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어둑어둑한 게 윤혜인은 밤에 번개가 치며 비가 올까 걱정스러웠다.차 안에서 에어컨을 켜는 것도 가능하지만 얇은 담요 같은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게다가 이준혁은 건강이 좋지 않기에 차 안에서 자는 것은 더 좋지 않을 것이다.저쪽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윤혜인은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어떻게 내가 무의식적으로 저 사람 걱정을 다 하고 있지?’그래서 혀를 깨물고 싶을 정도로 후회하며 말했다.“그게... 돌아가요. 나도 이제 잘게요.”이내 그녀는 커튼을 닫으려고 했지만 이준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무슨 소리야. 초인종까지 눌러야 해?”놀란 윤혜인이 차 쪽을 다시 보았지만 그는 이미 없었다.아래를 내려다보니 그는 이미 대문 앞에 서 있었다.“어떻게 들어왔어요?”윤혜인은 놀라서 물었다.별장의 대문은 얼굴 인식이 필요했기 때문에 미리 등록된 사람이 아니면 들어올 수 없었다.“아름이가 등록해줬어.”이준혁이 대답했다.‘이 배신자...’윤혜인은 속으로 생각했다.곧이어 이준혁이 그녀에게 말했다.“문 열어줘.”“알았어요.”윤혜인은 후회했지만 이미 말을 뱉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윤혜인은 털 슬리퍼를 신고 조심스럽게 카펫 위를 걸어 내려가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남자의 잘생긴 얼굴이 달빛 아래서 더욱 빛나는 것이 보였다.윤혜인의 심장은 잠시 빠르게 뛰었다. 그녀는 항상 이 잘생긴 얼굴에 매료되는 자신을 질책했다.“들어와요.”그녀는 애써 고개를 돌려 그를 보지 않으려 했다.이준혁은 들어와서 문을 닫았다.윤혜인은 연한 색의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하얀 레이스가 가장자리에 장식되어 있었다. 발에는 하얀 털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갓 세수를 마친 작은 얼굴은 깨끗하고 예뻤고 그녀의 몸은 분홍빛을 띠며 매력적이었다.그러자 우수 깊은 눈빛으로 이준혁이 말했다.“예뻐.”“뭐라고요?”윤혜인이 그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자 이준혁은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잠옷 너한테 잘
이준혁의 건조하고 길쭉한 손가락이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풀어내며 다시 강하게 깍지를 끼웠다.갑작스러운 손깍지에 윤혜인의 심장은 마치 작은 사슴이 뛰는 것처럼 요동쳤다.‘쿵쾅쿵쾅’ 심장이 요란하게 뛰었다.한참 후에야 윤혜인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말했다.“당신...”그때, 이준혁은 얼굴을 숙이더니 그 입술로 그녀의 귀 끝을 스쳐 지나가고 침도 꿀꺽 삼켰다.“홍 아줌마... 또 나왔어요.”정말로 문소리가 다시 들렸다.홍 아줌마는 주방 불을 끄지 않은 것을 잊고 나와서 불을 끄고 있었다.그러나 이준혁은 여전히 입술을 그녀의 귀 끝에 대고 있었다.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귀를 부드럽게 덮었다.윤혜인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 열은 얼굴 전체로 퍼져 나갔다.그녀의 분홍빛 모습은 매우 매력적이었다.이준혁이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의 귀 끝에 입술을 가볍게 대자 별안간 찌릿찌릿한 아픔이 몰려왔다.윤혜인은 입을 가리고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고 애썼다.‘방금 날 문 건가...’문이 닫히는 순간, 윤혜인의 귀는 여전히 찌릿찌릿했고 그녀는 눈이 촉촉해진 채로 그를 바라봤다.“당신, 당신...”“왜 그래?”이준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윤혜인은 말을 더듬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자신을 물었는지 묻는다는 건 너무 민망한 일이었다.만약 그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면 그녀는 소위 말하는 자기도취에 빠진 것은 아니냐며 비웃음을 당할 것이다.입술을 깨문 윤혜인의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었다.“그냥... 아무것도 아니에요.”“정말?”이준혁은 어두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윤혜인은 그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조금 뒤로 물러섰다.그러자 이준혁은 무심하게 말했다.“심장이 좀 빠르게 뛰는 것 같던데.”윤혜인은 입술을 앙다물고 그를 무시했다.‘이게 다 당신 때문이잖아.’“가요.”그녀는 화난 듯이 말했다.하지만 한 발자국을 내디딘 순간,
공기가 점점 희박해지는 느낌이라 윤혜인은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졌다.다행히 이준혁은 계속 그녀의 발을 주시하며 그녀의 얼굴이 빨개진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의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윤혜인은 갑자기 이준혁이 처음으로 자신의 발에 약을 발라준 기억이 떠올랐다.매번 그렇게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해주었고 조금도 더럽다고 느끼지 않았다.이준혁은 약을 다 바르고 나서 그녀의 발목을 마사지해주었다.삔 것이 심하지 않아서 잘 처치하면 내일이면 나을 것이다.이준혁은 여전히 그녀의 발을 바라보았고 윤혜인은 그 시선이 불편했다.“다 됐어요?”그녀가 물었다.“응, 다 됐어.”이준혁은 그녀의 발에 거즈를 붙여서 오염을 방지했다.이제 손을 놓아도 되는데 그는 놓기 싫었다.원래는 청결을 중시하는 사람이었지만 그녀 앞에서는 모든 원칙이 무너졌다.계속해서 윤혜인의 발을 잡고 싶었다.이준혁이 손을 놓자마자 윤혜인은 말했다.“손 씻고 와요.”그 말에 이준혁은 실소했다. 자신은 전혀 꺼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먼저 꺼리니 말이다.그가 손을 씻고 돌아온 뒤, 윤혜인이 말했다.“3층에 있는 오빠 방에서 자요. 발소리 조용히 하고요.”“알았어.”이준혁이 가볍게 기침을 하며 말했다.“만약 새 소식이 들려오면...”그러자 윤혜인은 급하게 말했다.“아니다. 그냥 여기서 자요.”이준혁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여기서 자라고?”“그래요, 소원이의 소식은 바로 알고 싶어요.”비록 이준혁이 소원에게는 아마 아무 일이 없을거라 말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마’라는 가능성이었지 확신이 아니었다.육경한은 예전부터 미친 짓을 많이 해왔던 사람이었기에 윤혜인은 쉽사리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게다가 그는 육경한의 친구 아닌가. 정말 어떤 미친 짓을 한다 해도 이준혁이 윤혜인에게 사실대로 말해줄지 역시 알 수 없었다.결론적으로 그녀는 이준혁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그리고 그 점을 파악한 이준혁은 마음이 아팠다.윤혜인은 그를 향해 말했다.“침대랑 이불 가져와요. 나
“잘 자.”이준혁은 그녀의 살짝 떨리는 속눈썹을 보며 눈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그가 내뿜는 따뜻한 목소리에 윤혜인의 가슴이 간질거렸다.“네.”그녀는 눈을 감고 대답했다.이준혁은 그녀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그녀는 정말로 피곤했는지 금방 잠들었다.침실 안은 따뜻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하지만 서호 별장 밖에는 한층 더 서늘하고 무서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멀리서 검은색 고급 승용차가 보였고 창문은 반쯤 내려가 있었다.차 안에서는 한 남자가 반쪽짜리 백색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왼손에는 순수한 검정색 가죽 장갑을 낀 채 낯선 기기를 들고 이준혁의 침실을 바라보고 있었다.이 기기는 얇은 커튼을 통과하여 안의 사람들의 행동을 볼 수 있었다.방 안에서 두 사람이 같은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본 후, 남자는 가죽 장갑을 천천히 내렸다.곧이어.쨍그랑!남자가 손으로 창문을 부숴버린 것이었다. 가죽 장갑에는 유리 조각이 박혔고 운전자는 놀라서 외쳤다.“도련님!”남자는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장갑을 벗어 던졌다.손에는 피가 흥건했다.창백하고도 차가운 피부에는 이미 여러 개의 흉터가 교차해 있어 매우 무서웠다.하지만 그는 상처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새로운 장갑을 끼었다.운전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남자의 얇은 입술이 움직였다.“가자.”차가 출발했다.남자는 2층 침실의 창문을 바라보며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그러고는 입술을 움직이며 소리 없이 말했다.“모두 내 것이야.”...따뜻한 침실 안에서 이준혁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속으로 고통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그를 너무 믿고 있었다.이것이 행복인지 불행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그는 천천히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부드러운 입맞춤을 했다.윤혜인은 단잠에 빠져있었고 그 부드러운 몸은 마치 독약처럼 중독성이 있었다.그는 더 많은 것을 원했다.하지만 이준혁은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며 그녀의 신뢰를 깨지 않기로 다짐했다.이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5년을
윤혜인은 정신이 혼미했다.이준혁의 몸이 그녀 위에 얹혀 있는 상황이 너무나도 야릇했다.특히 지금은 퍼런 대낮이 아닌가!그는 윤혜인의 눈을 바라보며 무언의 질문을 던졌다.자세가 이상하긴 했지만 그가 팔로 지탱하며 몸을 가볍게 얹은 덕에 무겁지 않았고 단지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게 할 뿐이었다.윤혜인은 그의 팔에 얼굴이 고정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그래서 이준혁의 얼굴을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그의 잠옷은 이러한 자세로 인해 넥라인이 넓게 열려 있어 복근과 근육 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났다.그리고 그 아름다운 얼굴은 마치 별이 빛나는 하늘을 장식한 것처럼 완벽했다. 윤혜인은 시선을 둘 곳이 없어 그의 쇄골을 바라보며 말했다.“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곧이어 아래로 시선을 돌린 이준혁의 눈에 들어온 것은 부드러운 ‘풍경’이었다.그는 참을 수 없는 욕망을 애써 억누르며 낮고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윤혜인은 잠시 멍해졌다.‘이유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니? 그냥 우연히 입술이 닿은 것뿐인데... 자기 입술이 뭐 그렇게 귀한가?!’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러면 어쩔 건데요.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준혁은 팔에 힘을 풀며 3분의 2쯤 훅 내려와 그녀와 밀착되게 했다.그러고는 아름다운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촉촉한 그 뜨거운 입술을 목적으로 하여 내려갔다.아무 예고도 없이, 그는 결국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윤혜인은 천지가 뒤바뀌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남자의 무언의 침입에 전혀 저항할 수 없었다.그의 긴 몸은 그녀에게 밀착되어 몸에 스며드는 기세로 윤혜인을 사로잡았다.윤혜인은 산소가 부족해지는 것을 느끼며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무엇을 생각할 수 없었고 그저 이준혁의 무례한 입맞춤을 받아들여야 했다.뜨거운 손바닥이 그녀의 목덜미를 살짝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유혹하자 윤혜인의 몸은 마치 물처럼 부드러워졌다.그 손이 갑자기 강하게 쥐어지면서 전기 충격
이준혁이 완전히 갈라진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이제 더는 못 참겠어.”5년 동안 금욕 생활을 했고 지금 눈앞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더는 성인군자가 되기 어려울 것 같았다.이준혁이 얼마나 그녀를 원하는지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윤혜인도 결국 이준혁의 미색에 빠져 허우적대는 꼴이 되었다.이준혁은 다시 고개를 숙여 윤혜인의 볼과 귓불과 쇄골에 키스했다. 지나간 곳마다 키스 자국이 꽃처럼 피어났다.윤혜인은 온몸이 활활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오랫동안 메말랐던 몸에 숨겨져 있던 깊은 욕망이 끓어올랐다.이준혁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최대한 인내하며 참아내는 것 같았다.“혜인아, 너도 원하잖아. 나 속일 생각하지 마. 솔직히 아까 좋았잖아...”그의 목소리는 마치 불에 달구기라도 한 듯 갈라져 있었다.윤혜인은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었다. 볼에서 귓불까지 사과처럼 빨개진 상태였다.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몸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 그녀도 원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이어진 감정은 수치, 깊은 수치였다.이준혁에게 반응하는 몸이 너무 싫었다.이준혁은 윤혜인에게 고민할 기회도 주지 않고 쉴 새 없이 키스했다.“혜인아, 나한테 맡겨. 더 편안해지게 해줄게...”그는 이렇게 말하며 윤혜인의 손목을 잡아 베갯머리로 올렸다. 차가운 입술로 귓불을 살짝 핥더니 그대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윤혜인은 이제 두손 두발 다 들었다. 반항할 힘조차 없었다.이준혁의 말처럼 그녀는 이미 극락을 느끼고 있었다.순간 윤혜인은 마음이 꽉 차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자로서의 만족이었다.이런 일로 모든 걸 잠시 잊는 듯한 쾌락을 얻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그동안의 애증은 잠시 내려두고 원초적인 본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끝나고 나니 윤혜인은 너무 피곤한 나머지 움직이기조차 싫었다.힘을 쓰는 사람은 분명 그녀가 아닌데 말이다. 이준혁이 전적으로 시중을 들면서 보듬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하지만 그래도 몸 위로 타이어가 짓누르고
아쉽게도 이준혁은 그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친근하게 그녀의 코끝을 쓸어내리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그래.”그러더니 윤혜인을 번쩍 들어 올려 욕실로 향했다.“어...”윤혜인이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내려줘요.”두 사람은 지금 실오리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윤혜인은 어디를 만지든 이상한 것 같아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내가 씻는 거 도와줄게.”이준혁은 샤워 타올을 세면대에 잘 펴놓더니 이내 물을 내렸다. 그러고는 윤혜인을 욕조에 내려주었다.윤혜인은 자기가 이준혁의 불쌍한 척에 속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특히 그쪽 체력은 어마어마할 정도로 좋았다.윤혜인은 욕조에서 반신욕을 즐기며 이준혁이 들락날락하는 걸 지켜보다가 아예 눈을 감았다.차라리 보지 않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샤워가 끝나자 이준혁은 다시 그녀를 침대로 안아다 줬다. 윤혜인은 이준혁이 시트를 바꿨다는 것에 놀랐다.깔끔하고 나른한 시트에서 잠에 든다면 정말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이준혁이 부드럽게 말했다.“좀 자. 나도 샤워하고 올게.”한 번 입은 옷은 다시 입지 않는 게 이준혁의 습관인지라 어제 올 때 이미 옷을 가지고 온 상태였다.윤혜인은 욕조에서 들리는 물소리를 듣자 다시 머리가 지끈거렸다.이준혁이 분명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미 그녀가 자기를 받아들였다고 말이다.이준혁이 옷을 입고 나왔을 때는 윤혜인도 차분함을 되찾은 뒤였다.“준혁 씨, 나 할 말 있어요.”이준혁은 윤혜인의 차가운 얼굴을 보며 안 좋은 예감에 흥분이 반쯤 사라졌다.그는 까만 눈동자를 아래로 축 늘어트리며 말했다.“그래. 말해 봐.”“아까는 그냥 서로 필요한 걸 가져갔을 뿐이니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이준혁이 고개를 들더니 상처받은 눈빛으로 되물었다.“상처?”윤혜인도 이 말이 나쁜 년이나 하는 말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도 아까 일어난 일이 일시적인 충동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 되었다.구별이 안 된다면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이 관계
윤혜인은 ‘좋아한다’는 말에 안색이 변했다.전에도 좋아한다는 말에 심하게 뎄던 그녀였다. 하여 차가운 눈빛으로 매정하게 말했다.“이준혁 씨, 원했던 거는 인정할게요. 하지만 그건 그냥 생리적인 수요일 뿐이에요. 꼭 이준혁 씨여야 된다는 법은 없어요. 너무 일 복잡하게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어요.”이준혁은 꼿꼿하게 서 있었지만 몸은 이미 그대로 굳은 상태였다.마음에 마치 무수히 많은 바늘이 꽂힌 것처럼 너무 아팠다.그저 생리적인 수요라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사랑에 결벽증이 있던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꼭 그가 아니어도 된다니, 다른 사람이어도 괜찮다니, 이건 그를 능멸하는 거나 다름없었다.윤혜인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에게 윤혜인 외에 다른 여자는 없다는 걸 말이다.이준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차갑게 물었다.“그러면 이미 만족했으니까 나를 다시 뻥 차버리겠다는 거야?”윤혜인은 이준혁이 너무 질척거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원의 일을 아직 부탁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모질게 말할 수는 없었다. 하여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냥 나는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나 혼자 좋았던 것도 아니잖아요. 준혁 씨도 좋았잖아요. 아니에요?”이준혁은 가슴이 먹먹한 게 아팠다.‘좋았다라.’이준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좋았다니 그럼 한 번 더 하지 뭐.”이준혁이 이렇게 말하더니 윤혜인을 번쩍 안아 침대에 던졌다. 까만 눈동자는 음침하기 그지없었다.윤혜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준혁의 모습이 아주 예전에 봤던 모습과 겹쳤다. 지금 그는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이준혁 씨, 내가 원해야만 가능해요.”발버둥 치며 일어나려 했지만 이준혁이 윤혜인의 손목을 꽉 잡고 침대에 눌렀다. 그는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윤혜인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원하는 걸 얻는 사이라며? 나 지금 너 원해.”깜짝 놀란 윤혜인이 고개를 저으며 발길질했다.“나는 싫어요. 이준혁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