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지는 박태준이 정신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고, 매섭게 쳐다보고 앞으로 걸어갔다.소유욕은 남자의 나쁜 근성 중의 하나이다. 자기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것을 넘보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이 자기 것을 넘보는 것은 더더욱 허용하지 않는다.이점을 파악하자, 박태준의 지금 모습이 질투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더라도, 신은지는 추호도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몇 걸음 가지 않아, 팔이 다른 사람에게 당겨지는 것을 느꼈다.남자의 힘은 조금 강했고, 신은지는 팔이 부러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그녀는 ‘아파’라고 얘기하고, 아픈 표정을 지었다. 얘기하는 목소리마저 변했다. “이거 놔.”박태준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고, 팔목을 잡고 있는 힘도 풀었지만, 놔주지 않았다.그의 안색은 아직도 차가웠고, 간단하게 한 마디만 했다. “가자.”“난 지금 일하는 중이야……”박태준은 그녀에게 조금도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바로 끌고 밖으로 나갔다.“형부! 언니가 형부에게 시집갔는데, 용돈도 안 주시나요?” 뒤에서 신지연의 얘기가 들렸고,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동생이 언니를 도와 얘기하는 줄로 오해할 것이다.박태준은 가던 길을 멈추고, 머리를 살짝 돌려 보았다.신지연은 사실 조금 겁이 났다. 하지만 신은지가 살사는 꼴은 보기 싫었기에, 그녀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다가가서 얘기했다. “언니는 고작 2000만 원뿐인 그림 살 돈도 없어서 다른 남자가 대신 그림을 사주고, 형부 이렇게 하면 안 되잖아요?”신은지는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신지연은 그야말로 음흉하기 짝이 없는 바퀴벌레 같았다.박태준의 눈빛은 그림에 머물렀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성이 돈을 준 거야?”크게 고민할 일이 아니었다. 그들의 대화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나 혼자 산 거야.” 신은지는 나유성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기에,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 “유성은 그저 도와서 그림을 나한테 준 거야. 안 믿으면……”박태준은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라고 할 줄 알았다
신은지는 말없이 그를 보았다. “이혼할 사이인데, 전남편에게 전화하라고? 내가 정신이 나간 여자인 줄 알아?”중요한 것은 박태준 이놈은 속이 시커먼 상인이기에, 절대로 아무 대가 없이 그녀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온다고 해도, 절대로 쉽게 그녀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600억 원의 빚에 빚을 더 얹고 싶지 않았다.말하는 사이, 박태준은 운전하고 그곳을 떠났다. 그는 담배를 물고, 웃을 듯 아닐 듯한 눈빛으로 신은지를 보면서 얘기했다.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나유성을 불렀다고?”“그래서?”“그래서……” 그녀는 눈을 살며시 떴다. 예쁜 얼굴에는 그를 조롱하는 웃음을 띠었다가, 다시 금방 수그러들었다. 그 과정은 마치 조커를 보는 듯했다. “내가 누구를 찾든, 당신과 무슨 상관이야? 당신이 개 같은 짓을 할 때도 난 안 말렸어.”이 말은 박태준의 비위를 건드리는 말이었다. 남자가 여자를 보는 눈빛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찢고 싶은 그런 눈빛이었다. 아마’개 같은 짓’이라는 단어가 그의 고귀한 품위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당신도 유성의 개가 되겠다는 뜻이야? 그래서 신지연을 그에게 소개해 주기 싫었던 거야?”신지연 얘기를 하자, 신은지는 여전히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걔는 유성에게 어울리지 않아.”“어울리지 않는 거야, 아니면 네가 아쉬운 거야?”말을 하면서, 박태준은 순간 브레이크를 밟았다.박태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입꼬리는 올라갔고, 무표정인 얼굴이었다. 지난 일을 생각하더니, 그는 차갑게 반문했다. “만약 그 시계가 아니었다면, 나를 나유성으로 착각하지 않았다면, 당신 나와 자지 않았겠지?”이번에, 신은지는 눈길을 피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그래.”그때, 그녀는 박태준을 알지 못했다. 나유성 때문에 몇 번 만났을 뿐이고, 이렇게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아무리 앞길이 막막하다고 해도, 그녀는 절대 그와 자지 않았을 것이다!박태준 같은 신분의 사람이, 어찌 그리 쉽게 넘어올 수 있겠
신은지는 화가 나서 웃음만 나왔다. “좋아. 건장한 견으로 데려와. 딱 봐도 강한 그런……”그녀는 잠시 얘기를 끊었다가 다시 조롱하는 듯한 태도로 얘기를 이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럴듯하지만, 알고 보면 폐물인 경우가 많아서. 사람도 그런데, 동물은 오죽하겠어.”박태준은 화가 치밀었고, 그는 아픈 머리를 만지면서 강하게 얘기했다. “내려.”신은지는 손을 펴면서 얘기했다. “전화 돌려줘.”남자의 시선은 그녀의 흰 손바닥에 머물렀다. “당신 전화 갖고 싶은 거야? 아니면 전화 온 남자가 생각나서 그러는 거야?”“박태준, 당신은 좀 제정신일 수 없어? 나를 박물관에서 데리고 나오는 바람에,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나왔는데, 지금 돈도 없고, 여기서 내리면, 난 여기서 걸어가란 말이야?”여기서 전시장까지 거리가 조금 있었고, 그녀가 사는 집과는 더욱 먼 거리였다.박태준의 안색은 그녀의 설명에 조금 좋아졌고, 그의 외투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을 그녀에게 주면서 얘기했다. “당신 만약……”자존심을 내려놓으면 차에서 안 내려도 돼.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은지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차 문을 닫을 때 힘을 많이 쓴 탓에 차가 흔들릴 정도였다.신은지가 차에서 내리자, 나무에서 떨어지는 물에 몸이 젖었고, 늦가을이었기에, 뼈를 파고드는 추위에 그녀는 추워서 몸을 떨었다.비 오는 날씨에,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았고, 이런 날씨에 신은지는 옷을 얇게 입고 있었다.그는 그녀가 먼저 와서 그에게 부탁하기를 기다렸다!그 생각은 그의 머릿속에 있는 분노를 조금 수그러들게 했다.하지만 신은지는 이경수에게 전화하면서 한쪽으로 택시를 잡았다. 전화는 바로 연결되었고, 이경수가 전화한 것은 업무적인 일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저 그녀가 오랜 시간 보이지 않자 무슨 일이 있나 해서 전화한 것이었다.“난 괜찮아요. 그저 아는 사람을 만났을 뿐입니다. 전시회는 부탁드릴게요. 제가 오늘은 몸이 좀 안 좋아서 먼저 들어가 보
혼미 상태에서, 신은지는 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그 소리에 깨어났다. 그 소리는 가까운 듯, 아닌 듯했고, 한 층에 여섯 가구가 살고 있기에, 어느 집 문을 두드리는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겨우 눈을 떴다. 몸에 열은 더 나는 듯했고, 그녀가 내쉬는 숨마저 뜨거웠다. 졸리고, 힘이 없고, 또다시 잠들었다……문밖에, 박태준이 문을 한참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고,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 안에서 전화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면, 그는 신은지가 집에 없는 줄로 알았을 것이다.남자는 눈살을 찌푸렸고, 그의 카리스마는 평소보다 더욱 강했다. 그는 진영웅에게 전화했다. “사람 불러, 신은지 사는 아파트에 와서 문을 열게 해.”30분 뒤, 문이 열렸다.박태준은 전등을 켜지 않고, 바로 침실로 갔다. 발걸음은 아주 빨랐고, 사람에게 그가 당황해하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문을 열자, 방안의 온도에 그는 땀이 나려고 했고, 박태준은 눈을 지그시 감고, 밖에서 들어오는 불빛으로 겨우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를 보게 되었다.쭈그리고 누워서 이불을 덮고 있는 그 모습을.신은지는 문을 등지고 누워서 지금 깊이 잠들어 있었다.박태준은 긴장감이 풀리자, 화가 치밀었다. 그녀가 그와 싸우면서 집에서 나와 이곳에 이사 왔는데, 기본적인 경각심과 경계심도 없이, 그가 밖에서 문을 열고 들어왔어도 그녀는 돼지처럼 자고 있으니.열쇠는 기초적인 디자인이고, 품질도 후졌다. 그저 잠그는 기능만 있을 뿐, 방범 기능은 고사하고 힘센 남자가 몇 번 잡아당기기만 해도 망가질 그런 후진 문이었다.신은지가 있는 아파트의 관리 역시 허술했다. 그는 두 번만 왔을 뿐인데,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고, 옆집 이웃도 모두 병든 노약자였다.신은지 혼자 이런 곳에 사는 것을 보니, 만약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을 만나면, 바로 알기도 힘든 상황이었다.생각할수록 화가 난 박태준은 몇 걸음 걸어가서, 무식하게 자는 여자를 내려다보면서 불렀다. “신은지……”대답이 없었다.박태준은 여자가 얼굴
그녀의 피부는 금세 붉어졌고, 깊은 잠에 빠져있던 신은지는 아픔을 느끼고, 희미하게 눈을 뜨고 앞에 있는 사람을 보더니, 뒤로 몸을 옮겼고, 불쾌해하면서 얘기했다. “박태준, 나를 만지지 마……”이 말이 입으로 나온 순간, 방안은 싸해졌고, 그 두 사람의 호흡소리만 들릴 뿐이었다.조금 전에 박태준은 화를 억눌렀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 화가 극도에 도달했다!그는 온몸에서 분노를 뿜어냈고, 그녀를 침대에 눕혀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탔다. “만지지 말라고? 그럼 나유성이 너를 만져? 신은지, 남자의 심리를 잘 알아서 똑똑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하필 경인 시에 많고 많은 남자 중에 내 친구를 선택해서 멍청하다고 해야 하나?”“아니면, 내가 친구보다 여자를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착각하는 건가?”신은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압박하에 그가 몸 위에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잠든 듯했다.박태준의 눈빛은 그녀의 붉은 얼굴에 닿았고, 답답한지 셔츠의 위 단추 세 개를 풀었다.“펑……”갑자기,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고,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은지야, 안에 있어?”나유성이었다!박태준의 안색은 극도로 어두웠고, 만약 눈앞에 있는 여자가 아픈 몸이 아니었다면, 그녀를 필시 울렸을 것이다!몇 분 뒤, 남자가 문을 열었고, 문밖에 있는 사람은 조급함이 얼굴에 묻어났다.박태준이 문을 열었을 때, 나유성의 손은 아직 노크하는 자세였고, 문을 연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 후 잠시 멈칫하면서 얘기했다. “태준?”그는 태준의 셔츠 단추가 풀어진 것을 보고, 그가……두 사람을 방해했다는 것을 눈치챘다.“네가 있으니, 은지는 별일 없어 보이니, 방해하지 않을게.”그는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옆에는 의사도 함께 있었다.박태준은 비스듬히 서서 길을 비켜주면서 얘기했다. “들어와, 은지가 아파, 지금 열도 많이 나고, 의사가 봐줘야 해.”나유성은 거절하지 않았고, 의사를 데리고 와서 신은지 병을 보이게 하려던 참이었다. 전화에서
”짝” 소리와 함께 삽시간에 방은 조용해졌다.얼핏 보기에는 그녀가 그의 뺨을 아주 강하게 때린 듯하지만, 사실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어젯밤에 돌아와서 지금까지 먹지 못했고, 온 저녁 고열에 시달리다 보니, 때렸다고 해도 그저 스친 정도와 비슷했고, 박태준의 얼굴에는 기별도 가지 않았다.하지만, 뺨을 맞았다는 것은 실로 사람을 화나게 하는 법, 아픔보다 그 수모가 더 컸다!늘 다른 사람에게 아부만 받던 사람이 뺨을 맞다니?그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침대에서 머리 들었고,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감히 내 뺨을 때리다니, 간이 부었어?”말투는 차분했지만, 매 한마디 한마디에 분노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그는 화나 보였기에, 신은지는 다시 맞을 준비를 했고, 그가 그녀를 때리기만 하면, 다시 그의 뺨을 때릴 생각이었다.그리고, 그 맞은 상처를 증거로 경찰서에 가서 가정폭력으로 진술하여 강제적으로 이혼할 생각이었다.하지만 박태준은 그녀를 때리지 않았고, 그저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그녀는 조금 전 몸이 나아 작은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이렇게 그녀를 식은 죽 먹기로 죽일 수도 있는 그녀는 지금 얼굴을 찌푸리고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내키지 않은 듯.분명 올려다보고 있었지만, 그에게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느낌이 들게 했고, 두 눈은 유난히 맑았고,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 그런 눈빛이었다.“박태준, 당신 정말 뻔뻔해.”박태준은 차갑게 웃었다. “지금 당신이 나를 때렸어. 그런데 내가 뻔뻔하다고? 왜? 다른 한쪽도 때리게 얼굴을 내어줘야 뻔뻔하지 않은 건가?”신은지는 그를 째려보았다. “염치가 있다는 사람이, 뒤에서 사람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그런 파렴치한 일을 저질러?”얘기를 들으니, 그녀가 왜 박태준의 뺨을 때렸는지 알 수 있었다.그는 갑자기 웃었고, 입꼬리는 치켜들고, 그녀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신은지는 몸이 허약했기에 박태준이 힘을 빼자, 다시 침대에 넘어졌다.남자는 일어서면서, 갑자기 옆에 있던
허 원장은 어색하게 허허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런 일이 없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최근에 네가 다큐멘터리도 촬영하고, 전시회도 참석하고, 며칠 동안 밤을 지새웠기에, 그저 휴가를 주려고 그런 것이야. 푹 쉬라고. 너무 그렇게 일만 하면 몸이 망가져.”이렇게 얘기하니, 신은지도 더 이상 묻지 못했고, 허 원장이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는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있었다.연속으로 두 가지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박태준이 떠나기 전에 아침에 했던 얘기를 비춰보면, 아무리 빙빙 둘러서 얘기를 했다고 해도, 그녀가 그 뜻을 알지 못하면 바보 멍청이인 셈이니!전화를 끊고, 신은지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짜증이 났다!옆에 있던 신지연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이고, 해고당했어? 쌤 통이야!”신은지는 눈살을 찌푸렸고, 머리 돌려 매섭게 보면서 얘기했다. “넌 왜 아직도 여기에 있어?”“여긴 공적인 장소야, 내가 여기 있는데……”네가 허락해야 해?신은지는 그 말을 듣기 싫어서 가버렸다. 그 느낌은 마치 전력으로 주먹을 휘둘렀지만, 솜에 닿은 듯한 그런 느낌, 말을 독하게 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하여 더 답답한 그런 느낌이었다!택시에 앉은 후, 신은지는 박태준에게 전화했고, 한참 지나도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그녀는 더 이상 전화하지 않았다. 아침에 떠날 때 많이 화를 냈는데, 전화 받을 리가 없었다!됐다, 집에 가서 휴식이나 하자. 그녀는 이참에 차를 살 계획을 했다. 차가 없으니 어딜 가든 불편했다.이럴 줄 알았다면, 집을 나올 때, 그녀가 운전하던 차를 가지고 나오는 것인데, 그러면 이렇게 불편하진 않을 텐데.그녀는 다음 날에 차를 사러 가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에 변고가 생겼다.신은지는 배달음식을 시키자, 노크 소리를 들었고 이어서 집주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집에 있어요? 있으면 문 좀 열어봐요, 내가 할 얘기가 있어요.”이 얘기를 듣자, 신은지는 마음속에 말 못 할 불안감이 생겼다. 그녀는 가서 문
신은지는 전화 끊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10분 뒤, 경철이 왔다. 상황을 알아본 후, 집주인 등 사람은 돌아갔다. 욕설하는 소리가 멀어지고, 그녀는 자고 싶은 생각도 없어졌다. 소파에 앉아, 인터넷에서 집을 찾아보고 있었다.오늘 밤, 집주인과 사이가 안 좋게 되었으니, 그녀는 더 이상 이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마침 괜찮은 집을 보고, 자세히 보려고 할 때, 전화가 들어왔다. 외국의 낯선 번호였다.신은지는 외국에 친구가 없었고, 예전이었으면, 보이스피싱으로 간주하고 바로 끊었었지만, 이번에는……그녀는 전화에 찍힌 번호를 보고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전화 받았다. “여보세요.”발신자의 목소리는 익숙하고 낯설었다. “은지야, 아빠야.”신은지는 예상했었고, 짜증 나는 말투로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아빠는 그저 네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예전에……”신은지는 그의 말을 중단했다. “목적만 얘기해요.”엄마의 유품을 가져올 생각이 아니었으면,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신진하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화를 억누르고 말했다. “네 동생 어제 전화 왔었다. 유성이가 마음에 든 모양인데, 네가 기회를 봐서 두 사람 자리 한번 마련해서 소개해 줘.”신은지는 침묵했고, 이것 때문에 전화한 것을 짐작했다.그녀가 말을 듣지 않자, 신진하는 세뇌하기 시작했다. “아빠는 네가 많이 힘들었던 것을 알아. 하지만 너와 지연은 혈연관계가 있는 자매잖아. 네가 박씨 가문에 시집갔지만, 둘 사이 관계가 안 좋다고 들었어……너를 버리는 것이 헌신짝을 버리듯 쉬운 일인데, 하지만 네 동생이 나유성에게 시집가면, 박 대표가 너와 이혼할 마음이 있다고 해도, 지연이가 너를 도와줄 수 있고, 여생은 편하게 살 수 있잖니.”신은지는 단도직입적으로 조건을 얘기했다. “엄마 물건, 돌려줘요.”“그 물건은 내가 미국에 가져왔어, 국제 택배가 엄격하다고 들었는데, 행여 잃어버리기도 한다면?”남아있는 물건이 있을 수가 있겠는가? 팔 수 있는 것은 팔고, 팔지 못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