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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8화

윤혜인이 겪었던 고통을 이준혁도 그대로 느끼고 있었다.

하늘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이런저런 상황에 발이 묶여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 게 윤혜인에게 이렇게 큰 상처가 될 줄은 몰랐다.

“그러니 이준혁 씨가 동의하든 말든 나는 상관없어요. 그리고 아무것도 막지는 못할 거예요.”

윤혜인은 이준혁에게서 시선을 떼고 억지로 제일 매정한 말을 늘어놓았다. 그러더니 차 문을 열고 드레스 자락을 든 채 차에서 내렸다.

웨딩드레스에 피가 묻으면 좋지 않다는 걸 윤혜인도 알고 있었기에 가짜 결혼식이라 해도 절대 그대로 입고 나갈 수는 없었다. 그러면 배남준의 체면을 구길뿐더러 배남준이 배영석에게 한 소리 들을 수도 있었다.

윤혜인은 얼른 대기실로 돌아가 다른 사람이 발견하기 전에 비상용으로 남겨둔 드레스를 바꿔 입기로 했다.

이준혁이 윤혜인의 뒤를 쫓으려고 차에서 내리다가 무릎을 다쳤다는 걸 잊고 털썩 바닥에 꿇어앉았다.

바닥은 조약돌이 복잡하게 어질러 있었다. 채 낫지 않은 이준혁의 무릎이 조약돌과 부딪히며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에단이 부셨을 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아픔이었다.

이준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방울만 한 땀이 이마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혜인아...”

이준혁이 갈라진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그가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피가 어린 절규였다.

“내가 어떻게 해야 나를 용서할래?”

“혜인아. 나는 너한테 뭐가 제일 좋은지 몰랐어.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제발 가르쳐줘. 나 버리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말고. 응?”

“...”

윤혜인은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아 입술을 꽉 깨문 채 눈을 부릅뜨고 깜빡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잘못 깜빡였다가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주르륵 흘러내릴 것 같았다.

지금 고개를 돌리면 이준혁의 잘생긴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진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윤혜인은 전에 곽경천이 가끔 전해주는 말로 이준혁의 상황을 확인했다.

곽경천은 이준혁 얘기를 꺼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고지식한 사람이었기에 윤혜인이 이준혁을 끊어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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