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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4화

집사가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 가주님.”

‘생강차?’

원진우의 입꼬리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가 걸렸다.

윤아름은 입맛이 까다로웠기에 생수를 마셔도 고산에서 비행기로 운송한 물만 마셨다.

원진우도 윤아름의 입맛에 맞춰 한 번도 빠짐 없이 그렇게 해줬다. 지금 윤아름이 아무렇게나 따라 마시는 물도 다 비행기로 운송한 물이었다. 그러니 기억을 잃었어도 물맛은 절대 잊을 리가 없었다.

그런 윤아름이 오늘 생강차를 먹겠다고 한 건 절대 고산수가 질려서가 아니라 생강차를 만들려면 평소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기에 시간을 벌려고 한 것 같았다.

집사는 원진우의 얼굴에 걸린 서늘한 미소에 마음이 불안해져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주님, 혹시 틀린 구석이라도 있나요?”

“아니요.”

원진우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손에 들었던 와인을 원샷하더니 와인잔을 거칠게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집사님, 가정 주치의 좀 새로 찾아야겠어요.”

원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가주님, 혹시 진 의사님이 뭘 잘못했나요...”

집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렇게 묻자 원진우가 서서히 눈꺼풀을 들더니 집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집사는 하려던 말을 되레 삼키며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입을 잘못 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얌전한 인상을 가진 진우희를 좋게 보고 있었다. 게다가 진우희는 직접 만든 비누와 향초를 종종 가져다주곤 했다. 비싼 물건은 아니었기에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 물건이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었다. 특히 향초는 한약 성분이 들어가 매일 사용하면 수면에 좋다고 했다. 사용해 보니 확실히 잠은 잘 왔다.

집사는 불면증으로 몇 년을 고생하고 있었다. 나쁜 일을 하도 많이 해서 밤만 되면 억울한 원귀들이 꿈에 나타났다.

그렇게 집사는 향초에 점점 빠져들었고 진우희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집사는 이런 물건을 받았다고 해서 진우희에 대한 검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원진우가 뽑은 사람이었기에 하는 바 업무를 착실히 완성하는 걸 철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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