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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8화

녹색 비단옷을 입은 머리가 하얀 노인이 주훈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왔다.

이천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노인은 바로 이태수의 집사 주진희였다.

이태수가 죽고 주진희는 이태수의 유골을 모시고 있는 만보산을 지키러 갔다.

몇 년이 지났기에 이천수는 주진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진작에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살아 있을 줄은 몰랐다.

“불효자식. 아저씨는 집에서 노후를 잘 보내고 계셨을 텐데 왜 번거롭게 여기까지 불러낸 거야?”

이천수는 목소리가 살짝 떨렸지만 본인은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주진희는 이태수의 옆을 지키던 집사라 권력이 꽤 컸다. 이태수가 있을 때도 주진희는 이천수의 체면을 챙겨준 적이 없었다.

이준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주진희가 먼저 말했다. 목소리에서 연륜이 느껴졌지만 아직 또렷하고 힘 있었다.

“천수 도련님, 작은 도련님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이 사람이 먼저 오겠다고 했어요.”

이천수는 마음이 불안했지만 얼른 웃으며 말했다.

“왜 먼 길 나오셨나요?”

“요즘 이선 그룹에서 일어난 이변은 마침 들어서 압니다. 그러다 어르신께서 돌아가시기 전 제게 했던 당부가 떠 올라서요.”

주진희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

“천수가 성격이 온전치 못하니 옆에서 자주 귀띔해 주라고 하셨습니다.”

옆에 있은 시간이 오래돼서 그런지 주진희의 표정은 이태수와 꽤 닮아 있었다.

이천수는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아래로 늘어트리며 속에서 들끓어 오르는 화를 간신히 참아냈다.

‘망할 놈의 영감, 평생 기 한번 펴지 못하게 억압하더니. 죽어서도 가만히 놔두질 않네.’

이천수가 죽은 척하는데 이준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까이 다가갔다.

“이사님, 할아버지 자필 편지를 주진희 아저씨한테 좀 보여주는 게 어때요?”

“...”

이천수는 말문이 막혔다.

주진희가 흥미를 느끼고 이렇게 물었다.

“그런 게 있어요? 어르신의 자필 편지라, 천수 도련님, 제게 한번 보여주세요.”

이천수가 버벅거리며 말했다.

“뭐 굳이 다시 꺼내볼 필요가 있을까요? 아저씨도 내용을 갈고 있을 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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