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윤아름은 이신우에게 자신의 아이를 보내기 위해 이웃에게 부탁했었다. 그 아이를 곽진명에게 맡겨 키우게 하려는 계획이었다.곽진명이 그녀와 결혼한 이유는 윤아름의 아버지가 곽진명에게 은혜를 베풀었기 때문이었다.곽진명은 원래 신체적 문제로 인해 평생 결혼하지 않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러다 위기에 처한 윤아름을 만나 그녀를 구해주고 미친 남자의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그녀에게 집을 제공해주기로 결심했다.비록 결혼했지만 그들의 관계는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서로를 돕는 가족과 같았다.곽진명 역시 윤아름을 친척처럼 여겼다.그런데 이웃이 그 당시 남긴 말에 따르면 그들이 탄 배가 뒤집혀서 태어난 지 세 달도 안 된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그때 윤아름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을 느꼈다.하여 오랜 시간 동안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죽었다고 믿어왔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이신우가 키운 그 아들은 바로 그녀의 아들이라는 확신이 들었다.순간 윤아름의 마음속에 희망이 차올랐다.‘우리 아이가 무사히 살아있다니... 하느님께서 분명히 날 불쌍히 여기신 거야! 이제 반드시 탈출해야 해. 반드시!’“원진우, 네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게 그런 거야? 넌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모르는 거야? 넌 살인자야! 내 부모님을 죽이고 날 감금한 미친놈이라고!”윤아름은 감정이 폭발한 듯 소리쳤다. 더 이상 원진우의 위선적인 태도를 견딜 수 없었다.그녀는 원진우와도 평화로운 시절이 있었던 걸 떠올렸다.그때 윤아름의 부모가 동시에 세상을 떠났을 때, 윤아름은 원진우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했다.그가 곁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이유가 오로지 사랑 때문이라고 믿었던 것이다.다른 사람들과 달리 윤아름은 원진우가 다가온 목적이 자신이 물려받을 유산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윤아름은 자신의 신분을 잊고 전심으로 원진우를 사랑했지만 결국 부모님의 죽음에 그가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어느 날 한쪽 눈이 멀어버린 남
하늘도 그녀를 불쌍히 여긴 것인지 어느 날 윤아름의 ‘눈’이 갑자기 회복되었다.그러나 그녀는 원진우가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려고 계속해서 ‘눈먼 사람’인척 연기했다.그렇게 해야 원진우가 지나치게 경계를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어느 날 집에 돌아온 원진우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윤아름은 그 틈을 타 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몰래 도망쳐 나왔다.그렇게 곽진명을 찾아갔고 그 뒤 윤아름은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원진우의 아이였다.윤아름은 극심한 고통에 빠졌다.이 아이를 낳을지 아니면 지울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돌아가신 부모님이 꿈에 나타나 ‘아이는 우리 대신 너와 함께 있어 줄 존재다’라고 말하는 꿈을 꾸었다.그 순간 아이는 죄가 없다는 것을 윤아름은 깨달았다.하여 그녀는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곽진명은 윤아름에게 결혼을 제안했고 곽경천은 곽진명이 입양한 아이로, 세상에는 윤아름의 친아들로 알려졌다.그 사이 윤아름과 곽진명은 원진우가 윤아름의 부모님을 죽인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하지만 원진우는 너무나 치밀하고 잔인하게 일을 처리했기에 그를 조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윤아름이 자신이 곽진명과 결혼했다는 소식을 일부러 알린 이유는 자신이 계속 숨어만 있으면 언젠가는 원진우에게 다시 붙잡힐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차라리 공개적으로 신분을 드러내는 것이 원진우가 그녀를 납치하는 데 더 큰 제약이 생길 것이었다.그리고 실제로 원진우는 몇 년 동안 잠잠해졌다. 그것은 윤아름이 가장 행복했던 몇 년이었다.아이들과 함께였고 곽진명 역시 훌륭한 아버지였으니 말이다.그러나 원진우가 단지 잠잠한 척만 했을 뿐이라는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그동안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결국 다시 윤아름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악몽은 다시 반복되었다.하지만 이제 그 길고 긴 악몽을 끝낼 시간이 되었다.원진우는 윤아름의 말
“푹!”손등에서 순식간에 피가 솟구쳤다.예상치 못한 상황에 원진우는 본능적으로 신음소리를 내뱉었다.윤아름은 그 포크를 차 좌석에 꽂아 원진우의 손을 단단히 고정시켰다.이 포크는 그녀가 오랫동안 갈고 닦은 것으로 원진우의 손을 완전히 꿰뚫어 버렸고 쉽게 빠지지 않게 만들어졌다.만약 억지로 빼내려 한다면 엄청난 고통이 뒤따를 것이었다.다음 순간 윤아름은 팔꿈치를 들어 올려 그의 후두부를 강하게 가격했고 원진우는 결국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운전기사는 깜짝 놀라 외쳤다.“가주님!”하지만 원진우가 여전히 윤아름의 손에 잡혀 있었기 때문에 그는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다.윤아름은 그동안 품어왔던 깊은 증오를 담아 모든 행동을 신중하게, 그러나 강하게 취했다.비록 직접 이 악마를 죽여 부모님의 복수를 하지 못할지라도 윤아름은 원진우에게 육체적인 고통을 맛보게 하고 싶었다.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운전기사를 향해 말했다.“포크에는 독이 묻어 있어. 빨리 병원에 데리고 가서 치료해.”사실 포크에는 독이 묻어 있지 않았고 그녀의 상황에서는 독을 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을 벌기 위해 윤아름은 운전기사를 속였다.말을 끝내자마자 윤아름은 차에서 뛰쳐나와 사람이 많은 식당으로 달려갔다. 운전기사는 핏기없는 원진우를 보며 윤아름이 너무도 잔인하다고 생각했다.‘남자는 사랑에 휘말리면 이렇게 멍청해지는 걸까? 심지어 평소에 그렇게 똑똑한 가주님마저 애인에게 속아 넘어가다니...’하지만 운전기사는 안심했다.원진우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윤아름이 오늘 무슨 일을 벌일지 이미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기사는 원진우가 왜 이런 고통을 굳이 감수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다 예측하고 있었다면 왜 사건을 미리 막지 않고 일부러 이런 일을 당하게 놔둔 것일까?부유한 사람들의 생각은 정말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곧 운전기사는 미리 준비한 강력한 주사제를 꺼내 원진우의 팔에 주입했다.
운전기사는 아직 많이 놀란 상태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원진우가 손가락으로 좌석을 톡톡 쳐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가주님.”운전기사가 얼른 약상자를 꺼내 안에서 찾은 붕대로 원진우의 손을 섬세하게 감싸줬다.원진우는 운전기사가 너무 늘청거리자 아예 붕대를 앗아가더니 아무렇게나 손을 둘둘 말고 붕대를 북 찢더니 다시 일정한 길이를 잘라내 목에 감았다.원진우에게 이렇게 작은 상처는 상처에도 속하지 못했지만 윤아름이 찌른 상처였기에 그래도 조금은 아팠다.실망에서 온 아픔이었다. 원진우는 정말 윤아름에게 너무 실망이었다....도망 나온 윤아름은 바로 사람이 많은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온몸에 피가 묻은 채 초라한 모습으로 말이다.“살려주세요. 신고 좀 해주세요.”점주는 중년 여성이었는데 윤아름이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걸 보고 얼른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점주는 현지인이었기에 표준어를 사용하지 못했지만 간단한 외국어는 할 수 있어 윤아름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윤아름은 나쁜 사람이 자기를 납치하려 하니 얼른 신고 좀 해달라고 했다.점주는 일단 윤아름을 다독여주더니 얼른 핸드폰을 가져와 건네줬다.윤아름은 현지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경찰서에서 주소를 요구하자 점주는 친절하게 여기가 어딘지 알려주기까지 했다.윤아름이 알아듣지 못하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점주가 입을 열려는 데 갑자기 가게 안이 소란스러워졌다.큰 체구를 가진 남자가 문 앞을 가리자 가게 안으로 들어오던 빛을 전부 막아버렸다.하지만 더 큰 소란을 일으킨 건 남자의 행색이었다. 몸은 피를 뒤집어쓴 것처럼 피투성이였고 반반한 곳이라고는 얼굴밖에 없었다.윤아름은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원진우가 이렇게 빨리 깨어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쇠갈고리도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남자는 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손바닥에 뚫린 구멍이 너무 컸고 제때 처리하지 않아 붕대를 감아도 전혀 지혈할 수가 없었다.“아름아, 이제 집에 가야지.”원진우가 안
게다가 원진우가 타고 온 차의 번호판도 오만하게 올블랙이었다. 올블랙 번호판은 군부대에서만 쓸 수 있었다.누가 뭐래도 천민들이 북안도에서 세력이 제일 센 사람의 일에 관여할 수는 없었다.윤아름은 절망했다.식당에 30명이 넘는 사람이 있었지만 다들 차갑게 이 ‘사냥’을 지켜보기만 했다.윤아름에게 믿을 구석이라고는 이제 그녀 자신밖에 없었다. 하여 옆에 놓인 의자를 들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원진우에게 던졌다. 원진우가 의자를 피하는 틈을 타 옆으로 도망가려 했다.그렇게 원진우를 지나치려는데 원진우는 이미 민첩하게 의자를 피하고 윤아름의 머리채를 꽉 움켜잡더니 힘껏 당겼다.“아악.”원진우의 손에 머리를 잡힌 윤아름은 테이블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피가 철철 흘렀다.원진우가 반쯤 몸을 숙이더니 기다란 손가락으로 윤아름의 이마에 묻은 피를 닦아내더니 변태처럼 피가 묻은 손을 입에 넣고 천천히 빨아먹기 시작했다.“아름아, 왜 자꾸 실망하게 만들어.”원진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윤아름은 남자의 행동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는 토하기 시작했다.“웩. 웩. 웩.”하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은 터라 위액만 뱉어냈다. 위가 마치 불로 지지는 것처럼 아팠다. 앞에 앉아 있는 악마도, 그리고 이런 상황을 차갑게 외면하는 사람도 너무 역겨웠다.원진우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병아리를 잡듯 윤아름의 뒷덜미를 잡은 채 손쉽게 밖으로 걸어갔다.윤아름은 얼굴에 피범벅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테이블 다리를 부둥켜안은 채 남자를 따라가지 않겠다고 버텼다.원진우는 인내심이 크지 않았기에 윤아름의 다리를 잡아 바깥쪽으로 당겼다.윤아름의 두 손이 바닥에 쓸려 끌려간 자리에 핏자국이 그대로 남았다.윤아름은 다시 잡혀가기 싫었다. 만약 이번에 다시 잡혀간다면 영영 바깥세상을 구경하지 못할 것이다. 하여 온 힘을 다해 바닥을 짚고 버텼고 그러면서 손톱이 다 뜯어져 너덜너덜한 게 너무 불쌍했다.윤아름이 갈라진 목소리로 구조 요
눈을 떠봐도 앞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어둠이었다. 이에 윤아름은 부모님이 차 사고가 났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갑자기 닥친 슬픔에 스트레스성 실명에 걸렸다. 앞이 보이지 않는 나날은 윤아름에게 잊을 수 없는 악몽이 되었다.“... 아악.”잠깐 침묵하던 윤아름이 겁에 질린 듯 소리를 질렀다. 목소리는 갈라질 대로 갈라져 있었고 성대가 불에 그을린 것처럼 너무 아팠다. 게다가 아까 억지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더 화끈거렸다.아까 식당에서 목이 나갈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 성대를 상한 건지 소리를 낼 때마다 너무 아팠다.하지만 윤아름은 지금 너무 무서웠다. 눈이 멀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악몽의 심연으로 빠지는 게 두려웠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윤아름은 의자에 묶인 채 바닥으로 넘어졌다.팔이 딱딱한 바닥에 부딪혀 부러질 듯 아팠고 몸이 마비된 것처럼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반신불수가 딱 이런 상태일 것 같았다.이때 누군가가 큰 손으로 그녀를 일으켰다. 그는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눈을 가렸던 띠를 풀었다. 윤아름은 그제야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다.눈앞에 보이는 남자는 샹들리에의 빛을 받아 온몸이 반짝반짝 빛나는 게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해 보였지만 윤아름은 그런 남자의 모습이 우스울 뿐이었다.가면, 다 가면이었다.“느낌은 어때?”원진우는 뻔히 알면서 일부러 이렇게 물었다. 윤아름에게 그 기억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면서 마치 자선가처럼 웃으며 느낌이 어떠냐고 묻고 있으니 말이다.윤아름은 빠득빠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꽉 악물었다. 원진우의 살을 가르고 뼈를 발라내고 싶은 기분이었다.“그건 내가 해야 하는 질문 아니야?”윤아름이 이를 갈더니 말했다.“내 부모님을 죽인 사실을 영원히 잊지 말라고 이러는 거야?”윤아름이 비아냥댔다.“이러지 않아도 기억해. 부모님을 죽인 사람인데 평생 못 잊지.”윤아름은 오랫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하느라 참아왔던 울분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이제는 눈치
윤아름은 색이 바랜 보고서를 읽어봤다. 의사 사인란에는 기성주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기성주는 윤씨 가문에서 쓰던 가정 주치의는 맞았지만 이 보고서의 진위는 확인하기 어려웠다.원진우는 색이 바랜 편지지를 내밀며 말했다.“너희 아버님이 남긴 유언이야.”“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너에게 줄 편지를 쓰기 시작하셨어. 일이 터지기 전에 18통의 편지를 남겼더라.”윤아름이 떨리는 손으로 편지지를 열었다. 필적을 보아하니 아버지가 남긴 편지가 맞았다.한마디 한마디에 윤아름에 대한 미련과 걱정이 담겨 있었다. 건강에 대한 걱정보다는 그들이 떠난 후 아끼는 딸이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혹시나 딸이 괴롭힘을 당하는 건 아닌지를 더 걱정했다.모든 편지를 다 읽은 윤아름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슬픔에 사로잡혀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원진우는 윤아름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비아냥거렸다.“사실 부모님이 죽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해. 적어도 너희 어머니는 죽을 때까지 암에 걸렸다는 거 몰랐으니까.”윤아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앞에 앉은 남자를 바라봤다.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 같았다.“부모님을 죽인 게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라고? 내가 고맙다고 해야 해?”원진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아니면? 생사가 이미 결정된 사람들인데 생이별을 겪으면서 영원히 고통스러워할 바에는 차라리 그렇게 떠나는 게 낫지 않아? 내가 너 도와준 거라니까.”“아악...”윤아름은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 부모님을 해친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였다.애초에 이 남자와 거리를 두었다면 이 남자가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부모님을 죽일 일도 없었을 것이다.부모님이 정말 암에 걸렸다 해도 이 남자만 아니었다면 작별할 시간 정도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시간에 함께 하고 싶었던 걸 할 수 있었을 테고 갑작스럽게 생이별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아무 말도 남기지 못했는데 아쉬움만 남았으니 평생 너무 안타까웠다.“아름아, 넌 너무 나약해.”
원진우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더니 조용히 윤아름의 두려워하는 모습을 만끽했다. 윤아름이 단단히 겁을 먹어야만 다시 도망갈 엄두를 못 낼거라고 생각했다.윤아름은 원진우가 꺼낸 블루 하트 얘기와 진우희의 찢어진 입을 보며 뭔가 알아챘다.순간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윤아름은 더는 참지 못하고 위액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심지어 피도 섞여 있었다.하지만 원진우의 징벌은 끝나지 않았다. 원진우는 육체적인 벌보다 마음의 벌이 더 잊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다.원진우가 원하는 것도 윤아름이 오늘을 영원히 기억하고 다시는 배신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었다.원진우는 다소 차가워 보이는 얇은 입술로 차갑게 말했다.“곽경천? 아들이지? 아껴준 보람이 있더라? 진우희를 찾아내면 뭐 해. 그때는 진우희가 이미 죽고 없는데.”“건드리지 마.”윤아름이 미친 것처럼 원진우에게 달려들어 그의 멱살을 잡고 큰 소리로 말했다.“건드리면 내가 당신 죽일 거야.”하지만 윤아름은 이내 원진우에 의해 바닥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원진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잔인한 말을 이어갔다.“진우희를 찾느라 총알을 맞았나?”“...”윤아름은 소리를 지르려 해도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믿어왔던 신념이 무너지는 걸 느꼈다.암에 걸린 부모님도 원진우 손에 죽었고 그녀를 위해 정보를 전달하려던 진우희도 죽었고 그녀를 찾으러 다니던 곽경천도 총알을 맞고 생사를 알 수 없었다.그녀가 사랑하는 사람과 그녀를 도우려고 했던 사람들이 당하지 않아도 될 불행을 당한 것이다.구슬을 품은 것이 그 죄라는 말을 알 것 같았다. 그들이 이런 일을 당한 건 다 윤아름 때문이었다.윤아름은 몸을 천천히 웅크리기 시작했다. 그래야만 찢어질 듯한 마음의 고통이 살짝 줄어들 것 같았다. 하지만 고통은 전혀 달래지지 않았다. 그 고통은 다름 아닌 자신을 향한 원망에서 온 것이었다.윤아름은 다른 사람에게 불행만 가져다주는 자신이 이 세상에 더는 존재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