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기도 전에 이 악랄한 여자의 계략에 의해 죽고 말았다.이준혁은 눈이 먼 자신이 미웠고 보답을 위해 그녀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자신이 정말 원망스러웠다.그는 단 한 번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미워한 적이 없었다.하하하 임서희는 미친 것처럼 웃었고 동시에 입에서는 계속 피가 뿜어져 나왔다.그녀의 몸은 진흙 같았고 이상한 자세로 꾸물거리며 벽에 기대 일어났다.입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준혁 오빠 화 났어? 내가 오빠가 사랑하는 여자를 죽여서 그렇게 화가 난 거지?”임세희는 옆에 피가 묻은 윤혜인을 붙잡고 머리를 잡아당겨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이준혁에게 보여주며 차갑게 웃었다.“봐봐. 오빠가 좋아하는 여자가 얼마나 처참한지. 내가 100번은 넘게 칼로 찔렀어. 창자가 다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니까. 얼마나 아팠겠어.”이준혁은 그 자리에 서서 여전히 차가운 눈으로 임세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임세희의 얼굴은 이미 광기로 가득 차 있었고 미친 듯이 잔인한 말들을 쏟아냈다.“이 나쁜 년은 마땅히 죽어야 해. 나 임세희가 갖지 못하는 남자는 그 누구도 가질 수 없어.”눈앞에 남자는 차갑고 창백하지만 잘생긴 얼굴로 서 있었고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 같았다.이렇게 끔찍한 시체를 보고 그는 왜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일까?임세희는 믿을 수 없었다.‘분명 이준혁이 아닌 척하는 거야.’그녀는 갑자기 불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준혁. 네가 사랑하는 여자 장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봐.”그녀는 손으로 머리카락을 헤집더니 시체에서 배를 잡아당겨 안에서 내장을 끄집어내 보여주었다.그녀는 이준혁이 분명 고통스러워할 것이라고 장담했다.하지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시체의 머리가 갑자기 떨어졌다.머리는 여러 번 굴러 이준혁의 발밑으로 굴러갔다.“하하하 윤혜인의 머리가.”임세희는 또 미친 것처럼 끊임없이 웃기 시작했다.사랑하는 사람의 머리가 발밑에 떨어지는 것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은 없었다.아무리 노력해도 지울 수 없는 고통을 이준혁도
옆에서 걸어온 윤혜인의 몸은 깨끗했고 바닥에 있는 피투성이는 사람과는 선명한 대비가 됐다.“너.”임세희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얬다.돌이켜 생각해 보니 찌르는 과정에서 이 ‘사람'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임세희는 병 때문에 시각과 후각이 퇴화한 데다 혈장에 눈이 막혔다.그 때문에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미친년!”임세희는 화가 나서 윤혜인에게로 달려들었고 눈에는 독기가 가득했다.“죽일 거야.”이준혁이 나서려고 한 순간 윤혜인이 그를 막았다.임세희를 바라보는 윤혜인의 눈에는 차가운 원한이 가득했다.윤혜인은 사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과거의 일은 결과만 알지 과정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방금 윤혜인이 식당에서 나가려고 할 때 성준이 윤혜인을 쫓아와서 전화를 받으라고 했다.윤혜인과 연락이 되지 않자 이준혁은 성준에게 전화를 걸어 임세희가 아직 죽지 않았다고 말했다.그녀가 윤혜인을 귀찮게 할 수도 있었다.이준혁은 성준에게 윤혜인을 잘 보호하라고 했다. 지금부터 아무데도 가지 말고 이준혁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그러나 윤혜인은 늘 연약하게 보호받고 싶지 않았다.임세희가 죽지 않으면 끈질기게 윤혜인을 찾아올 것이었다.임세희가 윤혜인에 대한 원한이 크다는 것이다.윤혜인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고 적은 어두운 곳에 피해 있으니 숨는 것만이 정확한 선택이었다.그렇게 행동하려 했다.윤혜인은 이 일을 좋은 기회로 삼으려 했다.당시 오빠는 윤혜인에게 자신을 업어 키운 외할머니와 아기의 죽음이 송소미 뿐만아니라 임세희도 책임이 없지 않다고 했다.다만 임세희가 너무 교활해서 이 두 사건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그래서 그녀는 성준더러 배후에서 모든 것을 준비하게 했다. CCTV도 준비하게 했다.윤혜인은 그 아줌마가 이유 없이 들이닥치는 것을 보았을 때부터 이미 이상한 낌새를 알아챘다.그녀는 뒤쪽 탈의실에서 임세희의 말을 받아치며 진실을 말하도록 유인했다.결국 임세희는 자신의 실제 모습을 드러냈다.이준혁은 윤
윤혜인은 임세희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그냥 죽게 한다면 연약한 임세희에게는 되려 좋은 것이었다.절대 임세희를 이렇게 편안하게 죽게 할 수 없었다.그녀는 임세희가 매일 고통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기를 원했다.그래야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후회해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어가게 된다.희망도 없는 고통스러운 삶보다 더 절망적인 것이 있겠는가.두 번의 살인과 그 차 안에서 숨진 값진 생명들.임세희가 한 모든 짓으로 보면 설령 200년의 수명을 가지고 있더라도 감옥에서 죽을 때까지 썩어 있어야 할 정도였다.이준혁은 차가운 시선으로 꼴사나운 임세희를 쳐다보고는 말했다.“네 말대로 하자.”이준혁의 말투는 지옥에 있는 악마처럼 차가웠다.임세희는 온몸이 떨려왔다.이준혁의 말투로 보아, 이미 임세희를 상대할 잔인한 방법을 백 가지나 생각한 듯했다.그의 냉혈함과 무정함을 처음 알게 된 것이 아니었다.정신병원에서 그녀는 이미 한번 미칠 뻔했지만 그래도 감옥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그곳에 가면 임세희의 인생은 완전히 끝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안된다.절대 안 된다.죽을지언정 절대 감옥에 가지 않으려 했다.“너 같은 년 배 속에 새끼는 맞아 죽어도 싸.”임세희는 미친 듯이 웃어대며 한 글자 한 글자씩 악랄하게 말했다.“잘 죽었어.”갑자기 내리 친 날벼락 같았다.윤혜인은 이 말을 어디서 들은 듯싶었다.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여러 가지 기억이 돌아오면서 한꺼번에 머릿속에 밀려왔다.병원에서 있었던 일인 것 같았다.그때도 임세희는 이렇게 말했다.“잘 죽었어.”똑같은 말투였다.윤혜인은 더 많은 기억을 떠올리려고 시도했다.갑자기 머릿속에 전기 드릴이라도 들어간 듯 윙윙거렸다.윤혜인은 힘겹게 머리를 눌렀다.아팠다.심한 통증이 엄습해 오자 윤혜인은 버티지 못하고 다리가 나른해졌다.“혜인아.”이준혁의 얼굴빛이 변하면서 윤혜인의 힘 빠진 몸을 안고 말했다.그는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어디
살을 에는 듯한 차가움이었다.윤혜인은 얼음 동굴에 들어간 것 같았고 온몸이 떨렸다.지나간 기억들이 주마간산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이혼 합의서야. 세희가 정황이 엄중하니 얌전히 있어. 왜 이렇게 독해? 이런 유치한 장난은 이제 그만해.”이 말들이 비수가 되어 윤혜인의 심장을 찔렀다.그녀의 이마는 땀에 젖었고 몸을 움츠렸다.불빛 속에서 윤혜인은 이준혁이 다른 여자를 안고 있는 것을 보며 절망스럽게 도움을 구했다.“준혁 씨 살려줘요. 우리 아이 좀 살려줘요.”모든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홍수가 터진 듯 윤혜인의 머릿속으로 밀려 들어와 고통스러웠다.옆에 있던 임세희는 기회를 노렸다.그녀는 가늘고 긴 주삿바늘을 번쩍이며 윤혜인의 목덜미를 향해 찔렀다.이준혁은 눈을 크게 뜨며 막으려고 한 순간 윤혜인이 비명을 지르는 것을 들었다.그녀는 갑자기 고통스러운 소리를 질렀다.이준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바늘이 윤혜인의 목에서 1밀리 정도 거리가 남았을 때,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주사기를 움켜쥐었다.모기에게 물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바늘이 이준혁의 손바닥을 찔렀다.1초 만에.몸이 갑자기 저려오기 시작했고 뻣뻣하고 힘이 없었다.이준혁의 눈앞에 환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그는 머리를 세게 저으며 이빨로 혀를 꽉 깨물었다.입안에 피비린내가 퍼지며 순간 정신이 말짱해졌다.이준혁은 임세희를 걷어찼고 그녀는 날려가서 문에 맞았다.그녀는 고통의 신음소리도 낼 겨를도 없이 기절해 버렸다.윤혜인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가슴이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웠다.윤혜인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이준혁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고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몰랐다.그저 윤혜인을 꽉 껴안고 손가락뼈가 하얗게 될 때까지 힘을 주면서 자신의 체온을 나눠주려 했다.“혜인아, 혜인아.”이준혁은 눈이 새빨개졌고 윤혜인 대신 아프고 싶었고 모든 좋지 않은 일을 막아주고 싶었다.이때, 밖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구급 대원도 있었고 형사도 있었다.임세희가 실
“뭐라고요? 머리가 무거운 물건에 맞은 적이 있다고요?”이준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네. 몇 년 정도 됐을 겁니다. 피멍은 크지 않지만 위치가 위험해서 수술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순식간에 이준혁의 차가운 입술에서 핏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피가 몇 년 동안 고여 있었다.이준혁은 윤혜인이 곽씨 가문에서 무슨 일을 당했다고 의심하진 않았다.곽경천은 윤혜인을 진심으로 예뻐했고 그도 그걸 보아낼 수 있었다.윤혜인이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렇다면 유일한 가능성은 5년 전이다.교통사고로 강에 빠졌을 때 입은 상처.그는 가슴이 아파오면서 순간 숨이 막힐 것 같았다.강에 빠진 후 무엇을 겪었는지 생각하기가 두려웠다.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그러나 그때 이준혁은 윤혜인을 모르는 척 그저 스쳐 지나갔다.그는 마치 망치로 세게 두들겨 맞은 것처럼 머리가 아팠다.자기의 머리를 감싼 채 그는 버티지 못하고 비틀거렸다.큰 소리가 들렸다.이준혁의 크고 우람한 몸이 맥없이 쓰러졌다.“대표님!”주훈이 달려와 의사에게 외쳤다.“빨리 우리 대표님을 살려주세요, 알 수 없는 액체를 맞았어요.”방금 경찰이 보낸 감시 카메라에서 그는 마지막 순간에 이준혁이 윤혜인을 찌르는 주사기를 잡은 것을 똑똑히 보았다... 윤혜인은 온 하루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깨어났다.그녀의 머리는 아주 말짱했다.이준혁의 잔인함, 외할머니의 죽음, 잃어버린 그 아이... 그리고 모든 것.마치 비극영화처럼 윤혜인의 머릿속에서 재생됐다.모든것이 기억났다.기억을 되찾았지만 그녀에게 더 많은 고통을 줄 뿐이었다.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이준혁 때문에 윤혜인은 많은 것을 잃었다.하지만 기억을 잃은 그녀는 다시 이준혁과 얽혔다.윤혜인은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냐고 생각했다.이때 문이 열리며 배남준이 들어왔다.그녀가 눈을 뜬 것을 보고 그가 웃으며 말했다.“혜인아, 일어났어?”윤혜인은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몸은 좀 어때?”배남준이 물었
윤혜인은 배남준의 얼굴에서 문제를 알아봤다.“남준 오빠, 이 도안을 아세요?”“네가 이 도안을 어떻게 아는지 먼저 말해봐.”윤혜인은 그의 엄숙한 표정을 보고 어리둥절해했다.“나를 다치게 했던 사람 팔뚝에 있던 문신이에요.”“널 다치게 한 사람? 다 기억이 난 거야?”배남준이 놀라 했다.윤혜인은 배남준을 속일 생각이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널 해친 사람은 어떻게 된 거야? 그때 일어난 일을 나한테 처음부터 말해봐 봐. 내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배남준이 물었다."그때 일을 한번 나한테 말해 봐, 내가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윤혜인이 기억을 더듬었다.그때 그 운전사는 차량에 강한 빛 반사 때문에 차를 들이박았다.지금 생각해 보면 그 강한 빛은 평범한 차의 빛이 아니었다.뒷좌석에 앉아 있어 비치지 않았지만 그 운전사가 차를 박은 후 엄청난 충격으로 뒷좌석으로 밀려났을 때 윤혜인은 운전사의 두 눈에서 피가 나고 눈동자가 하얗게 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분명히 누군가가 특수 수단으로 운전자의 눈을 멀게 해서 사고를 낸 것이었다.뒤에서 구급차가 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녀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었다.그때 갑자기 창가에서 누군가가 팔을 뻗더니 망치로 윤혜인의 머리를 세게 쳤다.그녀는 난간에 매달렸지만 차는 그대로 강물에 빠졌다.정신을 잃기 전 윤혜인은 마스크를 쓰고 이국적인 눈만 드러낸 남자를 보았다.그리고 남자의 팔에 있는 배지, 그리고 배지 정중앙에 점이 하나 있었다.배남준이 듣고 나서 몇 초 동안 표정이 굳어있었다.“찰스 가문의 배지야.”찰스 가문은 배씨 가문처럼 아주 큰 가문이었다.몇 년 전부터 줄곧 배씨 가문의 아래에 있었다.배씨 가문을 이길 수 없었던 이유는 배씨 가문처럼 튼튼하지 않은데다가 배씨 가문은 재력이 풍부하여 용병을 많이 모집하여서 아무도 건드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최근 몇 년 동안 가문 형제들의 말에 의하면 찰스 가문은 북안을 제외한 다른 세력의 도움을 받아 몰래 배씨 가문을 우르고 북
그래도 조심하는 것이 나았다.배남준이 말했다.“만약 그 사람이 아직 찰스 가문에 있다면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거야.”“그래요, 고마워요. 남준 오빠.”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얌전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배남준은 윤혜인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었지만 이내 그러한 행동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손을 반쯤 들다 멈췄다.“혜인아, 경찬이가 없을 때는 무슨 일이든 나한테 말해. 알았지?”배남준이 미소 지었다.“내 앞에서는 예의 차릴 필요 없어.”그러자 윤혜인이 짧게 대답하고는 무언가 생각난 듯 당부했다.“오빠, 내 기억이 돌아왔다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아줘요. 우리 오빠가 돌아오면 그때 말할게요.”그녀는 지금 머리가 복잡했고 많은 세부 사항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기억을 되찾기 전후의 일들을 정리하기에는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다.배남준이 고개를 끄덕였고 시간이 늦어졌기에 도시락을 들고 말했다.“일찍 쉬어, 내일 올게.”그러고는 자리를 떠나며 여은에게 윤혜인을 잘 돌보라고 당부했다.전에는 괜찮았지만 윤혜인이 찰스 가문에게 주목받았던 걸 알게 된 후, 그의 마음속엔 항상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들었다....다음 날.잠에서 깬 윤혜인은 운동 준비를 했다.하지만 막 두 걸음 정도 걸었을까 귀에 한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우유 냄새가 나는 작은 아이가 윤혜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윤혜인은 마음이 따뜻해져 아름이를 안았다.“우리 아가...”홍 아줌마가 뒤따라 들어오며 아름이를 안고 있는 윤혜인을 보고 말했다.“아름아, 내려와서 놀자. 엄마 피곤하게 하지 말고.”그러자 아름이는 그 말을 듣고 내려가려고 발버둥 쳤다.윤혜인은 아름이를 안고 앉아서 아이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괜찮아, 엄마는 괜찮아.”홍 아줌마는 설명했다.“아름이가 아침에 악몽을 꾸고 엄마가 위험에 처했다고 우는 바람에 배 대표님 차를 타고 여기 왔어요. 안심시키려고.”윤혜인은 아름이의 코끝을 다정하게 비비며 부드럽게 말했다.“아름아, 이제 마음
이준혁은 세상 모르고 잠이 들었고 그 상태로 무려 사흘이나 지났다.이상한 것은 병원에서도 그에게 주사된 약물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없었고 그의 몸 상태는 완전히 멀쩡했다.왜 사흘이나 깨어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학적인 설명도 불가능했다.다만 확실한 것은 그의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점이었다.주사기에 남아 있던 물질을 검사해 보았으나 흔한 일산화이수소만 검출되었다.즉, 그냥 물이라는 소리다.주훈은 노련한 전문가를 불러 진단을 받게 했지만 역시 몸에는 문제가 없었고 충분히 자면 깨어날 것이라는 답변뿐이었다.성준도 해외의 전문가들을 불러왔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주훈은 어쩔 수 없이 이준혁을 지키며 곁을 떠나지 않았다.이준혁의 지시 없이 주훈은 그의 가족에게 알릴 수 없었고 오직 김성훈에게만 이 사실을 알렸다.의학 교수이기도 한 김성훈에게 이준혁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심이 되었으니 말이다.잠에서 깨어난 이준혁은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창백한 얼굴로 그는 속눈썹을 살짝 움직이며 방 안의 빛에 적응하려고 애썼다.그러고는 본능적으로 그 모습을 찾았다.그러다 이준혁의 눈 앞에 한 그림자가 눈앞에 나타났다.“대표님, 깨어나셨습니까?”주훈이 기뻐하며 말했다.“응...”며칠간 말을 하지 않아서인지 그의 목소리는 매우 쉬어있었다.“다행입니다.”주훈은 눈물이 나올 듯했다.오늘도 깨어나지 않았다면 그는 더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쌓인 서류들을 처리해야 하는데 그는 이준혁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숨길 수는 있어도 대신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대표님, 그 약물은...”주훈이 주사기의 이야기를 하려 했으나 이준혁이 말을 끊었다.“혜인이는... 어때?”그는 자신의 상태에는 관심이 없고 깨어나자마자 윤혜인의 상태를 걱정했다.특히 그날 그녀가 그의 품에서 고통스러워하던 모습이 떠오르자 마음이 아파 견딜 수 없었다.이준혁이 걱정하는 듯한 모습에 주훈은 몇 초간 침묵한 후 말했다.“걱정 마세요, 윤혜인 씨는 괜
말을 마친 주석훈은 손에 감았던 삼각 머플러를 풀어 칼을 깨끗이 닦은 뒤 다시 넣고는 진아연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참혹하게 죽은 채 혼자 남겨진 진아연은 숨이 멎는 순간에도 눈을 크게 뜬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지 못한 채로 죽어버렸다....집에서 하룻밤을 쉰 소원은 다음 날 오후가 되자 서둘러 병원으로 유진을 보러 갔다. 다행히 점점 좋아지는 유진의 상태에 소원은 안도했다.육경한은 그녀를 만나 최근에 확인한 소식을 알려주었다.“진아연이 죽었어.”청천벽력 같은 한 마디에 소원은 자리에 얼어붙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어떻게...”소원은 단서가 이렇게 쉽게 끊겼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진아연은 아버지를 죽인 진범을 알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었는데 이제 그녀가 죽었으니 그동안 애써 찾아낸 다른 단서들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었다.순간 무력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범인은 안상철과 같은 방식으로 진아연을 죽였어. 똑같이 67번을 찔렀어. 범인은 인체 해부에 아주 숙련된 사람이야.”소원은 경계심을 품으며 물었다.“진아연을 죽인 사람이... 상철 삼촌을 죽인 사람과 동일인물이라는 말이야...?”만약 정말 같은 사람이라면 이 범인이 아마도 아버지를 죽인 진범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누구도 이 두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응, 내 추측도 그래. 너도 조심하고 경계심을 잃지 마.”육경한은 반지를 꺼내 소원에게 건넸다.“이거 받아.”반지를 본 소원은 순간 멍해졌다.“이게 뭐야?”소원이 손을 내밀지 않자 그녀가 오해한 것임을 눈치챈 육경한은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이건 호신용 반지야. 끼고 있어. 안에 바늘이 있는데 그 바늘에는 독이 있어서 이 바늘로 찌르면 상대방은 온몸의 힘이 빠지게 돼.”반지의 기능을 들은 소원은 그제야 이 작은 물건이 유용한 곳에 쓰인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받아서 손에 꼈다. 하지만 결혼반지를 끼는 곳에 아니라 독신임을 상징하는 손가락에 꼈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지만 주석훈은 여전히 온화하고 젠틀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는 이런 장면에 익숙해진 듯 별 반응이 없었다.마지막 몇 번의 칼질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진아연의 숨은 끊어지지 않았다.칼날이 그녀의 살을 천천히 파고들며, 생명은 마치 촛불이 꺼지듯 서서히 소멸해 갔다.죽을 수 있을 만큼의 고통, 그러나 죽지 못하게 만드는 고통. 그야말로 가장 잔혹한 죽음이었다.기운이 다 빠진 진아연은 주석훈의 차분한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알겠어... TV 뉴스에 나왔던 안상철의 죽음도 당신...”진아연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녀는 진작 알아차려야 했다.“당신... 맞지...”이제야 모든 진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늦어도 너무 늦었다...그날 현장에 있었던 그녀는 안상철이 도망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안상철이 돈을 숨겨둔 곳까지 몰래 따라갔다. 그녀는 그 돈이 신비로운 인물이 준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 신비로운 인물이 주석훈인지 몰랐다.안상철을 따라간 진아연은 그 돈을 손에 넣어 자신의 도피 자금으로 쓰려고 했다.그래서 안상철이 돈을 파내는 것을 보고 망치를 들어 안상철의 머리를 내리친 뒤 돈을 챙겨 차를 타고 도망쳤다.그 후 며칠 동안 숨어 지내며 안상철에 대한 소문을 기다렸고 그러다가 안상철이 칼에 여러 번 찔려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칼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강하게 내리쳤을 뿐이었고 힘도 많이 들이지 않았다. 그녀의 목적은 안상철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돈을 얻는 것이었다.살인이 두려워서 안상철을 죽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단지 살인죄까지 뒤집어쓰면 도주가 더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이 시점에서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것은 스스로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과 다름없었다.하지만 안상철을 죽인 사람이 겉으로 보기에 이렇게 점잖은 주석훈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진아연이 물었다.“왜... 왜 그 사람을 죽이고... 나까지... 죽이는 거야...”주석훈이
심지어 진아연은 얼마 전까지도 주석훈을 젠틀한 문화인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제 보니 큰 착각을 한 것 같았다.진아연은 주석훈을 향해 아첨하는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변호사님, 어떤 일이든 할게요. 제발...”“쉿!”주석훈은 두 번째 손가락을 입가에 올리며 ‘쉿’하는 소리를 냈다.‘쉿’하는 그 소리에 온몸에 식은땀이 난 진아연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번뜩이는 칼날을 휘두르던 남자는 ‘푹’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를 찔렀다.“안녕, 나는 주석훈이야.”“으악!”진아연은 하늘을 향해 비명을 내질렀다.칼은 급소를 찌르지 않았지만 충분히 고통스러웠다.이어서 또 한 번 칼을 휘두른 주석훈은 이번에도 급소가 아닌 뼈 사이를 정확히 찔렀다. 날카로운 칼날이 조금씩 몸을 파고들자 진아연은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주석훈이 친절하게 말했다.“여긴 무릎뼈가 있는 곳이야. 다음은 발목뼈, 아마 통증이 다를 거야.”“왜... 왜, 왜 이러는 거예요?”진아연은 쉰 목소리로 힘겹게 물었다.“세상 일에 꼭 이유가 필요한 건 아니잖아. 네가 저지른 일에는 인과응보가 따르는 법이지. 지금 겪는 건 그저 그 대가일 뿐이야.”말을 하면서 그녀의 뼈 사이를 정확히 찌른 주석훈은 날카로운 칼날로 진아연의 발목 힘줄을 끊었다.또다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주석훈은 들리지 않는 듯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하나만 말해줄게. 나는 사실 법의학자가 될 뻔했어. 예전에 인체 해부하는 것을 좋아했거든. 변호사가 될 생각은 없었어. 변호사가 된 이유는 돈을 빨리 벌기 위해서야.”주석훈은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 진아연에게 이야기했다.고통에 죽을 지경인 진아연은 울며 말했다.“나를 살려준다고 하지 않았나요? 육경한을 죽이기만 하면 된다고 하지 않았어요?”“그렇게 말했지. 하지만...”주석훈은 뼈관절을 해부하며 말을 이었다.“너를 믿을 수 없어. 쓰레기 주제에 두 번째 기회를 바라다니, 꿈 좀 그만 꿔!”무자비하게 조롱하는 주석훈의 말에
진아연의 이름을 들은 육경한은 매우 침착하게 천천히 말을 뱉었다.”괜찮아, 아마 걔는 살 수 없을 거니까.”“...”황수진은 육경한이 진아연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고 매우 놀랐다. 그가 보기엔 이 신비한 사람이 진아연을 구출한 것을 보면 그녀를 포기하지 않고, 한 패거리로 여긴다는 것을 의미하였지만 뜻밖에도 육경한은 그의 생각과 달랐다.육경한은 동네 정문 쪽 동영상을 보면서 이리저리 보다 지프차량이 진아연을 돌격하는 곳에서 멈추었다.차량은 아무런 인정사정이 없이 그 자리에서 사고를 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마도 진아연 단지 입구에서 죽는다는 것이 정말 번거롭고 또 잠재된 위험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서 방안을 바꾼 것 같았다.하지만 결국 이 방안은 집행될 것이고 이 신비한 사람은 절대 진아연의 목숨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황수진이 지프차를 보았는데, 분명히 가짜 번호판이었지만 조사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그가 한국 본토에서 활동하는 한 날 중에는 언제든지 증거가 남게 될 것이다.반대편 차 안에서 진아연은 그곳을 본 후 안색이 어두워졌다."제트 씨, 왜 저를 이렇게 황량한 교외에 두셨어요? 택시를 타고도 돌아가기도 곤란해요."“여기 안 오고 들키고 싶어요?"제트의 기분은 나빠지자 진아연은 감히 말하기 무서웠다."그럼 제가 내려가도 되나요?"진아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서두르지 않고 담배 한 대를 다 피운 후에야 천천히 진아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내려요.“진아연은 기쁜 마음으로 차 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아주 쉽게 차 문이 열렸다. 그녀는 일종의 재난을 모면한 기분이 들어 마음이 매우 기뻤다는데 한 발이 발밑의 땅을 금방 밟았을 때, 뒤에서 누가 등이 세게 걷어찼다.진아연은 멀리 차여 입에서 새빨간 피가 뿜어져 나왔고 마치 자신의 몸이 해체되는 것처럼 느껴졌다.차근차근 차에서 내려 진아연의 앞에 다가와 걸음을 멈춘 남자를 보고 진아연은 어리둥절해졌다.“왜... 왜 저를 발로 차요?"제트는
남자는 재밌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만약 제가 당신에게 기회를 준다면요?”“무슨 기회요?”진아연은 자신이 누구와 거래하는지 잊지 않고 전전긍긍하며 물었다.남자의 두 눈은 마치 별을 숨긴듯 하였다. 그는 반혹적인 어조로 말했다.“육경한을 죽일 기회를 줄게요. 만약 그 사람을 죽일 수 있으면 저는 당신의 잘못을 추궁하지 않고 평안히 출국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어요. 진아연 씨, 어떻게 생각해요?”“정말이에요?”진아연은 그의 말을 정말 믿기 어려웠다.제트를 마주할 떄 진아련은 항상 착각에 빠졌다. 사실은 육경한을 죽이는 것보다 제트를 마주하는게 더 어려웠다. 이 두 문제를 함께 놓으면 비교가 될 것이다.왜냐하면 그는 아주 신비하기에 누구도 그의 배경과 내력을 알 수 없어 그와 상대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경한의 약점은 아주 많다. 소원이와 그녀 뱃속에 있는 아이, 그리고 망할 놈 유진이... 심지어 하나하나의 나쁜 계획은 이미 진아연의 마음속에서 형태를 갖추게 되며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제트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물론 정말이에요, 당신이 성공하면 저는 말한 대로 다시는 따지지 않을 것이에요. ”말하는 사이에 남자는 뒤에 쫓아오는 세 대의 차를 가볍게 따돌렸다.이 제트는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사람마냥 무섭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진아연의 마음속에 있는 제트는 탁월한 능력이 있어서 그녀가 아무리 숨기려 해도 그의 눈을 피할 수 없어 놀라지 않았다.진아연은 눈앞의 남자를 보면서 자신의 충성심을 알려 주었다.“제트 씨, 안심해요, 저는 반드시 임무를 완수할 거니까. 당신은 저를 죽이지만 않으면 됩니다.”“음, 기대가 되네요.”“...”뒤따라오던 세 대의 차가 앞차를 잃어버린 후, 경비원들은 실시간 정보를 병실의 VIP 라운지에 전달했다.유진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남자는 황수진보고 유진이의 휴식에 방해 안 되는 대기실에 오라고 했다.지금 육경한의 안색은 매우 안 좋았다.경호원들이 전송해 오는 화면
남자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잡히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또 오다니 정말 바보 중의 바보예요! ”“제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이곳 경비원은 다른 동네 분들과 다를 줄은, 이곳 경비원은 정말 최고급 경호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여자가 원망하자 옆에 있던 남자가 말했다. “진아연, 당신은 내가 본 것 중 가장 멍청한 사람인 것 같아요. ”진아연은 순간 자신의 이름을 듣고도 반응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 사람은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을가 라는 생각에 그녀는 그를 경계하면서 물어봤다.“누구세요? “남자는 침묵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얼굴 가리려고 마스크를 썼지만, 눈빛에 드러나는 냉랭함은 숨길 수 없었다. 진아연은 그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나서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당신이 바로 제트 씨이세요? ”남자는 그녀를 상대하지도 않고 부인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다 설명했다. 진아연은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바지에 실수까지 할 뻔했다. 누가 알았겠는가, 늑대 무리에서 도망쳐 나와 호랑이 굴에 들어갈 줄을... "제트 씨... 아주 죄송해요, 제가 일부러 여기에 나타난 건 아니예요. 지금 당장 꺼질게요. ”놀라움은 하여금 진아연의 이성을 잃게 만들어 고속도로에서 차 문을 열고 뛰어내릴 생각까지 하였다.제트와 비교했을 때, 지금 뒤에서 자신을 쫓아오는 경비원들이 구세주라고 생각되었다. 진아연은 제트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라고 느꼈다. 필경 지난번에 그의 손에서 죽을 뻔했으니까... 진아연의 손이 차 문손잡이에 닿았을 때, 차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진아연은 절망 속에서 두 손을 비비며 용서를 비는 자세를 취했다. “죄송해요... 제트 씨... 저 진짜 멀리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니까 저를 놓아주세요. ”안장이 좁아서 진아연은 무릎을 꿇을 수 없어 두 손을 끊임없이 비비며 아주 작은 희망을 찾고 있었다.남자는 역시 수단과 방법을 숨기고 있었다. 뒤차의 추격을 피하는 동시에
여자가 작은 골목에 들어섰을 때, 경비원이 말했다. “아가씨, 길을 잘못 들었어요. 13동은 저쪽에 있어요.”여자는 할 수 없이 돌아섰는데 경비원이 다시 말했다. “아가씨, 친구 보러 처음 오셨어요?”여자는 이곳의 경비원이 왜 범인을 검문하는 것처럼 자신을 물어보는지 이해 안 가 속으로 욕했다.여자는 대충 대답했다.“네네, 처음 왔어요.”13동 문 앞에 오자 경비원이 직접 603의 초인종을 눌렀고 방울 소리가 울리자, 안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경비원은 여자보고 말하라고 고개를 돌렸다.“...”정말 어쩔 수 없어 여자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배를 움켜쥐며 말했다.“아이고, 배가 너무 아파요.”여자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하자 경비원은 즉시 구급차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경비원이 구급차를 부르는 사이에 여자는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 도망쳤다.“거기서요!”경비원은 일반인보다 더 빠르게 반응해 무전기에 대고 빨리 저 검은 옷 입은 여자를 잡으라는 말을 했다.여자는 자신의 눈앞에서 점점 닫혀 가는 문을 보며 당황해 어리둥절했다.“닫지 말아요.”안에서 경비원이 소리를 듣고 여자 쪽으로 돌진해 왔다. 그들은 마치 여기서 여자를 기다리고 있는 듯 일반 경비원보다 속도가 더욱 빨랐다.바로 얼마 전 육씨 그룹이 이곳의 부동산을 사서 전문적인 경호원으로 바꾸어 수상한 인물을 주시하여 남자와 여자를 막론하고 의심이 가는 사람들을 모두 붙잡아 파출소로 보냈다. 여자는 온몸에 힘이 빠진 채 어디로 도망갈지 몰랐다. “저 여자 잡아요.”전에 여자와 얘기하던 경비원이 소리쳤다. 여자가 잡힐 것만 같았는데 갑자기...펑!큰 소리가 나 그곳을 보자 검은색의 지프차 한 대가 돌진해 들어와 난간에 부딪혀 부서지는 것이 보였다.대중들은 모두 이 갑작스러운 변고에 어리둥절하여 반응하지 못했지만, 지프차가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자, 경비원들은 모두 재빨리 몸을 피했다.유독 여자만 제자리에서 자신한테 향해 오는 것을 멍하니 보며 어찌할 바
소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마음이 놓이지 않아. 유진이를 보러 갈래”“필요 없어”육경한은 단호히 거절하다 멈칫했다. 그러다 소원이 자신이 아이를 못 본다고 오해 할가봐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보고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일도 다 병원에 가지고 갈 거니까. 넌 휴식이 필요해. 알았어? “유진이 병으로 쓰러진 후 소원은 며칠 동안 거의 밤새 자지 못해 눈 밑에는 이미 짙은 다크써클이 생겼지만 그녀는 억지로 버티는 중이었다.소원은 유진이 자신을 찾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육경한은 무슨 일이든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직접 휴대폰 음성 메시지를 소원이에게 들려주었다.“아빠, 엄마 보고 잠자고 있으래요. 만약 성공하지 못하면 저는 삼촌이라고 부를 거예요. ”“엄마보고 많이 휴식하고 있으래요. 그렇지 않으면 뱃속의 아기가 천천히 자랄 거예요. 저는 아기를 빨리 만나고 싶어요. 아기한테 오빠가 지금 힘이 세니까 아기를 업을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어요. ”캐톡에서 유진이의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협박한 것을 보니 두 사람의 사이가 아주 좋은 것 같았다. 유진이의 소리는 듣기에도 정신이 맑고 괜찮아 보였다.소원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생각해 보니 자기가 쉬지 않은 것을 아이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자신의 건강에 대한 책임은 즉 유진에게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기에 소원이는 말 듣고 차에서 내려서 휴식을 취하러 갔다.네 명의 경호원은 육경한의 분부에 따라 두 명은 아파트 입구에 두 명은 계단 입구를 엄중히 지켜 사수의 파리 한 마리조차 날아 들어갈 수 없었다.육경한의 차가 떠나자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여인이 사방을 둘러보며 나타났다.그녀는 벙거지 모자를 쓰고 얼굴을 절반 이상 가린 채 마스크를 쓰고 수상한 모습으로 나타나 동네 경비원의 주의를 불러일으켰다.“저기요, 당신은 어느 건물로 가나요? 여기에서 뭘 하고 있습니까? “여인은 경비원한테 놀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요... 사람을 찾고
주석훈이 웃으며 말했다.“허허. 몰랐죠? 저 평소엔 되게 허당이에요.”“변호사님 은근히 유머가 넘친다니까요.”주석훈은 언변에 능했기에 단 몇 마디에 간호사가 함박꽃 같은 웃음을 지었다.“저기는 왜 저런 거래요? 아까 길을 잘못 들었는데 막더라고요.”주석훈이 물었다.“아, 저기요.”간호사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어떤 여자애 한 명 들어왔는데 가족이 살해당했다나 뭐라나. 실어증에 걸려서 한마디도 못 했는데 평소 믿고 따르던 언니가 와서 입을 열었다고 들었어요.”주석훈이 물었다.“여자애요? 많이 놀랐나 보네요.”“그러게요.”간호사가 대답했다.“가족이 칼 맞고 죽었는데 누가 견딜 수 있겠어요.”“억울한 사건이 얼마나 많은데 범인만 잡아도 다행 아니겠어요?”주석훈이 말했다.“어려울 것 같던데요?”간호사가 말했다.“뭐 유용한 단서가 안 나왔나 보더라고요. 아빠가 여자애를 지키겠다고 같이 들어가지 않아서 아무것도 못 봤대요. 진술한 상황이 경찰이 알고 있는 상황과 별반 다를 게 없어서 경찰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만 내쉬더라고요.”간호사가 이렇게 많은 내용을 알 수 있었던 건 안지영의 간호를 책임진 간호사가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다.주석훈이 더 물으려는데 다른 간호사가 들어왔다.“어? 이 간호사 있었네? 저쪽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니까 빨리 가봐.”이 간호사가 말했다.“알겠어요. 이것만 마무리하고 갈게요.”치료를 받은 주석훈이 이 간호사에게 고맙다고 말하자 이 간호사가 얼굴을 붉히며 괜찮다고 말했다.주석훈이 멀리 가고 나서야 다른 간호사가 이렇게 말했다.“이 간호사, 아까 저 사람이랑 무슨 얘기 했어? 저 병실에서 나온 얘기는 함부로 하면 안 돼.”“저 별말 안 했어요. 다들 아는 내용 얘기해준 거예요.”이 상황에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인정하면 바보나 다름없었다.“그래. 앞으로 조심해. 자칫하다간 징계 먹을 수도 있어.”나이 많은 간호사가 귀띔했다.“알아요.”이 간호사가 얼른 대답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