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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2화

“미안해.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너를 달래줄 수는 없어. 하지만...”

이준혁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다시 비아냥댔다.

“네가 원한다면 다른 사람을 소개해 줄 수는 있어. 아는 것도 많고 스킬도 좋은 모델들 말이야...”

윤혜인이 잡고 있던 문고리를 놓더니 더는 참지 못하고 이준혁의 따귀를 내리쳤다.

찰싹.

주변은 정적이 흘렀다.

이준혁의 표정은 곧 세계 종말이라도 올 것처럼 음침했다. 입가에 피가 새어 나왔지만 여전히 조롱은 멈추지 않았다.

“네가 체면 따위는 신경도 안 쓰는 사람인 줄 알았지.”

이 말은 윤혜인의 인격을 모욕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윤혜인의 안색이 또 한 번 변했다. 손을 들려는데 이준혁이 이를 막았다.

“부부였던 적이 있으니까 아까 그 따귀는 문제 삼지 않을게. 근데...”

이준혁이 윤혜인의 손목을 부러트릴 것처럼 손에 힘을 주며 경고했다.

“작업실이 서울에서 망하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이 손 함부로 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러더니 윤혜인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쳤다. 손으로 차 문을 짚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그대로 넘어졌을 것이다.

모욕에 경고도 모자라 이젠 협박까지 하고 있다.

이게 오늘 밤 그녀가 얻는 전부였다. 평생 기억에 남을만한 수확이었다.

윤혜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던 데로부터 숨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차분해졌다.

밤은 쌀쌀했고 달빛은 우울했다.

윤혜인의 얼굴을 적신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마음은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상태였다. 그녀는 눈앞에 서 있는 남자를 보며 창백한 입술로 억지웃음을 짓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축하해요. 원하던 걸 이뤘네요.”

불과 보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윤혜인은 모든 용기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전에는 굳게 믿었던 것들이 화살처럼 그녀에게로 날아와 가슴에 구멍을 숭숭 뚫었다. 보름 동안 우스갯거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준혁은 좀비 같은 윤혜인의 모습에 목구멍에 뭐가 걸린 것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윤혜인은 한마디만 더 하면 그대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

“준혁 씨...”

윤혜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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