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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9화

아쉽게도 이준혁은 그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친근하게 그녀의 코끝을 쓸어내리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러더니 윤혜인을 번쩍 들어 올려 욕실로 향했다.

“어...”

윤혜인이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내려줘요.”

두 사람은 지금 실오리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윤혜인은 어디를 만지든 이상한 것 같아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내가 씻는 거 도와줄게.”

이준혁은 샤워 타올을 세면대에 잘 펴놓더니 이내 물을 내렸다. 그러고는 윤혜인을 욕조에 내려주었다.

윤혜인은 자기가 이준혁의 불쌍한 척에 속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쪽 체력은 어마어마할 정도로 좋았다.

윤혜인은 욕조에서 반신욕을 즐기며 이준혁이 들락날락하는 걸 지켜보다가 아예 눈을 감았다.

차라리 보지 않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샤워가 끝나자 이준혁은 다시 그녀를 침대로 안아다 줬다. 윤혜인은 이준혁이 시트를 바꿨다는 것에 놀랐다.

깔끔하고 나른한 시트에서 잠에 든다면 정말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이준혁이 부드럽게 말했다.

“좀 자. 나도 샤워하고 올게.”

한 번 입은 옷은 다시 입지 않는 게 이준혁의 습관인지라 어제 올 때 이미 옷을 가지고 온 상태였다.

윤혜인은 욕조에서 들리는 물소리를 듣자 다시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준혁이 분명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미 그녀가 자기를 받아들였다고 말이다.

이준혁이 옷을 입고 나왔을 때는 윤혜인도 차분함을 되찾은 뒤였다.

“준혁 씨, 나 할 말 있어요.”

이준혁은 윤혜인의 차가운 얼굴을 보며 안 좋은 예감에 흥분이 반쯤 사라졌다.

그는 까만 눈동자를 아래로 축 늘어트리며 말했다.

“그래. 말해 봐.”

“아까는 그냥 서로 필요한 걸 가져갔을 뿐이니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이준혁이 고개를 들더니 상처받은 눈빛으로 되물었다.

“상처?”

윤혜인도 이 말이 나쁜 년이나 하는 말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도 아까 일어난 일이 일시적인 충동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 되었다.

구별이 안 된다면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이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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