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원진우에 대해서 윤아름은 절대 입 밖에 내지 않았다.그를 언급하는 순간,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원진우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하지만 진우희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스스로 똑똑하다 생각하고 있었다.그녀는 원진우와 윤아름의 관계를 추측하며 윤아름이 원진우를 몹시 미워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원진우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말들이 윤아름의 입에서 나오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가주님, 목걸이 돌려드릴게요.”진우희는 목에 걸린 블루하트를 풀며 원진우에게 돌려주려 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었다.‘건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돌려줘야 한다니... 너무 아쉽네.’원진우는 그녀의 느릿느릿한 동작을 보며 옅게 미소 지었다.“마음에 들면 그냥 가져.”이 말에 진우희는 온몸이 얼어붙었다.“그 말씀은... 제게 준다는 말씀이십니까?”“응.”원진우는 짧게 대답했다.입술을 달싹였지만 진우희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기쁨으로 가득했다.‘내가 제대로 맞췄놔 봐! 가주님께선 분명 나한테 마음이 약간 있는 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값비싼 목걸이도 주지!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바람 안 피는 남자는 없잖아?’북안도는 원래 관습이 개방적인 나라였는데 남자들은 천민이 아닌 이상 많은 아내를 둘 수 있었다.‘가주님께서 아무리 사모님을 좋아한다 해도 가끔은 색다른 게 끌릴 때도 있을 거야. 외모에서는 내가 사모님께 뒤처질지 몰라도... 나한테도 분명한 장점은 있어.’그것은 바로 젊음이었다!젊음은 그녀의 가장 큰 무기였다.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윤아름은 이미 마흔이 넘은 여성이었다. 그 나이에 이르면 아무리 관리해도 어떤 부분은 더 이상 탄탄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진우희는 달랐다.그녀는 젊었고 사적인 부분도 철저하게 관리해왔다.부유한 남자를 사로잡기 위해 준비해 온 것이다. 탄탄함은 남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이
원진우는 손을 거두고 다시 냉정한 자세로 돌아갔지만 눈 속에 깃든 흥분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이 블루하트 목걸이가 그렇게 좋다면 차라리 이걸 먹어서 너랑 하나가 되게 하는 게 낫지 않겠어?”진우희는 원진우의 말을 믿지 않았고 그저 농담으로 치부하고 있었다.그녀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가주님, 농담하지 마세요. 이렇게 비싼 목걸이를 제가 먹을 수는 없죠.”사실 속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이렇게 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삼키는 건 금을 삼키는 거랑 뭐가 달라? 아마 목에 삼키기도 전에 숨이 끊어질 거야.’그녀는 원진우가 농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다시 용기를 내어 뻔뻔한 얼굴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기쁘게 해주려 했다.“가주님, 저 정말 잘할 수 있어요. 한 번만 믿어 보세요...”얼굴은 붉어졌고 진우희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원진우는 나쁜 남자의 매력을 가진 사람이었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그 치명적인 매력에 진우희는 흠뻑 빠져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남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순간, 갑자기 원진우가 그녀의 턱을 거칠게 움켜잡았다.“툭!”얇게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몇백 억대의 가치를 자랑하는 블루하트 목걸이가 남자의 손에 의해 그대로 끊어지고 만 것이다.“아...”진우희는 비명을 질렀다.목걸이의 다이아몬드 연결부가 그대로 끊어지는 것을 보고 그녀는 가슴이 찢어질 듯한 아쉬움을 느꼈다.이건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목걸이였다. 그런데 이렇게 끊어지니 정말 아깝기 짝이 없었다.더구나 이 목걸이의 공예는 한 번에 완성된 것이었기 때문에 수리도 어려울 것이며 수리 후에도 그 흔적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었다.결국 그 가치도 크게 떨어질 것이었다.“가주님, 이건...”뒤이어 진우희가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 남자는 힘을 주어 그녀의 턱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결국 입이 강제로 벌어진 상태에서 진우희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읍... 읍읍...”진우희는 남자의 또 다른 인격이 드러난 듯한 잔인한 모습에 두려워하며
그 아파트 문을 나서자마자 비서는 소독용 물티슈를 건넸다.원진우는 이미 손을 씻었지만 그곳의 물조차 더럽게 느껴졌다.손을 닦은 후, 별다른 지시가 없어도 비서는 두 명의 사람을 데리고 들어가 현장을 처리했다.원진우는 차 안에 앉아 시가를 하나 피웠다.한 대를 다 피우기도 전에 비서는 커다란 가방을 들고 나왔고 그 집은 완전히 정리된 상태였다.북안도에는 또 하나의 국외 도피자가 생겼다.하지만 진우희 같은 천민 출신의 사람은 실종된다고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설령 가족이 신고하러 간다고 해도 그저 국외 도피로 처리될 뿐이었다.북안도에서는 주민이 국외로 떠나려면 상당한 금액의 이탈 비용을 납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모두 도망자로 취급되었다.이 비용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천문학적인 액수에 가깝다.이러한 조치는 북안도의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그렇지 않다면 북안도의 형편없는 정치 상황 때문에 평민과 천민 모두 도망쳤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권력자들을 돌볼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태어나서 세대를 거쳐도 이 돈을 모으지 못해 죽을 때까지 북안도를 떠날 수 없었다.비서는 원진우의 허락을 받은 후, 커다란 가방을 실은 밀폐된 트럭을 몰고 자리를 떠났다.그때쯤 시가도 다 타버리자 원진우는 손을 흔들어 운전 기사에게 차를 출발하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렇게 차가 막 출발하려던 순간, 그는 공원 앞에 조용히 주차된 검은색 고급 차량을 발견했다.조수석에 있던 정장 차림의 남자가 서둘러 뒷좌석 문을 열어주자 윤이 나는 검은 가죽 구두 한 쌍이 땅에 닿았다.곧 뒷좌석에 앉은 남자의 옆모습이 드러났고 원진우는 그 모습을 정확히 알아차렸다. 그 남자는 곽경천이었다.원진우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윤아름의 가짜 아들치고는 꽤 유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결국 진우희의 행적을 이렇게까지 추적해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 역시 5분 정도 늦었을 뿐이었다. 진우희의 성격상, 만약 그가 조금이라도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 모든 것을 털어놓았을 게
”축하해요. 임신하셨습니다!”멍 때리고 있던 윤혜인 머릿속에는 오후에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만 계속 떠올랐다.그때, 조용하게 다가온 이준혁이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면서 물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야?”그녀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이준혁이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잡으며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한참 뒤, 이준혁은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고 윤혜인은 온몸에 힘이 풀린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땀으로 젖은 머리와 글썽이는 눈망울은 조금 전에 많이 힘들었음을 설명해 주었다.겨우 숨을 고른 그녀는 서랍을 열어 임신 검사 보고서를 꺼냈다.요즘따라 계속 위에 통증을 느꼈던 윤혜인은 오늘 오후 병원에 찾아갔고 피검사를 한 결과, 의사는 그녀에게 임신 5주 차라고 얘기했다. 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분명 매번 안전 조치를 확실하게 취했는데.다시 돌이켜보니 저번 달에 딱 한 번, 술자리를 마친 이준혁은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준 뒤, 집 앞에서 갑자기 그녀에게 한마디 물었었다.“지금 안전하지?”그런데 안전기에도 임신할 수 있는 거구나…욕실 안에는 물소리로 가득했다. 안에 있는 남자는 2년 전에 윤혜인과 아무도 몰래 결혼한 그녀의 남편이자 그녀의 상사이기도 한 이산 그룹 대표 이준혁이다.그때 당시 술이 많이 취한 윤혜인은 뜻하지 않게 그녀의 상사와 잠자리를 가지게 되었고 마침 이준혁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병으로 쓰러지시는 바람에 이준혁은 그녀에게 가짜 결혼을 제안한 것이다. 이준혁 할아버지의 최대 소원이 손자가 하루 빨리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그렇게 결혼 계약서에 사인하게 되었다. 대외적 비밀 결혼으로 언제든 종료할 수 있는 가짜 결혼이었다.그때 당시 윤혜인은 그저 너무 행복했다. 그녀는 자신이 8년 동안이나 짝사랑해온 남자와 결혼할 수 있다는 말에 고민없이 동의했던 것이다.결혼한 뒤에도 이준혁은 매일 너무 바빴다. 한달 동안 그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하지만 2년 동안
윤혜인은 우유를 마시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는 연예 뉴스로 가득했지만 윤혜인은 이런 쪽에 관심이 없었던 터라 핸드폰을 내려놓으려 했다.그러던 중 갑자기 익숙한 이름이 보여서 그 기사를 클릭하게 되었다.기사와 함께 기재된 사진 속에서 임세희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고 함께 걷고 있는 남자는 흐릿한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한 눈에 봐도 몸매 비율은 완벽했다.사진을 확대한 윤혜인은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사진 속 실루엣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준혁이다!그럼 오후에 갑자기 회의를 취소하고 외출을 했던 게, 그의 전 여자친구인 임세희를 데리러 공항에 간 거란 말인가?그 순간, 윤혜인의 가슴에는 큰 돌멩이 박힌 듯 답답했고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다가 의도치 않게 이준혁에게 전화를 걸게 되었고 다급하게 끊으려고 했지만 상대방은 이미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유난히 다정하고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였다.너무나도 깜짝 놀란 윤혜인은 바로 핸드폰을 던져버렸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했다.한참 뒤, 날이 밝아오자 윤혜인은 시간에 맞춰 회사로 출근했다.이준혁과 가짜 결혼을 한 뒤, 이준혁은 그녀가 집에 있길 원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이준혁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긴 했지만 다른 회사가 아닌 이산 그룹에 취직해야 한다고 했고 그렇게 윤혜인은 이준혁 곁에 비서로 남아 물을 따르거나 간단한 심부름을 하는 등 소일거리 역할을 맡게 되었다.그리고 중요하고 핵심적인 비서 일은 이준혁의 수행 비서인 주훈이 도맡아 하고 있었다.회사에 윤혜인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주훈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산 그룹의 이준혁 대표는 지금까지 계속 남자 비서만 채용했고 2년 동안 여자 비서는 윤혜인 한 명밖에 없었기에 다들 윤혜인과 회사 대표가 특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김성훈이었다. 그는 사무실을 떠나려는 듯했다.윤혜인은 주먹을 꽉 쥐고 감정을 숨긴 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김 대표님, 안녕하세요.”그러고는 김성훈을 지나 대표 사무실로 들어갔다.고급스러운 책상 앞에 앉아있는 이준혁은 고가의 정장을 입고 있었고, 윤혜인은 단번에 이 옷이 어젯밤 그가 입고 나갔던 옷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윤혜인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 마케팅 보고서입니다. 결재해 주세요.”이준혁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서류에 사인한 뒤 윤혜인에게 건넸고 서류를 받은 윤혜인이 사무실 밖으로 나와보니 김성훈이 여전히 사무실 입구에 서있었다.그녀의 모습이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김성훈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젠장, 혜인 씨가 우리 대화를 들은 거 아니야?”이준혁의 눈빛에는 그 어떤 미동도 없었다. 그는 김성훈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다.성격이 온순하고 착한 윤혜인은 질투 같은 걸 절대 안 한다. 그녀가 계속 지금처럼 조용하게 살아준다면 이준혁은 앞으로도 그녀에게 많은 걸 해줄 것이다.한편, 엘리베이터 안에서.윤혜인은 최대한 눈물이 흐르지 않게 고개를 높이 들었지만 어느새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그녀는 2년이라는 시간이 충분할 줄 알았다. 그녀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녀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모든 건 그저 그녀 혼자만의 착각일 뿐이였다.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전 여자친구의 복귀에는 역부족이었다.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윤혜인이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지만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는 몸을 가까스로 가눈 채, 탕비실로 향했다.커피로 정신을 좀 맑게 하고 싶었다. 탕비실 안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기사 봤어? 임세희 귀국했대.”“응? 그게 누군데?”“너 몰라? 임세희는 임씨 가문의 아가씨잖아. 본인도 유명한 탑급
”뭐가 그렇게 잘나서 맨날 머리 치켜들고 다니는 거야? 다들 네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거든. 부모도 없는 잡종 주제에…”팍!송소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혜인이 그녀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송소미는 평소에 고분고분하던 윤혜인이 감히 그녀에게 손찌검을 할 줄은 상상도 못해서 순간 멍한 표정이었다.한참 뒤, 송소미가 이를 꽉 깨물며 소리를 질렀다.“너, 너 지금 감히 날 때린 거야?!”“당신에게 예의를 가르친 겁니다.”윤혜인이 싸늘한 눈빛으로 송소미를 보며 대답했다. 윤혜인은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절대 아무나 그녀의 부모님을 모욕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송소미는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준혁의 사촌 여동생인 그녀는 늘 타인의 아부를 받아왔기에 이렇게 대놓고 그녀와 맞서 싸우는 사람은 윤혜인이 처음이었다.“이 나쁜 계집애!”송소미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윤혜인에게 달려들었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할퀴려고 했지만 반응 속도가 빠른 윤혜인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은 채 송소미를 꿈쩍도 못하게 만들었다.윤혜인보다 체구가 작은 송소미는 어떻게든 윤혜인을 때리려고 발버둥을 쳤고 그 모습은 매우 추했다.화가 잔뜩 난 송소미가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네가 뭐라도 되는것 같아? 넌 단지 우리 준혁 오빠가 침대에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일 뿐이라고! 넌 몸 파는 여자보다 더 천박해!”송소미는 갈수록 심한 욕을 입 밖에 꺼냈고 모여드는 직원도 점점 많아졌다.“지금 뭐 하는 거야!”낮게 깔린 이준혁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그는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난동을 부리고 있는 송소미를 발견했던 것이다.그의 등장에 순식간에 탕비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준혁 오빠?”송소미는 평소에도 이준혁을 조금 무서워했다. 이 사촌 오빠는 가차없는 성격이라 그녀의 어머니도 그녀에게 이준혁 앞에서는 까불지 말라고 경고했었다.하지만 조금 전에 뺨을 맞은 게 생각나자 송소미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벌겋게 부어오른 얼굴을
송소미는 지금 이 순간, 윤혜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준혁 오빠, 저 나쁜 계집애가 하는 말 좀 들어봐요. 내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감히 계속 건방을 떨다니. 준혁 오빠, 저 여자 다시 불러와요! 난 오늘 화가 풀릴 때까지 저 여자를 때려야겠어요!”이준혁은 가녀린 윤혜인의 뒷모습을 보며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적당히 해.”이준혁이 차갑게 대꾸했다.평소에도 독하기로 소문난 송소미는 이준혁이 조금 전에도 윤혜인의 편을 들지 않았기에 이준혁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확신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윤혜인의 뒷모습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다음에는 사람 불러서 저 여자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예요!”“송소미!”이준혁이 실눈을 살짝 뜬 채 송소미를 쳐다보았고 송소미는 그 눈빛에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딱 한 번만 얘기할게. 네 머릿속에 있는 꿍꿍이를 접어. 저 여자 건드리지 마.”송소미는 어마어마한 압박감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기에 마음속에서 들끓던 복수심을 도로 삼킬 수 밖에 없었다.“알, 알겠어요…”이준혁이 싸늘한 표정으로 송소미를 힐끗 쳐다보다가 탕비실을 떠나면서 곁에 있던 주훈에게 명령을 내렸다.“앞으로 연관 없는 외부인은 회사에 들이지 못하게 해.”이준혁의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한 송소미는 그의 뒤에서 계속 아부를 떨었다.“준혁 오빠 이렇게 큰 회사에 그런 명확한 규칙은 있어야 돼요.” 하지만 잠시뒤, 주훈이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송소미 씨, 이만 나가주세요.”송소미는 그제야 그녀가 바로 그 연관 없는 외부인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단호하게 떠나는 이준혁을 쫓아가고 싶었지만 주훈이 부른 경호원에게 잡혀 밖으로 질질 끌려 나갔다.송소미가 아무리 발악을 하고 발버둥을 쳐도 경호원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한편, 자리로 돌아온 윤혜인은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었고 차가운 이준혁의 얼굴이 생각나자 마음이 아팠다.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었고, 회사를 나서려던 윤혜인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