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들어 차가 고급 클럽 앞에 멈춘 것을 발견한 윤혜인이 경계하며 물었다.“여긴 왜 데려온 거예요? 난 안 들어갈 겁니다.”“걱정하지 마, 너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거야. 안에 네가 관심 있어 할 사람이 있어.”“누군데요?”그러자 이준혁은 손을 조금 풀며 말했다.“들어가서 봐.”윤혜인은 그의 말에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그가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그리고 물론 이준혁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정말 너한테 무슨 짓을 하려 했다면, 이렇게 복잡하게 안 했을 거야.”윤혜인은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준혁의 표정은 마치 그녀가 그에게 편견을 가졌다는 식이었으니 말이다.‘자꾸 나한테 손을 대고 말도 믿을 수 없게 하니까 그렇지.’그가 자꾸 손을 대고 말도 믿을 수 없게 하니까 그렇지.윤혜인이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화를 낼 기색을 보이자 이준혁은 해명했다.“걱정하지 마, 만나고 나면 바로 집에 데려다줄게.”이 말에 윤혜인은 잠시 성질을 죽이기로 했다.‘집에 갈 수만 있다면야, 뭐... 만나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네.’그리고 이준혁은 자신이 내뱉었던 말처럼, 언제나 마음대로 행동하려 하지만 그녀를 해치지는 않았다.그는 윤혜인을 데리고 클럽 위층에 있는 룸으로 향했다.자리에 앉자마자, 종업원이 다과와 과일을 놓고 나가면서 문을 닫았고 그렇게 밀폐된 공간에는 그들 둘만이 남게 되었다.가까이 앉아 있는 남자의 은은한 향기가 그녀의 코를 자극했다.불편해진 윤혜인이 옆으로 조금 물러나려 했지만, 남자는 반대로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 더 가까워지게 만들었다.그래서 윤혜인은 그를 밀어내며 화를 냈다.“대체 뭐 하는 거예요?”이준혁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 천천히 말했다.“너에게 보여줄 게 있어.”말하는 사이, 큰 커튼이 열리며 옆방이 보였다.두 개의 방이 연결된 구조였고 맞은편 의자에는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긴 머리, 하얀 작은 원피스, 가늘고 긴 다리, 아주 불쌍해 보이는 듯한 모습
이준혁은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너 자신이 가장 잘 알겠지.”임세희는 마음속이 불안했지만, 이준혁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언제나처럼 무고한 척하며 말했다.“난 아무 짓도 안 했어. 이 여자가 나를 해친 거야. 그날 발표회에서 내 영상을 조작해서 나를 함정에 빠뜨렸어!”그녀는 손가락으로 윤혜인을 가리키며 계속해서 거짓말을 했다.“준혁 씨, 이 여자가 얼마나 악독한지 알아? 곁에 두면 반드시 준혁 씨한테도 해를 끼칠 거야!”윤혜인은 임세희가 이렇게 처참한 상황에서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모함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뼛속까지 악랄한 여자군. 죽을 때까지 안 변할 것 같네. 이렇게 된 것도 다 자업자득인 거지.’뒤이어 이준혁이 냉담한 눈빛으로 임세희를 바라보며 말했다.“혜인이가 영상을 조작했다는 걸 네가 어떻게 알아?”임세희는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이내 눈을 굴리며 빠르게 대답했다.“나 믿어줘. 분명히 저 여자가 조작한 거야. 지난번 식당에서 다툰 후로 나를 미워하고 있었어. 기억 상실도 아마 연기일 거야...”임세희는 마치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듯 급히 이준혁의 팔을 잡고 말했다.“분명히 연기하는 거야. 준혁 씨가 나를 구하려다 그 아이가 죽은 것도 기억하는 걸 보면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거...”하지만 임세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우두둑’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뼈가 부러지는 소리였던 것이다. 이준혁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비틀어 부러뜨렸다.“아아아!!!”돼지 멱 따는 듯한 비명 소리가 방 전체에 울려 퍼졌다.무릎을 꿇은 채 임세희의 손은 무력하게 늘어뜨려 져 있었다.손목이 부러진 고통이 즉시 심장으로 전달되었다. 너무나도 아팠다!이준혁은 혐오감이 가득 찬 눈빛으로 냉혹하게 말했다.“내가 가장 후회하는 일은 바로 너를 구한 일이야!”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은 자신의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을 터,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남자는 조
임세희는 온몸이 떨며 목소리는 쉰 상태로 울부짖었다.“아니야, 정말 아니야. 준혁 씨, 윤혜인이 그렇게 말했어? 어떻게 저 여자 말을 믿을 수 있어? 준혁 씨도 잘 알잖아, 저 여자가 나를 미워하는걸...”윤혜인은 이제 확실히 알았다.‘임세희, 당신 정말 구제 불능이구나?’그녀는 차갑게 말했다.“나도 방금 알았어요. 당신이 나한테 약을 탔다는 걸.”함정에 빠진 것 같은 느낌에 임세희는 휘청거리며 일어나 윤혜인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이년이! 감히 날 모함해?!”그러나 그녀가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 ‘쾅' 소리가 났다.임세희가 반짝이는 가죽 구두에 무참히 차인 것이었다.“아악...”임세희는 바닥에 엎드려 배를 움켜쥐며 고통에 몸을 떨었다.그리고 이준혁은 그녀를 바라보며 냉혹하게 말했다.“끝을 보기 전까지는 인정 안 하겠다는 거야?”뒤이어 그가 사람을 부르자 작은 체구의 남자가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왔다.윤혜인은 그를 알아보았다. 그는 그날 술자리에서 일하던 웨이터였다.이준혁은 웨이터에게 차갑게 물었다.“이 여자 맞습니까?”웨이터는 남자의 기세에 겁을 먹고 몸을 떨며 바닥에 있는 임세희를 보고는 흥분하며 말했다.“맞아요! 바로 이 여자가 약을 음료에 넣으라고 시켰어요. 그리고 그 중년 남성분에게도 약을 탔습니다!”임세희는 그날 장 대표에게 흥분제를 사용하자고 제안했고 웨이터에게 윤혜인의 음료에 약을 타라고 시킨 후, 장 대표에게도 몰래 약을 타 먹였다.악한 마음으로 장 대표가 윤혜인을 해치거나 장 대표 스스로 망가지는 것을 바라며 그런 짓을 한 것이었다.그 사건 후, 그녀는 이 웨이터에게 6000만 원을 주고 조용히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했다.웨이터는 한 달 급여가 200만 원도 안 되었기 때문에 그 많은 돈을 보고 덥석 제안을 수락했다.그러나 이준혁은 영리했다.그는 사건 후 퇴직한 직원들을 하나하나 조사하여 이 웨이터를 찾아냈다.이제 모든 증거가 명백해졌다.마치 깊은 얼음 구덩이에 빠져드는 것처럼 그 남자를 보자
이준혁의 눈빛은 차가웠고, 바닥에 있는 여자를 언급할 때 얼굴에는 조금의 온정도 없었다.과거 이천수가 임세희에게 보호막을 마련해주지 않았다면, 이준혁은 그녀가 서울에서 다시 재기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꼬리를 내리고 살기는커녕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다.정말이지 죽어 마땅했다.윤혜인은 이준혁이 자신의 첫사랑에게 이렇게 가혹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다소 놀랐다.식당에서 임세희를 쫓아낼 때, 그녀는 이준혁이 단지 쇼를 하는 줄 알았다.하지만 오늘 그는 임세희의 손목을 실제로 부러뜨렸고 그 ‘우두둑' 소리는 그녀에게 생생하게 들렸다.윤혜인은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정말로 그렇게 하실 수 있어요? 이 여자가 그쪽 첫사랑 아니었나요?”곽경천이 그녀에게 준 기사에서는 이준혁이 그의 첫사랑을 많이 봐주었다고 나와 있었다.뒤이어 이준혁은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첫사랑 아니야.”윤혜인은 눈을 깜빡였다.‘아니라고? 지금 누구를 속이는 거야?’그녀는 웃으며 물었다.“뭐든 다 괜찮아요?”그러자 이준혁은 그녀를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하고 싶은데? 말해봐.”이 말에 윤혜인은 불만스러운 듯 콧방귀를 뀌었다.“왜요, 내가 너무 지나치게 굴까 봐 겁나요?”임세희는 이준혁이 여전히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고 믿었다.그래서 그를 올려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준혁 씨, 제발... 정말로 내가 한 게 아니야... 이 모든 게 이 여자의 음모야... 이 여자가 나를 함정에 빠뜨린 거야...”한쪽 손목은 부러지고 얼굴의 화장은 모두 번진 채로 임세희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마치 상처 입은 작은 강아지처럼 불쌍한 모습이었다.이준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윤혜인은 그가 고민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웃으며 말했다.“그쪽이 아까워해도 별수 없습니다.”어차피 곽경천이 돌아오면 절대 임세희를 가만 놔두지 않을 테니 말이다.그녀도 괜히 이준혁에게 빚을 지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 임세희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 찼다!그녀는 울며 소리쳤다.“안 돼! 안 돼! 나한테 이러면 안 돼... 안 마실 거야... 으으... 꿀꺽꿀꺽...”경호원들은 그녀의 입을 억지로 벌려 음료를 모두 마시게 했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말이다.경호원이 손을 놓자 임세희는 죽은 물고기처럼 바닥에 쓰러졌다.약은 아직 효과를 나타내지 않았다.그녀는 절망스러운 듯한 눈빛으로 이준혁을 올려다보았다.“저 여자가 도대체 뭐가 좋다고! 내가 준혁 씨를 얼마나 오랫동안 좋아했는지 알아? 준혁 씨의 그 마음은 돌로 만들어진 거야?”그러자 이준혁이 임세희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네 20살 생일 때 내가 했던 말 기억 나?”임세희의 얼굴은 창백해졌다.20살 생일에 그녀는 이준혁의 집 문을 두드려 자신을 바치려고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남자의 무정한 대답이었다.이준혁은 그녀에게 다시 한번 그 말을 상기시켰다.“나는 너 한 번도 좋아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그 마음은 오늘날까지 변하지 않았어. 네가 네 분수를 알고 만족해하며 살아갔다면 최소한 지금처럼 비참해지지는 않았을 거야.”이 말을 들은 윤혜인은 혼란스러웠다.‘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던 거야?’임세희도 당연히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처음 이준혁을 본 순간부터 그녀는 깊이 빠져들었다.잘생긴 얼굴뿐만 아니라 그는 차갑고 고귀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하지만 그와 반대로 사업에 있어서는 냉혹하고 결단력이 강해 마치 모든 사람들을 압도하는 신처럼 행동했다.이런 두 가지의 면모가 임세희를 깊이 끌어당겼다.넓은 세상을 본 사람이 어찌 어두운 골목을 다시 좋아할 수 있겠는가?임세희는 오직 이준혁만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남자라 여겼다.그러나 지금 그 남자는 그녀가 무시했던 여자에게 굴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임세희는 완전히 무너졌다. 창백한 얼굴에는 분노와 질투가 가득했다.“이 여자를 완전히 보물처럼 여기는구나? 이
임세희는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미친년! 자기가 뭔데 나를 때려?!’그녀는 윤혜인을 비웃으며 계속해서 도발했다.“네 딸 어릴 때 병도 있었지? 말도 안 하고 그랬다며? 이게 다 네 업보야. 네가 그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땅해. 몇 년 지나면 그 아이도 너처럼 더러운 여자가 될 거야!”임세희는 모든 것을 걸고 윤혜인을 자극했다. 이준혁에게 윤혜인의 본성을 보여주려고 말이다. 어떻게든 그녀가 얼마나 독한 사람인지 증명하고 싶었다.“짝! 짝! 짝!”윤혜인은 임세희의 말을 듣고 참을 수 없었는지라 그녀의 얼굴을 세 차례나 강하게 때렸다.너무 화가 나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어린아이를 저주하는 사람은 인간 이하의 존재나 다름없다.곧이어 윤혜인이 다시 손을 올리려는 순간, 누군가 그녀를 뒤에서 잡아당겼다.이준혁이었다.윤혜인은 흥분한 상태에서 그를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그의 얼굴을 세게 때렸다.“짝!”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윤혜인은 조금도 자비를 베풀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때렸다.“이거 놔!”화가 난 윤혜인은 얼굴이 빨개졌고 이준혁의 하얀 얼굴에는 다섯 개의 빨간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윤혜인의 차가운 눈빛은 오직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윤혜인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 마치 모든 가시가 곤두선 고슴도치처럼 누구라도 그녀의 딸을 건드리면 용서하지 않을 태세였다.“걱정돼요?”그녀는 피식 냉소하며 물었다.“이 독한 여자가 걱정 되냐고요!”이준혁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고개를 돌려 경호원들에게 차갑게 명령했다.“뭐 하고 있어?”그러자 경호원들이 즉시 움직이더니 한 명은 임세희를 누르고, 다른 한 명은 임세희의 얼굴을 때리기 시작했다.이준혁의 표정이 여전히 차가운 것을 보고, 경호원은 멈추지 않고 계속 임세희의 얼굴을 때렸다.경호원의 힘은 훨씬 더 강했다.몇 대 맞고 나자, 임세희의 입술은 피투성이가 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고, 단지 고통스러운 듯 신음 소리만
그런 임세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섬뜩하고 역겨웠다.경호원들도 이제는 더 이상 때릴 곳이 없었다.이준혁은 윤혜인의 어깨를 감싸 안고 바닥에 누워 있는 임세희를 한번 바라본 뒤 말했다.“저 웨이터도 데리고 경찰서로 보내.”겁에 질린 웨이터의 얼굴을 창백해져 있었다.조금 전의 그 장면을 본 그는 차라리 경찰서에 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다.그 말을 듣고 당황한 임세희는 정말이지 미쳐버릴 것 같았다.만약 경찰서에 가게 된다면, 재벌집 사모님들은 소식을 듣고 그녀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 것이다.약물 사건은 좋은 변호사를 찾으면 판결이 길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경찰서에 가는 순간 그녀의 인생은 끝장날 것이다.임세희는 윤혜인을 향해 독기 어린 눈빛을 보냈다.그러고는 곧 이준혁을 향해 눈물을 흘리며 간절하게 구걸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이번에는 윤혜인이 임세희에게 다가가 차갑게 말했다.“인제 와서 억울한 척하는 거야?”임세희는 말을 할 수 없었다.그녀의 몸은 마치 수많은 개미가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에 고통스럽고 가려웠다.떨리는 입술로 뒤이어 임세희가 힘겹게 두 단어를 내뱉었다.“악녀...”약이 드디어 효과를 발했다는 것을 윤혜인은 알아차렸다.그러자 곧 그날 밤 장 대표에게 끌려가며 느꼈던 절망감이 떠올랐다.몸속에 수많은 개미가 기어 다니는 듯한 불쾌한 감각...이 순간 윤혜인은 조금도 임세희를 동정하지 않았다.그녀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금 당신이 느끼는 고통이 내가 겪었던 고통이야. 잘 느껴봐.”‘그날 밤 구해지지 않았다면 어떤 끔찍한 일을 당했을지 몰라... 나를 이렇게 대하는 걸 보면 다른 사람에게도 분명 똑같을 거야. 지금 임세희 당신이 겪는 고통은 그저 인과응보일 뿐이야.’임세희는 입을 떨며 계속해서 “악녀... 악녀...”라고 반복했다.그러나 윤혜인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나한테 감사해야 할걸? 난 당신처럼 독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당신이 만든 음료를 마시게 했을 뿐이거든.”이 말을 끝으로
날카로운 유리잔 손잡이가 윤혜인의 목에 몇 밀리리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는 대동맥을 쉽게 찌를 수 있었다.뒤에서 두 명의 경호원이 깜짝 놀라 달려왔지만, 거리상 도저히 제시간 내에 도착할 수 없었다.다행히 윤혜인은 해외에서 배운 호신술로 찰나의 순간 피할 수 있었다.하지만 임세희의 그 사악한 얼굴이 다가오는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서 여러 장면이 번쩍였다.“기억해, 너는 그냥 버려진 들개일 뿐이야...”“너랑 네 배 속에 있는 잡종, 준혁 오빠는 전혀 원하지 않아...”“준혁 오빠가 날 구하려고 널 버리지 않았다면, 네 아이는 지금쯤 잘 살아있겠지...”여러 여성들의 목소리와 함께 이 말들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널 정말 신경 쓰고 있나 봐. 1000억을 줄 의향까지 있다니...”“임세희가 나를 오해하게 만들어서 널 납치하게 만들지만 않았어도...”“준혁이가 널 더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윤혜인은 갑자기 극심한 두통을 느꼈다.귓속에서는 ‘윙' 소리가 나며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그러고는 마치 마비된 듯 그 자리에 멈춰서서 다가오는 유리 ‘단검'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다.뒤이어 ‘퍽’하는 소리가 났다. 살이 뚫리는 소리였다.그러나 윤혜인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그녀는 이미 이준혁의 품에 안겨 목구멍으로 뛰쳐나올 듯 쿵쾅거리는 그의 심장 소리를 느끼고 있었다.또 그녀의 몸은 이준혁의 팔에 단단히, 숨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꽉 안겨있었다.윤혜인은 살짝 눈을 들어 자신을 보호해준 그를 바라보았다.당황스러움과 두려움이 담긴 그 검은 눈동자는 정말이지 윤혜인을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이준혁은 윤혜인을 조금 풀어주고 몇 번이나 그녀를 훑어본 후에야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괜찮아.”그는 여전히 멍해 있는 윤혜인을 보고 겁에 질린 줄 알고 넓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물었다.“어디 다친 데 없어?”윤혜인은 입술을 다물며 조용히 말했다.“난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