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든 돌을 휘두르기도 전에, 그 정신이 나간 아들은 누군가에게 허리를 끌어안겨 뒤로 넘어졌다.그는 누군가의 어깨너머로 힘껏 땅에 내팽개쳤다.혜인은 그 사람이 바로 배남준이라는 것을 알아챘다.그가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 세상에 자기 아들이 맞는 것을 보고 가만히 보고만 있을 어머니는 없었다. 아주머니는 즉시 배남준에게 달려들어 몸싸움을 해댔다.배남준은 남자를 상대하는 데에는 가차 없었지만, 여자를 상대로는 함부로 손을 쓸 수는 없었는지, 별수 없이 아주머니의 공격을 피하기만 했다.혜인은 이 상황을 보고, 급히 차창을 내려 그에게 소리쳤다. “남준 오빠, 그냥 내버려두세요!”아주머니는 혜인이 창문을 내리자, 자신이 속았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래서 쏜살같이 달려들어 그녀를 붙잡으려 했다.그 모습에 남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바로 아주머니를 끌어내 땅에 내동댕이쳤다.아주머니는 땅을 구르며 크게 울부짖었다. “아이고, 사람 목숨 귀중한 줄도 모르고 사람을 죽이려 드네!”배남준은 얼굴을 찌푸렸다.그는 이렇게 무식하게 떠들며 길바닥에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그때 멀리서 경찰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졌다.아주머니는 깜짝 놀라며 땅에서 일어나 혜인을 노려보았다.“독한 년, 네가 신고했구나!”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조금 전 전화로 했어요.”아주머니는 분노에 몸이 덜덜 떨렸다.혜인이 부른 ‘언니’는 경찰을 부른 것이었다!어쩐지 계속 “응, 응” 거리기만 하더니, 경찰과 신호를 주고받고 있은 것이었다.아주머니는 분노와 억울함으로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그녀와 아들은 여러 번 사기를 쳐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실패를 맛본 것이다.그들의 목표는 항상 고급스러워 보이는 차였고, 아주머니는 이를 위해 어떤 차가 비싼 차인지 알아보는 공부까지 했다.게다가 대부분의 고급 외제 차 주인들은 이 정도 돈 때문에 번거롭게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아주머니는 독설
혜인도 그 말에 동의했다. 방금 일이 있고 난 뒤다. 혼자 이곳에 남아 기다리는 건 솔직히 무서웠다.그러나 둘이 한참 동안 기다려도 기사는 오지 않았다.혜인은 자신의 휴대전화 화면이 깨져서 켜지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배남준의 휴대전화를 빌려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기사는 주소를 잘못 들어 엉뚱한 곳에 가버렸던 것이었다.혜인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당황해 있던 참이었다.기사에게 현재 위치를 물어보니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배남준은 그녀가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보고 입 모양으로 “내가 데려다줄게”라고 속삭였다.윤혜인은 더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고, 기사에게 다시 차를 집에 돌려놓으라고 지시했다.차에서 검은 가방을 꺼내고 배남준에게 말했다.“그럼 죄송하지만 부탁 좀 할게요, 남준 오빠.”남준은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나도 이제 별다른 일 없으니까 괜찮아.”차에 탄 후, 혜인이 목적지를 알려주었다.큰길로 나오고, 혜인은 남준에게 적당한 곳에 세워 달라고 했다.“남준 오빠, 잠시만 다녀올게요.”그녀는 소원과 약속한 비밀을 잊지 않았다. 그랬기에 아무리 배남준이라 하더라도, 지금 무엇을 하러 가는지 말해주지 않았다.배남준은 혜인에게 굳이 아무것도 묻지 않고, 곁에서 자신의 비상용 휴대전화를 꺼내 주며 말했다.“필요하면 전화해.”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혜인은 소원이 말한 골목길로 들어가, 붉은 벽돌집을 찾았다.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서야 발견할 수 있었다.상당히 은밀한 곳이었다.마당 입구에 도착하자, 닭이 푸드덕 날아오르고 개가 울부짖는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급히 안으로 들어가 보니, 한 남자가 땅에 누운 아이를 질질 끌고 있는 것이었다.그는 입에 담배를 물고 누런 이를 드러내며 악을 쓰며 말했다.“빌어먹을 늙은것들, 돈을 안 내놓으면 이 꼬맹이를 팔아먹을 거다!”노란 옷을 입은 아주머니가 아이를 꼭 껴안고 찢어지는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말했다.
윤혜인은 온 힘을 다해 발로 힘껏 밟았다.아주머니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지만 여전히 그녀를 놓지 않고 꽉 붙잡고 있었다.윤혜인은 상황이 급박하다고 판단하고 아이와 함께 있는 이모님의 귀에 대고 말했다.“앞쪽 교차로에 차가 있어요!”그 말을 마치고 나서, 이모님과 어린 남자아이를 밖으로 밀어냈다.그러자 이모님은 빠르게 반응하며 아이를 안고 달아나기 시작했다.이를 가만둘 수 없었던 둘째는 발걸음을 옮겨 그들을 뒤따라갔다.아주머니는 뒤에서 크게 소리쳤다.“둘째야, 빨리 와서 날 도와줘! 이 여자가 네 형을 잡아넣었어!”둘째는 이 말을 듣자마자 추격을 멈추고 대문을 잠갔다.윤혜인은 아주머니를 떼어낼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다시 한번 무겁게 발을 내리찍었다.아주머니는 아파서 이를 갈며 울부짖었지만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둘째야, 빨리 와! 이렇게 예쁜 여자는 놓치면 안 되지. 네 형이 나오면 이제 이 여자를 네 형 아내로 삼을 거야!”차마 믿을 수 없는 말에 윤혜인은 경악했다.엄마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을 지시할 수 있단 말인가.둘째는 그제야 진지하게 윤혜인을 살펴보았다.‘정말 좀 예쁜데? 분홍빛이 도는 게... 꼭 신선한 복숭아처럼 생겼어. 한 입 베어 물면 과즙이 튀어나올 것 같아.’윤혜인은 그가 음흉한 눈빛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긴장했다.곧이어 남자는 뒤에서 접근해 윤혜인의 허리를 움켜잡고 꽉 눌렀다.그런 다음 그는 아주머니에게 말했다.“엄마, 먼저 가서 그 여편네랑 아이 찾아봐요. 난 여기서 좀 즐기고 있을 테니까!”둘째와 그의 엄마, 그리고 형은 늘 고정적인 거처가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그래서인지 진즉 결혼할 나이가 되었어도 아내를 구하지 못했다.가끔 ‘홍등가'에서 욕망을 해결하곤 했지만 그런 여자는 눈앞의 윤혜인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손에 넣기 힘든 여자를 탐하는 거야말로 재밌지!’아주머니는 잠시 망설였다.‘우리 첫째한테 남겨 주려고 했던 여자인데...’둘째는 조금 비뚤어졌지만 지능은 정상
둘째는 머리가 몹시 아프고 아랫배는 죽을 것처럼 아팠다.그는 자신이 이렇게 한 여자의 손에 당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윤혜인은 배남준의 예비 핸드폰으로 경찰에 신고를 마쳤다.그녀는 남자가 다쳤다는 것을 확신했고 다시 일어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무시하고 경찰에 맡기려고 했다.하지만 남자는 계속해서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퍼부으며 소리쳤다.“이 더러운 년, 너 같은 것들은 모조리 다 죽여버리겠어!”항상 질 나쁜 사람들과 어울려 다닌 탓인지 그의 욕은 윤혜인이 들어본 적 없는 아주 저속하고 역겨운 것이었다.그는 더욱더 심한 말을 내뱉었다.“네 엄마도 너 같은 것을 낳았으니 더러운 년일 거야. 내가 네 엄마까지 같이...”윤혜인은 이 말을 듣고 문 앞에서 냉소를 지으며 바닥에 있는 빗자루를 집어 들었다.그리고는 이내 남자의 얼굴을 향해 강하게 휘둘렀다.“퍽!”둘째는 얼굴에 빗자루를 맞고 코피를 쏟았다.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쳤지만 그는 차마 일어서지는 못하고 윤혜인에게 다가가면서 계속 욕을 했다.“이 더러운 년, 감히 날 때려? 내가 오늘 너 가만 안 둬...”하지만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비명을 질렀다.윤혜인의 그의 다섯 손가락을 강하게 밟고 있는 것이었다.“아아아!”남자는 고통 속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비명을 질렀다.그러자 윤혜인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네 엄마가 도대체 어떻게 너를 교육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내가 그 더러운 입 씻어줄게.”말을 마치고 그녀는 옆에 있는 걸레통에서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은 걸레를 집어 들었다.걸레의 물은 더럽다 못해 흙이 섞여 있었으며 모든 종류의 세균이 가득했다.둘째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지만 윤혜인은 그를 더 강하게 눌렀다.걸레 머리는 둥글고 많은 면직물이 묶여 있어 보통 사람의 입에 들어가지 않는다.그러나 윤혜인은 억지로 그것을 남자의 입에 밀어 넣었고 마침내 그가 그 더러운 물을 삼켰다.곧이어 윤혜인이 걸레를 빼내자 둘째는 얼굴이 검게 변
윤혜인은 남자를 뒤집어놓고 걸레통을 들어 그의 입을 벌려 강제로 물을 부었다.“꿀꺽꿀꺽... 안 돼... 꿀꺽꿀꺽...”그때 대문에서 ‘쿵' 하는 큰 소리가 들렸다.“혜인아!”배남준은 얼굴에 다급한 표정을 하고 들어와 윤혜인의 어깨를 잡고 이리저리 살폈다.잔뜩 긴장한 듯한 목소리였다.“괜찮아? 어디 다쳤어?”조금 전 그는 윤혜인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하는 이모님의 설명을 들었다.그러고 나서 그는 이모님과 아이에게 차 안에서 절대 나오지도, 문을 열어주지도 말라고 부탁한 뒤, 자신은 서둘러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었다.윤혜인은 배남준의 얼굴이 굳어 있는 것을 보고 머쓱하게 말했다.“오빠, 나 괜찮아요.”배남준은 그제야 윤혜인이 손에 더러운 물통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괜찮다니 다행이다.”바닥에 누워 있는 남자는 물을 많이 마셔 숨을 고르기도 어려운 상태였다.그는 비참하게 신음하며 말했다.“감히 날 밟아...”배남준은 바닥에 누워 있는 남자를 보며 눈빛에 순간적으로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 동정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그는 일어나서 윤혜인의 손을 잡고 말했다.“가자, 여긴 경찰에게 맡기고.”“네.”곧이어 윤혜인이 더러운 물통을 내려놓으려던 순간, 밖에서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아들!”방금 도망쳤던 아주머니가 아이와 이모님을 찾으려고 했으나 차 문을 열지 못해 다시 돌아와 둘째 아들을 찾는 것이었다.하지만 아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그녀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우리 첫째, 둘째 아들 모두 이년 때문에 다쳤다고?!’아주머니는 분노에 차서 옆에 있던 철삽을 집어 들고 그들에게 달려들었다.“이 나쁜 년놈들아, 감히 대낮에 내 아들을 해쳐? 죽여버리고 말 거야!”긴박한 순간이었다.반사적으로 배남준은 윤혜인을 자신의 뒤로 숨겨 보호하려고 했다.그러나 윤혜인은 그를 밀어내고 더러운 물통을 들어 아주머니에게 쏟아부었다.“쾅!”물이 눈에 들어가 앞이 안 보였던 아주머니는 두 사
경험이 풍부했던 이모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좀 이따 해열제 먹으면 돼요. 유진이는 몸이 약해서 병원에 가면 오히려 감염되기 쉽거든요.”얼마 후, 그들은 호텔에 도착했다. 이모님은 유진이에게 마스크와 야구 모자를 씌워 조심스럽게 행동했다.윤혜인은 눈에 띄지 않도록 큰 스위트룸을 잡고 이모님과 함께 들어갔다.배남준은 약국에 약을 사러 갔다.유진이의 고열은 좀처럼 내리지 않았지만 이모님은 병원에 가는 것을 완강히 거부했다.그녀는 유진이가 고열로 병원에 갔다가 죽을 뻔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하는 수 없이 윤혜인은 두려움에 떨며 이모님과 함께 유진이를 간호했다.밤이 깊어지자 유진이의 열은 조금씩 내려갔고 그들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이모님은 윤혜인에게 잠시 쉬라고 권했다.곧이어 밖으로 나온 윤혜인은 배남준이 여전히 떠나지 않고 테이블에 앉아 태블릿으로 일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남준 오빠, 신세를 너무 많이 졌네요.”배남준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나 졸리지도 않아. 넌 잠 좀 자둬. 내가 내일 아침에 운전해서 데려다줄게.”집 문제에 관해서 윤혜인은 이미 곽경천에게 맡겨둔 뒤였다.그가 서울 외곽에 많은 집들을 소유하고 있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을 찾는데 비교적 수월할 테니 말이다.윤혜인은 소원이 왜 그렇게 두려워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육경한은 미친 사람이었고 유진이를 발견하면 아이를 협박할 가능성이 있었다.그렇다. 육경한은 혈연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었다.윤혜인은 너무 피곤했지만 늦은 시간에 배남준을 보내기 역시 어려웠다.하지만 배남준은 신사적으로 눈치껏 옷을 챙기며 말했다.“옆방에 예약해놨으니까 필요하면 불러.”그리고 나가기 전, 그는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맞다, 네가 찾아달라고 했던 사람.”배남준은 핸드폰에서 사진을 꺼내 윤혜인에게 보여주었다.“이 사람 맞지?”사진 속 남자는 음산한 표정으로 늑대
전화기 속에서 다시 침묵이 흘렀다.윤혜인은 오늘 밤 이준혁이 이상하게 군다고 느끼며 멍하게 있었다.그래서 뭐라 물어보려는 찰나, 안에서 가벼운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유진이가 기침을 하는 소리인 것 같았다.그러자 윤혜인은 깜짝 놀라 수화기를 막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만 쉬어야겠어요. 무슨 할 말 있으면 내일 해요.”그러고는 이내 전화를 끊었다.“뚜뚜뚜...”끊임없이 울리는 바쁜 신호음이 마치 한 곡의 노래처럼 그를 조롱하는 듯했다.이준혁은 지금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했다.‘회의를 일찍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게 아니었는데... 혜인이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안절부절못하며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게 아니었는데... 혜인이의 행방을 알고 금오구에 찾아온 것도 그리 좋은 결정은 아니었던 거야.’조금 전까지 그는 자신을 다독이고 있었다.윤혜인과 배남준이 함께 호텔에 있는 건 단지 일이 있어서일 거라고.배남준이 약 봉투를 들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자마자, 이준혁은 심지어 윤혜인이 아픈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다.당장이라도 뛰어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는 여전히 차에 앉아 윤혜인의 전화를 기다리기로 했다.윤혜인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전화를 받기 전까지도 이준혁은 자신을 타이르고 있었다.윤혜인이 배남준과 함께 있다고만 말해준다면 그저 윤혜인을 믿겠다고, 괜히 질투하지 말고 그녀를 화나게 하지 말자며 말이다.하지만 윤혜인은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고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모르는 사람’이라니.이준혁은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가 놓았다.“돌아가자.”주훈은 놀라며 물었다.“대표님, 돌아가자고요?”그는 윤혜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 못했기에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주훈은 이준혁이 회의를 줄이고 남청에서 서울로 다시 서울에서 금오구로 급히 돌아오며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오직 윤혜인을 한 번 보기 위해서 말이다.‘왜
윤혜인은 잠시 생각한 후 이준혁에게 문자를 보냈다.[나 돌아왔어요.]문자를 보내고 나서 그녀는 도지훈에게 채소 슈퍼마켓에 잠시 들러 달라고 부탁했다.어제 하지 못했던 저녁 식사 준비를 오늘로써 보충하려는 것이었다.슈퍼마켓에서 거의 한 시간 동안 고르고 나서야 그들은 모든 재료를 구입했다.집에 돌아온 후, 그녀는 주방 아주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모든 것을 직접 손질하고 세심하게 준비했다.모든 준비가 끝난 후, 윤혜인은 다시 한번 핸드폰을 들어 확인했다.아무런 답장이 없었다.그러자 윤혜인은 조금 실망감을 느꼈다.‘정말 바쁜가 보네...’전화를 걸어볼까 생각했지만, 이준혁이 회의 중일까 봐 망설였다.그렇게 곰곰이 생각 끝에 윤혜인은 주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주훈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혜인 씨, 무슨 일인가요?”“주 비서님, 준혁 씨... 지금 바쁜가요?”“네, 대표님은 지금 회의 중입니다. 전해드릴 말씀이 있으시면 전해드리겠습니다.”“오늘 저녁 잊지 말고 저녁 식사에 오라고 전해주세요.”주훈은 사무실에서 이준혁이 코트를 들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주저하며 말했다.“혜인 씨, 대표님께서 오늘 밤에는 늦게까지 바쁘실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윤혜인은 주훈의 말뜻을 잘 알아듣지 못한 듯했다.“괜찮아요. 기다릴게요.”그때 전화기 너머에서 아름이의 목소리가 들렸고 윤혜인은 말했다.“주 비서님, 그럼 일 보세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서 주훈은 급히 이준혁을 따라가 헐떡이며 말했다.“사모...”그러나 이준혁의 차가운 안색을 보고 주훈은 즉시 말을 바꿨다.“혜인 씨께서 오늘 저녁 식사를 잊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이준혁은 그 말을 들었지만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이 걸음을 옮겼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비로소 그는 감정을 드러냈다.윤혜인이 이준혁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 것은 단지 그의 호의에 대한 보답이었다.우스운 것은 이준혁이 그 일로 기뻐했었다는 것이다.‘나도 참... 어리석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