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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작가: 이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5-29 19:00:01
이천수는 이준혁에게 손가락질하며 역정을 냈다.

"네가 날 아버지로 생각한 적이 있긴 하니? 내가 한 모든 일은 다 널 위해서였어. 근데 넌 여자 하나에 눈이 멀어서 지금 아버지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회사에서 내치겠다고?"

"여자의 눈이 먼 걸 아셨으면 저 그만 건드리세요."

이준혁은 차가운 표정으로 한 자 한 자 끊어 말하며 이천수를 향해 경고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는데 내 사람 건드리지 마세요. 그리고 막말도 하지 말고요. 그런 말 들을 사람 아닙니다. 다시 한번 더 제 경고 무시하시면 아버지 측근들 내보내는 것 정도로 끝나진 않을 거예요."

이준혁이 지금 하고 있는 건 제 속내를 완전히 드러낸 협박이었다.

제가 그동안 쌓아왔던 명망과 체면이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지자 이천수는 분노에 차 뒤틀린 듯 아파 오는 심장을 잡으며 말했다.

"이 불효자식! 네가 저딴 년 하나 때문에 회사 창립 멤버를 감옥에 보내면 내일에는 아주 나도 보내버리겠구나!"

이준혁은 여전히 감정 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이라도 제 말에 협조하시면 여생은 편히 보내실 수 있게 할게요."

이준혁이 한 말은 이천수가 계속 이준혁과 그의 사람들을 건드린다면 아무리 아버지라 해도 당장 감옥에 보내버릴 각오가 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이래서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거야!"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이천수는 난간을 붙잡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때 이준혁이 밖에 서 있는 비서를 향해 소리쳤다.

"주훈!"

"이사장님 배웅해드려, 그리고 문밖에 경호원 두 명 더 둬. 아무나 들어오게 하지 말라고."

이천수를 앞에 두고 하는 아무나 들여보내지 말라는 말은 꼭 이천수를 겨냥하는 말 같아 이천수는 가슴이 답답해나며 이준혁을 한 번 흘겨보고는 주훈의 손에 이끌려 병실을 나섰다.

이천수가 나가고 둘만 남은 병실에서 윤혜인은 살짝 부어오른 이준혁의 턱을 보며 그를 소파로 끌어당겨 앉히고는 말했다.

"기다려요."

그리고는 냉장고에서 얼음팩과 거즈를 꺼내 들어 이준혁에게로 다가갔다.

소파가 작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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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있었어요. 방금 떠났고요.”소원은 속으로 계산했다.‘이 시간대라면... 그럼 우리도 내일 아침쯤에 떠나겠네.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으니 완전히 수동적인 상황은 아니야.’하지만 지금은 그다지 늦은 시간이 아니라 밖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깨어 있는 상태였다. 좋은 기회가 아니었다.소원은 잠시 고민하더니 양옆의 사람들에게 조용히 무언가를 속삭였고 그것을 차례로 전달하도록 했다.말이 끝나자 모두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잠들지 못하더라도 눈을 감고 몸을 편히 쉬었다.드디어 밤이 되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닫혀 있던 나무문이 갑자기 열렸다.한 남자가 손전등을 들고 안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씩 비추더니 소원의 얼굴을 비추고는 손짓으로 그녀에게 말했다.“너, 나와.”그 목소리는 소원에게 익숙했다.소원에게 머리를 맞았던 바로 그 남자였다. 설마 했는데 그가 정말로 나타난 것이다.소원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말 그대로 기회가 스스로 찾아온 것이었다.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남자에게 다가가더니 마치 이제야 남자를 알아본 것처럼 깜짝 놀라며 말했다.“오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 하는 신호를 보냈다. 소원에게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소원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남자는 문지기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몇 마디 주고받았고 소원은 그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 문지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빨리 움직이라는 손짓을 보냈다.그렇게 남자는 소원을 데리고 작은 초가집으로 향했다.그 초가집은 굉장히 작아 두 사람이 몸을 돌리기에도 비좁은 공간이었다.하지만 내부에는 등불이 있었고 그녀들이 있던 곳보다 훨씬 상태가 나았다.냄새도 심하지 않아 아마도 문지기가 교대할 때 쉬는 공간으로 보였다.문이 닫히자마자 남자는 소원의 손에 묶여 있던 밧줄을 풀어주었다.그러고는 본색을 드러냈다.그는 손을 뻗어 소원의 가슴 쪽으로 만지려고 했다.소원은 몸을 재빨리 비켜 손길을 피했다.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55화

    아마 이런 일을 계속하다 보니 습관이 된 것 같았다.소원은 양옆으로 펼쳐진 길을 관찰했다. 지금은 아마 깊은 산속에 있는 것 같았다.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소원은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다른 두 여자도 졸렸는지 바로 잠에 들었다. 하지만 소원은 손바닥을 꼬집고 입을 악물며 절대 잠들어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이때는 일분일초도 놓치지 말고 기회를 잡아야 했다.아쉽게도 소원은 이 차가 개조한 적이 있는 차라는 걸 발견했다. 잠금이 바깥으로 되어 있어 안에서는 절대 열 수 없는 구조였다. 아마도 안에 있는 사람이 문을 열고 도망갈까 봐 이렇게 설계한 것 같았다.소원은 문을 열고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을 일단 접어두고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와 새들을 바라봤다.그렇게 한 시간쯤 달리던 차는 정원 같은 곳에서 멈췄다. 이 정원은 비탈진 산 아래에 지어져 있어 매우 은밀했고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운전기사가 경적을 세 번 울리자 대문이 안에서 열렸다. 운전기사는 차를 운전해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밖에서 봤던 것과 또 다른 풍경이었다. 산길이 길게 쭉 뻗어 있었는데 밖에서 보이던 정원은 그저 나무판자로 만든 가짜 건물이었다.안으로 들어가 험난한 산길을 20분쯤 운전해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엔 크고 작은 판잣집이 아주 많았다.운전기사가 경적을 두 번 울리자 안에서 무기를 장착한 사람 둘이 걸어 나와 차 문으로 다가오더니 안에 앉은 여자들에게 중얼중얼 시끄럽게 뭐라고 얘기했다. 한국인이 아닌 것 같았고 지금은 내려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소원은 고분고분 차에서 내렸다. 뒤에 있던 여자가 잠깐 넋을 놓고 있자 무기를 들고 앞장선 남자가 여자의 얼굴을 사정없이 후려쳤다.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여자의 입가에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남자는 중얼거리며 계속 뭐라고 말했고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욕하는 것 같았다.여자는 울고 싶었지만 울었다가 매를 맞을까 봐 얼른 구르다시피 차에서 내려왔다.소원은 앞에 선 사람에게 이끌려 어떤 초막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54화

    남자는 얌전하게 창틀에 묶었던 손을 풀더니 두 손을 고쳐 묶고는 차로 압송했다.소원은 터덜터덜 걸어가며 대책을 생각했다.일단 저 차에 오르면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지금보다 더 안 좋은 상황에 놓여 기회를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변에 4, 5명이나 지키고 있어 도망갈 방법이 없었다. 남자는 소원이 너무 느리다고 잡고 있던 밧줄을 확 당겼다.“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좀 걸어.”소원은 좋은 기회를 찾지 못해 희망을 전부 남자에게 걸었다.“오빠...”소원이 소리를 낮추더니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나 너무 무서워요.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남자가 소원을 힐끔 쳐다보더니 경계했다.“내가 말했지. 몰라도 될 건 묻지 말라고.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연홍 누나가 말한 것처럼 정말 도망이라도 갈려고?”소원은 그제야 안경 쓴 여자의 이름이 연홍이라는 걸 알아챘지만 남자가 눈치챌까 봐 일부러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어떻게 감히 도망갈 생각을 하겠어요. 오빠가 인상이 좋기도 하고 여기서 아는 사람이 오빠밖에 없으니까 오빠하고만 대화하는 거죠. 오빠는 나 안 때릴 것 같거든요...”남자가 이 말을 듣더니 우쭐거리기 시작했다. 여자의 칭찬을 마다할 남자가 없었다. 그게 예쁜 여자라면 더더욱 말이다.남자가 말했다.“하긴, 이제 행복할 날이 별로 안 남았네. 거기 가면 너 사람으로 봐줄 사람이 있을까?”소원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무 무서워서 울음이 쏟아져 나왔다.“오빠, 나 가기 싫어요. 나 좀 도와주면 안 돼요...?”남자는 도와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얼른 차 타. 내가 널 왜 놓아줘. 마지막 가는 길에 데려다줄 수는 있지만... 헤헤.”남자가 얍삽하게 웃었다. 아까 했던 생각을 아직 버리진 않은 것 같았다.이 말에 소원의 긴장이 어느 정도 풀렸다. 아직 그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면 기회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연홍이 말했던 것처럼 남자가 아랫도리를 잘 간수하지 않으면 재수 없어질 수밖에 없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53화

    남자가 팬티를 벗기 시작하자 소원은 몸에 힘을 바짝 주고 기회를 노렸다.일촉즉발의 순간, 문이 끼익하고 열렸다. 남자가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갑자기 날아온 발차기에 의해 쓰러지고 말았다.넋을 잃은 소원은 남자의 비명과 함께 들어온 사람이 전에 본 안경을 낀 점잖은 여자라는 걸 발견했다.발차기 한 번에 남자를 쓰러트리는 걸 봐서는 유단자라는 의미였다. 소원은 그 짧은 순간에 고민을 마쳤는지 손에 들었던 나뭇가지를 바닥에 버리고 발로 밟아 감추고는 마치 괴롭힘이라도 당했다는 듯 그렁그렁한 눈으로 여자를 바라봤다.여자는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앞으로 달려가 남자에게 발차기를 두 번 더 날리더니 욕설을 퍼부었다.“모자란 놈, 아랫도리 관리가 그렇게 안 돼? 물건에 문제라도 생기면 돈은 어떻게 받으려고? 돈 있으면 유흥가에 가든가. 돈만 주면 너랑 자겠다고 나서는 여자들이 줄을 섰을 텐데 꼭 이래야겠니?”“아야. 난... 난 그냥 재미 좀 보려고 그랬던 것뿐이지 정말 뭘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퉤.”여자가 전혀 체면을 봐주지 않고 남자의 얼굴에 침을 내뱉더니 말했다.“그 더러운 생각 집어치워. 전에 지성이가 운반하는 물건이랑 잤다가 일 터진 거 몰라? 너도 이 여자 손에 죽고 싶어서 그래?”소원은 여자의 말에서 팀원 중 한 명이 여자에게 나쁜 마음을 품었다가 일이 터진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여자의 말투와 전투력만 봐도 남자보다 훨씬 월등했기에 절대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될 것 같았다.전에 태연하게 신고를 도와주는 척했지만 사실은 팀원의 전화번호를 신고 센터로 고쳐 소원이 믿을 수 있게 유도한 것이었다.이 여자는 머리마저 무서울 정도로 비상한 사람이었다.남자는 다리를 움켜잡고 신음했다.“알았어요. 알았어. 지성이랑 똑같은 잘못은 안 저질러요. 얼마나 쓸모없었으면 여자 하나 못 이겨서 오히려 죽임을 당해. 다행히 얼마 도망가지 못하고 잡히긴 했지만.”남자는 이렇게 말하며 소원을 힐끔 쳐다보더니 에둘러서 경고했다.“잡히면 곱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52화

    어딘가 이상하긴 했지만 몸이 이성을 앞서 통제할 수가 없었다. 순간 사악한 생각에 사로잡힌 남자는 소원의 머리채를 확 잡아당겨 고개를 쳐들게 하더니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발랑 까졌네. 남자 꼬시는 건 어디서 배웠어?”소원은 강직한 성격이었지만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가끔은 성격을 앞세우기보다 머리를 써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지금처럼 불리한 상황에서는 머리를 쓰는 것만이 유일한 살길이었다.“오빠, 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소원은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지만 손바닥엔 어느새 튼실한 나뭇가지가 들려 있었다. 아까 남자가 잠깐 방심한 틈을 타 바닥에서 주운 것이었다.남자가 소원을 확 끌어당겨 품에 껴안자 소원은 깜짝 놀랐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지금 이 상태로는 너무 불편한데 손이라도 좀 풀어줄래요?”남자는 소원에게 당한 적이 있었기에 바로 경각심을 세웠다.“무슨 꿍꿍이야?”“아니. 이러면 뭘 하기도 불편하잖아요.”소원이 제안했다.“혹시 걱정되면 한쪽만 풀어주고 다른 한쪽은 창문에 묶어두면 되잖아요. 안 그래요?”남자는 제법 소원의 아이디어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알아서 결박해달라고 하니 정말 땡큐였다.“정말 다른 꿍꿍이 없는 거지? 경고하는데 다른 수작 부리면 당장 그 모가지를 비틀어 버릴 거야.”남자가 소원에게 경고했다.소원은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겠다는 듯 연기했다.“오빠,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예요? 내가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 사람 하나 죽여도 모를 곳에 버려졌는데 오빠 말이라도 잘 들어야 고통이라도 덜 받을 거 아니에요.”“그래, 총명하긴 하네.”남자가 만족스럽게 말했다.“당연하죠. 오빠, 나 지금 클럽에서 도우미로 일하고 있어서 돈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노는지 다 알고 있어요. 내가 오빠 잘 모실 테니까 제발 때리지만 말아줘요.”어차피 소원이 아가씨라고 신분을 속여도 남자는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방법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소원의 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51화

    여자는 소원이 쓰러지는 걸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그래도 꽤 오래 버티네. 다른 사람보다 몇분 더 버텼어.”여자는 이렇게 말하더니 계속 앞으로 질주했다....얼마나 잤을까, 어렴풋이 잠에서 깨보니 작은 판잣집에 누워 있었다. 크지 않은 걸 봐서는 아마 임시 피난처 같아 보였다.손발이 묶인 소원은 약물 때문인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밧줄을 풀고 도망가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여 아예 포기하고 체력을 보존하며 주변을 살피며 소리를 유심히 들었다.소원의 판단에 의하면 바깥엔 두 사람이 돌아가며 지키는 것 같았다. 10분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들렸는데 이내 대화 소리가 사라지고 한 사람이 걸어 다니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문이 끼익하고 열리더니 머리에 붕대를 감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바로 어젯밤 소원을 차에 태운 그 운전기사였다.남자는 안으로 들어오며 문을 닫더니 소원에게로 가까이 다가와 침을 내뱉었다.“빌어먹을 년. 내가 운반만 몇 년을 했는데 이렇게 당해본 건 처음이네. 이 화를 참을 수가 있어야지.”소원은 이 남자가 전문적으로 이런 거래를 하는 사람이라고 추측했다. 운반 작업만 몇 년을 했다고 토로하는 걸 봐서는 지금까지 쭉 이런 거래를 해왔고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다는 뜻이기도 했다.“나는 당신이 누군지도 몰라요.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요?”소원이 일부러 놀란 척 물었다. 지금은 강하게 나가면 오히려 매를 버는 걸 수도 있으니 차라리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며 매라도 적게 맞아 체력을 보존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았다.“당연히 모르지. 당신이 나를 알았으면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었겠어?”남자가 손을 비비며 가까이 다가오더니 냅다 소원을 걷어차며 이렇게 말했다.“내가 그날 말했지. 다리를 분질러 버리겠다고. 지금 그 약속을 지킬 때야.”다리뼈를 정통으로 맞은 소원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애원했다.“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나도 그저 살고 싶어서...”남자가 그런 소원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50화

    소원이 잠깐 망설이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혹시 신고 좀 해주실 수 있나요?”안경을 쓴 여자는 꽤 통쾌했다.“당연하죠. 지금 바로 신고해 줄게요.”여자는 소원이 근심할까 봐 그러는지 바로 스피커폰으로 돌렸고 수화기 너머로 콜센터의 노련한 목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여기는 서울 경찰서입니다. 뭘 도와드릴까요?”여자가 말했다.“안녕하세요. 길에서 많이 다친 여성분을 발견했는데 아마도 나쁜 사람을 만난 것 같아요. 지금 혼자 길에 버려졌는데 신고해달라고 해서요.”“그 여성분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여자가 소원을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이름이 뭐예요?”소원이 이름을 말했다.“안녕하세요. 누군가가 저를 납치했어요. 모르는 사람이고 차량번호는 XX...”“네, 지금 바로 경찰 인력을 그쪽에 보내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세요.”통화가 끝나자 소원의 경계심도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때 여자가 이렇게 말했다.“타요. 밖에 비가 이렇게 오는데 어깨에서 아직 피나잖아요. 그러다가 경찰 올 때까지 못 버틸 것 같아요...”소원은 아까 일을 겪으면서 여자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진 상태였다. 게다가 아까 콜센터와 통화하며 자기 이름을 진세연이라고 밝혔다.“네.”소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원이 차에 오르자 여자는 조수석 캐비닛에서 수건 하나를 꺼내서 건네며 말했다.“일단 좀 닦아요. 그러다 감기 걸리겠어요.”“고마워요.”소원이 수건을 받아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더니 흠뻑 젖은 머리카락을 닦았다.“콜록콜록...”소원은 끝내 참지 못하고 재채기를 했다.“진세연 씨, 오늘 정말 고마워요.”소원이 수건을 건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맙긴요.”여자가 수건을 받아 가다니 조수석에 던지며 담배를 꺼내 입에 물더니 한쪽 팔을 차창에 기대고는 말했다.“어차피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뭐.”빗소리가 너무 커서 소원은 여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듣지 못해 다시 한번 물었다.“진세연 씨, 뭐라고 하셨어요?”여자가 웃으며 말했다.“별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49화

    이것이 오히려 소원에게는 기회가 되었다. 소원은 아무렇지 않은 듯 앞쪽을 주시하며 속도를 확인했다. 속도가 70대까지 내려가자 기회를 잡은 소원은 천천히 옆으로 움직이다 기회를 잡고 운전기사가 방심한 틈을 타 손잡이에 손을 넣고 차 문을 열었다.탈칵.그렇게 운전기사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소원은 차 문을 열고 바깥으로 뛰었다.“어, 저 빌어먹을...”화들짝 놀란 운전기사의 목소리가 빗속을 뚫고 소원의 귀로 들어왔다가 차와 함께 사라졌다.쿵.소원이 바닥에 떨어지며 여러 번 뒹굴었다. 오른쪽 어깨가 빠졌는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소원은 이를 악문 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치 칼로 팔을 자르는 것처럼 너무 아팠다.앞으로 질주하던 차는 이내 방향을 틀고 뒤쫓아오기 시작했다. 큰비로 시야가 가려진 덕분에 소원은 옆에 있던 풀밭으로 도망갈 수 있었지만 바닥이 물컹해 발자국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이내 운전기사가 뒤따라왔다. 건장한 남자였기에 달리는 게 소원보다 빠를 수밖에 없었다. 소원은 걸음을 멈추더니 몽둥이 하나를 줍고 풀숲에 숨어 소리 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운전기사가 한걸음 다가올 때마다 자박자박하는 물소리가 들렸다.“아가씨,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나와. 내가 찾아내면 다리부터 분질러 버릴 테니까. 헤헤. 그러면 좋은 값에 팔 수가 없잖아. 그러면 장기를 뜯어내 팔고 사지를 잘라서 인형으로 만드는 수밖에 .:소원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도대체 누가 나한테 이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르려는 거지?’순간 머릿속에 여러 이름이 떠올랐다.‘방민아, 육연주, 그리고 서씨 가문...’“아가씨, 말 들어. 다리라도 온전하면 아가씨도 덜 아프지 않겠어?”“숨어도 소용없어. 여기 내 친구들 많아. 어딜 가든 쉽게 도망치진 못할 거야.”소원은 마음이 강한 편이었기에 상대가 어떻게 말하든 그 자리에 숨어 꼼짝달싹하지 않았다. 운전기사가 2미터도 남지 않은 곳까지 가까이 다가오자 소원이 벌떡 일어나더니 손에 쥔 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48화

    운전기사가 백미러로 소원을 보며 사과했다.“손님, 죄송해요. 감기 걸렸는데 손님에게 전염될까 봐 걱정돼서요.”소원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앱으로 차를 불렀기에 가는 내내 차 안에서 하는 대화가 녹음되었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신고할 수 있었기에 소원은 시름 놓고 뒷좌석에서 눈을 붙였다.얼마나 지났을까, 소원이 눈을 번쩍 떴다. 아까 운전기사가 통화를 하는 것 같았는데 소원이 깨어났을 땐 다시 마스크를 끼고 운전하고 있었다.소원은 꿈이라도 꾼 줄 알고 창밖을 내다봤다. 날씨가 우중충한 게 비가 내릴 것 같았다. 도로를 유심히 살피던 소원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며 물었다.“기사님, 혹시 길 잘못 드신 거 아니에요?”앱을 확인해 보니 차는 이미 경로를 한참 이탈했고 아예 다른 길로 가고 있었다.“아니에요. 이 길이 더 가깝고 비용도 적게 나와요.”방금 전까지만 해도 코가 막힌 듯한 목소리던 운전기사는 지금 꽤 깔끔하고 상쾌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소원은 점점 한산해지는 주변 풍경을 보며 불안함이 엄습했다.“아니에요. 기사님. 지금 당장 원래 경로로 돌아가서 내비게이션 따라 운전해 주세요. 비용은 앱에 나온 대로 드릴게요.”“손님, 그러면 아까 말했어야지. 그 길 진작에 지나쳐서 다시 돌아가려면 너무 멀어요. 걱정하지 마요. 곧 도착할 거예요.”운전기사는 소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계속 엑셀을 밟았고 시속 120까지 올라갔다. 국도라 제한속도가 80인데 말이다.소원은 점점 마음이 불안해져 신고 버튼을 누르려는데 배터리가 닳은 핸드폰이 소리를 내며 꺼졌다. 정말 되는 일이 없는 하루였다.핸드폰이 먹통이니 소원은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자세히 돌이켜보니 차에 오르기 전 차량 색깔과 번호를 확인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근데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소원은 옆에 있는 기사 카드를 발견했다. 카드에 찍힌 운전기사는 네모난 얼굴에 눈썹이 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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