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랑은 부랴부랴 단톡방에 생존 신고를 했다. 그리고 문자를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단오혁이 벌써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잘못을 저지른 쪽은 강하랑이었기에 그녀는 최대한 낮은 자세와 달콤한 목소리로 선제공격했다.“오빠~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강하랑은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식사했으니 시간은 어느덧 아침 다섯 시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단오혁은 강하랑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너 연유성이랑 같이 있지?”불쾌함이 잔뜩 묻어 있는 말투에 강하랑은 순간 멈칫했다.
단오혁의 한숨 소리에 강하랑은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숙취 때문인지 걱정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뼈에 사무치게 후회하는 중이었다. 이 화제를 계속하고 싶지 않았던 강하랑은 충전기를 핸드폰에 연결한 채 침대에 엎드려서 말했다.“근데 오빠는 왜 안 자고 있었어?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둘째 오빠가 알려줬을 텐데, 설마 내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니지? 혹시 일하는 중이었어?”전화 건너편에서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가끔 들려왔다. 단오혁과 단유혁이 함께 회사를 세우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단유혁이 도맡았고 단오혁은
연유성은 강하랑의 통화를 일부러 훔쳐 들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핸드폰도 곧 방전인 것을 발견하고 모든 침실에 있는 비상 충전기를 찾아주고 자신의 충전기는 되찾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노크하기도 전에 강하랑의 애교 섞인 목소리를 듣고 우뚝 멈춰 서게 되었다.‘내 꿈 꿔...?’연유성은 노크하려고 들어 올렸던 손을 툭 내렸다.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강하랑은 아주 친한 사람과 통화하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연유성이 강세미가 돌아오기 전에만 들어본 적 있는 말투로 말이다.‘도대체 누구지?’비스듬히 열린
이렇게 생각하던 연유성은 몸을 돌려 떠나려다 말고 한 마디 보탰다.“이혼 절차는 내가 빨리 끝내볼게. 하지만 그전에는 조심 좀 하지? 괜히 서로 불쾌하지 않게.”말을 마친 연유성은 쌩 멀어져 갔다. 멍한 표정으로 문턱에 멈춰 선 강하랑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말이다.‘저게 무슨 말이야? 내가 뭘 조심해야 하는데? 혹시 승우 씨랑 술 마셔서 그러나? 아니면 또 둘째 오빠 때문에? 마지막으로 만난 게 지난번 엘리베이터 사고 때였으니... 설마 사내놈이 쪼잔하게 그걸 지금까지 기억하는 건 아니겠지?’강하랑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문을
연유성은 어정쩡하게 손을 올리고 있었다. 마침 노크하려던 참에 강하랑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강하랑은 갑자기 나타난 그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왜 여기에 있어?”이 시간에 방문을 열고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도 소리 지르지 않을 사람은 강심장 강하랑 밖에 없을 것이다.연유성은 천천히 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강하랑의 불쾌하다는 표정을 발견하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금세 태연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난 출근 시간이 돼서 나가야 한다고 알려주려고 왔어. 가는 길에 태워줄까?”청진 별장 근처에는 택시가 잘
강하랑은 역시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연유성이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를 말이다. 그녀는 그저 연유성에게 빚지기 싫었을 뿐이다.예전에 받았던 것은 연유성과 강세미 때문에 목숨을 잃을 뻔한 것으로 퉁 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그건 연성철이 원해서 강하랑을 도와준 것이기에 연유성이 토를 달 자격은 없었다.“미안.”강하랑은 발끝을 바라보면서 사과했다. 머리를 푹 숙이고 있는 탓에 연유성은 그녀에게서 아무런 감정도 보아낼 수 없었다. 그저 입꼬리가 억지로 올라간 것만 희미하게 보였다.“네 말이 맞아. 내가 너희 가문에 빚진 게
‘오빠... 장미꽃을 선물하는 오빠...’“하!”연유성은 서서히 멀어지는 검은색 마이바흐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아침 대낮부터 꺄르륵거리면서 통화하던 사람도 친오빠가 아닌 아는 오빠일 것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그는 차가 종적을 감춘 다음에야 시선을 거뒀다. 얼굴에는 한 층의 살얼음이 낀 것 같았다. 차 안에 앉아 있는 여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강하랑은 오래전부터 장미꽃을 좋아했다. 단 한 송이라도 좋으니, 누군가에게서 장미꽃 선물을 받아보기를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그 집념이 너무 강
그래도 강하랑이 이혼을 결심했다는 것은 아주 대견했다. 연유성만 바라보면서 단씨 가문을 뒷배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틀린 사람을 좋아했다고 해서 그 마음마저 틀린 것은 아니었다. 제때 발견하고 돌아서면 그만인 일이니 말이다.감정적인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니 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단이혁이 지금 바로 강하랑에게 얘기해주지 않는 것은 그녀가 스스로 알아차렸으면 했기 때문이었다.단이혁은 강하랑의 얌전한 사과를 들으면서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러자 뒷좌석에 있던 단세혁이 더 이상 들어주지 못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