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풍부했던 이모님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좀 이따 해열제 먹으면 돼요. 유진이는 몸이 약해서 병원에 가면 오히려 감염되기 쉽거든요.”얼마 후, 그들은 호텔에 도착했다. 이모님은 유진이에게 마스크와 야구 모자를 씌워 조심스럽게 행동했다.윤혜인은 눈에 띄지 않도록 큰 스위트룸을 잡고 이모님과 함께 들어갔다.배남준은 약국에 약을 사러 갔다.유진이의 고열은 좀처럼 내리지 않았지만 이모님은 병원에 가는 것을 완강히 거부했다.그녀는 유진이가 고열로 병원에 갔다가 죽을 뻔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하는 수 없이 윤혜인은 두려움에 떨며 이모님과 함께 유진이를 간호했다.밤이 깊어지자 유진이의 열은 조금씩 내려갔고 그들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이모님은 윤혜인에게 잠시 쉬라고 권했다.곧이어 밖으로 나온 윤혜인은 배남준이 여전히 떠나지 않고 테이블에 앉아 태블릿으로 일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남준 오빠, 신세를 너무 많이 졌네요.”배남준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나 졸리지도 않아. 넌 잠 좀 자둬. 내가 내일 아침에 운전해서 데려다줄게.”집 문제에 관해서 윤혜인은 이미 곽경천에게 맡겨둔 뒤였다.그가 서울 외곽에 많은 집들을 소유하고 있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을 찾는데 비교적 수월할 테니 말이다.윤혜인은 소원이 왜 그렇게 두려워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육경한은 미친 사람이었고 유진이를 발견하면 아이를 협박할 가능성이 있었다.그렇다. 육경한은 혈연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었다.윤혜인은 너무 피곤했지만 늦은 시간에 배남준을 보내기 역시 어려웠다.하지만 배남준은 신사적으로 눈치껏 옷을 챙기며 말했다.“옆방에 예약해놨으니까 필요하면 불러.”그리고 나가기 전, 그는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맞다, 네가 찾아달라고 했던 사람.”배남준은 핸드폰에서 사진을 꺼내 윤혜인에게 보여주었다.“이 사람 맞지?”사진 속 남자는 음산한 표정으로 늑대
전화기 속에서 다시 침묵이 흘렀다.윤혜인은 오늘 밤 이준혁이 이상하게 군다고 느끼며 멍하게 있었다.그래서 뭐라 물어보려는 찰나, 안에서 가벼운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유진이가 기침을 하는 소리인 것 같았다.그러자 윤혜인은 깜짝 놀라 수화기를 막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만 쉬어야겠어요. 무슨 할 말 있으면 내일 해요.”그러고는 이내 전화를 끊었다.“뚜뚜뚜...”끊임없이 울리는 바쁜 신호음이 마치 한 곡의 노래처럼 그를 조롱하는 듯했다.이준혁은 지금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했다.‘회의를 일찍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게 아니었는데... 혜인이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안절부절못하며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게 아니었는데... 혜인이의 행방을 알고 금오구에 찾아온 것도 그리 좋은 결정은 아니었던 거야.’조금 전까지 그는 자신을 다독이고 있었다.윤혜인과 배남준이 함께 호텔에 있는 건 단지 일이 있어서일 거라고.배남준이 약 봉투를 들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자마자, 이준혁은 심지어 윤혜인이 아픈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다.당장이라도 뛰어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는 여전히 차에 앉아 윤혜인의 전화를 기다리기로 했다.윤혜인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전화를 받기 전까지도 이준혁은 자신을 타이르고 있었다.윤혜인이 배남준과 함께 있다고만 말해준다면 그저 윤혜인을 믿겠다고, 괜히 질투하지 말고 그녀를 화나게 하지 말자며 말이다.하지만 윤혜인은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고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모르는 사람’이라니.이준혁은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가 놓았다.“돌아가자.”주훈은 놀라며 물었다.“대표님, 돌아가자고요?”그는 윤혜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 못했기에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주훈은 이준혁이 회의를 줄이고 남청에서 서울로 다시 서울에서 금오구로 급히 돌아오며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오직 윤혜인을 한 번 보기 위해서 말이다.‘왜
윤혜인은 잠시 생각한 후 이준혁에게 문자를 보냈다.[나 돌아왔어요.]문자를 보내고 나서 그녀는 도지훈에게 채소 슈퍼마켓에 잠시 들러 달라고 부탁했다.어제 하지 못했던 저녁 식사 준비를 오늘로써 보충하려는 것이었다.슈퍼마켓에서 거의 한 시간 동안 고르고 나서야 그들은 모든 재료를 구입했다.집에 돌아온 후, 그녀는 주방 아주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모든 것을 직접 손질하고 세심하게 준비했다.모든 준비가 끝난 후, 윤혜인은 다시 한번 핸드폰을 들어 확인했다.아무런 답장이 없었다.그러자 윤혜인은 조금 실망감을 느꼈다.‘정말 바쁜가 보네...’전화를 걸어볼까 생각했지만, 이준혁이 회의 중일까 봐 망설였다.그렇게 곰곰이 생각 끝에 윤혜인은 주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주훈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혜인 씨, 무슨 일인가요?”“주 비서님, 준혁 씨... 지금 바쁜가요?”“네, 대표님은 지금 회의 중입니다. 전해드릴 말씀이 있으시면 전해드리겠습니다.”“오늘 저녁 잊지 말고 저녁 식사에 오라고 전해주세요.”주훈은 사무실에서 이준혁이 코트를 들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주저하며 말했다.“혜인 씨, 대표님께서 오늘 밤에는 늦게까지 바쁘실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윤혜인은 주훈의 말뜻을 잘 알아듣지 못한 듯했다.“괜찮아요. 기다릴게요.”그때 전화기 너머에서 아름이의 목소리가 들렸고 윤혜인은 말했다.“주 비서님, 그럼 일 보세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서 주훈은 급히 이준혁을 따라가 헐떡이며 말했다.“사모...”그러나 이준혁의 차가운 안색을 보고 주훈은 즉시 말을 바꿨다.“혜인 씨께서 오늘 저녁 식사를 잊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이준혁은 그 말을 들었지만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이 걸음을 옮겼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비로소 그는 감정을 드러냈다.윤혜인이 이준혁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 것은 단지 그의 호의에 대한 보답이었다.우스운 것은 이준혁이 그 일로 기뻐했었다는 것이다.‘나도 참... 어리석어
윤혜인은 저녁 준비를 다시 시작했다.모든 요리를 마치고 나니 시간은 거의 7시가 되었다.그녀는 요리를 접시에 담아 식탁에 놓았고 자동으로 온도를 유지해 주는 식탁이라 한 시간 정도는 온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그렇게 윤혜인은 아름이와 함께 식탁에 앉아 이준혁이 돌아와 함께 저녁을 먹기를 기다렸다.그 순간,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예전에도 윤혜인은 이렇게 집에서 이준혁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곤 했다.그러나 그들 사이에는 지금 아기가 하나 더 생겼다.시간이 점점 흘러갔고 아름이의 배에서는 꾸르륵 소리가 났다.아름이는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엄마, 대디 언제 와요?”“엄마도 잘 모르겠어. 잠깐만 기다려. 엄마가 전화해서 물어볼게.”곧 윤혜인은 핸드폰을 들어 이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전화가 연결음이 한창 울려도 누구도 전화를 받는 사람이 없었다.‘오늘 밤에는 오지 않으려나... 근데 왜? 왜 오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도 없어?’아름이는 윤혜인이 핸드폰을 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대디 왜 전화를 안 받아요?”윤혜인은 억지로 웃으며 아름이를 달랬다.“대디는 아마 바쁘실 거야. 우리 먼저 먹자.”그러나 아름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싫어요, 대디랑 같이 먹고 싶어요.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대디랑 같이 나누고 싶어요.”윤혜인은 아름이를 설득하려 했으나 결국 포기하고 말했다.“그럼 아름아, 새우죽 좀 먹어서 속 따뜻하게 할래?”마침내 설득된 아름이는 죽을 먹기로 했다.작은 아이는 한 그릇의 죽을 먹었으면 거의 배가 찬 것이나 다름없었다.아름이는 여전히 식탁에 앉아 윤혜인과 함께 기다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평소 8시 반에는 잠자리에 드는 아이가 지금은 이미 9시가 넘은 시각이었으니 충분히 그럴 만 했다.윤혜인은 홍 아줌마에게 아름이를 씻기고 재워 달라고 부탁한 뒤, 자신은 식탁을 정리하려 했다.그러나 접시를 집어 들자마자 실수로 떨어뜨렸다.그녀는 급히 주
윤혜인은 문을 열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안에서 여자가 이준혁에게 술을 권하며 웃는 소리를 들었다.그래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그녀는 걸음을 멈추었다.막 밖에서 돌아온 주훈은 윤혜인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방 안의 상황을 보고 그는 더욱 놀란 표정이 되었다.주훈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손동표가 두 명의 접대 여성을 불러들인 것이었다.그리고 그 여성들 중 한 명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준혁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당황하니 주훈은 머리가 복잡해졌다.그가 윤혜인을 이곳으로 부른 이유는 그들 사이의 차가워진 분위기를 녹이기 위해서이지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혜인 씨, 그게... 상황이 좀...”해명을 하고 싶었지만 주훈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혔다.그때 윤혜인이 갑자기 물었다.“주 비서님, 어제 준혁 씨에게 무슨 이상한 점이 있었나요?”“이상한 점이요?”주훈은 잠시 생각했다.‘비서 따위인 내가 대표님 마음에 대해 뭘 알겠어. 하지만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면...’주훈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대표님은 어제 회의를 마치고 바로 남청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수산 시장에 가서 해산물을 사서 혜인 씨의 집으로 가셨지만 혜인 씨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혜인 씨가 금오구에 계신 것을 알게 되자마자 대표님은 또 금오구로 가셨고요.”윤혜인은 모든 것을 이해했다.어제 이준혁에게 전화했을 때 그는 금오구에 있었던 것이다.‘남준 오빠를 봤나 보네... 그래서 전화도 메시지도 다 무시했던 거야.’지금 이런 상황이 된 이유는 바로 이준혁이 화가 나 있었기 때문이었다.주훈은 윤혜인이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 것을 보고 말렸다.“혜인 씨, 잠시만요. 여기 방을 잡아드릴 테니 잠시 기다리시는 게 어떨까요?”윤혜인은 거절하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곧이어 윤혜인은 문을 열고 당당히 안으로 들어갔다.사실 그녀도 처음에는 망설였다.그런 장면을 보고 이 방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하지만 술잔에 아직 술이 쏟아지기도 전에, 갑자기 예쁘고 가냘픈 손가락이 술잔 가장자리를 잡았다.윤혜인은 옆으로 돌아서며 그녀에게 차분하게 말했다.“아가씨, 술은 쏟지 말아요.”순간 당황한 여직원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소리쳤다.“너 새로 왔어? 규칙 몰라? 왜 쓸데없이 참견해?”윤혜인은 태연하게 말했다.“미안해요. 손이 계속 떨리길래 파킨슨병인 줄 알았어요.”그러자 옆에 있던 손동표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었다.“파킨슨병이라니!”이준혁도 살짝 웃음을 지었지만, 곧 다시 표정을 굳혔다.‘안 돼! 나 아직 화 나 있는 상태잖아. 평정을 유지해야지.’“너... 너!” 여직원은 가슴을 움켜쥐며 말을 잇지 못했다.윤혜인은 더 이상 쓸모없는 말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이준혁을 바라보며 물었다.“시간 좀 내줄 수 있어요?”하지만 이준혁은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옆에 있던 술을 마시며 차갑게 말했다. “시간 없어.”그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따뜻함도 없었다. 마치 그녀가 자신과 아무 관련 없는 낯선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윤혜인은 가슴이 답답해졌고 고통스러웠다.“몇 마디만 해요.”이준혁은 옆에 있던 손동표가 윤혜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래서 짜증스럽게 말했다.“시간 없다고 했잖아. 못 알아들어? 주훈! 대체 어떻게 일 처리를 하는 거야!”그 의미는 손님을 내보내라라는 의미였다.주훈은 이준혁이 이토록 단호하게 말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하여 이준혁이 마신 술이 가짜가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윤혜인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이준혁 씨, 어제 금오구에 갔었어요?”이 질문에 이준혁의 눈빛이 어두워졌고 얼굴에는 불쾌한 기운이 가득 찼다.그는 비웃으며 말했다.“내 일정을 묻다니, 네가 무슨 권리로 그래?”그러자 윤혜인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당신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으로서요. 이만하면 충분한가요?”이 말을 듣자마자 이준혁은 혈기가 올라와 윤혜인은 품에 안고 싶어졌다.‘함께
윤혜인의 말에 여직원의 얼굴이 굳어졌다.“무슨 뜻이야?”윤혜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오해했나 봐요. 당신이 그냥 남자들의 장난감이 되고 싶은 거라면 불쌍할 필요는 없겠네요.”여직원은 이렇게 이준혁에게 ‘매달리러’ 온 온 여자가 무례하게 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붙잡으러 왔으면 자기의 좋은 면을 보여주도록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닌가?’“내가 장난감이 되는 게 어때서? 적어도 도련님은 나랑 놀아주지 너랑 놀아주지는 않아!”화가 난 그녀는 얼굴이 일그러졌고 말 또한 거칠게 나왔다.“누가 알아, 너도 다른 남자들에게 얼마나 놀아났는지. 고상한 척하지 마. 결국 너도 똑같은 고급 창X일 뿐이야.”거의 다 된 일에 윤혜인이 방해를 했다는 사실에 여직원은 술잔을 들고 그녀에게 쏟아버리려고 했다.하지만 술잔을 들기 전에 윤혜인이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그러고는 차분하게 말했다.“내가 고상한지 아닌지는 당신이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여직원은 움직이지 못한 채 윤혜인이 그녀의 손을 꺾어 술을 자기 얼굴에 쏟게 만들었다.윤혜인이 손을 놓자 술잔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소리가 났다.뒤이어 윤혜인은 경고하듯 말했다.“하지만 함부로 말하는 것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 합니다.”여직원은 손목이 아파 얼굴에 술이 가득한 채로 어쩔 줄 몰라 했다.“내가 말한 게 맞으니까 그러는 거지? 너 같은 옷 잘 입고 있는 여자들은...”“닥쳐!”이준혁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음성에는 폭풍 같은 위협이 담겨 있었다.여직원은 이를 즐기며 말했다.“들었지? 너더러 조용히 하시라잖아!”너무 화가 난 나머지 이준혁은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어떻게 이런 미친 사람이 있을 수 있지.'그는 짜증스럽게 말했다.“미련하기 짝이 없군.”손동표는 분위기가 심각해지는 것을 보고 결국 여직원을 데려온 것은 자신이었기에 혹여라도 이준혁에게 미움을 살까 두려워 서둘러 말했다.“역시 도련님의 매력이 대단하네요. 오자마자 두 명의 아름다운 여성 분이 서로 질투를 하게
남자들은 여자가 예뻐도 질릴 때가 오는 법이다. 아무리 미인이라도 매력은 금방 사라진다.그래서 그녀와 같은 사람들은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데 순종적이며, 일을 잘해야 남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도련님, 저와 한 잔만 해주세요.” 여직원은 코를 찌를듯한 향수 냄새를 풍기며 다시 이준혁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그러자 이준혁은 차가운 표정으로 술잔을 쳐서 떨어뜨렸고 결국 여직원은 균형을 잃고 바닥에 넘어졌다.곧이어 훤칠한 키에 길쭉한 다리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명심해. 내가 혜인이한테 집착하고 내가 혜인이한테 놀아달라고 부탁한 거야.”이 한마디에 방안은 충격에 휩싸였다.특히 손동표는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며 당황했다.그는 이준혁의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를 자꾸 들이밀고 있었던 것이다.‘부탁할 일이 있었는데 이것 참... 미움을 사면 어떡하지?!’그때, 아직도 바닥에 앉아 있던 여직원 손동표가 일어서자 부드럽게 말했다.“손 대표님...”이쪽에 기회가 없어졌으니 저쪽으로 가보려 했지만 손동표는 그 소리가 듣기 불편했다.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여직원을 밀치고 말했다.“꺼져! 재수 없는 년아!”...윤혜인은 밖으로 나와 바로 택시에 올라탔다.차가 출발하려는 순간,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혜인아!”그러자 운전기사가 백미러를 통해 물었다.“손님, 혹시 손님 부르시는 거 아닌가요?”윤혜인은 차갑게 말했다.“아니요, 기사님, 그냥 가주세요.”이미 자신의 의견을 다 말한 이상 이준혁과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기사님은 그 말을 듣고 차를 몰기 시작했다.곧 시끄러운 엔진 소리가 도로에 울려 퍼졌다.하지만 택시가 강제로 멈춰 섰다.그리고 한 남자가 뒷좌석으로 걸어오며 문을 열려고 했다. 그는 아주 당당한 자세로 서 있었다.놀란 택시 운전기사는 몸을 떨며 재빨리 몸을 잠갔다.“손님, 우리... 우리 나쁜 사람을 만난 것 같습니다.”이준혁은 문을 두 번 세게 당겼지만 열리지 않았다.그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