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인은 그의 가슴을 때리며 나무랐다.“그럼, 이후에도 맛볼 생각하지 말아요.”남자는 가슴을 움겨 쥐며 인상을 썼다.윤혜인은 다급히 물었다.“어디 아파요?”“마음이 아파.”윤혜인: ?“더 아찔한 것이 없어서.”윤혜인의 주먹이 울었다.그녀가 움직이자, 허리가 조금 드러났고 참을 수 없었던 이준혁이 허리를 꼬집었다.“살쪘어?”당황한 윤혜인이 급히 옷을 아래로 내렸다.“아니에요.”아직 2달밖에 안 되었기에 임신한 티가 나지 않았다. 그저 요즘 식욕이 좋아졌고 헛구역질이 많이 줄었다. 그래서 몸에 좋다는 영양제를 섭취 중이었다.전과 비교하면 약간 통통해졌다.아기에 대한 일을 끝까지 숨기려는 것은 아니었으나 지금 둘의 관계로 보아 윤혜인은 안정기를 무사히 지난 다음 이준혁에게 알리려 했다.그가 아이를 원하지 않아도 그녀는 꼭 아이를 지키고 싶었다.“만지면 기분이 좋아.”그는 다시 손을 뻗어 윤혜인의 허리를 잡았고 그녀가 애원해서야 움직임을 멈췄다.그 후 며칠 동안 윤혜인은 매일 병원에서 이준혁의 곁을 지켰고 일주일도 채 안 되어 이준혁은 정상적인 출근을 할 수 있었다.다만 일이 너무 바빠서 연속 3일은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윤혜인은 조금 불안했지만, 사소한 것에 목메지 말자고 자신을 타일렀다.요즘 그녀는 매일 외할머니를 보러 갔다.하지만 할머니는 몸이 아파 숙면을 취하고 있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하여 오늘은 오후에 할머니가 깨어 있는 시간에 맞춰서 찾아가 얘기 좀 나누려 했다.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윤혜인은 먼저 회사로 갔다.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상태로 고강도의 일을 처리하는 이준혁이 걱정되어 그녀는 아줌마의 지도 아래 직접 보신탕을 끓였다.가는 길에 그녀는 이준혁에게 문자로 바쁘냐고 물었다.하지만 그는 답장이 없었다.회사에 도착한 윤혜인은 대표전용 엘리베이터로 대표실로 향했다.그녀를 마주친 주훈이 살짝 당황하는 것을 보았다.윤혜인은 조금 불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대표님
남자의 말투는 너무 차가웠다.윤혜인은 발걸음을 멈췄고 돌아서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임세희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윤혜인이 도시락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맛있는 냄새가 풍기자, 이준혁은 고개를 들었고 뒤돌아 멀어져 가는 윤혜인을 발견했다.순간, 엄숙했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잠깐.”윤혜인은 멈췄다.이준혁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임세희에게 말했다.“중점은 이미 표시해 놨으니, 나머지는 주훈이 책임자에게 데려다줄 거야.”임세희가 뭔가 말하려는데 이준혁은 벌써 윤혜인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여보가 여긴 무슨 일이야?”서류를 쥔 임세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남들 앞에서 이런 행동은 조금 불편했지만, 임세희의 숨길 수 없는 분노를 스캔한 윤혜인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이준혁을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보고 싶어서 왔죠.”윤혜인의 미모는 타고난 장점이었고 고분고분한 몸짓은 어떤 남자도 거부할 수 없었다.이준혁은 더욱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아름다운 입술을 맛보았다.임세희의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눈에 뿜어져 나오던 살기는 한참 뒤에야 사그라들었고 결국 꼬리를 내리며 입을 열었다.“오빠, 난 먼저 갈게.”고개를 끄덕인 이준혁은 당부 한마디 했다.“조 대표가 더 이상 꼬투리 잡지 않게 주훈이 잘 처리할 거야.”그의 한마디로 임세희는 다시 기쁨을 되찾았고 달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고마워요. 오빠.”임세희는 턱을 올리고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문이 닫히자, 윤혜인은 이준혁의 품에서 벗어나며 도시락을 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직 뜨거우니 좀 먹어요.”멀어지는 그녀의 모습에 이준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왜 그래?”윤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3일 동안 그들은 연락하지 못했고 그녀는 임세희가 작전을 바꿔 회사를 공략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두 사람이 한 사무실에서 일에 대
윤혜인은 정신이 아득해졌다.“여긴 회사란 말이에요.”갑자기 가슴에 서늘한 공기가 닿았다. 셔츠가 벗겨졌다.남자의 입술이 그녀의 아름다운 쇄골에 내리며 부드럽게 달랬다.“괜찮아. 빨리 끝낼게.”자잘한 그의 입맞춤이 아래로 향했다. 윤혜인은 전기충격을 맞은 듯 몸을 떨었다.“하앙...”그녀는 깜짝 놀라 이를 악물었다. 가는 손가락이 테이블 모서리를 꽉 잡았다.혹시라도 다시 소리를 지르게 될까 봐 애써 참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고 주훈이 말했다.“대표님, 출발해야 합니다.”윤혜인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녀는 아니꼽게 그를 흘겼다.“...놔 줘요. 일 보러 가야죠.”이준혁은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이게 내 일이야.”그는 지난 며칠 어떻게 참고 견뎠는지 모른다.오늘 실컷 맛보지는 못하지만 이대로 그만 둘 수는 없다.노크소리는 계속 울렸고 윤혜인은 울먹이기 시작하며 그를 밀치려 했다.하지만 그가 그녀의 손을 낚아챘다.아름다운 두 눈을 글썽이면 그렇게 매력적일 수 없었다.그는 잠시 우는 모습도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다.머릿속의 악마가 그녀를 더 울리라고 지시하는 것 같았다.아직 몸부림치고 있는 그녀를 단번에 제압하며 거칠게 키스를 퍼부었다.문밖에서도 안의 상황을 아는 듯했고 더 이상 노크하지 않았다.남자의 호흡이 점차 안정을 찾았다.그는 그녀에게 기대어 낮게 속삭였다.“널 보면 참을 수 없어.”잠시후 그는 바로 섰고 윤혜인은 아직도 거친 숨을 뱉어내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그 때문에 흐트러졌고 붉어진 두 볼은 너무 사랑스러웠다.그는 그녀를 닦아주며 다리에 든 멍을 보았다.이준혁의 눈빛이 짙어졌다. 방금 힘 조절에 실패하고 말았다.그는 서랍에서 약을 꺼내 그녀를 눕히고 약을 발라주었다.긴 손가락이 피부에 닿자, 윤혜인은 또다시 얼굴을 붉혔다.다행히 넓은 바지를 입어서 연고가 묻지 않았다.하지만 너무 부끄러웠다.그녀는 수줍게 말했다.“왜 이런 게 사무실에 있어요?”이준혁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준혁의 입술은 한참이나 윤혜인을 괴롭히며 남편이라고 부르라고 협박했다.차에서 내릴 때 그는 그녀의 옷을 정리해 주며 그윽한 눈빛을 보냈다.“내가 돌아오면 단단히 각오해야 할 거야.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도록 할 거니까.”윤혜인의 얼굴이 다시 달아올랐다. 이런 일을 꼭 여기에서 예고해야 해?그의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최소 일주일은 금욕하라고 했다.하지만 너무 강하게 요구하는 그 때문에 윤혜인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도 의사에게 물어본 적 있었다. 이 2 달 동안은 가볍게 가끔씩 해도 괜찮다고 했다.그녀가 부드럽게 부탁해 봐야겠다.....병원에 도착한 윤혜인은 간병인이 밖에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머리가 흐르려 있었고 한쪽 얼굴이 심하게 부어있었다. 그녀를 발견한 간병인은 구세주를 만난 것 같았다.“막 아가씨한테 전화하려던 참이었어요. 글쎄 어르신의 아들이란 사람이 찾아왔는데 어르신께 케익을 대접시키는 거예요. 제가 어르신이 케이크를 드시면 안 된다고 하자 아들이란 분이 제 머리를 잡고 따귀까지 때렸어요...”그 말에 윤혜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녀는 100만 원을 꺼내 그녀에게 드리며 다독였다.“먼저 가서 상처 치료하세요. 제가 가볼게요.”돈을 받은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소심한 그녀는 일을 키울 사람이 아니었고 그저 그렁그렁한 눈으로 윤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더 이상 어르신을 돌볼 수 없을 것 같아요.”윤혜인은 그녀를 잡았다.“그동안 너무 잘해주셨고 저도 아줌마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어요. 제가 해결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매달 50만 원 더 드릴 테니 할머니를 계속 부탁할게요.”그녀는 한참 생각했다.그녀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어르신은 몸이 안 좋으시지만, 사람을 괴롭히지는 않아서 돌보기 쉬웠다. 윤혜인도 좋은 사람이었다. 이렇게 마음씨 고운 고용주를 만날 수 없을 것 같기도 했다.그녀가 다시 말했다.“아가씨, 월급은 올리지 않아도 돼요. 어르신을 계속 돌볼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약국으로
윤혜인의 눈썹이 찌푸려졌다.“고향집을 2억에 팔었잖아. 그 돈은 어디 갔어?”“이미 쓰고 없지. 지금 삼촌이 사업을 하나 하고 있어. 많이도 말고 1억만 땡겨줘. 삼촌이 벌면 두 배로 갚을게.”윤혜인는 냉소를 지었다.“그 사업이 도박이야?”주산응의 낯빛이 바뀌었다.“무슨 소리 하는 거야?”“할머니의 번호는 내가 바꾼 거야. 전에 빚쟁이들이 전화 왔었다고.”거짓말이 들통나자, 주산응은 억지스러운 웃음을 지었다.“어쩌다 가끔 가는 거고 이제는 아니야. 네가 돈만 준다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게.”윤혜인은 그를 믿지 않았다. 주산응은 한심한 사람이었다. 젊었을 때는 성실하게 일할 생각은 안 하고 여기저기 싸움을 하고 다니다가 중년에 접어든 지금은 도박에 빠져 할머니 몰래 고향 집까지 팔아버려서 할머니는 돌아갈 곳도 없었다.2억을 1달도 안 되어 모조리 써버렸다.이런 인간은 밑빠진 독이었다.“주산응! 고향집은 우리 아빠 몫도 있어. 2억 중에 1억은 내꺼란 말이야. 다시는 나와 할머니를 찾아오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그 돈은 다시 거론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윤혜인은 날카롭게 경고했다.“고소해서 1억을 물어내게 할 거야.”주산응은 거칠게 그녀의 어깨를 밀쳤다.“이 몸쓸 년이 감히 날 고소해? 오늘 내가 누나를 대신해 너의 버릇을 고쳐 줄게.”그는 힘이 세다.윤혜인은 비틀거리다가 간신히 벽을 짚어 다행히 넘어지지 않았다.주산응이 소리를 질렀다.“도대체 줄 거야? 안 줄 거야! 안 주면 넌 오늘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당신에게 줄 돈은 없어.”“네가 돈 많은 재벌을 물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비싼 차를 끌고 다니는 데 너에게 돈이 없다는 게 말이 돼?”“그걸 어떻게 알았어?”윤혜인이 물었다.“차에서 둘이 그 짓거리를 하는 걸 한두 번 본 줄 알아?”주산응은 그녀의 몸을 기분 나쁘게 훑어보며 말했다.“몸을 팔고 다니는 년이 어떻게 돈이 없을 수 있지?”주산응이 그녀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
건장한 체격의 이신우는 힘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남자의 무릎을 꿇렸다.벗어날 수 없게 된 주산응이 분노했다.“넌 또 누구야! 내가 내 조카를 교육하는데 누가 감히 끼어들어!...”주산응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손목이 껶여졌다.“악-!!”너무 빠른 움직임에 주산응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그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손을 거둔 이신우에 비서가 소독 티슈를 건넸고 그는 아무렇지 않게 손을 닦았다.그의 시선은 시종일관 윤혜인에 머물렀다.인간쓰레기를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눈빛이었다.주산응은 그의 남다른 아우라를 느꼈다.그는 윤혜인의 그 남자를 본 적 없었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남다른 포스를 지니고 있었고 비싼 차를 끌고 다니는 것을 미루어 보았을 때 십중팔구 그의 추측이 맞다고 생각했다.“당신이 혜인이의 남자? 난 얘 삼촌이고 이년을 데려가고 싶다면 돈 내놔. 치료비로 2억은 줘야 할 거야.”누가 봐도 돈을 뜯어내려는 것이다.아직 정신이 아득한 윤혜인은 순간 이준혁인 줄 알고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하지만 자세히 보니 조금 닮았을 뿐 이준혁이 아니었다.깊은 눈동자를 가진 그는 차가운 이준혁과는 달랐다.나이가 조금 많아 보이는 눈빛은 더 우수한 통찰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주산응은 아직도 지껄이고 있었다.“난 삼촌이라고! 감히 삼촌을 때려?”아무 사람이나 물고 늘어지는 주산응에 윤혜인이 참지 못하고 한 소리 했다.“닥치지 못해! 난 모르는 분이야.”주산응이 믿을 리 없었다.겨우 만난 돈줄을 놓칠 수 없어 말했다.“이렇게 어린애가 너랑 잠자리하는 데 너도 사람이면 인사 정도는 해야 하지 않아? 2억도 적게 부른 거야.”이신우는 고개를 돌려 주산응을 보았다. 그 눈빛은 예리했고 날카로웠다.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떤 주산응은 소름이 돋았다.무의식적으로 이런 남자는 건들면 큰일 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돈 생각에 용기를 내보긴 했으나 목소리는 더 이상 높
윤혜인은 따라가 몇 가지 조사를 받았다.이신우도 따라와 증인을 서주고 있을 줄은 몰랐다.경찰은 윤혜인을 다독이며 주산응이 최소 15날은 구류될 것이라고 했다.윤혜인은 그를 궁지로 내몰 생각은 없었다. 그저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주어 다시는 할머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윤혜인은 이 일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할머니를 서울로 모셔 온 것을 누구한테도 말한 적 없는데 주산응은 어떻게 정확하게 병원을 찾아서 병실까지 들이닥칠 수 있었을까?찝찝한 느낌이 들었지만 주산응에게서는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그녀가 한참 생각에 빠져 있던 그때 젊은 경찰 한 분이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성함이 윤혜인 되시나요?”윤혜인이 고개를 들자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혹시 절 기억하시나요? 전에 인하파출소에서 근무했던 진운이에요.”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기억났다. 그때 아버지를 치고 도주한 뺑소니범 때문에 인하에 거의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했었다.서울에 온 이후에도 매년 한 번씩 돌아가 보았지만 사건은 진전이 없었다.진운은 작년에 갓 입사했고 예쁜 미모의 어린 여자였다. 사고가 너무 참담했기에 기억하고 있었다.그녀는: “며칠 전에 예전 동료가 얘기해 줬는데요. 새로운 도주범을 잡았는데 그 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수상한 차량을 보았다고 자백했대요. 다른 것들은 아직 조사 중이고요.”생각지도 못한 수확이었다. 그때 일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순간도 잊은 적 없다.그녀는 진운에게 전화번호를 남겼고 진전이 있으면 연락 바란다고 부탁했다.모든 조사가 끝나고 윤혜인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야 했다.이신우의 차가 마침 그녀 앞에 멈춰 섰다.그녀는 감격하며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괜찮아요.”그의 목소리는 온화했다. 좀 전의 날카로움은 한치도 보아 낼 수 없을 정도였다.“어딜 가요? 데려다줄게요.”“괜찮아요. 택시 부르면 돼요.”이신우는 그녀를 응시하다가 말했다.“타요.”담담한 말투였지만 거절하기 어려운 기운을 풍겼다.
병원.“할머니 때문에 혜인이 네가 이런 일을 당하는구나.”할머니는 눈물을 흘렸다.나이가 있으신 할머니는 속상할 때면 눈물을 보이곤 했다.윤혜인의 눈시울도 붉어졌다.“예전에는 할머니가 저를 보호했으니 이제 내가 할머니를 보호하는 거죠.”주산응은 천하의 몹쓸 인간이었다. 그런 그를 위해 할머니는 쓰레기를 줍고 분식을 해서 팔기도 하면서 모진 애를 썼다.그렇게 지금은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병으로 앓고 있어 병원을 떠날 수 없었다.“할머니는 다른 건 괜찮지만 내가 가고 나면 널 돌봐줄 사람이 없고 너의 좋은 짝을 봐줄 사람이 없을까 봐 걱정될 뿐이야. 그래서 이대로는 눈을 제대로 감지 못하겠어.”윤혜인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그런 말씀 하지 말아요. 할머니는 꼭 100세까지 문제 없어요. 게다가 우리 조만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서 시간을 보내기로 약속했잖아요.”흐릿했던 할머니의 눈동자에 희망의 빛이 감돌았다.“다시... 돌아갈 수 있어?”“당연하죠. 비록 이미 팔린 집이지만 누구도 살지 않고 있으니 세 들면 돼요. 그리고 이후에 다시 사들일 수도 있어요.”할머니는 기뻐하며 윤혜인의 손을 잡았다.“그래. 그래. 너무 좋아.”그러다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그날을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 어제 꿈을 꿨는데 네 아비가 자신을 보러 오라고 하더라. 나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할머니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았지만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할머니는 뭔가를 꺼내 윤혜인에게 건넸다. 안에는 평안 자물쇠였다.“이건 네가 어릴 적에 지녔던 거야. 너의 평안을 지켜줄 거야.”할머니가 하는 매 한마디는 모두 사후를 당부하는 것이었다.그녀는 할머니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할머니, 난 이미 결혼했어요. 상황이 조금 복잡해서 이제야 말해요.”할머니는 깜짝 놀라며 어떻게 된 건지 물었다.윤혜인은 곧이곧대로 말했고 계약 결혼이란 말만 뺐다.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였다.“그는 내가 오랫동안 좋아한 사람이에요. 그가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