의 살얼음이 낀 것 같았다. 차 안에 앉아 있는 여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강하랑은 오래전부터 장미꽃을 좋아했다. 단 한 송이라도 좋으니, 누군가에게서 장미꽃 선물을 받아보기를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그 집념이 너무 강
그래도 강하랑이 이혼을 결심했다는 것은 아주 대견했다. 연유성만 바라보면서 단씨 가문을 뒷배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틀린 사람을 좋아했다고 해서 그 마음마저 틀린 것은 아니었다. 제때 발견하고 돌아서면 그만인 일이니 말이다.감정적인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니 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단이혁이 지금 바로 강하랑에게 얘기해주지 않는 것은 그녀가 스스로 알아차렸으면 했기 때문이었다.단이혁은 강하랑의 얌전한 사과를 들으면서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러자 뒷좌석에 있던 단세혁이 더 이상 들어주지 못하고 말했다
온마음이 보낸 것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사진 속의 초대장은 결혼식 청첩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화려했다.초대장의 내용은 대충 강하랑의 오빠 단세혁이 강씨 가문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직접 방문해 감사 인사를 올린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부로 그는 강씨 가문의 가족이 되는 셈이니 기쁨을 나누고자 다른 사람들은 가문의 만찬에 초대한다고 했다.사진을 보고 난 강하랑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지난번 임서화가 전화 왔을 때는 강태호가 돌아온 기념으로 저녁이나 함께 먹자고 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 저녁 만찬이 어느샌가 연회가 되어버렸다.
강하랑은 걱정되었다. 온씨 가문에서 진짜 온마음을 아무 남자의 침대에나 납치해 갈까 봐서 말이다. 소위 말하는 재벌가 도련님들이 얼마나 더럽게 노는지 알고 있는 그녀는 한숨과 함께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온마음은 여전히 가벼운 말투로 문자를 보냈다.「괜찮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요. 그리고 전 하랑 씨를 만나러 가는 거예요. 하랑 씨 혼자 그 인간들을 상대하게 할 수는 없죠! 제가 서포터 역할을 해줄게요.」온마음의 말에 강하랑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자신도 힘든 상황에서 그녀를 생각해 주는 마음씨가 고마웠기 때문이다.그래도 세상
강하랑이 말을 마치자마자 단이혁의 안색은 확 어두워졌다. 미간도 보기 드물게 구겨졌다. 하지만 그 표정은 강하랑과 단세혁이 발견하기도 전에 사라졌다.“뭐... 상관없지, 일에만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온마음 씨한테 쓴 돈이 헛되지만 말았으면 좋겠네.”강하랑은 단이혁을 따라가면서 온마음 얘기를 접어두고 다른 화제를 꺼냈다.“오늘 저녁 오빠도 같이 가지 않을래? 어차피 만찬은 연회로 변경된 모양인데, 오빠도 초대받았지?”온마음의 말로는 강씨 가문이 한주시의 유명인이라는 유명인은 전부 초대했다고 한다. 그중에는 그들이 감히 거들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