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경한 당신보다 더 잔혹하고 더러운 수단을 쓰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진아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죽어 마땅한 사람은 육경한 바로 당신이야!”침묵이 흘렀다!공기 속에는 무한한 정적이 가득했다!육경한은 얇은 입술을 꽉 다물었고 창백한 얼굴에는 핏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그 말들은 마치 무수한 커다란 돌덩이처럼 하나씩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러 숨을 쉴 수 없게 만들었다.최근 그는 자신의 마음이 이미 고통에 무뎌졌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진아연의 말들은 다시 한번 그의 가슴을 찔렀다.그렇게 한참을 진정시킨 후, 그는 옆에 있던 검은 옷을 입은 사람에게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이 여자의 혀를 잘라.”“네!”명령이 떨어지자,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점점 진아연에게 다가왔다.‘미쳤어! 악마야, 이건!’진아연은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무서웠다. 곧 누군가가 자신의 입을 억지로 벌리려고 할 때 그녀가 외쳤다.“육경한, 당신이 그 여자한테 미안한 일이 이것뿐이라 생각해? 그 여자가 왜 당신을 배신하지 않았다고 계속 말했는지 한번 생각해봐!”그러자 육경한은 갑자기 몸을 돌려세우더니 눈빛을 반짝였다.“뭘 알고 있는데?”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움직임을 멈췄다.진아연의 다리 옆에는 악취가 나는 물웅덩이가 생겼다. 무서워서 결국 오줌을 싼 것이었다.마치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듯 그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안 말해줄 거야. 날 풀어주지 않으면 당신은 평생 진실을 알지 못할 거야!”지하실에서는 계속되는 고문이 펼쳐졌다.처절한 비명이 점점 더 커졌지만 진아연은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입을 열면 바로 죽음이 찾아오리라는 것을.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한, 절대 말할 수 없었다.몇 시간 후.육경한은 지하실에서 올라와 잔뜩 붉어진 눈으로 뒤에 있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에게 명령했다.“입을 열 수 있게 계속 고문을 진행해! 절대 죽게 하지는 말고!”며칠 후, 지하실
공항 통로.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천천히 눈썹을 찌푸렸다.그때, 뒤에서 주훈이 이준혁의 길을 가로막는 어린 여자아이를 보고 서둘러 앞으로 나왔다.그러고는 무릎을 꿇더니 부드럽게 말했다.“꼬마야, 엄마를 못 찾겠니?”아이는 동그란 큰 눈에 풍성한 속눈썹을 갖고 있었는데 핑크색 드레스를 입어 눈처럼 하얀 피부가 더욱 돋보였다.한눈에 보기에도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 같았다.그녀는 주훈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머리를 흔드는 그 순진한 모습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르르 녹일 듯했다.주훈은 목소리를 더 부드럽게 낮추며 말했다.“아저씨가 공항 직원한테 엄마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게, 어때?”그러자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발끝을 들어 작은 손으로 이준혁의 손가락을 잡아당겼다.“잘생긴 아저씨, 엄마한테 전화하게 핸드폰 좀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무시당한 주훈은 잠시 당황했다.‘어린 애가 외모를 다 가리고 참나...’그는 가볍게 기침하며 찰나의 당혹감을 감추고 부드럽게 말했다.“아저씨가 공항 안내방송 직원에게 데려가 줄게, 그러면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거야. 알겠지?”그 말을 듣자 아이는 실망한 듯 반짝이던 눈빛을 거두고 고개를 끄덕였다.그 눈빛과 동작이 한 사람을 매우 닮아 있었다.순간, 마치 바늘에 찔린 듯 이준혁은 마음이 흠칫 떨렸다. 주훈이 막 아이를 데리고 공항 직원에게 가려는데 그가 낮은 목소리로 제지했다.“잠깐만.”이준혁은 몸을 굽혀 똘망똘망하게 예쁜 눈을 보고 말했다.“아저씨 핸드폰 빌리고 싶어?”“네, 잘생긴 아저씨.”아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촉촉한 큰 눈으로 이준혁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귀여운 모습에 이준혁의 가슴도 순간 따뜻해졌다.곧 묵묵히 핸드폰을 꺼내주는 이준혁의 행동에 주훈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동안 감정 없는 기계처럼 일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던 대표님이 아이한테 전화를 걸도록 핸드폰을 빌려주다니... 이게 무슨 놀라운 일이야?’아이는 작은 손으로 엄마의 전화번
“네.”“아름이는 올해 몇 살이야?”“아름이 세 살 반이에요.”아름은 반짝이는 큰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대답했다.‘이 아저씨 정말 잘생겼잖아? 만약 이분이 내 아빠가 되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자신을 우러러보는 아이의 그 눈빛에 이준혁의 마음은 또다시 따뜻해졌다.‘세 살 반이라고? 그럼...’이준혁이 다시 물었다“아름이 엄마 성함은 어떻게 되셔?”그러자 아름은 그 큰 눈망울을 더욱 또렷이 떴다.‘아저씨가 우리 엄마의 이름을 묻고 있어! 내가 아빠가 되어줬으면 한다는 걸 눈치챈 건가?’곧이어 아름은 배시시 웃었다.“우리 엄마 이름은...”하지만 아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웬 남자가 말을 끊었다.“곽아름.”아름은 자신의 풀 네임을 듣고 작은 어깨를 움츠리며 입을 막았다. 곽경천은 뒤에서 아름을 안더니 앞에 있는 이준혁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고맙습니다.”그렇게 고개를 들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자, 곽경천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리고 이준혁은 이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주의 깊게 관찰했지만 곽경천은 곧 다시 차분한 표정을 되찾았다. 이때, 공항 직원이 다가와 물었다.“곽경천 씨, 아이는 찾으셨나요?”“찾았어요.”공항 직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다행입니다. 방송을 철회할게요, 그럼.”직원이 떠난 후, 곽경천은 이준혁에게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하고 뒤돌아 떠났다. 이준혁은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곽아름, 곽경천... 부녀지간인가?’주훈은 아이가 가족에게 인도되는 것을 보고 다시 이준혁에게 알렸다.“대표님, 회의 시간이 거의 다 되었습니다.”...곽경천은 아름을 안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름아, 너 일부러 길 잃어버린 척 한거야?”아름은 죄책감에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에 곽경천은 아무래도 교육이 필요하겠다라고 생각하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너희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로 놀랐어. 공항에
휴게실.윤혜인은 아름이를 안으며 다급하게 물었다.“아름아, 너 어디 갔었어?”“아름이 아빠 찾으러...”말하다 말고 아름이가 순간 자신의 입을 막았다.‘아빠 찾으러 갔다고 말하면 엄마가 상처받으실 거야!’곧 커다란 눈에 눈물이 맺힌 채로 아름은 얌전히 잘못을 인정했다.“엄마, 아름이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함부로 돌아다니지 않을게요.”이미 차분해진 윤혜인은 아이의 작은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우리 이제 돌아가자. 홍 이모께서 아름이가 가장 좋아하는 어묵 반찬 해놓으셨대.”곽경천은 아름이를 캐리어 위에 앉혀 밀었고 윤혜인은 뒤따라 나갔다.비록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그들의 수려한 외모는 공항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몇몇 사람들은 몰래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고 그것을 인기 있는 쇼츠 플랫폼에 올렸다. 그러자 몇 분 만에 그 동영상은 ‘만화를 뚫고 나온 가족의 등장'이라는 제목으로 인기 순위 1위에 올랐고 빠르게 퍼져나갔다.곧, 남자의 정체가 밝혀졌다.“와, 곽경천을 국내에서 보게 될 줄이야. 런던 대학의 최연소 생물학 교수로 이 사람 강의는 항상 만석이고 돈 받고 대신 줄 서주는 사람도 있다며?”“런던 대학에서 사직하고 국내 최고 대학인 서울대에서 객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들었어.”“근데 교수님이 결혼했었나? 옆에 있는 여자도 우아한 게 엄청 예쁠 것 같아. 아이도 눈이 똘망똘망한게 너무 귀엽고. 너무 부럽다.”“그건 잘 모르겠네. 교수님의 사생활은 공개된 적이 없으니까.”“외모도 그렇고 풍기는 분위기도 그렇고... 이 집안 확실히 대단해. 웬만한 연예인을 능가하는 수준인데?”한 시간 후, 곽경천은 사람을 시켜 모든 게시물을 삭제하게 했다.사람들은 곽경천이 수려한 외모를 가진 젊은 교수라는 것만 알았지, 곽씨 가문이 국제 항공 사업을 하는 부유한 가문이라는 것은 몰랐다.더욱이 5년 전, 이 곽씨 가문이 어릴 적 잃어버린 막내딸을 찾았다는 것도 말이다.그들은 매우 조용하게 지냈고 막내딸의 정체는 공개되지 않아 그녀의
곽경천도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번에 그가 국내로 돌아온 주요 임무는 바로 윤혜인의 작업실을 지원해주는 것과 곽씨 가문의 막내딸인 그녀에게 꼭 맞는, 신뢰할 만한 남자를 찾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들의 아버지가 눈여겨본 사람은 하필이면 연씨 가문의 막내아들, 연규성이었다.이는 두 집안이 어렸을 때 장난삼아 결혼을 약속한 것이었지만, 이후 윤혜인이 실종되면서 무산되었다.곽경천은 아버지가 연씨 집안의 가훈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들의 가훈은 연씨 가문 남자는 평생 한 사람만 선택하고 결혼하면 평생 이혼하지 않으며 재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연규성의 평판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오빠, 이렇게 입고 가면 맞선 자리에 어울리지 않아.”그러자 곽경천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응?”이라고 물었다.“무슨 무사처럼 보여, 마치 싸우러 가는 것 같아.”윤혜인이 피식 웃으며 그의 옷차림을 평가하자 곽경천이 눈을 가늘게 떴다.“그런 의도도 없지 않아 있어.”그 말에 윤혜인은 놀라서 멍해졌다.‘정말 싸우러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단 말이야?’그가 연규성을 얼마나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식당에 거의 도착했을 때, 곽경천의 핸드폰이 울렸다. 학교 일로 꽤 급한 전화였다.“오빠, 바쁜 일 있으면 먼저 가. 나 혼자서 먹고 갈게.”“안 돼, 그래도 네가 먼저지.”“나를 너무 어린 애처럼 대하지 마. 괜찮으니까 빨리 가서 일 봐.”그러자 곽경천은 시간을 확인했다.“그럼 빨리 처리하고 8시에 데리러 올게.”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곽경천이 바라보는 가운데 차에서 내렸다.식당 안.웨이터가 문을 두드리며 차를 따르기 위해 들어왔다. 매혹적인 외모의 소유자 연규성은 옆에 있는 냉담한 남자에게 불만을 토로했다.“형, 이번엔 나 좀 도와줘. 아버지가 나한테 과부를 찾아줬다니까? 과부도 모자라서 아이도 있대. 이렇게 멋지고 잘생긴 나더러 과부랑 결혼하고 아이의 아빠가 되라니, 너무 웃긴 소리지 않아?”연규성
윤혜인은 연규성이 갑자기 자신을 잡아당기자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그러자 연규성이 그녀의 허리를 한 손으로 잡았다.“이 여자가 감히 어디서...”늘 거침없이 말하던 연규성도 지금 이 순간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여자를 만져본 적은 많지만 이렇게 가늘고 부드러운 허리는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그의 시선은 윤혜인의 아름다운 얼굴에 고정되었다. 반짝이는 눈, 붉은 입술, 이 아름다움은 이루 말로 묘사할 수 없었다.마치 새벽이슬 같기도 저녁노을 같기도 한 것이 모든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아니,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생긴 사람이 있을 수 있지?’그러나 더 생각할 틈도 없이 갑자기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방어술을 잘 배워둔 윤혜인이 무릎으로 그의 복부를 강하게 찬 뒤 발로 그의 발등을 밟은 것이었다.“젠장!”고통에 연규성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그는 아랫배를 감싸며 발을 들어 올렸다.그리고 윤혜인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이 더러운 변태!”그 부드러운 목소리 때문인지 두 사람의 실랑이는 오히려 연인 간의 싸움처럼 보였다.그렇게 돌아서 나가려다, 윤혜인은 한 번 더 날카로운 시선을 마주쳤다.그 살벌한 눈동자에 심장이 빠르게 뛰어 그녀는 서둘러 문을 열고 나갔다.연규성이 쫓아가려 했지만 이준혁이 그의 한 손을 단단히 잡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 이윽고 문이 또다시 열리더니 빠르게 닫혔다.이제 연규성은 어깨까지 아팠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는 의자에 기댄 뒤 손바닥에 남아있는 향기를 느끼며 생각에 잠겼다.‘미친년! 누구더러 변태라고 하는 거야? 이렇게 잘 생겼으니까 여자들이 알아서 다가오는 거지, 변태는 무슨.”한편 레스토랑 문 앞.윤혜인은 차에 오르며 곽경천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돌아가고 있음을 알리려 했다. “윤혜인!”그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핸드폰 속 곽경천의 목소리와 동시에 말이다.윤혜인은 그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뒤를 돌아보았다. 바로 그 살벌한 눈빛을 하고 있던 남자였다.그
동작이 하도 빠른 탓에 윤혜인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었다.“개자식... 읍....”윤혜인이 화난 목소리로 항의했지만 눈앞의 미친 남자는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그는 강제로 그녀를 차에 눌러 앉히고 큰 손으로 윤혜인의 턱을 꽉 쥐어 그녀의 입과 이빨의 움직임을 제어하며 물려고 해도 물지 못하게 했다.윤혜인은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해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이준혁이 산처럼 그녀를 짓눌러 숨쉬기도 어려웠다.하도 할퀸 탓에 손에 끈적한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준혁은 아픔을 느끼지 못한 듯 여전히 윤혜인의 마른 몸을 꼭 껴안고 놓지 않았다.윤혜인은 그의 몸이 떨리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폭풍 같은 키스가 끝난 후, 그는 머리를 윤혜인의 목덜미에 얹고 마치 큰 늑대개처럼 그녀의 목을 핥았다.그러고는 낮게 중얼거렸다.“혜인아, 드디어 돌아왔구나...”강렬한 익숙함에 윤혜인은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목덜미에는 남자의 눈에서 떨어진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대체 누구지?’주훈은 차에 오르자마자 윤혜인이 이준혁에게 눌려 키스를 당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바로 가림판 상승 버튼을 눌렀다.가림판이 올라가기 전, 남자는 새빨개진 눈을 한 채 차갑게 말을 뱉었다.“빨리 가.”주훈은 잔뜩 흥분한 이준혁에게 더 묻지도 않고 곧장 스카이 별장 쪽으로 차를 몰았다.여전히 머리가 혼란스러웠던 윤혜인은 커다란 눈으로 앞에 있는 낯선 남자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놀람, 혐오, 낯섦이 있었지 오랜만에 다시 만난 기쁨이나 반가움은 없었다.그녀를 바라보는 이준혁의 눈 속에는 욕망의 빛이 떠올랐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며 점점 더 강렬해졌다.윤혜인은 그의 굶주린 늑대 같은 시선에 놀라 몸을 지킬 무언가를 찾으며 급하게 대응했다.“이거 완전히 미친 사람이네?! 잘생기면 강간이 죄가 안 되는 줄 알아? 우리 오빠 태권도 9단이거든? 우리 오빠 오면 당신 죽을 줄 알아.”남자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듣지 않았다.아니, 듣고 싶지도 않았고 이
크리스털 전등이 남자의 얼굴을 스쳐지나 벽에 부딪히더니 ‘펑’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그리고 이준혁의 얼굴은 크리스털 조각에 긁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윤혜인은 맨발로 뛰쳐나가려다 바닥에 깔린 깨진 크리스털 조각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밟아버렸다.“조심해!”이준혁은 윤혜인을 보호하기 위해 무릎을 방패 삼아 땅에 무릎을 꿇고, 그녀가 자신의 손바닥을 밟게 했다.이윽고 속도를 주체하지 못한 윤혜인이 그대로 발을 내디디자 크리스털 조각이 이준혁의 손등에 깊이 파고들이 피가 쏟아졌다.하지만 이준혁은 아픔을 느끼지 못한 듯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 들고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흐르는 피가 베이지색 침대 시트에 뚝뚝 떨어졌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지긋이 바라봐주었다.죽은 줄 알았던 사람, 매일 밤 그의 꿈에 나타나던 사람이 지금 눈앞에 살아 있다.“윤혜인, 윤혜인...” 남자는 길고 날렵한 몸으로 그녀를 감싸 안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피 묻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얼굴, 눈썹, 입술을 더듬으며 그는 떨리는 손길로 윤혜인의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꼭 마치 이런 방식으로 그녀가 꿈속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듯 말이다.“혜인아.”남자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 그러더니 윤혜인을 품에 안은 채 이준혁이 낮게 중얼거렸다.“날 미워해도 싫어해도 좋아. 하지만 날 떠나지만 마...”코끝에 퍼지는 것은 온통 피 냄새였다.그런 남자를 밀어내려 윤혜인이 힘껏 힘을 써보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하는 수 없이 윤혜인은 이준혁의 어깨를 세게 물었다.그러나 근육이 너무도 단단해 그녀의 이가 아플 정도였다.이준혁은 낮게 신음소리를 내며 살짝 뒷걸음질 쳤다.“아파?”정말이지 윤혜인은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어이가 없어서 정말. 왜 하필이면 이런 정신병자랑 마주친 거야?!’그녀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이만 놔줘요! 집에 가야 하니까!”하지만 이준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