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59화

Aвтор: 이한나
윤혜인은 변지호의 두 친구가 도착하자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중 한 사람은 아내와 함께였다.

변지호가 윤혜인을 소개하자 두 사람은 그녀를 존중하는 태도로 대해주었고 명함도 교환하며 앞으로 사업 기회가 있을 때 꼭 연락하겠다고 약속했다.

변지호 친구의 아내와 윤혜인은 금세 대화를 나누며 친해졌고 시간도 아직 이른 저녁 8시 정도였기에 서둘러 돌아가지 않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간에 변지호의 친구 부부가 먼저 자리를 떠났고 떠나기 전, 그 아내는 윤혜인과 며칠 뒤에 그녀의 작업실을 방문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윤혜인은 기쁘게 그 약속을 받아들였다.

문 앞까지 부부를 배웅하고 돌아오자 원래 앉아있던 자리 근처에서 낯익은 인물이 변지호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남자는 긴 다리를 쭉 뻗은 채 반쯤 소파에 기대앉아 있었으나 앉은 자세가 매우 자연스러워 보였다.

하얀 셔츠의 목깃은 살짝 풀어져 있었고 드러난 쇄골이 눈에 띄었다. 소매도 반쯤 걷어 올려진 상태였으며 길고 탄탄한 팔뚝에 보이는 근육과 혈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가 앉아있는 위치는 등지고 있는 조명 때문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있는 모든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윤혜인은 비록 최근 이준혁의 소식을 일부러 피하고 있었지만 이선 그룹의 큰 뉴스는 동료들로부터 들을 수밖에 없었다.

소문에 따르면 이선 그룹은 현재 대대적인 개혁을 진행 중이며 이천수를 비롯한 그 지지 세력들도 이준혁에 의해 모두 제거되었다고 한다.

원래 중립에 서 있던 사람들마저도 이준혁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이천수에게 투항했지만 이준혁의 계획적인 행보 덕분에 그들은 모두 노출되었고 이제 이선 그룹은 철저히 정리된 상태가 되었다.

이제 이천수와 한구운은 회사 내에서 완전히 고립된 상태이며 이준혁이 그들을 몰아내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 이준혁은 전혀 걱정 없이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그 잘생긴 얼굴을 보며 윤혜인은 잠시 동안 자신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Заблокированная глава

Related chapter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60화

    변지호의 친구도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인연이 깊은데 다 같이 한잔하시죠.”이렇게 말하며 그는 잔을 들었고 모두 함께 술잔을 들어 건배했다.윤혜인의 잔에는 물이 들어 있었지만 겉보기에는 마치 소주처럼 보였다.그녀가 잔을 막 들려던 순간, 이준혁은 팔꿈치를 움직여 윤혜인의 잔을 쳐서 물을 쏟게 했다.그러고는 무표정하게 사과했다.“미안.”윤혜인은 잠시 멈칫했고 다시 전용 물병에서 물을 따라 잔을 채웠다.변지호는 윤혜인이 술을 마실 수 없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술을 권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윤혜인이 잔을 채우고 물병을 내려놓으려던 찰나, 이준혁의 팔꿈치가 또다시 올라와 이번에는 그녀의 물병까지 쳐서 물을 쏟게 했다.“...”이준혁은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듯이 그러나 여전히 무성의하게 말했다.“미안해.”‘이거 정말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야?’윤혜인은 그의 행동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뒤이어 이준혁이 웨이터를 불렀다.“웨이터, 이분에게 따뜻한 물 한 병을 가져다주세요.”윤혜인은 더욱더 그가 일부러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내가 술을 마시는 걸까 봐 그랬나?’이 생각이 떠오르자 윤혜인은 그 이유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왜 내가 술을 마시는지 안 마시는지에 대해 신경을 쓰는 거지?’예전의 이준혁은 윤혜인이 술을 조금이라도 마시면 쉽게 취해버리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녀가 술을 마시는 것을 거의 금지했었다.‘혹시 그것 때문에?’윤혜인은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했다.차가운 물로 얼굴을 적시며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거울 속에 비친 창백한 얼굴을 보며 윤혜인은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진심으로 웃어본 적이 없는지를 깨달았다.아름이의 말, 이준혁이 아름이를 일부러 밀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 그리고 조금 전 있었던 일들... 이 모든 것들이 그녀의 마음속에 희망의 불씨를 다시 피워올렸다.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자리로 돌아오던 중, 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61화

    여자는 손에 든 잔을 높이 들더니 원샷했다.도수 높은 술이 한잔 가득 담겨 있었지만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단번에 마셔버리더니 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도 휘청거리거나 이런 게 없이 멀쩡했다.딱 봐도 클럽을 자주 드나드는 술고래 같았다.남자가 잘생기고 온화해 보여서인지 여자도 말이 점점 많아졌다. 아예 빈 술잔을 이준혁에게 흔들어 보이며 우쭐거렸다.“어때요.”반짝거리는 불빛이 이준혁의 조각 같은 얼굴을 더 잘생겨 보이게 했다.흠뻑 반한 듯한 여자의 눈빛에 이준혁이 느긋하게 말했다.“괜찮네요.”여자는 이준혁이 흥미를 보이자 손을 내밀며 웃었다.“약속한 거 안 잊었죠?”두 사람은 주변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둘만의 세상에 빠져 있었다.윤혜인은 몰래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가서야 불편한 마음을 조금 달랠 수 있었다.이준혁의 까만 눈동자는 만사에 관심이 없어 보였지만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 꿰뚫고 있었다. 하얗게 질린 윤혜인의 얼굴도 당연히 보았다.“잘생긴 오빠, 약속 어기면 안 돼요. 아니면 친구들 앞에서 가오 떨어지니까.”여자가 입을 삐쭉거리며 재촉했다.이준혁이 기다란 손가락으로 금장 명함을 하나 꺼냈다. 여자가 손을 내밀어 받으려는데 이준혁이 손을 뒤로 젖혔다.“아이, 오빠... 줘요...”여자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말투로 애교를 부렸다. 남자를 많이 만나본지라 겉보기에 점잖을수록 속은 더 변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남자를 어떻게 유혹해야 하는지도 빠삭했다.눈앞에 앉은 남자는 딱 봐도 신분이 남달라 보였다. 여자는 어떻게든 제일 자신감 있고 매혹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남자를 손에 넣으려 했다.여자는 입술을 살짝 깨문 채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줘요... 네? 이리 줘요...”속이 빤히 말투가 사람을 매우 불쾌하게 했다. 당장이라도 옷을 홀딱 벗을 것처럼 말이다.윤혜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앞으로 성큼 다가가 이준혁 옆에 앉았다. 이렇게 바짝 다가와 앉은 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62화

    이렇게 잘생기고 돈도 많은 남자가 관심을 보이는데 당연히 기회를 잡아야 했다.“잘생긴 오빠. 나 오늘 바로 옆 호텔에서 자는데.”여자는 손으로 전화 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매혹적인 눈빛으로 말했다.“끝나면 전화할게요.”이준혁은 가볍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묵인한 것처럼 보였다.윤혜인은 손톱을 사정없이 뜯어서 너무 아팠다. 마음속으로는 이준혁이 일부러 쇼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여자에게 손을 댔다는 생각에 속이 메슥거렸다.지금 이 순간까지 이준혁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멍청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이준혁은 일부러 윤혜인 옆에 앉는 걸 택했다. 윤혜인이 똑똑히 보고 실망하게 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선택한 방법이 너무 치사했다.여자는 만족스러운 답안을 가지고 자리로 돌아갔다. 가던 중에 일부러 윤혜인 옆으로 지나가며 윤혜인의 신발을 밟았다.여자는 하이힐을 신었고 갑자기 밟은 터라 피할 길이 없었던 윤혜인은 고통에 낮게 비명을 질렀다.여자는 사과는커녕 도발하듯 웃으며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거기 서요.”윤혜인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여자를 불러세웠다.여자가 걸음을 멈추더니 오만한 말투로 말했다.“무슨 일이죠?”“나 밟았잖아요.”윤혜인이 말했다.“내가요?”여자는 그런 윤혜인이 우습다는 듯 인정하지 않았다.“이봐요. 왜 애꿎은 사람을 모함하고 그래요. 밟았다면 나도 느낌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아무 느낌도 없었는데?”윤혜인이 신은 신발은 까만색 소가죽 신발이었고 밑창이 폭신했다. 임신한 후로 신발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고 무조건 편한 신발이어야 했다. 신축성이 좋은 소가죽이었기에 밟혀도 빠르게 원래 모양으로 돌아와 밟아도 흔적이 남지 않았다.여자도 이를 알아챘기에 잡아떼고 있었다.여자는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이봐요, 언니. 아까 저 잘생긴 오빠가 나랑 대화 좀 했다고 질투하나 본데 이해해요. 그래도 이렇게 사람을 함부로 모함하면 안 되죠.”“?”윤혜인은 말문이 막혔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 여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63화

    이준혁이 술잔을 만지작거리더니 느긋하게 말했다.“오해한 거 가지고 뭘 그렇게 각박하게 굴어. 불쌍해 보이는데 너무 그러지 마.”이 말에 윤혜인은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이었다.윤혜인이 아무리 성격이 좋다 해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하여 얼른 양말을 벗어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웃었다.“이래도 오해에요?”발등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심지어 어떤 곳은 피멍이 들기도 했다.사실 잠깐 밟고 지나간 거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조금 빨갛게 달아오르거나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윤혜인은 워낙 살이 뽀얗고 연했다. 발도 눈처럼 하얗고 보들보들했다.하여 조금만 부딪쳐도 상처가 오래 남았다.클럽에서 신발을 벗는 게 퍽 아름답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발을 쳐다보는 것도 싫어서 얼른 신발을 다시 신었다.여자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살짝 밟았다가 뗐을 뿐인데 저렇게 자국이 남았을 줄은 몰랐다.이에 여자도 어쩔 수 없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정말 몰랐어요. 오해에요.”“사과해요.”윤혜인은 쓸데없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하여 이 네 글자 외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자가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이준혁을 돌아봤다.이준혁은 덤덤한 표정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여자는 왠지 모를 한기를 느꼈다. 시베리아라도 온 것처럼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여자는 그제야 울먹이며 말했다.“미안해요. 언니.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너그럽게 봐주세요...”여자는 말 한마디에 피해자가 되었다. 어떻게 해야 남자가 불쌍하게 여길지 잘 아는 것 같았다.윤혜인의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자 거기에 맞춰 바닥에 무릎까지 꿇었다.“언니, 이래도 화가 안 풀리면 머리라도 조아릴게요. 그러면 되는 거죠?”윤혜인은 종잡을 수 없는 여자의 행동에 넋을 잃었다.그저 사과를 바랐을 뿐인데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이는지 알 수 없었다.주변 사람들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64화

    진희은이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진씨에 이름은 희은이요.”“진희은.”이준혁이 입꼬리를 당기더니 말했다.“이름 괜찮네.”이준혁이 손을 들어 웨이터를 부르더니 블랙 카드를 보여주며 진희은을 가리켰다.“이 아가씨에게 회원 카드 한 장 만들어줘요.”진희은은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KB 클럽의 회원 카드를 한 장 만들려면 자산이 몇천억을 넘어야 했다. KB 산하에는 커피숍과 고급 레스토랑, 그리고 클럽이 있었는데 회원 카드 한 장으로 프리패스 할 수 있었다.그리고 반드시 회원 카드가 있어야 예약할 수 있었다. 이 KB 회원 카드는 돈의 상징일뿐더러 체면을 세울 수 있는 도구기도 했다.많은 사람이 꿈에도 그리는 카드였고 여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 생에 그 카드를 손에 넣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진희은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높은 목소리로 두서없이 말했다.“오빠, 너무 고마워요. 진짜 너무 고마워요...”이준혁이 가볍게 웃더니 말했다.“이제 가봐요.”진희은이 기쁜 마음으로 웨이터를 따라 카드를 만들러 갔다. 가기 전 이준혁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윤혜인을 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 눈빛에 윤혜인은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얼얼했다.윤혜인은 여자가 카드가 없다는 걸 알고 그걸로 사과를 받아냈다. 그런데 이준혁이 바로 여자에게 카드를 만들어준 것이다.이건 윤혜인의 체면을 구겼을뿐더러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거나 마찬가지였다.윤혜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치 파리라도 삼킨 것처럼 속이 불편했다.“준혁 씨, 설마 내 말 못 믿어서 그래요?”윤혜인이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이준혁은 여전히 윤혜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저 느긋하게 이렇게 말했다.“윤혜인. 오버하지 마.”윤혜인은 이런 상황이 너무 황당했다. 그런 이준혁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녀가 그를 포기할 수 있다면 더 큰 상처도 서슴없이 줄 것 같았다.더는 앉아 있기 힘들었던 윤혜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변지호가 친구를 데리고 안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65화

    순간 약간의 한기가 몸을 파고들었다. 그 한기는 어딘가 낯설면서도 무서웠다.“이... 이거 놔요...”윤혜인은 그 사람의 품에 갇힌 채 온 힘을 다해 웅얼댔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발버둥 쳤지만 그 사람의 힘이 너무 세서 뿌리칠 수가 없었다.사회자가 어둠 속에서 이렇게 말했다.“사랑을 속삭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 포옹이라고 하죠. 이 사랑은 가족 간의 사랑일 수도 있고 이성과의 사랑일 수도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밤에 따듯함으로 가득한 포옹을 나누며 모든 불쾌함을 떨쳐버리길 바랍니다.”“윽... 윽...”윤혜인이 다시 웅얼거렸지만 남자의 포옹에 묻히고 말았다. 남자의 품은 마치 자석처럼 그녀의 몸을 바짝 끌어당기고 있었다.마치 그녀를 몸에 녹여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꽉 끌어안았다.카운트다운이 끝날 때쯤 윤혜인을 옥죄던 힘이 사라졌다.탁.클럽이 다시 밝아졌다.윤혜인의 시선은 이준혁이 앉은 자리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엔 수줍음 가득한 얼굴이 보였다.진희은은 언제 이준혁 옆으로 간 건지 팔을 주무르며 애교를 부렸다.“오빠, 너무 꽉 안아서 팔이 아파...”윤혜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숨이 잘 올라오지 않았다.안경을 낀 남자가 바짝 다가오더니 말했다.“윤혜인 씨, 미안해요. 아까는...”윤혜인이 화를 냈다.“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지 않은 스킨십은 실례에요.”소리가 너무 컸는지 주변 사람들이 동작을 멈췄다.변지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혜인아, 왜 그래?”“아저씨, 즐거운 시간 보내요. 저는 몸이 안 좋아서 이만 가볼게요.”변지호는 윤혜인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발견하고 억지로 남기지는 않았다.“그래, 운전기사 불러줄게.”“아니에요. 아저씨. 저도 기사님 데려왔어요.”윤혜인이 클럽에서 나가고 변지호는 안경 낀 젊은이에게 엄숙하게 물었다.“자네가 우리 혜인이 기분 잡치게 한 건가?”젊은이가 머리를 긁적이더니 우물쭈물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변지호가 바로 알아채고 이렇게 물었다.“설마 아까 혜인이 안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66화

    내일 윤혜인에게 직접 사과할 생각이었다. 아저씨가 돼서 안목이 이 정도로 후지니 윤혜인을 볼 면목이 없었다.안경 낀 남자는 변지호가 불같이 화를 내자 반박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잠깐만.”변지호가 그를 불러세웠다.안경 낀 남자는 변지호가 마음이 약해진 줄 알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했다.“아저씨...”“혜인이가 준 명함 내려놓고 가.”변지호가 말했다.“...”안경 낀 남자는 내키지 않았지만 명함을 내려놓는 수밖에 없었다.변지호가 다른 한 명에게도 이렇게 말했다.“너도 내려놔. 제대로 된 남자가 없어.”“아저씨. 저는... 저는 잘못한 거 없어요.”다른 한 명이 억울하다는 듯 아우성쳤다.변지호가 코웃음 쳤다.“너희 둘, 평소에 붙어 다니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너도 똑같아.”“...”남자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변지호에겐 연륜에서 묻어난 노련함이 있었다. 두 사람은 겉모습은 멀쩡했지만 집에 돈이 많다는 걸 빌미로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녔다.다른 한 명도 명함을 내려놓고 안경 낀 남자와 함께 얼른 클럽을 빠져나갔다.옆에 앉아 있던 이준혁도 자리에서 일어나 변지호에게 인사했다.“그러면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변지호는 이준혁과 이준혁 뒤에 선 발랑 까진 여자를 보며 아까보다는 다소 썰렁한 말투로 말했다.“그래. 가봐.”아까 이준혁이 변지호의 뜻을 거슬러서 그런지 변지호의 태도는 아까보다 많이 냉랭해졌다.변지호는 자기 사람을 매우 챙기는 편이었다. 전에 윤혜인의 아버지와는 생사를 같이 한 좋은 형제였다. 하여 윤혜인은 변지호에게 딸과도 다름없는 존재였다.전에 예술 전시회에서 이준혁을 만나고 서로 생각이 잘 맞다고 생각했지만 윤혜인을 냉대하는 걸 보고 변지호도 바로 태도를 바꿨다.이준혁은 변지호의 뜻을 알아채지 못한 건지 아니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지 자리에 앉은 채 가지 않았다.변지호는 전에 이준혁을 좋게 봤다. 돌싱이라는 건 들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067화

    한약 주머니를 떠올리자 문득 아까 누군가의 품에 안겼을 때 은은하게 풍겼던 약 냄새가 떠올랐다.그녀를 안은 게 이준혁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건 진희은 때문만은 아니었다. 체격은 비슷했지만 품이 매우 차가웠기 때문이다.이준혁은 겨울이든 여름이든 몸이 매우 난로처럼 뜨거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몸에서는 늘 우드 향이 났기에 알아채기 쉬었다.모르는 사람에게 안겼다는 것만 생각하면 윤혜인은 다시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다.화장실에 나오는 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한 남자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다.“너 아까 왜 그랬어. 하필 윤혜인을 안는 바람에 나까지 나락으로 갔잖아.”그 남자의 목소리에 대답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반응이 그렇게 클 줄 알았나. 이혼까지 한 여자가 나처럼 어린 남자를 보면 환장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남은 건 뼈밖에 없어서 안고도 여자가 아닌 줄 알았어. 꼴값 떨기는.”윤혜인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남자가 아까 변지호가 소개해 줬던 재벌 집 아들이라는 걸 알아챘다.그중 한 명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네가 그 여자를 안은 거라면 뒤에서 나를 안은 사람은 누구지?”“쯧. 너를 안은 사람이 있었어?”“그래. 젠장. 동그란 목걸이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안으니까 엄청 거슬리더라고. 여자 같지는 않았어. 어떤 남자가 나를 안은 건지 모르겠네.”“동그란 목걸이?”안경 낀 남자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뒤에서 다른 한 명을 꼭 끌어안았다.남자가 당황해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미쳤어? 역겹게 뭐 하는 거야? 안긴 왜 안아? 나 여자 좋아해.”안경을 낀 남자가 덤덤하게 물었다.“아직도 거슬려?”남자가 동작을 멈추더니 그 포옹에 집중했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안경 낀 남자가 셔츠에서 해골 모양의 목걸이를 꺼내며 말했다.“설마 이거 말하는 거 아니지?”다른 한 명이 경악을 금치 못하며 입을 크게 벌렸다.“아까 나를 안은 게 너야?”안경 낀 남자가 그를 놓아주더니 꿀밤을 세게 내리쳤다.“아까 얘기하지. 아저씨한테 욕 얻어먹은

Latest chapter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64화

    소종은 육경한이 아이들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교도소 안에 있을 때 육경한은 모든 사람들의 면회를 거절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두 아이를 그리워했다.그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타세요, 대표님.”소종이 침묵을 깨며 한마디 했다.육경한이 차에 타자 소종은 그동안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이 대표님 가족이 소 대표님을 잘 돌봐주셨어요. 아이들끼리도 친하게 지내고... 그리고 김 대표님도 하정이와 유진이를 돌봐주셨어요... 그리고 윤혜인 사모님의 오빠가 8년 전에 결혼했어요. 집 가정부의 딸 구지윤 씨와 결혼했어요. 처음에 할아버지가 많이 반대했지만 지금은 행복하게 잘살고 있어요. 딸을 낳으면서 할아버지도 받아들이셨고요... 아, 참. 예전에 소 대표님과 친하게 지냈던 여경 강민혜 씨, 기억하시죠? 소 대표님의 친동생이었더라고요. 당시 소 대표님의 어머니가 과다 출혈로 위독하셨을 때 그 여경이 수혈해 줬거든요. 소 대표님이 두 사람의 혈액형이 같은 것을 알고 친자 확인을 했더니 강민혜 씨가 정말 친동생이었어요. 예전에 도둑맞아 죽었다고 알려졌던 아이가 사실은 살아 있었던 거죠...”소종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 차는 어느새 호화로운 호텔 앞에 도착했다.그들이 육경한을 위해 환영회를 준비한 듯했다.육경한이 말했다.“이런 거 필요 없어. 어떤 모임에도 참석하고 싶지 않아. 그냥 쉬고 싶어.”그러자 소종이 바로 말했다.“안 돼요. 오늘 식사 자리에는 꼭 가야 해요.”황진수도 말했다.“맞아요, 육경한 씨. 소소하게 준비한 것이니 우리 마음을 봐서라도 꼭 참석해 주세요.”마지못해 차에서 내린 육경한은 호텔 룸에 들어간 순간 방 안에 익숙한 얼굴들이 가득한 것을 보았다.예쁜 소녀가 육경한에게 다가오더니 큰 눈을 깜빡이며 그를 보고 말했다.“그쪽이 우리 아빠예요?”자신과 닮은 소녀의 눈매에 육경한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육하정이 계속 말했다.“엄마가 말했어요. 아빠가 잘못을 저질러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63화

    법정 안, 판사가 선고했다.“피고인 육경한, 살인죄로... 그러나 피해자와의 갈등 관계를 고려하고 증인의 증언을 종합하여 본 법정은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육경한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합니다...”“대표님...”방금 깨어나서 법정에 나와 주석훈의 살인을 증언한 소종은 울며 육경한을 불렀다.뒤에 서서 두 달 된 아기를 안고 있는 소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아기의 얼굴과 핑크색 이불을 본 육경한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는 더 이상 소원에게 할 말이 없었다. 대신 소종을 보며 한마디 했다.“잘 돌봐줘.”육경한이 누구를 말하는지 바로 캐치한 소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게요.”...15년 후, 구치소 대문 앞.15년 전 입소할 때 입었던 옷을 입고 나온 육경한은 여전히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걸었다.교도소에 있는 동안 좋은 표현 덕분에 감형을 받아 조기 출소했다.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육경한의 얼굴에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더 깊고 온화한 매력을 내뿜었다.구치소 밖에서는 황진수와 소종이 육경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종이 가장 먼저 달려와 그를 붙잡고 울었다.“대표님, 고생 많으셨어요!”키가 185cm나 되는 팔이 하나뿐인 남자가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고 있었다.“대표님...”옆에 있던 황진수가 육경한에게 담배를 건네자 담배를 받은 육경한은 깊게 빨아들인 뒤 말했다.“내 재봉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알아? 나중에 너희들에게 옷 한 벌 만들어 줄게.”소종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슬픈 분위기가 육경한의 한 마디에 완전히 뒤바뀌었다.소종이 울다가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기대하고 있을게요.”육경한이 코웃음을 쳤다.“꺼져.”먼 곳을 바라본 육경한은 소종과 황진수 외에 그를 맞이하러 온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왠지 실망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감도 들었다.그녀가 오지 않아도... 괜찮았다.결코 좋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62화

    “두 번째 것을 선택할게.”죽어도 소원을 구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온 육경한이었기에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대답했다.“허허, 육 대표가 소원을 정말 많이 아끼나 봐.”주석훈이 비꼬는 듯한 말투로 한마디 했다.“그럼 시작하지. 육 대표, 6년 전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죽은 소녀의 이름이 뭔지 기억나?”자리에 얼어붙은 육경한은 주석훈이 혹시라도 소원을 해칠까 봐 바로 앞으로 두 걸음 걸었다. 덫이 ‘탁탁’ 소리를 내며 그의 두 다리를 집었고 이내 피가 철철 흘렀지만 육경한은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몰라.”손에 칼을 움켜쥔 주석훈은 이를 갈며 말했다.“그 소녀의 이름은 수정이야. 육 대표처럼 모든 지원을 다 받아 치료받은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겠지.”큰 고통 속에도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육경한이 입을 열었다.“그 교통사고에서 소녀가 죽은 것은 알고 있었어. 하지만 나는 우리 미우 그룹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어. 그 사람들이 나를 먼저 치료한 이유는 대동맥이 눌러져 위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 소녀도 나와 똑같이 심각한 상태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어. 그래서 그 후에 소녀의 가족에게 위로금도 보냈어.”육경한의 책임은 아니었지만 소녀가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 그녀의 부모님이 통곡하는 모습을 본 육경한은 소종을 시켜 소녀의 가족에게 2억 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내가 네 말을 믿을 것 같아?!”주석훈이 매서운 눈빛을 내뿜으며 큰소리로 외쳤다.“어쨌든 넌 살아남았고 나의 수정이는 떠났어. 아무도 우리 수정이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주석훈은 더 이상 게임 따위 생각하지 않은 채 미친듯이 울부짖었다.“너희들은 모두 냉혈 인간들이야. 너희들은 죽어도 싸!”말을 마친 주석훈이 칼을 휘둘러 소원의 배를 찌르려 하자 육경한은 재빨리 몸을 날려 자신의 종아리로 칼을 막았다.소원을 밀어낸 육경한은 격렬한 고통을 참으며 주석훈과 맞붙었다.팔다리가 멀쩡한 주석훈은 이내 다리가 다친 육경한보다 우위를 점했다.도우려고 한 발 나선 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61화

    이후 남자는 기분이 좋은 듯 소원의 입에 물린 천을 빼주며 말했다.“어떻게 여기에!”소원은 깜짝 놀랐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바로 그녀를 계속 도와주던 주석훈이었다!자신에게 접근한 의도를 의심한 적은 있었지만 나중에 그의 여자친구가 병으로 사망했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과는 원한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 모든 사건의 배후가 주석훈이라니...“소원, 많이 놀랐지?”가면을 벗어 던진 주석훈은 마치 조금 전까지 잔인했던 사람이 본인이 아닌 듯 아주 평온해 보였다.“왜... 이렇게까지?”소원은 처음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왼손을 사용해 물건을 잡는 모습을 보고 바로 깨달았다.“너였어!”소원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상철 삼촌과 진아연을 죽인 사람이 너! 맞지?!”주석훈은 부인하지 않았고 그의 표정 또한 모든 걸 말해주듯 가볍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소원, 그 사람들은 죽어도 싼 사람들이야. 그들이 죽었으니 네가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 사람들이 공모해서 네 아버지를 죽였잖아?”“아니야!”소원은 단호하게 부정했다.“그 사람들은 단순히 조종당한 희생양일 뿐이야. 내 아버지를 죽인 진짜 범인이 너였어?! 넌 그냥 증거 인멸을 한 거야!”“소원, 정말 똑똑하네?!”칭찬하듯 한마디 한 주석훈의 말에 소원은 분노로 가득 차올라 외쳤다.“왜! 아빠가 뭘 잘못했다고 죽인 건데?!”주석훈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원, 네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이유? 알고 싶어? 나와 육경한 사이에 깊은 원한이 있기 때문이야.”“그게 아빠와 무슨 상관인데!”소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렇게 간단한 이치를 모른다고?”주석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진용이 죽어야만 너와 육경한의 갈등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 넌 내 손에 있는 최고의 무기야. 넌 육경한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 줄 수 있는 존재지. 지난 5년 동안, 본인만의 원칙이 있는 사람이 그것을 깨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얼마나 즐거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60화

    소원이 두 손을 머리 위로 든 채 남자의 방향으로 걸어가자 남자는 다친 전미영을 바닥에 내던졌다.전미영은 이미 의식을 잃었기에 지금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었다.소원은 체념한 듯 보였지만 사실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몰래 반지 속의 장치를 작동시켰다.이내 독이 묻은 바늘로 남자의 팔을 찌르자 팔이 곧바로 마비되기 시작한 남자는 저린 감각이 팔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망할 년! 감히 날 속여?”남자는 분노하며 소원을 발로 걷어찼다.배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돌린 소원은 엉덩이가 세게 걷어차인 바람에 비틀거리며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갔다. 다행히 앞에 소파가 있었기에 소파를 붙잡고 간신히 몸의 균형을 잡은 뒤 있는 힘껏 소리쳤다.“살려 주세요! 도와주세요...!”그러나 남자가 바로 달려와 순식간에 손수건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최면제의 효과가 서서히 올라옴과 동시에 문을 걷어차는 소리와 몇 발의 총성이 희미하게 울리는 것이 들렸다.소원은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제발 엄마를 구해 주세요...’그러고는 있는 힘을 다해 목걸이를 바닥으로 내던진 뒤 점점 의식을 잃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희미하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운송 차 안인 듯한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었다.입안에는 천이 틀어막혀 있었고 팔도 밧줄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순간 소원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결국 구출되지 못하고 가면을 쓴 남자에게 끌려온 것이다.주위에 전미영이 보이지 않자 소원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엄마가 같이 끌려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엄마를 병원으로 옮겼을 거야. 그러면 희망이 있어.’하지만 엄마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었기에 속으로 행운을 빌며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이 납치범에 대한 분노가 가슴 속 깊이 밀려왔다.‘이 사람은 대체 우리와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런 짓을 하는 거지?’덜컹거리며 달리는 차 안에 있는 소원은 졸음이 밀려왔다.임신 후기라서 그런지 이런 상황에서도 극심한 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59화

    육경한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바로 그 여경을 찾아서 같이 있도록 해. 이 사람이 아직도 쇼핑몰 안에 있을 가능성이 커. 나도 지금 돌아가는 중이야...”소원은 순간 숨을 죽인 채 눈도 깜빡이지 않고 앞을 응시했다.바로 앞에 하얀 여우 가면을 쓴 남자가 한 중년 여성을 붙잡고 있었다. 그 중년 여성이 바로 모두가 찾는 전미영이었다.육경한의 말대로 그녀의 엄마는 정말 여기에 있었다.육경한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계속 들렸지만 소원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전미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가면을 쓴 이 교활한 남자는 사람을 쇼핑몰 안에 붙잡아둔 채 밖으로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가짜 번호판 차량은 아마도 이 남자가 미리 파놓은 함정일 것이다.그녀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똑똑한 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심리를 읽을 줄 알았다.가면 쓴 남자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 하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소원에게 말을 하지 말고 전화를 끊으라는 뜻을 내비쳤다.자기 엄마가 상대방의 손에 있기에 소원은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전화를 끊은 후 가면을 쓴 남자가 그녀에게 한마디 지시했다.“전화기를 꺼서 이쪽으로 던져.”소원은 남자의 말대로 순순히 전화기를 끄고 그의 앞에 던진 후 한마디 물었다.“누구세요? 지금 뭘 원하는 거예요? 제발 우리 엄마만 해치지 마세요!”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소원은 남자를 향해 두 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그녀의 유일한 요구는 상대방이 엄마를 해치지 않는 것이었다.말을 하면서도 소원은 몰래 주변을 관찰했다. 가면 쓴 신비로운 남자는 정말 교묘한 장소를 선택했다.화장실은 휴게실 제일 안 쪽에 있었고 뒤쪽에 있는 창문과 거리가 가까웠다.남자는 전미영을 붙잡고 입구 쪽에서 소원과 정면으로 마주서 있었다. 이렇게 하면 좁은 포위망이 형성되어 소원을 한 구석에 가둘 수 있다.남자는 손에 흉기를 들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제작한 권총 비슷한 것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58화

    강민혜는 즉시 지시를 내려 이 수상한 차량을 중점적으로 조사하라고 했다. 육경한이 회사의 위기 대응팀과 협력해 조사하라고 지시하자 그들은 이내 차량의 이동 경로를 찾아냈다.육경한은 즉시 차량을 출동시켜 추적하도록 했지만 소원더러는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현재 상대방의 목표가 소원의 엄마가 아니라 임신 중인 소원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게다가 차량 추격은 너무 자극적이어서 소원 같은 임산부에게 위험할 수 있었다.소원은 육경한이 그녀를 배려하기 위해 이렇게 하는 것임을 알았다. 이런 상황에서 소원이 차량 추격에 참여해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다. 어머니를 찾지 못하고 본인까지 안 좋은 상황이 되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셈이 된다.육경한의 부탁에 소원은 그의 말에 따라 자리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육경한은 회사 경호원 한 팀을 불러 상대방의 차량을 추적하도록 했다.쇼핑몰에 남아 있는 경호원들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소원을 경호했다. 소원의 걱정을 덜기 위해 육경한도 차량 추적에 나섰다.이렇게 되어 여러 대의 차량이 CCTV에 찍힌 그 검은 차를 추적하기 시작했다.소원은 쇼핑몰의 휴게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불안감에 휩싸인 그녀는 심박 수가 빨라져 의사가 와서 경고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그녀의 몸에도 해로울 뿐만 아니라 조산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소원이 걱정된 강민혜는 현장에 남아 그녀를 달랬고 소원이 화장실에 갈 때도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했다.소원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세수를 했고 강민혜도 옆에서 그녀를 위로했다.“소원 씨,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님은 분명 괜찮을 거예요. 그렇게 큰 고비도 넘겼는데 별일 없을 거예요. 게다가 경찰과 육 대표님이 모두 추적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마음 놓으세요.”본인이 아무리 불안해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소원은 육경한이 좋은 소식을 전해주길 간절히 기다렸다. 하지만 불편한 몸 때문에 자꾸 구역질이 났다.이때 소원의 전화가 울렸다.육경한이었다.당황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57화

    육경한이 성큼성큼 다가가 물었다.“왜 그래, 장모님은?”“엄마가 사라졌어...”소원이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충돌이 일어났을 때만 해도 전미영은 그녀 곁에 서 있었다.어떻게 된 일일까... 눈 깜짝할 사이에 전미영이 사라졌다.전미영은 걸을 수는 있지만 말을 잘하지 못하고 지능도 두세 살 아이 수준인데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소원이 급히 찾으러 가려 하자 육경한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달랬다.“너무 급해 하지 마. 우선 CCTV를 보자. 경호원들에게 찾으라고 했어. 네가 걷는 것보다 경호원들이 움직이는 게 빨라.”소원도 육경한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최대한 침착한 마음가짐으로 엄마를 찾아야 했다. 절대 당황하면 안 되었다.두 사람이 CCTV 실로 향했을 때 안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전미영이 사라지는 영상을 찾아냈다.영상을 보니 전미영은 처음에는 경호원의 뒤, 소원 곁에 서 있었다.하지만 조금 전 말싸움이 일어나면서 그 남자가 경호원과 몸싸움을 하려 하자 경호원들은 소원이 다칠까 봐 소원과 육경한 주변으로 몰렸다.그러면서 전미영은 자연스럽게 뒤에 갔다. 원래대로라면 전미영도 별일 없어야 했지만 무슨 일인지 전미영이 갑자기 혼자 모퉁이 쪽으로 걸어갔다. 마치 그곳에 그녀를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그녀는 불과 7, 8걸음 되는 모퉁이까지 아주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 한편 소원과 육경한에게 정신이 팔린 경호원들은 전미영을 발견하지 못했고 전미영이 뒤에서 사라질 때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다음 모퉁이의 CCTV에는 소원이 비상구로 들어가는 것이 찍었다. 계단에 CCTV가 없었고 출구에 CCTV가 한 대 있었지만 전미영의 모습은 어디에도 찍히지 않았다. 즉 전미영이 출구로 나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그렇다면 유일한 통로는 지하 주차장이었다. 하지만 지하 주차장 출구의 CCTV가 때마침 고장이 나 있어 전미영이 그 출구로 나갔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전미영이 실종된 지 불과 몇 분, 실종자를 한 시간 이내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56화

    두 모자가 가식적으로 불쌍한 척하며 사람들의 동정을 구걸한 것을 안 사람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 모자를 제일 먼저 도우려고 나섰던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소원에게 사과했다.“죄송해요. 제가 눈이 어두웠네요. 이런 말썽꾸러기 아이는 정말 톡톡히 교육해야 해요. 얼마든지 책임을 물으세요.”주변 사람들도 같은 입장이었다.입장을 바꿔 생각해 봤을 때 본인이 이런 말썽꾸러기 아이를 만난다면 분명 화가 날 것이다.게다가 이 모자는 역할 분담이 명확했다. 아들은 말썽을 부리고 엄마는 말재주를 발휘해 변명했다. 누구나 이런 일이 생긴다면 진짜로 화가 날 것이다.구경꾼들이 흩어진 후 육경한은 두 모자의 앞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아이를 내려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시킨 거야?”엄마가 아이를 뒤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없다고 했잖아요. 그냥 우리 애가 장난친 거예요.”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왜 이래요... 우리가 그냥... 사과할게요... 아이고, 내가 왜 이렇게 불행한지...”그들은 완전히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신이 피해자인 척하고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고 주위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이상해 보였다.조금 지친 소원이 육경한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됐어, 이만 가자.”“1분만 기다려.”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육경한은 아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압박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물었다.“누가 너를 시켰는지 말해. 안 그러면 바로 고소할 테니까.”겁이 많은 아이는 바로 오줌을 지리더니 이내 ‘와’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아저씨가...”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육경한이 아이의 엄마를 밀어내고 차가운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똑바로 말해!”“어떤 아저씨가... 아주머니와 부딪히면 엄마에게 100만 원을 준다고 했어요... 엄마가 그러면 게임기를 사주겠다고 했어요...”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