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훈 역시 특수부대 출신으로 당연히 실력이 뒤처질 리 없었다.단지 조금 전에는 여은이 윤혜인의 비서라고 생각해 방심했을 뿐.그는 이내 눈빛을 바꾸더니 손가락을 재빨리 움직여 칼날을 집어 피하며 상처 없이 위험에서 벗어났다.여은은 그의 실력을 알아차리고 경계심을 더 높이며 그에게 달려들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격투를 벌였다.여은은 모든 공격이 치명적이었지만, 주훈은 그녀가 윤혜인의 사람이라는 것을 고려해 죽이지 않고 싸웠기 때문에 몇 번의 타격을 받았다.몇 번의 교전을 거친 후, 주훈은 지치기 시작했다.때리고 싶지만 죽일 수는 없어서 너무나도 답답했다.그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그만! 데려다줄게요!”이준혁이 윤혜인을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 것인지 그는 알고 있었다.‘이 여자가 곽경천한테 알리면 일이 더 복잡해져. 그냥 데리고 가는 게 나아.’한편, 앞차에서.운전기사는 눈치 있게 차 안 칸막이를 올렸고 윤혜인은 몸을 좌석에 바짝 붙이며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그러다 문득 이전에 원지민이 전화를 걸어와 오만한 태도로 말한 것이 생각났다.예의고 뭐고 그녀는 지금 당장 이 무례한 남자를 확 물어버리고 싶었다.그러나 지금은 아예 말조차 하고 싶지 않았는지라 윤혜인은 화가 나서 차 문을 열려고 했다.이준혁은 그녀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몸을 숙여 두 팔로 좌석의 양쪽에 댄 채 강한 압박감을 주었다.“그렇게 참을 수 없어?”목에 가시가 걸린 듯 이준혁은 답답함을 느꼈다.‘왜 혜인이 너는 다른 남자랑 있을 때는 웃고 나랑 있을 땐 차에서 뛰어내리고 싶어 할까...’어이가 없었던 윤혜인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대표님, 지금 이건 무슨 뜻이예요?”“너랑 이야기하고 싶어서.”“미쳤어요? 이렇게 사람을 차에 묶어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어딨어요?”“안 그럼 네가 내 말을 들을 것 같아?”이준혁은 그녀가 방금 자신을 보고 마치 유령이라도 본 듯 돌아서서 도망치던 모습을 잊지 않았다.윤혜인은 그가 하는 헛소리를 들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윤혜인은 어이가 없어 눈을 휙 뒤집고 싶은 심정이었다.‘대체 얼마나 많은 여자랑 약혼했길래 기억도 못 하는 거야?’곧이어 그녀가 비웃으며 말했다.“대표님은 약혼녀가 많으신가 보네요?”잠시 곰곰이 생각한 후, 이준혁은 드디어 한 사람을 떠올렸다.“원지민 말하는 거야?”윤혜인의 아름다운 눈동자는 비웃음으로 가득 찼다.이준혁은 그녀의 시선에 불편해하며 해명했다.“원지민은 아니야. 그건 그냥 언론에서 떠들어댄 거지, 나는 다른 여자와 약혼한 적이 없어.”그 보도를 보지 않았다면 윤혜인도 이 말을 믿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전화를 끊은 후 곽경천에게 이준혁이 약혼한 적이 있는지 물어봤고, 곽경천은 곧바로 관련 기사를 보내왔다.그 기사에는 문현미와 이천수가 두 집안의 약혼을 인정한 내용이 분명히 나와 있었다. 곽경천은 기사 뒤에 이렇게 덧붙였다.“똑똑히 봐, 이 남자는 건드릴 수 없어.”사실이 명백히 드러나 있는데도 이준혁은 여전히 부인하고 있었다.‘멍청한 척하는 거야 아니면 날 멍청이로 여기는 거야? 전혀 이해할 수 없네.’그녀는 턱을 괴고 그의 지나치게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며 비웃었다.“왼손에는 첫사랑, 오른손에는 약혼녀, 게다가 당신을 잘 모르는 전처까지 끌어들이다니. 우리 오빠가 말한 게 맞네요. 당신은 정말로 다정한 바람둥이일 뿐이네요이준혁은 숨이 막힐 뻔했다.‘내가 언제 다정했다고 그러지? 그리고 내가 왜 바람둥이야?!’뒤이어 남자는 얇은 입술을 움직이며 말했다.“넌 네 오빠가 뭐라 하면 다 믿는 거야?”“내 오빠를 안 믿으면 누구를 믿어요?”윤혜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당신을 믿으라고요? 하는 말마다 거짓말인데? 무슨 일이든 다 들어준다고 했잖아요. 근데 지금 이게 뭐예요? 협박밖에 안 하잖아요. 그러면서 나랑 공정을 따져요?”이준혁은 말문이 막혔다. 윤혜인의 말이 맞았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녀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는 순간 이준혁은 평정심을 잃었다.그 순간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머릿
고개를 들어 차가 고급 클럽 앞에 멈춘 것을 발견한 윤혜인이 경계하며 물었다.“여긴 왜 데려온 거예요? 난 안 들어갈 겁니다.”“걱정하지 마, 너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거야. 안에 네가 관심 있어 할 사람이 있어.”“누군데요?”그러자 이준혁은 손을 조금 풀며 말했다.“들어가서 봐.”윤혜인은 그의 말에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그가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그리고 물론 이준혁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정말 너한테 무슨 짓을 하려 했다면, 이렇게 복잡하게 안 했을 거야.”윤혜인은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준혁의 표정은 마치 그녀가 그에게 편견을 가졌다는 식이었으니 말이다.‘자꾸 나한테 손을 대고 말도 믿을 수 없게 하니까 그렇지.’그가 자꾸 손을 대고 말도 믿을 수 없게 하니까 그렇지.윤혜인이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화를 낼 기색을 보이자 이준혁은 해명했다.“걱정하지 마, 만나고 나면 바로 집에 데려다줄게.”이 말에 윤혜인은 잠시 성질을 죽이기로 했다.‘집에 갈 수만 있다면야, 뭐... 만나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네.’그리고 이준혁은 자신이 내뱉었던 말처럼, 언제나 마음대로 행동하려 하지만 그녀를 해치지는 않았다.그는 윤혜인을 데리고 클럽 위층에 있는 룸으로 향했다.자리에 앉자마자, 종업원이 다과와 과일을 놓고 나가면서 문을 닫았고 그렇게 밀폐된 공간에는 그들 둘만이 남게 되었다.가까이 앉아 있는 남자의 은은한 향기가 그녀의 코를 자극했다.불편해진 윤혜인이 옆으로 조금 물러나려 했지만, 남자는 반대로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 더 가까워지게 만들었다.그래서 윤혜인은 그를 밀어내며 화를 냈다.“대체 뭐 하는 거예요?”이준혁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 천천히 말했다.“너에게 보여줄 게 있어.”말하는 사이, 큰 커튼이 열리며 옆방이 보였다.두 개의 방이 연결된 구조였고 맞은편 의자에는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긴 머리, 하얀 작은 원피스, 가늘고 긴 다리, 아주 불쌍해 보이는 듯한 모습
이준혁은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너 자신이 가장 잘 알겠지.”임세희는 마음속이 불안했지만, 이준혁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언제나처럼 무고한 척하며 말했다.“난 아무 짓도 안 했어. 이 여자가 나를 해친 거야. 그날 발표회에서 내 영상을 조작해서 나를 함정에 빠뜨렸어!”그녀는 손가락으로 윤혜인을 가리키며 계속해서 거짓말을 했다.“준혁 씨, 이 여자가 얼마나 악독한지 알아? 곁에 두면 반드시 준혁 씨한테도 해를 끼칠 거야!”윤혜인은 임세희가 이렇게 처참한 상황에서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모함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뼛속까지 악랄한 여자군. 죽을 때까지 안 변할 것 같네. 이렇게 된 것도 다 자업자득인 거지.’뒤이어 이준혁이 냉담한 눈빛으로 임세희를 바라보며 말했다.“혜인이가 영상을 조작했다는 걸 네가 어떻게 알아?”임세희는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이내 눈을 굴리며 빠르게 대답했다.“나 믿어줘. 분명히 저 여자가 조작한 거야. 지난번 식당에서 다툰 후로 나를 미워하고 있었어. 기억 상실도 아마 연기일 거야...”임세희는 마치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듯 급히 이준혁의 팔을 잡고 말했다.“분명히 연기하는 거야. 준혁 씨가 나를 구하려다 그 아이가 죽은 것도 기억하는 걸 보면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거...”하지만 임세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우두둑’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뼈가 부러지는 소리였던 것이다. 이준혁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비틀어 부러뜨렸다.“아아아!!!”돼지 멱 따는 듯한 비명 소리가 방 전체에 울려 퍼졌다.무릎을 꿇은 채 임세희의 손은 무력하게 늘어뜨려 져 있었다.손목이 부러진 고통이 즉시 심장으로 전달되었다. 너무나도 아팠다!이준혁은 혐오감이 가득 찬 눈빛으로 냉혹하게 말했다.“내가 가장 후회하는 일은 바로 너를 구한 일이야!”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은 자신의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을 터,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남자는 조
임세희는 온몸이 떨며 목소리는 쉰 상태로 울부짖었다.“아니야, 정말 아니야. 준혁 씨, 윤혜인이 그렇게 말했어? 어떻게 저 여자 말을 믿을 수 있어? 준혁 씨도 잘 알잖아, 저 여자가 나를 미워하는걸...”윤혜인은 이제 확실히 알았다.‘임세희, 당신 정말 구제 불능이구나?’그녀는 차갑게 말했다.“나도 방금 알았어요. 당신이 나한테 약을 탔다는 걸.”함정에 빠진 것 같은 느낌에 임세희는 휘청거리며 일어나 윤혜인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이년이! 감히 날 모함해?!”그러나 그녀가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 ‘쾅' 소리가 났다.임세희가 반짝이는 가죽 구두에 무참히 차인 것이었다.“아악...”임세희는 바닥에 엎드려 배를 움켜쥐며 고통에 몸을 떨었다.그리고 이준혁은 그녀를 바라보며 냉혹하게 말했다.“끝을 보기 전까지는 인정 안 하겠다는 거야?”뒤이어 그가 사람을 부르자 작은 체구의 남자가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왔다.윤혜인은 그를 알아보았다. 그는 그날 술자리에서 일하던 웨이터였다.이준혁은 웨이터에게 차갑게 물었다.“이 여자 맞습니까?”웨이터는 남자의 기세에 겁을 먹고 몸을 떨며 바닥에 있는 임세희를 보고는 흥분하며 말했다.“맞아요! 바로 이 여자가 약을 음료에 넣으라고 시켰어요. 그리고 그 중년 남성분에게도 약을 탔습니다!”임세희는 그날 장 대표에게 흥분제를 사용하자고 제안했고 웨이터에게 윤혜인의 음료에 약을 타라고 시킨 후, 장 대표에게도 몰래 약을 타 먹였다.악한 마음으로 장 대표가 윤혜인을 해치거나 장 대표 스스로 망가지는 것을 바라며 그런 짓을 한 것이었다.그 사건 후, 그녀는 이 웨이터에게 6000만 원을 주고 조용히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했다.웨이터는 한 달 급여가 200만 원도 안 되었기 때문에 그 많은 돈을 보고 덥석 제안을 수락했다.그러나 이준혁은 영리했다.그는 사건 후 퇴직한 직원들을 하나하나 조사하여 이 웨이터를 찾아냈다.이제 모든 증거가 명백해졌다.마치 깊은 얼음 구덩이에 빠져드는 것처럼 그 남자를 보자
이준혁의 눈빛은 차가웠고, 바닥에 있는 여자를 언급할 때 얼굴에는 조금의 온정도 없었다.과거 이천수가 임세희에게 보호막을 마련해주지 않았다면, 이준혁은 그녀가 서울에서 다시 재기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꼬리를 내리고 살기는커녕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다.정말이지 죽어 마땅했다.윤혜인은 이준혁이 자신의 첫사랑에게 이렇게 가혹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다소 놀랐다.식당에서 임세희를 쫓아낼 때, 그녀는 이준혁이 단지 쇼를 하는 줄 알았다.하지만 오늘 그는 임세희의 손목을 실제로 부러뜨렸고 그 ‘우두둑' 소리는 그녀에게 생생하게 들렸다.윤혜인은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정말로 그렇게 하실 수 있어요? 이 여자가 그쪽 첫사랑 아니었나요?”곽경천이 그녀에게 준 기사에서는 이준혁이 그의 첫사랑을 많이 봐주었다고 나와 있었다.뒤이어 이준혁은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첫사랑 아니야.”윤혜인은 눈을 깜빡였다.‘아니라고? 지금 누구를 속이는 거야?’그녀는 웃으며 물었다.“뭐든 다 괜찮아요?”그러자 이준혁은 그녀를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하고 싶은데? 말해봐.”이 말에 윤혜인은 불만스러운 듯 콧방귀를 뀌었다.“왜요, 내가 너무 지나치게 굴까 봐 겁나요?”임세희는 이준혁이 여전히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고 믿었다.그래서 그를 올려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준혁 씨, 제발... 정말로 내가 한 게 아니야... 이 모든 게 이 여자의 음모야... 이 여자가 나를 함정에 빠뜨린 거야...”한쪽 손목은 부러지고 얼굴의 화장은 모두 번진 채로 임세희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마치 상처 입은 작은 강아지처럼 불쌍한 모습이었다.이준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윤혜인은 그가 고민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웃으며 말했다.“그쪽이 아까워해도 별수 없습니다.”어차피 곽경천이 돌아오면 절대 임세희를 가만 놔두지 않을 테니 말이다.그녀도 괜히 이준혁에게 빚을 지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 임세희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 찼다!그녀는 울며 소리쳤다.“안 돼! 안 돼! 나한테 이러면 안 돼... 안 마실 거야... 으으... 꿀꺽꿀꺽...”경호원들은 그녀의 입을 억지로 벌려 음료를 모두 마시게 했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말이다.경호원이 손을 놓자 임세희는 죽은 물고기처럼 바닥에 쓰러졌다.약은 아직 효과를 나타내지 않았다.그녀는 절망스러운 듯한 눈빛으로 이준혁을 올려다보았다.“저 여자가 도대체 뭐가 좋다고! 내가 준혁 씨를 얼마나 오랫동안 좋아했는지 알아? 준혁 씨의 그 마음은 돌로 만들어진 거야?”그러자 이준혁이 임세희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네 20살 생일 때 내가 했던 말 기억 나?”임세희의 얼굴은 창백해졌다.20살 생일에 그녀는 이준혁의 집 문을 두드려 자신을 바치려고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남자의 무정한 대답이었다.이준혁은 그녀에게 다시 한번 그 말을 상기시켰다.“나는 너 한 번도 좋아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그 마음은 오늘날까지 변하지 않았어. 네가 네 분수를 알고 만족해하며 살아갔다면 최소한 지금처럼 비참해지지는 않았을 거야.”이 말을 들은 윤혜인은 혼란스러웠다.‘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던 거야?’임세희도 당연히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처음 이준혁을 본 순간부터 그녀는 깊이 빠져들었다.잘생긴 얼굴뿐만 아니라 그는 차갑고 고귀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하지만 그와 반대로 사업에 있어서는 냉혹하고 결단력이 강해 마치 모든 사람들을 압도하는 신처럼 행동했다.이런 두 가지의 면모가 임세희를 깊이 끌어당겼다.넓은 세상을 본 사람이 어찌 어두운 골목을 다시 좋아할 수 있겠는가?임세희는 오직 이준혁만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남자라 여겼다.그러나 지금 그 남자는 그녀가 무시했던 여자에게 굴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임세희는 완전히 무너졌다. 창백한 얼굴에는 분노와 질투가 가득했다.“이 여자를 완전히 보물처럼 여기는구나? 이
임세희는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미친년! 자기가 뭔데 나를 때려?!’그녀는 윤혜인을 비웃으며 계속해서 도발했다.“네 딸 어릴 때 병도 있었지? 말도 안 하고 그랬다며? 이게 다 네 업보야. 네가 그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땅해. 몇 년 지나면 그 아이도 너처럼 더러운 여자가 될 거야!”임세희는 모든 것을 걸고 윤혜인을 자극했다. 이준혁에게 윤혜인의 본성을 보여주려고 말이다. 어떻게든 그녀가 얼마나 독한 사람인지 증명하고 싶었다.“짝! 짝! 짝!”윤혜인은 임세희의 말을 듣고 참을 수 없었는지라 그녀의 얼굴을 세 차례나 강하게 때렸다.너무 화가 나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어린아이를 저주하는 사람은 인간 이하의 존재나 다름없다.곧이어 윤혜인이 다시 손을 올리려는 순간, 누군가 그녀를 뒤에서 잡아당겼다.이준혁이었다.윤혜인은 흥분한 상태에서 그를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그의 얼굴을 세게 때렸다.“짝!”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윤혜인은 조금도 자비를 베풀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때렸다.“이거 놔!”화가 난 윤혜인은 얼굴이 빨개졌고 이준혁의 하얀 얼굴에는 다섯 개의 빨간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윤혜인의 차가운 눈빛은 오직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윤혜인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 마치 모든 가시가 곤두선 고슴도치처럼 누구라도 그녀의 딸을 건드리면 용서하지 않을 태세였다.“걱정돼요?”그녀는 피식 냉소하며 물었다.“이 독한 여자가 걱정 되냐고요!”이준혁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고개를 돌려 경호원들에게 차갑게 명령했다.“뭐 하고 있어?”그러자 경호원들이 즉시 움직이더니 한 명은 임세희를 누르고, 다른 한 명은 임세희의 얼굴을 때리기 시작했다.이준혁의 표정이 여전히 차가운 것을 보고, 경호원은 멈추지 않고 계속 임세희의 얼굴을 때렸다.경호원의 힘은 훨씬 더 강했다.몇 대 맞고 나자, 임세희의 입술은 피투성이가 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고, 단지 고통스러운 듯 신음 소리만
소종은 육경한이 아이들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교도소 안에 있을 때 육경한은 모든 사람들의 면회를 거절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두 아이를 그리워했다.그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타세요, 대표님.”소종이 침묵을 깨며 한마디 했다.육경한이 차에 타자 소종은 그동안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이 대표님 가족이 소 대표님을 잘 돌봐주셨어요. 아이들끼리도 친하게 지내고... 그리고 김 대표님도 하정이와 유진이를 돌봐주셨어요... 그리고 윤혜인 사모님의 오빠가 8년 전에 결혼했어요. 집 가정부의 딸 구지윤 씨와 결혼했어요. 처음에 할아버지가 많이 반대했지만 지금은 행복하게 잘살고 있어요. 딸을 낳으면서 할아버지도 받아들이셨고요... 아, 참. 예전에 소 대표님과 친하게 지냈던 여경 강민혜 씨, 기억하시죠? 소 대표님의 친동생이었더라고요. 당시 소 대표님의 어머니가 과다 출혈로 위독하셨을 때 그 여경이 수혈해 줬거든요. 소 대표님이 두 사람의 혈액형이 같은 것을 알고 친자 확인을 했더니 강민혜 씨가 정말 친동생이었어요. 예전에 도둑맞아 죽었다고 알려졌던 아이가 사실은 살아 있었던 거죠...”소종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 차는 어느새 호화로운 호텔 앞에 도착했다.그들이 육경한을 위해 환영회를 준비한 듯했다.육경한이 말했다.“이런 거 필요 없어. 어떤 모임에도 참석하고 싶지 않아. 그냥 쉬고 싶어.”그러자 소종이 바로 말했다.“안 돼요. 오늘 식사 자리에는 꼭 가야 해요.”황진수도 말했다.“맞아요, 육경한 씨. 소소하게 준비한 것이니 우리 마음을 봐서라도 꼭 참석해 주세요.”마지못해 차에서 내린 육경한은 호텔 룸에 들어간 순간 방 안에 익숙한 얼굴들이 가득한 것을 보았다.예쁜 소녀가 육경한에게 다가오더니 큰 눈을 깜빡이며 그를 보고 말했다.“그쪽이 우리 아빠예요?”자신과 닮은 소녀의 눈매에 육경한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육하정이 계속 말했다.“엄마가 말했어요. 아빠가 잘못을 저질러
법정 안, 판사가 선고했다.“피고인 육경한, 살인죄로... 그러나 피해자와의 갈등 관계를 고려하고 증인의 증언을 종합하여 본 법정은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육경한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합니다...”“대표님...”방금 깨어나서 법정에 나와 주석훈의 살인을 증언한 소종은 울며 육경한을 불렀다.뒤에 서서 두 달 된 아기를 안고 있는 소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아기의 얼굴과 핑크색 이불을 본 육경한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는 더 이상 소원에게 할 말이 없었다. 대신 소종을 보며 한마디 했다.“잘 돌봐줘.”육경한이 누구를 말하는지 바로 캐치한 소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게요.”...15년 후, 구치소 대문 앞.15년 전 입소할 때 입었던 옷을 입고 나온 육경한은 여전히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걸었다.교도소에 있는 동안 좋은 표현 덕분에 감형을 받아 조기 출소했다.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육경한의 얼굴에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더 깊고 온화한 매력을 내뿜었다.구치소 밖에서는 황진수와 소종이 육경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종이 가장 먼저 달려와 그를 붙잡고 울었다.“대표님, 고생 많으셨어요!”키가 185cm나 되는 팔이 하나뿐인 남자가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고 있었다.“대표님...”옆에 있던 황진수가 육경한에게 담배를 건네자 담배를 받은 육경한은 깊게 빨아들인 뒤 말했다.“내 재봉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알아? 나중에 너희들에게 옷 한 벌 만들어 줄게.”소종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슬픈 분위기가 육경한의 한 마디에 완전히 뒤바뀌었다.소종이 울다가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기대하고 있을게요.”육경한이 코웃음을 쳤다.“꺼져.”먼 곳을 바라본 육경한은 소종과 황진수 외에 그를 맞이하러 온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왠지 실망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감도 들었다.그녀가 오지 않아도... 괜찮았다.결코 좋은
“두 번째 것을 선택할게.”죽어도 소원을 구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온 육경한이었기에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대답했다.“허허, 육 대표가 소원을 정말 많이 아끼나 봐.”주석훈이 비꼬는 듯한 말투로 한마디 했다.“그럼 시작하지. 육 대표, 6년 전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죽은 소녀의 이름이 뭔지 기억나?”자리에 얼어붙은 육경한은 주석훈이 혹시라도 소원을 해칠까 봐 바로 앞으로 두 걸음 걸었다. 덫이 ‘탁탁’ 소리를 내며 그의 두 다리를 집었고 이내 피가 철철 흘렀지만 육경한은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몰라.”손에 칼을 움켜쥔 주석훈은 이를 갈며 말했다.“그 소녀의 이름은 수정이야. 육 대표처럼 모든 지원을 다 받아 치료받은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겠지.”큰 고통 속에도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육경한이 입을 열었다.“그 교통사고에서 소녀가 죽은 것은 알고 있었어. 하지만 나는 우리 미우 그룹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어. 그 사람들이 나를 먼저 치료한 이유는 대동맥이 눌러져 위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 소녀도 나와 똑같이 심각한 상태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어. 그래서 그 후에 소녀의 가족에게 위로금도 보냈어.”육경한의 책임은 아니었지만 소녀가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 그녀의 부모님이 통곡하는 모습을 본 육경한은 소종을 시켜 소녀의 가족에게 2억 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내가 네 말을 믿을 것 같아?!”주석훈이 매서운 눈빛을 내뿜으며 큰소리로 외쳤다.“어쨌든 넌 살아남았고 나의 수정이는 떠났어. 아무도 우리 수정이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주석훈은 더 이상 게임 따위 생각하지 않은 채 미친듯이 울부짖었다.“너희들은 모두 냉혈 인간들이야. 너희들은 죽어도 싸!”말을 마친 주석훈이 칼을 휘둘러 소원의 배를 찌르려 하자 육경한은 재빨리 몸을 날려 자신의 종아리로 칼을 막았다.소원을 밀어낸 육경한은 격렬한 고통을 참으며 주석훈과 맞붙었다.팔다리가 멀쩡한 주석훈은 이내 다리가 다친 육경한보다 우위를 점했다.도우려고 한 발 나선 소
이후 남자는 기분이 좋은 듯 소원의 입에 물린 천을 빼주며 말했다.“어떻게 여기에!”소원은 깜짝 놀랐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바로 그녀를 계속 도와주던 주석훈이었다!자신에게 접근한 의도를 의심한 적은 있었지만 나중에 그의 여자친구가 병으로 사망했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과는 원한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 모든 사건의 배후가 주석훈이라니...“소원, 많이 놀랐지?”가면을 벗어 던진 주석훈은 마치 조금 전까지 잔인했던 사람이 본인이 아닌 듯 아주 평온해 보였다.“왜... 이렇게까지?”소원은 처음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왼손을 사용해 물건을 잡는 모습을 보고 바로 깨달았다.“너였어!”소원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상철 삼촌과 진아연을 죽인 사람이 너! 맞지?!”주석훈은 부인하지 않았고 그의 표정 또한 모든 걸 말해주듯 가볍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소원, 그 사람들은 죽어도 싼 사람들이야. 그들이 죽었으니 네가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 사람들이 공모해서 네 아버지를 죽였잖아?”“아니야!”소원은 단호하게 부정했다.“그 사람들은 단순히 조종당한 희생양일 뿐이야. 내 아버지를 죽인 진짜 범인이 너였어?! 넌 그냥 증거 인멸을 한 거야!”“소원, 정말 똑똑하네?!”칭찬하듯 한마디 한 주석훈의 말에 소원은 분노로 가득 차올라 외쳤다.“왜! 아빠가 뭘 잘못했다고 죽인 건데?!”주석훈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원, 네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이유? 알고 싶어? 나와 육경한 사이에 깊은 원한이 있기 때문이야.”“그게 아빠와 무슨 상관인데!”소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렇게 간단한 이치를 모른다고?”주석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진용이 죽어야만 너와 육경한의 갈등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 넌 내 손에 있는 최고의 무기야. 넌 육경한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 줄 수 있는 존재지. 지난 5년 동안, 본인만의 원칙이 있는 사람이 그것을 깨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얼마나 즐거운
소원이 두 손을 머리 위로 든 채 남자의 방향으로 걸어가자 남자는 다친 전미영을 바닥에 내던졌다.전미영은 이미 의식을 잃었기에 지금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었다.소원은 체념한 듯 보였지만 사실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몰래 반지 속의 장치를 작동시켰다.이내 독이 묻은 바늘로 남자의 팔을 찌르자 팔이 곧바로 마비되기 시작한 남자는 저린 감각이 팔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망할 년! 감히 날 속여?”남자는 분노하며 소원을 발로 걷어찼다.배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돌린 소원은 엉덩이가 세게 걷어차인 바람에 비틀거리며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갔다. 다행히 앞에 소파가 있었기에 소파를 붙잡고 간신히 몸의 균형을 잡은 뒤 있는 힘껏 소리쳤다.“살려 주세요! 도와주세요...!”그러나 남자가 바로 달려와 순식간에 손수건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최면제의 효과가 서서히 올라옴과 동시에 문을 걷어차는 소리와 몇 발의 총성이 희미하게 울리는 것이 들렸다.소원은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제발 엄마를 구해 주세요...’그러고는 있는 힘을 다해 목걸이를 바닥으로 내던진 뒤 점점 의식을 잃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희미하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운송 차 안인 듯한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었다.입안에는 천이 틀어막혀 있었고 팔도 밧줄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순간 소원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결국 구출되지 못하고 가면을 쓴 남자에게 끌려온 것이다.주위에 전미영이 보이지 않자 소원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엄마가 같이 끌려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엄마를 병원으로 옮겼을 거야. 그러면 희망이 있어.’하지만 엄마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었기에 속으로 행운을 빌며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이 납치범에 대한 분노가 가슴 속 깊이 밀려왔다.‘이 사람은 대체 우리와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런 짓을 하는 거지?’덜컹거리며 달리는 차 안에 있는 소원은 졸음이 밀려왔다.임신 후기라서 그런지 이런 상황에서도 극심한 피
육경한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바로 그 여경을 찾아서 같이 있도록 해. 이 사람이 아직도 쇼핑몰 안에 있을 가능성이 커. 나도 지금 돌아가는 중이야...”소원은 순간 숨을 죽인 채 눈도 깜빡이지 않고 앞을 응시했다.바로 앞에 하얀 여우 가면을 쓴 남자가 한 중년 여성을 붙잡고 있었다. 그 중년 여성이 바로 모두가 찾는 전미영이었다.육경한의 말대로 그녀의 엄마는 정말 여기에 있었다.육경한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계속 들렸지만 소원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전미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가면을 쓴 이 교활한 남자는 사람을 쇼핑몰 안에 붙잡아둔 채 밖으로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가짜 번호판 차량은 아마도 이 남자가 미리 파놓은 함정일 것이다.그녀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똑똑한 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심리를 읽을 줄 알았다.가면 쓴 남자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 하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소원에게 말을 하지 말고 전화를 끊으라는 뜻을 내비쳤다.자기 엄마가 상대방의 손에 있기에 소원은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전화를 끊은 후 가면을 쓴 남자가 그녀에게 한마디 지시했다.“전화기를 꺼서 이쪽으로 던져.”소원은 남자의 말대로 순순히 전화기를 끄고 그의 앞에 던진 후 한마디 물었다.“누구세요? 지금 뭘 원하는 거예요? 제발 우리 엄마만 해치지 마세요!”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소원은 남자를 향해 두 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그녀의 유일한 요구는 상대방이 엄마를 해치지 않는 것이었다.말을 하면서도 소원은 몰래 주변을 관찰했다. 가면 쓴 신비로운 남자는 정말 교묘한 장소를 선택했다.화장실은 휴게실 제일 안 쪽에 있었고 뒤쪽에 있는 창문과 거리가 가까웠다.남자는 전미영을 붙잡고 입구 쪽에서 소원과 정면으로 마주서 있었다. 이렇게 하면 좁은 포위망이 형성되어 소원을 한 구석에 가둘 수 있다.남자는 손에 흉기를 들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제작한 권총 비슷한 것
강민혜는 즉시 지시를 내려 이 수상한 차량을 중점적으로 조사하라고 했다. 육경한이 회사의 위기 대응팀과 협력해 조사하라고 지시하자 그들은 이내 차량의 이동 경로를 찾아냈다.육경한은 즉시 차량을 출동시켜 추적하도록 했지만 소원더러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현재 상대방의 목표가 소원의 엄마가 아니라 임신 중인 소원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게다가 차량 추격은 너무 자극적이어서 소원 같은 임산부에게 위험할 수 있었다.소원은 육경한이 그녀를 배려하기 위해 이렇게 하는 것임을 알았다. 이런 상황에서 소원이 차량 추격에 참여해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다. 어머니를 찾지 못하고 본인까지 안 좋은 상황이 되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셈이 된다.육경한의 부탁에 소원은 그의 말에 따라 자리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육경한은 회사 경호원 한 팀을 불러 상대방의 차량을 추적하도록 했다.쇼핑몰에 남아 있는 경호원들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소원을 경호했다. 소원의 걱정을 덜기 위해 육경한도 차량 추적에 나섰다.이렇게 되어 여러 대의 차량이 CCTV에 찍힌 그 검은 차를 추적하기 시작했다.소원은 쇼핑몰의 휴게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불안감에 휩싸인 그녀는 심박 수가 빨라져 의사가 와서 경고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그녀의 몸에도 해로울 뿐만 아니라 조산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소원이 걱정된 강민혜는 현장에 남아 그녀를 달랬고 소원이 화장실에 갈 때도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했다.소원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세수를 했고 강민혜도 옆에서 그녀를 위로했다.“소원 씨,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님은 분명 괜찮을 거예요. 그렇게 큰 고비도 넘겼는데 별일 없을 거예요. 게다가 경찰과 육 대표님이 모두 추적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마음 놓으세요.”본인이 아무리 불안해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소원은 육경한이 좋은 소식을 전해주길 간절히 기다렸다. 하지만 불편한 몸 때문에 자꾸 구역질이 났다.이때 소원의 전화가 울렸다.육경한이었다.당황한
육경한이 성큼성큼 다가가 물었다.“왜 그래, 장모님은?”“엄마가 사라졌어...”소원이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충돌이 일어났을 때만 해도 전미영은 그녀 곁에 서 있었다.어떻게 된 일일까... 눈 깜짝할 사이에 전미영이 사라졌다.전미영은 걸을 수는 있지만 말을 잘하지 못하고 지능도 두세 살 아이 수준인데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소원이 급히 찾으러 가려 하자 육경한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달랬다.“너무 급해 하지 마. 우선 CCTV를 보자. 경호원들에게 찾으라고 했어. 네가 걷는 것보다 경호원들이 움직이는 게 빨라.”소원도 육경한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최대한 침착한 마음가짐으로 엄마를 찾아야 했다. 절대 당황하면 안 되었다.두 사람이 CCTV 실로 향했을 때 안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전미영이 사라지는 영상을 찾아냈다.영상을 보니 전미영은 처음에는 경호원의 뒤, 소원 곁에 서 있었다.하지만 조금 전 말싸움이 일어나면서 그 남자가 경호원과 몸싸움을 하려 하자 경호원들은 소원이 다칠까 봐 소원과 육경한 주변으로 몰렸다.그러면서 전미영은 자연스럽게 뒤에 갔다. 원래대로라면 전미영도 별일 없어야 했지만 무슨 일인지 전미영이 갑자기 혼자 모퉁이 쪽으로 걸어갔다. 마치 그곳에 그녀를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그녀는 불과 7, 8걸음 되는 모퉁이까지 아주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 한편 소원과 육경한에게 정신이 팔린 경호원들은 전미영을 발견하지 못했고 전미영이 뒤에서 사라질 때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다음 모퉁이의 CCTV에는 소원이 비상구로 들어가는 것이 찍었다. 계단에 CCTV가 없었고 출구에 CCTV가 한 대 있었지만 전미영의 모습은 어디에도 찍히지 않았다. 즉 전미영이 출구로 나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그렇다면 유일한 통로는 지하 주차장이었다. 하지만 지하 주차장 출구의 CCTV가 때마침 고장이 나 있어 전미영이 그 출구로 나갔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전미영이 실종된 지 불과 몇 분, 실종자를 한 시간 이내에
두 모자가 가식적으로 불쌍한 척하며 사람들의 동정을 구걸한 것을 안 사람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 모자를 제일 먼저 도우려고 나섰던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소원에게 사과했다.“죄송해요. 제가 눈이 어두웠네요. 이런 말썽꾸러기 아이는 정말 톡톡히 교육해야 해요. 얼마든지 책임을 물으세요.”주변 사람들도 같은 입장이었다.입장을 바꿔 생각해 봤을 때 본인이 이런 말썽꾸러기 아이를 만난다면 분명 화가 날 것이다.게다가 이 모자는 역할 분담이 명확했다. 아들은 말썽을 부리고 엄마는 말재주를 발휘해 변명했다. 누구나 이런 일이 생긴다면 진짜로 화가 날 것이다.구경꾼들이 흩어진 후 육경한은 두 모자의 앞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아이를 내려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시킨 거야?”엄마가 아이를 뒤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없다고 했잖아요. 그냥 우리 애가 장난친 거예요.”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왜 이래요... 우리가 그냥... 사과할게요... 아이고, 내가 왜 이렇게 불행한지...”그들은 완전히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신이 피해자인 척하고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고 주위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이상해 보였다.조금 지친 소원이 육경한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됐어, 이만 가자.”“1분만 기다려.”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육경한은 아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압박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물었다.“누가 너를 시켰는지 말해. 안 그러면 바로 고소할 테니까.”겁이 많은 아이는 바로 오줌을 지리더니 이내 ‘와’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아저씨가...”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육경한이 아이의 엄마를 밀어내고 차가운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똑바로 말해!”“어떤 아저씨가... 아주머니와 부딪히면 엄마에게 100만 원을 준다고 했어요... 엄마가 그러면 게임기를 사주겠다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