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원진우에 대해서 윤아름은 절대 입 밖에 내지 않았다.그를 언급하는 순간,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원진우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하지만 진우희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스스로 똑똑하다 생각하고 있었다.그녀는 원진우와 윤아름의 관계를 추측하며 윤아름이 원진우를 몹시 미워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원진우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말들이 윤아름의 입에서 나오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가주님, 목걸이 돌려드릴게요.”진우희는 목에 걸린 블루하트를 풀며 원진우에게 돌려주려 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었다.‘건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돌려줘야 한다니... 너무 아쉽네.’원진우는 그녀의 느릿느릿한 동작을 보며 옅게 미소 지었다.“마음에 들면 그냥 가져.”이 말에 진우희는 온몸이 얼어붙었다.“그 말씀은... 제게 준다는 말씀이십니까?”“응.”원진우는 짧게 대답했다.입술을 달싹였지만 진우희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기쁨으로 가득했다.‘내가 제대로 맞췄놔 봐! 가주님께선 분명 나한테 마음이 약간 있는 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값비싼 목걸이도 주지!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바람 안 피는 남자는 없잖아?’북안도는 원래 관습이 개방적인 나라였는데 남자들은 천민이 아닌 이상 많은 아내를 둘 수 있었다.‘가주님께서 아무리 사모님을 좋아한다 해도 가끔은 색다른 게 끌릴 때도 있을 거야. 외모에서는 내가 사모님께 뒤처질지 몰라도... 나한테도 분명한 장점은 있어.’그것은 바로 젊음이었다!젊음은 그녀의 가장 큰 무기였다.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윤아름은 이미 마흔이 넘은 여성이었다. 그 나이에 이르면 아무리 관리해도 어떤 부분은 더 이상 탄탄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진우희는 달랐다.그녀는 젊었고 사적인 부분도 철저하게 관리해왔다.부유한 남자를 사로잡기 위해 준비해 온 것이다. 탄탄함은 남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이
원진우는 손을 거두고 다시 냉정한 자세로 돌아갔지만 눈 속에 깃든 흥분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이 블루하트 목걸이가 그렇게 좋다면 차라리 이걸 먹어서 너랑 하나가 되게 하는 게 낫지 않겠어?”진우희는 원진우의 말을 믿지 않았고 그저 농담으로 치부하고 있었다.그녀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가주님, 농담하지 마세요. 이렇게 비싼 목걸이를 제가 먹을 수는 없죠.”사실 속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이렇게 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삼키는 건 금을 삼키는 거랑 뭐가 달라? 아마 목에 삼키기도 전에 숨이 끊어질 거야.’그녀는 원진우가 농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다시 용기를 내어 뻔뻔한 얼굴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기쁘게 해주려 했다.“가주님, 저 정말 잘할 수 있어요. 한 번만 믿어 보세요...”얼굴은 붉어졌고 진우희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원진우는 나쁜 남자의 매력을 가진 사람이었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그 치명적인 매력에 진우희는 흠뻑 빠져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남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순간, 갑자기 원진우가 그녀의 턱을 거칠게 움켜잡았다.“툭!”얇게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몇백 억대의 가치를 자랑하는 블루하트 목걸이가 남자의 손에 의해 그대로 끊어지고 만 것이다.“아...”진우희는 비명을 질렀다.목걸이의 다이아몬드 연결부가 그대로 끊어지는 것을 보고 그녀는 가슴이 찢어질 듯한 아쉬움을 느꼈다.이건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목걸이였다. 그런데 이렇게 끊어지니 정말 아깝기 짝이 없었다.더구나 이 목걸이의 공예는 한 번에 완성된 것이었기 때문에 수리도 어려울 것이며 수리 후에도 그 흔적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었다.결국 그 가치도 크게 떨어질 것이었다.“가주님, 이건...”뒤이어 진우희가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 남자는 힘을 주어 그녀의 턱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결국 입이 강제로 벌어진 상태에서 진우희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읍... 읍읍...”진우희는 남자의 또 다른 인격이 드러난 듯한 잔인한 모습에 두려워하며
그 아파트 문을 나서자마자 비서는 소독용 물티슈를 건넸다.원진우는 이미 손을 씻었지만 그곳의 물조차 더럽게 느껴졌다.손을 닦은 후, 별다른 지시가 없어도 비서는 두 명의 사람을 데리고 들어가 현장을 처리했다.원진우는 차 안에 앉아 시가를 하나 피웠다.한 대를 다 피우기도 전에 비서는 커다란 가방을 들고 나왔고 그 집은 완전히 정리된 상태였다.북안도에는 또 하나의 국외 도피자가 생겼다.하지만 진우희 같은 천민 출신의 사람은 실종된다고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설령 가족이 신고하러 간다고 해도 그저 국외 도피로 처리될 뿐이었다.북안도에서는 주민이 국외로 떠나려면 상당한 금액의 이탈 비용을 납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모두 도망자로 취급되었다.이 비용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천문학적인 액수에 가깝다.이러한 조치는 북안도의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그렇지 않다면 북안도의 형편없는 정치 상황 때문에 평민과 천민 모두 도망쳤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권력자들을 돌볼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태어나서 세대를 거쳐도 이 돈을 모으지 못해 죽을 때까지 북안도를 떠날 수 없었다.비서는 원진우의 허락을 받은 후, 커다란 가방을 실은 밀폐된 트럭을 몰고 자리를 떠났다.그때쯤 시가도 다 타버리자 원진우는 손을 흔들어 운전 기사에게 차를 출발하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렇게 차가 막 출발하려던 순간, 그는 공원 앞에 조용히 주차된 검은색 고급 차량을 발견했다.조수석에 있던 정장 차림의 남자가 서둘러 뒷좌석 문을 열어주자 윤이 나는 검은 가죽 구두 한 쌍이 땅에 닿았다.곧 뒷좌석에 앉은 남자의 옆모습이 드러났고 원진우는 그 모습을 정확히 알아차렸다. 그 남자는 곽경천이었다.원진우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윤아름의 가짜 아들치고는 꽤 유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결국 진우희의 행적을 이렇게까지 추적해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 역시 5분 정도 늦었을 뿐이었다. 진우희의 성격상, 만약 그가 조금이라도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 모든 것을 털어놓았을 게
곽경천이 돌아온 것이었다.하지만 그는 직접 걸어서가 아니라 비서인 도지훈에게 들려서 돌아왔다.윤혜인은 그를 보자마자 달려갔다.곧 곽경천의 창백한 얼굴과 하얗게 질린 입술을 보고 그녀의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다.“오빠, 오빠, 어떻게 된 거야?”하지만 곽경천은 눈을 감고 대답하지 않았다.윤혜인의 시선이 곽경천의 어깨로 옮겨졌다. 피가 흥건하게 번진 그의 어깨는 명백히 총상을 당한 것으로 보였다.곧이어 배남준도 뒤따라 들어왔는데 의사들과 함께였다. 그는 도지훈에게 곽경천을 아래층 손님방으로 옮겨 바로 수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이런 상황에 능통한 배남준 덕에 방은 즉석에서라도 이내 임시 수술실로 바뀔 수 있었다.비위생적이거나 감염될 위험은 전혀 없었다.윤혜인은 닫힌 방 문을 바라보며 가슴을 움켜잡고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로 배남준에게 물었다“남준 오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오빠는 분명히 점심에 멀쩡히 나갔는데... 왜 이렇게 심하게 다쳐서 돌아온 거지?’배남준은 윤혜인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바로 대답하지 않고 먼저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그러고는 천천히 윤혜인을 안정시킨 후에야 입을 열었다.“경천이가 그 의사 집에 가봤는데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어. 사람도 없었다고. 그렇게 한창 경천이가 집을 뒤집어 보고 철수하려던 순간... 도둑이랑 마주쳐서 싸움이 벌어졌어.”“도둑이라니...”윤혜인은 그런 우연을 믿을 수 없었다. 북안도에서 꽤 오래 머물렀던 그녀는 이곳의 풍습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보통의 경우 평민들은 권력자에게 함부로 손대지 않는다. 외지에서 온 귀빈에게도 감히 손을 대지 못한다.곽경천의 차림새나 타고 다니는 차량만 봐도 그는 값비싼 사람임이 분명한데 그런 도둑이 감히 그를 공격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았다.윤혜인은 목이 메인 채로 말했다.“믿을 수 없어요. 솔직히 말해봐요. 누군가 오빠를 암살하려고 한 거죠?”겨우 윤아름에 대한 단서를 찾았는데 곽경천이 이렇게 큰 부상을 입었으니 이것
의사의 말을 들은 후, 윤혜인은 조금 안심했다.방에 들어가 보니 곽경천은 여전히 깨어나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옆에 있는 모니터에 곽경천의 각종 생체 신호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표시되어 있어 그녀의 불안한 마음도 조금은 가라앉았다.그녀가 잠시 옆에 앉아 곁을 지키고 있을 때, 배남준이 들어와 말했다.“저녁 좀 먹고 와. 조금 이따 다시 와서 한 시간 정도 더 보고 그다음엔 쉬어.”만약 시간을 정해주지 않으면 윤혜인은 아마 밤늦게까지 곁을 떠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임신 중인 그녀가 밤을 새며 걱정하는 것은 몸에 해로웠다.하지만 윤혜인의 표정은 영 떠나고 싶지 않아 하는 표정이었다.그리고 그 마음을 알아차린 배남준은 이내 윤혜인을 다독였다.“여기엔 나도 있고 간병인들도 있으니까 걱정 마. 24시간 동안 절대 혼자 두지 않을 테니까. 지금 네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건 너 자신이야. 나중에 경천이가 깨어나서 네 상태를 보고 걱정하지 않게 말이야.”윤혜인은 배남준이 자신을 위해 하는 말이라는 걸 알았기에 순순히 일어나 저녁을 먹으러 갔다.식욕은 없었지만 임신 후기에 접어든 아기들을 위해 영양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억지로라도 조금 더 먹으려 애썼다.식사 중에 윤혜인은 배남준에게 물었다.“남준 오빠, 그 약을 산 여자의 배후는 정리됐어요?”그 여자가 사라진 이상, 그녀의 배후 관계를 파악해 단서를 찾아야 했다.배남준은 답했다.“그 진우희라는 여자는 원씨 가문의 개인 주치의야. 동시에 외부에서도 개인적으로 일을 받곤 했어.”사적으로 일을 받을 때마다 높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아 겉보기에 진우희는 돈을 꽤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였다.“원씨 가문이요?”윤혜인은 잠시 의아해하며 물었다.“남준 오빠, 그 원씨 가문이 설마 원지민의 삼촌인 원진우의 집이에요?”배남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바로 지난번 결혼식에서 봤던 그 남자.”그 남자의 독수리 같은 날카로운 눈빛이 떠오르자 윤혜인의 마음에는 다시 불안감이 엄습해왔
이러한 이해관계를 배남준이 굳이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윤혜인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저녁을 먹고 나서도 윤혜인은 곽경천의 곁을 조금 더 지켰다.곽경천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마취의 영향이 가시지 않은 듯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시간이 되자 배남준이 윤혜인을 재촉했다.임신 중에는 충분히 쉬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윤혜인도 억지로라도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배남준이 곽경천의 곁을 지키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방으로 돌아왔지만 윤혜인은 잠이 오지 않았다.그렇게 평소처럼 스마트폰을 켜고 오디오북을 틀어놓고 잠을 청하려 했는데 실수로 뉴스 앱을 열어버렸다.바로 첫 페이지에 뜬 뉴스는 이선 그룹 대표가 여러 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는 모습이 포착되었다는 내용이었다.이선 그룹의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곧 이선 그룹은 성명을 발표해 대표가 단순히 수면 장애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경영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히며 이준혁 대표와 이신우 임시 대표의 지도 아래 이선 그룹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언론은 더 이상 추측성 보도를 삼가고 생산 상황에만 집중해 달라고 요청했다.뉴스 화면에 스치듯 보이는 병원에서의 이준혁의 모습은 많이 수척해 보였다.원래도 뚜렷했던 그의 턱선은 더 선명해졌고 몸이 한층 더 말라 있는 듯했다.그러나 병색은 조금 나아 보였다. 그가 적극적으로 재활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에 윤혜인은 조금 안도했다.만약 이준혁의 다리가 평생 낫지 않는다면 윤혜인은 평생 그것이 마음에 걸려 안심하지 못할 것이다...윤아름이 옷을 다 입고 나자 원진우가 방으로 들어왔다.그는 오늘 다크 레드 벨벳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그 덕에 우아하면서도 품격 있는 분위기를 풍겼다.얼굴에도 평소의 차가운 기운은 없고 약간의 미소가 감돌며 무언가 기쁜 일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오늘 윤아름은 높은 목의 니트 스웨터에 모피 코트를 걸치고 목에는 또 다른 핑크 사파이어 목걸이를 매치했다.원진우는 그 핑크
원진우는 일부러 신비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윤아름은 마음속에서는 그제야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원진우의 호의를 믿는 건 잘못된 판단이었다. 그가 이유 없이 자신을 데리고 나왔을 리가 없었다.그녀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창문을 열고 도망치려 계획했으나 차는 점점 더 황량한 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주위에 아무도 없었고 뛰어내린다고 해도 도움을 구할 사람은커녕 도망갈 곳조차 없었다.윤아름은 일부러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밥 먹으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난 가까운 곳인 줄 알고 아침도 안 먹고 나왔어. 근데 왜 이렇게 오래 차를 타야 해?”그러자 원진우는 다정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멀지 않아. 곧 도착해.”윤아름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손을 뻗어 창문을 열려고 했지만 창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창문이 잠겨 있는 것이었다.이 차 안의 모든 것이 그녀를 감시하고 있었다.마치 예전에 별장에서 빠져나오려고 온갖 방법을 시도했지만 결국 도망치지 못했을 때처럼 말이다.윤혜인은 발코니에 앉아 원진우의 시선을 받으며 단호하게 뛰어내렸다.자유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걸 수 있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발코니 아래는 원진우가 미리 준비한 부드러운 흙으로 바뀌어 있었고 뛰어내린 그녀는 죽지 않고 그저 긴 시간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그리고 지금 다시 깨어났다.그 감옥에 갇힌 듯한 숨 막히는 감각은 마치 깊은 바닷속의 물처럼 그녀를 꽉 감싸고 있었다.윤아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기억을 잃은 사람처럼 행동해야 했으니 감정을 드러내거나 분노할 수 없었다.“바람 좀 쐬고 싶어.”윤아름이 말했다.그러자 원진우는 다정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차가 달릴 땐 바깥바람이 차가워서 감기에 걸릴 수도 있어.”윤아름의 입술은 하얗게 질려있었다.“바람 쐬는 것조차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어?”원진우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윤아름, 또 무슨
윤아름이 진우희를 진짜 보고 싶어 했을 리가 없다.그녀는 원진우가 의심할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차를 돌리는 것은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새로 가는 길에 몇 대의 차가 지나가는 것으로 보아 이는 완전히 사람 없는 곳은 아니라는 뜻이었다.윤아름은 창밖을 쓱 훑어보더니 갑자기 날카로운 포크를 꺼내 원진우의 목에 겨누며 운전기사를 위협했다.“차 세워!”포크 끝은 이미 갈아져서 매우 날카로웠고 살짝 닿기만 했을 뿐인데 원진우의 목에서 피가 흘렀다.운전기사는 깜짝 놀라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더니 차를 멈춰 세웠다.하지만 포크는 큰 충격으로 인해 더 깊숙이 박혀버렸다.순간 상처에서 얇은 핏줄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붉은 피가 윤아름의 얼굴에까지 튀어 오르며 무서운 광경을 연출했다.“사모님,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운전기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문 열어!”윤아름이 단호하게 명령했다.하지만 운전사는 눈길을 원진우에게 돌릴 뿐 감히 마음대로 문을 열지 못했다.그러자 윤아름은 포크를 더 깊숙이 찔러 넣었다. 이제 얇은 핏줄기는 조금 더 굵어져 상황이 더 위험해 보였다.그러나 정작 원진우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마치 날카로운 무기에 전혀 위협받고 있지 않은 사람처럼, 그는 아주 평온하게 물었다.“윤아름, 정말 여기서 내리겠다고?”윤아름은 당연히 떠나고 싶었다.여기 근처는 작은 상가가 있었고 차에서 내리기만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주위에 상점도 많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원진우가 아무리 날뛰어도 사람 많은 곳에서 그녀를 잡아갈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그가 무슨 일을 벌이더라도 북안도의 법 집행부에 가서 해결하면 되는 일이었다.윤아름의 마음속에는 단 하나의 목적만이 있었다.법 집행부에 도착하면 배씨 가문과 연락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딸을 만날 수 있을 것 말이다.그리고 그 순간부터 원진우의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증오로 가득 찬 눈빛을 윤아름은 더 이상 숨길 필요도
컵을 받아 물을 마신 육경한은 이내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컵을 내려놓자 소원이 말했다.“그럼 밥 먹어. 난 갈게.”육경한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소원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나가려 했다.문 앞까지 왔을 때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육경한이 침대에서 떨어졌다.키가 188cm인 남자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바닥에 넘어져 있으니 매우 허약해 보였다.소원은 급히 가서 육경한을 부축했다.“일어날 수 있겠어?”소원은 갑자기 허약해진 육경한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침대에 있던 사람이 왜 갑자기 바닥에 떨어지냐 말이다.이내 육경한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아파.”이 말을 들은 소원은 순간 육경한이 꾀병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색을 보면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관자놀이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상처 난 등이 촉촉한 것을 보니 아마도 상처가 다시 터진 것 같았다.황산에 의한 상처는 피가 아니라 고름이 나오기에 소원은 상처가 터졌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날 육경한이 망설임 없이 뛰어든 것을 생각하니 차마 모른 척할 수는 없었기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힘주지 마. 날 잡아. 조심하고.”소원의 팔에 기댄 육경한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오랜만에 가까워진 두 사람의 거리에 육경한은 심장이 졸깃했다. 소원의 몸에서는 여전히 은은한 향기가 났다. 그 냄새는 마치 약처럼 아픔을 잊게 했다.육경한을 다시 침대에 눕힌 소원은 침대 높이를 조절해 그가 더 편안하게 앉을 수 있게 했다.모든 것을 마친 후 소원이 돌아서자 육경한은 그녀가 또 떠날까 봐 급히 말했다.“소원아, 나 배고파.”순간 소원은 조금 전 넘어진 것이 진짜로 고의는 아니었는지 의심하게 되었다. 조금 전 넘어지면서 손을 다쳐 밥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간병인은 어디 갔어?”“간병인 없어. 평소에 황진수가 도와줘.”육경한의 말에 소원이 짜증 내며 한마디 했다.“왜 간병인을 안
연기가 제법인 황진수는 진짜로 배가 아픈 척했고 심지어 자신의 혀를 깨물어 얼굴이 하얗게 질렸으며 이마에 땀까지 흘렸다.순간 멍해진 소원이 한마디 물었다.“왜 그래요? 의사를 부를까요?”황진수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아니요. 화장실 갔다 오면 될 것 같아요. 이것 좀...”그는 손에 들고 있던 죽을 높이 들었다. 혹시라도 소원이 받지 않을까 봐 일부러 그녀의 손에 쥐여 주기까지 했다.“소원 씨, 이것 좀 부탁드릴게요. 육 대표님에게 전해주세요. 의사가 염증이 생길 수 있으니 지금 차가운 걸 먹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황진수는 말을 마친 뒤 재빨리 사라졌다.죽을 들고 좌우를 둘러보던 소원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육경한이 있는 VIP층으로 향했다.문 앞에 도착한 소원은 죽을 경호원에게 넘겨주려고 했지만 육경한 병실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사실 조금 전 황진수는 그녀와 육 대표를 만나게 하기 위해 경호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바로 철수하라고 했다.소원이 문을 두드리자 방안에서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와.”소원이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보고서를 보고 있는 육경한은 소원이 들어온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는 황진수인 줄 알고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그냥 거기에 둬.”테이블 위에 놓여진 손도 대지 않은 음식과 손에 든 죽을 번갈아 본 소원은 육경한이 갑자기 죽을 먹고 싶어서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다만 이 죽 가게가... 왠지 모르게 익숙했다. 어제 샀던 죽 가게와 이름이 비슷한 것 같았다.하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손에 든 죽을 놓은 소원은 육경한이 여전히 그녀를 알아채지 못하자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육경한이 고개를 들더니 의아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소원?”소원이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황 비서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나더러 대신 갖다 주라고 했어.”육경한이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나를 보러 온 줄 알았네.”약간 서운함이 담긴 말투에 소원은 이왕 온 김에 몇 마디 안부는 주고받아야
사생아가 많은 방현수는 여자아이인 방민아 하나쯤은 포기할 수 있었다.그리고 방민기는 이미 판결이 났고 방씨 가문이 아무리 인맥이 넓다고 해도 여론이 너무 떠들썩했기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그 일 이후, 방현수의 정신력도 예전 같지 않았다. 가장 기대하던 두 아이가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으니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었다.방민아는 아마도 방현수의 비밀을 쥐고 있기 때문에 방현수가 돈과 힘을 들여 그녀를 빼내려고 하는 것이다.자신의 추측을 말한 황진수가 한마디 보탰다.“방민아 씨가 역시 보통내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방현수의 마음도 바꾸고요.”육경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방민아가 나오면 소원은 그녀의 첫 번째 타겟이 될 것이다. 여자들 사이의 질투가 얼마나 무서운지 욱경한은 잘 알고 있었다.육경한이 황진수에게 말했다.“방씨 가문의 움직임을 주시해 봐. 그리고 방민아가 나오면 반드시 24시간 내내 감시하여 소원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해.”황진수가 말했다.“알겠습니다.”육경한이 또 물었다.“진아연 쪽은 어때, 소식이 있어?”진아연이 또 도망쳤다. 지난번 병원에서 목숨을 건진 후 몸이 나아지자 간호사가 한눈을 판 사이 몰래 빠져나갔다.아마도 육경한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았다.그래서 육경한이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까 걱정되어 기회를 잡아 도망친 것이다.하지만 소원의 아버지 일도 그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육경한은 그녀에게 확실히 물어봐야 했다.이때 황진수가 말했다.“아직 조사 중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서울을 벗어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각 출입국 사무소에 다 물어봤지만 아직 다른 데로 갔다는 소식은 없습니다.”육경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긴장을 놓치면 안 돼. 진아연이 분명 무언가를 알고 있을 거야.”황진수가 알겠다고 하자 육경한도 조금 지쳤는지 한마디 했다.“이만 나가 봐.”황진수는 집사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요리를 육경한이 한 입도 먹지 않은 것을 보고 한마디 말했다.“육 대표님, 입에 맞지 않아서 안
병실 밖에 있던 황진수는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들었다.감정적 가치라니? 대체 무슨 말인가! 이지애는 가스라이팅에 정말 능숙했다.육경한에게서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한다면 그녀가 과연 육경한을 걱정하는 척하며 그런 감정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었을까?그렇게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도 만족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탐욕스러워지다니...솔직히 말해서 먼 친척이 가까운 이웃만 못 한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다.황진수가 소리 지르는 이지애를 끌어내어 경호원들에게 넘기자 이지애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감히 나를 이렇게 대하다니! 내가 육경한의 누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오늘 나를 무례하게 대한 일, 나중에 분명 후회할 때가 있을 거야.”황진수는 냉정하게 말했다.“여사님, 더 이상 자신을 육 대표의 누나라고 말하지 마세요. 그저 사촌 누나일 뿐인데 왜 항상 ‘사촌’이라는 말을 잊으시는 건가요? 밖에서 본인을 육 대표의 친누나라고 말하며 사기를 치다 보니 입에 붙어서 못 고치는 건가요?”황진수는 이지애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자신이 육경한의 누나라는 명목으로 많은 회사 대표들에게서 이익을 취했다. 또 육경한과도 자주 만났기에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를 진짜로 육 대표의 누나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법, 이지애는 결국 자업자득의 꼴이 되었다.이지애가 분노하며 말했다.“너 같은 놈은 평생 이 꼴로 살 거야. 개는 사람을 구분하지 못해. 잘 들어, 경한이는 마음이 진정되면 다시 나를 누나로 생각할 거야. 그때면 널 첫 번째로 해고할 테니 두고 봐!”“그래요. 기다리고 있을게요.”황진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 정말!”이제 육경한이 그녀의 뒤를 봐주지 않으니 황진수도 당당하게 억지를 부리는 이지애를 무시하며 바로 경호원들에게 말했다.“데려가세요. 앞으로 육 대표 주위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세요.”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지애는 욕을 하면서 문을 잡고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그런데 이때 누군가가 찾아와 이지애를 보더니 통
하지만 쉽게 인정할 이지애가 아니었다. 그녀는 도리어 육경한을 비난하며 말했다.“경한아, 우리 모녀를 돕지 않는 것까지는 뭐라고 하지 않겠지만 나를 모함하면 안 되지. 나는 너희 집에 빚진 게 없어. 네가 그 여자를 좋아하는 것을 알아. 그래서 그 여자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여자를 위해 우리 연주를 희생시키면 안 돼. 너도 어릴 때부터 연주를 봐왔었잖니? 그런데 진짜로 감옥에 들어가 고통받는 것을 지켜볼 거야?”이지애는 말을 빙빙 돌리며 돈을 빌린 것을 일절 말하지 않았다. 다시 육경한의 탓을 하는 이지애는 교활하기 짝이 없었다.육경한이 말했다.“누나, 사실 이 돈은 조사하려고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조사할 수 있어요. 그때 개업한 미용원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우리 엄마 돈으로 한 거잖아요. 누나, 내가 정말로 모를 거라고 생각해요?”육경한의 말에 이지애는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어 일부러 불쌍한 척하며 말했다.“경한아, 그때 미용원을 연 것은 네 엄마의 뜻이었어. 나는 단지 네 엄마를 도운 것뿐이야. 나중에 네 엄마가 돌아가시고 너도 큰 충격을 받았잖아. 그때 미용원도 파산 직전이었어. 그때는 네가 이 난장판을 처리할 겨를이 없어서 내가 대신 맡은 거야. 나는 좋은 마음으로 이렇게 한 것인데 너는 어떻게 나를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니?”이지애의 임기응변 능력은 진짜로 일반인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것 같았다.하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그녀의 이런 말에 속았을지 몰라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가지 일을 겪은 육경한은 이지애의 말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사람은 역시 욕심에 눈이 먼 동물이었다.이지애의 현재 모습은 정말 탐욕스러웠다.하지만 이해관계를 잘 파악하고 있는 이지애는 육경한의 도움이 있어야만 육연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억울한 얼굴로 계속 말했다.“경한아, 미용원을 돌려받고 싶으면 바로 줄게. 내가 여러 해 동안 운영해 왔지만 사실 다 네 엄마를 대신해서 한 거야
“경한아, 누나가 예전에 너에게 얼마나 잘해줬는지 잊은 것은 아니지? 그때 너에게 돈을 준 것 때문에 네 형부가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너는 몰라. 그 자식이 죽을 때까지도 내가 친정에 돈을 준 일을 잊지 않고 있었어...”이지애가 끊임없이 과거의 일들을 들먹였지만 육경한은 그런 그녀가 단지 시끄럽다고 느껴졌다.원래부터 가족에 대한 정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고 게다가 이지애가 그때 돈을 준 이유는 그가 불쌍해서가 아니었다.육경한이 냉정하게 말했다.“누나, 그동안 내가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요. 그때 나에게 몇십만 원을 준 이유가 우리 엄마에게서 4억원을 빌렸기 때문에 아니에요? 우리 엄마가 돌아가신 후 누나는 나를 위로한다는 핑계로 우리 집에 와서 차용증을 찾아내 파기했잖아요.”육경한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을 줄 몰랐던 이지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마음속은 아주 불안했지만 절대 인정할 수 없었기에 급히 부인하며 말했다.“경한아,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는 거야? 내가 언제 네 엄마의 돈을 빌렸다고 그래? 네가 오해하고 있나 본데 내가 비록 잘 살지는 못하지만 그런 일을 할 사람은 절대 아니야!”이 말을 들은 육경한은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육경한이 침묵하자 이지애는 육경한이 일부러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해 웃으며 말했다.“경한아, 넌 생각이 너무 많아. 그런 말은 어디서 들은 거야? 보아하니 일부러 우리 사촌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사람이 말한 것인가 본데 나는 너희 집 돈을 빌리고 안 갚은 적이 없어.”육경한이 말했다.“누나, 아직도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육경한은 이지애에 대한 좋은 감정이 완전히 사라졌다.얼마 전, 집안 하인이 청소를 하면서 다이어리를 하나 발견했다. 펼쳐보니 그 안에 육경한의 엄마가 쓴 채무 리스트가 있었고 그중에 이지애가 육씨 가문에서 4억원을 빌린 내역이 명확히 적혀 있었다. 그것은 육경한의 엄마가 겨우 모은 돈을 빌려준 것이었다.그리고 날짜도 기록되어 있었다. 날짜를 확인해 보니 이지애가 미용원에 투자하여 금방 개
이 말은 육경한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차라리 묻지 말걸... 주석훈은 대체 무슨 친구란 말인가? 단지 몇 번 만난 사이지 않은가? 그런데 어느새 그녀에게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되었단 말인가?육경한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을 발견한 황진수는 급히 말했다.“병원 간호사에게 물어봤더니 소원 씨가 병문안을 잠깐 왔다가 저녁에 바로 갔대요.”무덤덤한 표정을 지은 육경한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황진수도 더 이상 이것과 관련해서는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업무 보고를 계속했다. 그런데 보고를 하던 중 갑자기 불청객이 찾아왔다.육경한의 사촌 누나 이지애가 병문안을 온 것이다.“경한아, 우리 연주 좀 살려줘!”이지애는 육경한과 다툰 적이 없었던 것처럼 들어오자마자 울부짖었다.육경한이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지애는 육경한에게 말을 할 기회도 주지 않고 울부짖었다.“경한아, 오늘 아침에 연주를 보러 갔는데 애가 살이 쏙 빠졌어. 얼굴도 초췌해지고 말이야. 안에서도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지 몸에는 상처투성이야. 안 그래도 괴롭힘을 당한 애인데 또 그런 곳에 들어갔으니 버틸 수 있겠니...”이지애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딸에 대한 애틋함에서 나온 눈물은 진심인 것 같았다.이번에는 육연주의 잘못은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육연주가 얼마나 고생하는지만 말하며 육경한의 동정을 얻으려고 했다.이 일로 육경한도 다쳤기 때문에 오늘 아침 이지애는 육연주를 욕하기도 했다. 건드려야 할 사람은 건드리지 않고 오히려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삼촌을 건드려 병원 신세 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가족에게 폐를 끼쳤을 뿐만 아니라 그 여자 때문에 경찰서까지 끌려갔다.실제 피해자가 육경한이라면 육경한이 합의서를 써주면 육연주는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었다.그렇게 되면 육연주는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된다.하지만 소원의 진술 때문에 육연주는 고의 상해죄로 기소되었다.이 죄는 아주 무거운 죄로 변호사와 상담 후 최소 감옥에 몇 년은 있어야 하며 길면 5년에서 10년까지도 있을 수 있
소원은 순간 멍해졌다.이전까지 유진은 이 내용에 대해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다. 몇 달 더 있다가 유진에게 말하려고 했는데 유진은 이미 알고 있었다.소원이 동화책을 내려놓고 물었다.“유진아, 엄마가 임신한 거 누가 말해줬어?”유진이 말했다.“아줌마가 말해줬어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엄마를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임신했으니 방해하면 안 된다고 아줌마가 그랬어요.”유진이 또 물었다.“임신했다는 것은 엄마 배 안에 또 아기가 생겼다는 거예요?”소원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엄마 배 안에 또 아기가 생긴 거야.”“너무 좋아요.”그녀의 임신을 바로 받아들인 유진은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소원은 유진의 얼굴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엄마는 3개월이 지난 후 너에게 말하려고 했어. 임신한 지 세 달이 되어야 말할 수 있다는 옛날 어르신들의 풍습이 있거든. 그래야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어.”유진이 말했다.“괜찮아요. 엄마, 아기는 분명히 건강하게 태어날 거예요.”소원이 미소를 지었다.“좋아?”“당연히 좋죠. 항상 같이 놀고 싶은 동생이 필요했는데... 동생이 있으면 외롭지 않을 거예요.”“엄마는 너만 행복하면 돼.”소원이 유진을 꼭 안아주자 유진이 말했다.“엄마, 남동생이든 여동생이든 상관없어요. 엄마가 낳은 아기라면 다 좋아요. 나중에 내가 없어도 동생이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까 그러면 나도 안심할 수 있어요.”너무나 순수한 유진의 말에 마음이 아픈 소원은 눈시울이 붉어졌다.“유진아, 네가 왜 없어? 너는 항상 건강하게 있을 거야. 엄마 옆에서 이 아기를 지켜줘야지.”유진이 어른스럽게 말했다.“알겠어요. 엄마, 아기를 꼭 잘 돌볼게요.”유진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던 소원은 녀석이 잠든 것을 확인한 후에야 옆에서 일어났다.그녀는 유진에게 약을 먹일 수 있지만 서현재의 연구 결과로 보면 그 약이 유진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그저 시도해볼 수밖에 없었다.소원은 유진에게 약을
“네.”주석훈은 전화를 끊고 직원증의 사진을 꺼내 그 위에 있는 예쁜 여자를 깊게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사진을 얼굴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수정아, 봤지? 하늘도 나를 도와주는 것 같아. 아니면 네가 나를 돕는 거야?”사진 속의 여자를 보는 주석훈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렸고 눈에는 그리움이 가득했다.이때 주석훈의 가방 안에 있던 또 다른 전화기가 울렸다.번호를 확인한 주석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잠깐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로 공포에 질린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제트 님, 제발 도와주세요...”주석훈이 물었다.“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지?”상대방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저... 외국으로 보내 주세요.”“하하...”주석훈의 웃음소리가 갑자기 사악해졌다.“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저... 저는 제트 님의 비밀을 알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제트 님의 뒷조사를 하고 있다는 걸 알잖아요. 내가 잡히면 이 비밀을 지킬 수 없을 거예요.”상대방의 떨리는 목소리에 주석훈이 한마디 했다..“많이 똑똑해졌네?”“나도 어쩔 수 없으니까요. 제트 님, 돈만 주시면 멀리 외국으로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게요.”몇 초 동안 생각에 잠긴 주석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얼마면 되는데?”“5천만 원이요.”전화기 너머로 금액을 말한 여자는 혹시라도 주석훈이 화낼까 봐 설명을 덧붙였다.“적어도 5천만 원은 있어야 외국에서 살 수 있어요.”주석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이틀 동안은 시간이 없어. 모레 밤에 항구에서 보자.”“아니요, 제트 님!”상대방은 경계하며 말했다.“우린 만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제트 님이 돈을 그곳에 두시면 제가 가서 가져갈게요.”주석훈이 코웃음을 친 뒤 말했다.“알았어. 항구에 둘게, 시간은 다시 알려주지.”“지금은 안 될까요...”전화기 너머의 여자는 매우 급한 듯했다.“나와 흥정할 생각하지 마!”주석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알겠어요...”전화가 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