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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5화

원진우는 윤아름의 방으로 향했다. 윤아름은 창가에 앉아 창문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지금 이 계절은 해당이 흐드러지게 피는 계절이었다. 오렌지색, 빨간색, 핑크색, 하얀색이 섞여 있어 참으로 아름다웠다.

지하실은 위와는 달리 꽃을 키워내기 힘들었다. 하지만 꽃을 유독 좋아하는 윤아름을 생각해 원진우는 많은 꽃을 심어줬다. 그중 해당이 피어있는 시간이 제일 길었고 일 년 사시절 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겨울이 될수록 더 흐드러지게 피었다.

하지만 해당은 손이 많이 가는 꽃이었다. 햇볕을 너무 오래 쬐어도, 너무 짧게 쬐어도 안 될뿐더러 흙이 너무 말라도, 너무 젖어도 안 되었다. 지하에 키우려면 빛을 일정하게 조사하면서 환기해 줘야 했다.

원진우는 큰 심혈을 기울여 전문적인 인원들을 불러서 가꾼 끝에 이렇게 예쁜 해당을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저택을 옮겨도 계속 사람을 불러 꽃만큼은 계속 피어날 수 있게 특별히 신경 썼다.

원진우는 몇몇 저택 지하실을 메꾸면서 파괴된 생화가 떠올랐다. 가꿀 때는 참 어려웠는데 망치려니 한순간이었다.

꽃이나 여자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귀한 아가씨라고 해도 마음만 먹으면 아주 쉽게 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서 가꿨는데 지금 망가트리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았다.

“뭘 그렇게 봐?”

원진우가 물었다.

윤아름은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원진우가 창가로 다가가 밖에 핀 해당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윤아름을 보며 부드럽게 물었다.

“예쁘다.”

밖에 핀 해당이 예쁘다는 건지 아니면 윤아름이 예쁘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윤아름은 대꾸하지 않았다. 여전히 흥미가 별로 없는 듯한 표정이었다. 윤아름은 원진우 앞에서 늘 이런 표정이었다.

우울할 때가 기쁠 때보다 많았다.

“아름아, 어디 아파?”

원진우가 윤아름에게 물었다.

“집사가 그러던데. 생강차 끓여달라고 했다고.”

윤아름은 원진우가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몰랐다. 원진우가 묻는 말이면 다 조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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