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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4화

윤아름은 색이 바랜 보고서를 읽어봤다. 의사 사인란에는 기성주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기성주는 윤씨 가문에서 쓰던 가정 주치의는 맞았지만 이 보고서의 진위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원진우는 색이 바랜 편지지를 내밀며 말했다.

“너희 아버님이 남긴 유언이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너에게 줄 편지를 쓰기 시작하셨어. 일이 터지기 전에 18통의 편지를 남겼더라.”

윤아름이 떨리는 손으로 편지지를 열었다. 필적을 보아하니 아버지가 남긴 편지가 맞았다.

한마디 한마디에 윤아름에 대한 미련과 걱정이 담겨 있었다. 건강에 대한 걱정보다는 그들이 떠난 후 아끼는 딸이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혹시나 딸이 괴롭힘을 당하는 건 아닌지를 더 걱정했다.

모든 편지를 다 읽은 윤아름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슬픔에 사로잡혀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원진우는 윤아름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비아냥거렸다.

“사실 부모님이 죽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해. 적어도 너희 어머니는 죽을 때까지 암에 걸렸다는 거 몰랐으니까.”

윤아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앞에 앉은 남자를 바라봤다.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 같았다.

“부모님을 죽인 게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라고? 내가 고맙다고 해야 해?”

원진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면? 생사가 이미 결정된 사람들인데 생이별을 겪으면서 영원히 고통스러워할 바에는 차라리 그렇게 떠나는 게 낫지 않아? 내가 너 도와준 거라니까.”

“아악...”

윤아름은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 부모님을 해친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였다.

애초에 이 남자와 거리를 두었다면 이 남자가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부모님을 죽일 일도 없었을 것이다.

부모님이 정말 암에 걸렸다 해도 이 남자만 아니었다면 작별할 시간 정도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시간에 함께 하고 싶었던 걸 할 수 있었을 테고 갑작스럽게 생이별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무 말도 남기지 못했는데 아쉬움만 남았으니 평생 너무 안타까웠다.

“아름아, 넌 너무 나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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