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지는 화가 나서 웃음만 나왔다. “좋아. 건장한 견으로 데려와. 딱 봐도 강한 그런……”그녀는 잠시 얘기를 끊었다가 다시 조롱하는 듯한 태도로 얘기를 이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럴듯하지만, 알고 보면 폐물인 경우가 많아서. 사람도 그런데, 동물은 오죽하겠어.”박태준은 화가 치밀었고, 그는 아픈 머리를 만지면서 강하게 얘기했다. “내려.”신은지는 손을 펴면서 얘기했다. “전화 돌려줘.”남자의 시선은 그녀의 흰 손바닥에 머물렀다. “당신 전화 갖고 싶은 거야? 아니면 전화 온 남자가 생각나서 그러는 거야?”“박태준, 당신은 좀 제정신일 수 없어? 나를 박물관에서 데리고 나오는 바람에,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나왔는데, 지금 돈도 없고, 여기서 내리면, 난 여기서 걸어가란 말이야?”여기서 전시장까지 거리가 조금 있었고, 그녀가 사는 집과는 더욱 먼 거리였다.박태준의 안색은 그녀의 설명에 조금 좋아졌고, 그의 외투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을 그녀에게 주면서 얘기했다. “당신 만약……”자존심을 내려놓으면 차에서 안 내려도 돼.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은지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차 문을 닫을 때 힘을 많이 쓴 탓에 차가 흔들릴 정도였다.신은지가 차에서 내리자, 나무에서 떨어지는 물에 몸이 젖었고, 늦가을이었기에, 뼈를 파고드는 추위에 그녀는 추워서 몸을 떨었다.비 오는 날씨에,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았고, 이런 날씨에 신은지는 옷을 얇게 입고 있었다.그는 그녀가 먼저 와서 그에게 부탁하기를 기다렸다!그 생각은 그의 머릿속에 있는 분노를 조금 수그러들게 했다.하지만 신은지는 이경수에게 전화하면서 한쪽으로 택시를 잡았다. 전화는 바로 연결되었고, 이경수가 전화한 것은 업무적인 일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저 그녀가 오랜 시간 보이지 않자 무슨 일이 있나 해서 전화한 것이었다.“난 괜찮아요. 그저 아는 사람을 만났을 뿐입니다. 전시회는 부탁드릴게요. 제가 오늘은 몸이 좀 안 좋아서 먼저 들어가 보
혼미 상태에서, 신은지는 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그 소리에 깨어났다. 그 소리는 가까운 듯, 아닌 듯했고, 한 층에 여섯 가구가 살고 있기에, 어느 집 문을 두드리는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겨우 눈을 떴다. 몸에 열은 더 나는 듯했고, 그녀가 내쉬는 숨마저 뜨거웠다. 졸리고, 힘이 없고, 또다시 잠들었다……문밖에, 박태준이 문을 한참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고,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 안에서 전화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면, 그는 신은지가 집에 없는 줄로 알았을 것이다.남자는 눈살을 찌푸렸고, 그의 카리스마는 평소보다 더욱 강했다. 그는 진영웅에게 전화했다. “사람 불러, 신은지 사는 아파트에 와서 문을 열게 해.”30분 뒤, 문이 열렸다.박태준은 전등을 켜지 않고, 바로 침실로 갔다. 발걸음은 아주 빨랐고, 사람에게 그가 당황해하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문을 열자, 방안의 온도에 그는 땀이 나려고 했고, 박태준은 눈을 지그시 감고, 밖에서 들어오는 불빛으로 겨우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를 보게 되었다.쭈그리고 누워서 이불을 덮고 있는 그 모습을.신은지는 문을 등지고 누워서 지금 깊이 잠들어 있었다.박태준은 긴장감이 풀리자, 화가 치밀었다. 그녀가 그와 싸우면서 집에서 나와 이곳에 이사 왔는데, 기본적인 경각심과 경계심도 없이, 그가 밖에서 문을 열고 들어왔어도 그녀는 돼지처럼 자고 있으니.열쇠는 기초적인 디자인이고, 품질도 후졌다. 그저 잠그는 기능만 있을 뿐, 방범 기능은 고사하고 힘센 남자가 몇 번 잡아당기기만 해도 망가질 그런 후진 문이었다.신은지가 있는 아파트의 관리 역시 허술했다. 그는 두 번만 왔을 뿐인데,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고, 옆집 이웃도 모두 병든 노약자였다.신은지 혼자 이런 곳에 사는 것을 보니, 만약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을 만나면, 바로 알기도 힘든 상황이었다.생각할수록 화가 난 박태준은 몇 걸음 걸어가서, 무식하게 자는 여자를 내려다보면서 불렀다. “신은지……”대답이 없었다.박태준은 여자가 얼굴
그녀의 피부는 금세 붉어졌고, 깊은 잠에 빠져있던 신은지는 아픔을 느끼고, 희미하게 눈을 뜨고 앞에 있는 사람을 보더니, 뒤로 몸을 옮겼고, 불쾌해하면서 얘기했다. “박태준, 나를 만지지 마……”이 말이 입으로 나온 순간, 방안은 싸해졌고, 그 두 사람의 호흡소리만 들릴 뿐이었다.조금 전에 박태준은 화를 억눌렀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 화가 극도에 도달했다!그는 온몸에서 분노를 뿜어냈고, 그녀를 침대에 눕혀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탔다. “만지지 말라고? 그럼 나유성이 너를 만져? 신은지, 남자의 심리를 잘 알아서 똑똑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하필 경인 시에 많고 많은 남자 중에 내 친구를 선택해서 멍청하다고 해야 하나?”“아니면, 내가 친구보다 여자를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착각하는 건가?”신은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압박하에 그가 몸 위에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잠든 듯했다.박태준의 눈빛은 그녀의 붉은 얼굴에 닿았고, 답답한지 셔츠의 위 단추 세 개를 풀었다.“펑……”갑자기,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고,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은지야, 안에 있어?”나유성이었다!박태준의 안색은 극도로 어두웠고, 만약 눈앞에 있는 여자가 아픈 몸이 아니었다면, 그녀를 필시 울렸을 것이다!몇 분 뒤, 남자가 문을 열었고, 문밖에 있는 사람은 조급함이 얼굴에 묻어났다.박태준이 문을 열었을 때, 나유성의 손은 아직 노크하는 자세였고, 문을 연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 후 잠시 멈칫하면서 얘기했다. “태준?”그는 태준의 셔츠 단추가 풀어진 것을 보고, 그가……두 사람을 방해했다는 것을 눈치챘다.“네가 있으니, 은지는 별일 없어 보이니, 방해하지 않을게.”그는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옆에는 의사도 함께 있었다.박태준은 비스듬히 서서 길을 비켜주면서 얘기했다. “들어와, 은지가 아파, 지금 열도 많이 나고, 의사가 봐줘야 해.”나유성은 거절하지 않았고, 의사를 데리고 와서 신은지 병을 보이게 하려던 참이었다. 전화에서
”짝” 소리와 함께 삽시간에 방은 조용해졌다.얼핏 보기에는 그녀가 그의 뺨을 아주 강하게 때린 듯하지만, 사실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어젯밤에 돌아와서 지금까지 먹지 못했고, 온 저녁 고열에 시달리다 보니, 때렸다고 해도 그저 스친 정도와 비슷했고, 박태준의 얼굴에는 기별도 가지 않았다.하지만, 뺨을 맞았다는 것은 실로 사람을 화나게 하는 법, 아픔보다 그 수모가 더 컸다!늘 다른 사람에게 아부만 받던 사람이 뺨을 맞다니?그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침대에서 머리 들었고,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감히 내 뺨을 때리다니, 간이 부었어?”말투는 차분했지만, 매 한마디 한마디에 분노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그는 화나 보였기에, 신은지는 다시 맞을 준비를 했고, 그가 그녀를 때리기만 하면, 다시 그의 뺨을 때릴 생각이었다.그리고, 그 맞은 상처를 증거로 경찰서에 가서 가정폭력으로 진술하여 강제적으로 이혼할 생각이었다.하지만 박태준은 그녀를 때리지 않았고, 그저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그녀는 조금 전 몸이 나아 작은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이렇게 그녀를 식은 죽 먹기로 죽일 수도 있는 그녀는 지금 얼굴을 찌푸리고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내키지 않은 듯.분명 올려다보고 있었지만, 그에게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느낌이 들게 했고, 두 눈은 유난히 맑았고,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 그런 눈빛이었다.“박태준, 당신 정말 뻔뻔해.”박태준은 차갑게 웃었다. “지금 당신이 나를 때렸어. 그런데 내가 뻔뻔하다고? 왜? 다른 한쪽도 때리게 얼굴을 내어줘야 뻔뻔하지 않은 건가?”신은지는 그를 째려보았다. “염치가 있다는 사람이, 뒤에서 사람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그런 파렴치한 일을 저질러?”얘기를 들으니, 그녀가 왜 박태준의 뺨을 때렸는지 알 수 있었다.그는 갑자기 웃었고, 입꼬리는 치켜들고, 그녀의 손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신은지는 몸이 허약했기에 박태준이 힘을 빼자, 다시 침대에 넘어졌다.남자는 일어서면서, 갑자기 옆에 있던
허 원장은 어색하게 허허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런 일이 없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최근에 네가 다큐멘터리도 촬영하고, 전시회도 참석하고, 며칠 동안 밤을 지새웠기에, 그저 휴가를 주려고 그런 것이야. 푹 쉬라고. 너무 그렇게 일만 하면 몸이 망가져.”이렇게 얘기하니, 신은지도 더 이상 묻지 못했고, 허 원장이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는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있었다.연속으로 두 가지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박태준이 떠나기 전에 아침에 했던 얘기를 비춰보면, 아무리 빙빙 둘러서 얘기를 했다고 해도, 그녀가 그 뜻을 알지 못하면 바보 멍청이인 셈이니!전화를 끊고, 신은지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짜증이 났다!옆에 있던 신지연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이고, 해고당했어? 쌤 통이야!”신은지는 눈살을 찌푸렸고, 머리 돌려 매섭게 보면서 얘기했다. “넌 왜 아직도 여기에 있어?”“여긴 공적인 장소야, 내가 여기 있는데……”네가 허락해야 해?신은지는 그 말을 듣기 싫어서 가버렸다. 그 느낌은 마치 전력으로 주먹을 휘둘렀지만, 솜에 닿은 듯한 그런 느낌, 말을 독하게 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하여 더 답답한 그런 느낌이었다!택시에 앉은 후, 신은지는 박태준에게 전화했고, 한참 지나도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그녀는 더 이상 전화하지 않았다. 아침에 떠날 때 많이 화를 냈는데, 전화 받을 리가 없었다!됐다, 집에 가서 휴식이나 하자. 그녀는 이참에 차를 살 계획을 했다. 차가 없으니 어딜 가든 불편했다.이럴 줄 알았다면, 집을 나올 때, 그녀가 운전하던 차를 가지고 나오는 것인데, 그러면 이렇게 불편하진 않을 텐데.그녀는 다음 날에 차를 사러 가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에 변고가 생겼다.신은지는 배달음식을 시키자, 노크 소리를 들었고 이어서 집주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집에 있어요? 있으면 문 좀 열어봐요, 내가 할 얘기가 있어요.”이 얘기를 듣자, 신은지는 마음속에 말 못 할 불안감이 생겼다. 그녀는 가서 문
신은지는 전화 끊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10분 뒤, 경철이 왔다. 상황을 알아본 후, 집주인 등 사람은 돌아갔다. 욕설하는 소리가 멀어지고, 그녀는 자고 싶은 생각도 없어졌다. 소파에 앉아, 인터넷에서 집을 찾아보고 있었다.오늘 밤, 집주인과 사이가 안 좋게 되었으니, 그녀는 더 이상 이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마침 괜찮은 집을 보고, 자세히 보려고 할 때, 전화가 들어왔다. 외국의 낯선 번호였다.신은지는 외국에 친구가 없었고, 예전이었으면, 보이스피싱으로 간주하고 바로 끊었었지만, 이번에는……그녀는 전화에 찍힌 번호를 보고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전화 받았다. “여보세요.”발신자의 목소리는 익숙하고 낯설었다. “은지야, 아빠야.”신은지는 예상했었고, 짜증 나는 말투로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아빠는 그저 네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예전에……”신은지는 그의 말을 중단했다. “목적만 얘기해요.”엄마의 유품을 가져올 생각이 아니었으면,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신진하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화를 억누르고 말했다. “네 동생 어제 전화 왔었다. 유성이가 마음에 든 모양인데, 네가 기회를 봐서 두 사람 자리 한번 마련해서 소개해 줘.”신은지는 침묵했고, 이것 때문에 전화한 것을 짐작했다.그녀가 말을 듣지 않자, 신진하는 세뇌하기 시작했다. “아빠는 네가 많이 힘들었던 것을 알아. 하지만 너와 지연은 혈연관계가 있는 자매잖아. 네가 박씨 가문에 시집갔지만, 둘 사이 관계가 안 좋다고 들었어……너를 버리는 것이 헌신짝을 버리듯 쉬운 일인데, 하지만 네 동생이 나유성에게 시집가면, 박 대표가 너와 이혼할 마음이 있다고 해도, 지연이가 너를 도와줄 수 있고, 여생은 편하게 살 수 있잖니.”신은지는 단도직입적으로 조건을 얘기했다. “엄마 물건, 돌려줘요.”“그 물건은 내가 미국에 가져왔어, 국제 택배가 엄격하다고 들었는데, 행여 잃어버리기도 한다면?”남아있는 물건이 있을 수가 있겠는가? 팔 수 있는 것은 팔고, 팔지 못하는
문자를 보내고, 신은지는 박태준이 회신을 하기 전에 바로 그를 블랙 리스트에 넣었고, 트렁크를 끌고 부동산 중개업체를 떠났다.지금은 출퇴근 시간이고, 택시 잡는 것이 힘들었기에, 그녀는 근처에서 호텔을 찾아 쉬려고 했다. 오늘 이사하고, 집을 찾고 했기에 그녀는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띠띠”이때 블랙 차량이 옆에 멈춰 섰고, 신은지가 머리 돌려 보니, 차량 조수석의 창문이 열렸고, 나유성의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은지, 너 지금 이게 뭐야?”“이사, 오늘 6시에 계약하려고 했는데, 집주인이 갑자기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어.” 그녀는 초라한 모습을 나유성에게 보이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넌, 왜 여기 있어?”앞엔 병원이 있었고, 이 길엔 구멍가게가 많았다. 그리고 오래된 동네라 길도 좁고, 딱 보기에도 나유성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나유성 “오늘 친구랑 등산했어. 돌아가는 길이야……일단 타, 여긴 주자 못해.”신은지에게 거절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그는 차에서 내려 그녀의 짐을 차에 실었다. “어디 가? 내가 데려다줄게.”신은지는 조금 전 앱으로 찾아보았고, 제일 가까운 호텔은 3킬로 정도의 거리였다. 트렁크를 끌고 걸어가는 것은 힘들었기에, 그녀는 이참에 차를 타고 가려고 했다. “아무 호텔이나 찾아서 내려줘.”나유성은 차를 운전하면서 물었다. “전에 집은 어쩌고? 왜 갑자기 이사 해?”“잘살고 있었지, 근데 박태준이 자식이, 무슨 수단을 썼는지, 집주인이 집을 팔려고 해.”그 사람을 생각하니, 신은지는 이가 갈렸다. “내가 집을 다시 구해서 오늘 계약하려고 했는데, 또 그 놈이 훼방 놓았고, 그 놈은 훼방꾼이야.”나유성 “……”아마 이 세상에서 박 대표를 이렇게 욕할 수 있는 사람은 그녀뿐일 것이다.그는 참지 못하고 웃고 말았다. “태준의 성격으로 보아, 이렇게 하는 건 그저 네가 항복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일 거야.”그는 확신하는 말투로 얘기했다. 두 사람은 친구로 오랜 시간 함께했고,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
나유성은 메뉴를 보고 있었고, 그 얘기를 듣자, 그는 머리 들어 조용하게 레몬티를 마시고 있는 신은지를 보면서 추호도 주저하지 않고 얘기했다. “그런 일, 은지는 하지 않아요. 만약 진짜로 소개해 주고 싶으면, 은지는 먼저 나에게 내 의견을 물었을 겁니다. 신지연 씨, 사람 사이 이간질 하는 것을 즐기시면, 죄송한데 다른 자리에 가서 하세요.”신은지는 의아해했다.그녀와 나유성은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고, 예전 같았으면, 그는 그저 두 사람 사이가 어색하지 않게 말을 돌려서 했을 것이다.예전에 신지연보다 더 무례하고 제멋대로인 여자한테도 이렇게 얘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신지연은 얼굴이 빨개졌고, 난처한 나머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비록 나유성은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지만, 테이블 사이 간격은 크지 않았고, 주변에 이미 사람들이 다 앉았기에, 그녀는 모든 사람이 그녀의 흉을 보는 것만 같았고, 심지어 잘 들리지 않는 낮은 소리마저 그녀를 조롱하는 소리로 들렸다.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울먹이면서 얘기했다. “유성 오빠, 오해세요. 전 그러지 않았어요. 제가 한 얘기는 전부 사실입니다. 진짜로 언니가 저희를 소개해 주려고……”나유성 “죄송합니다, 전 누군가가 저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요, 저를 ‘나 선생님’이라 불러주세요.”신은지는 참지 못하고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역시, 남자는 사실 모두 알고 있었다. 거짓인지 진실인지를 구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속아주는지 아닐지에 좌우할 뿐이다.박태준은 속아주기로 했고, 그것도 기꺼이 알면서 속아주기로 한 것이다.이번에, 신지연은 진짜로 참을 수가 없었다. 나유성처럼 기품 있는 귀공자인 그가, 예의 없이 여자에게 이렇게 거슬리는 얘기를 하다니, 그것도 신은지가 보는 앞에서.이건 아예 그녀에게 체면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녀도 더 이상 겉치레를 하지 않고, 벌떡 일어서면서 눈이 벌개서 두 사람에게 얘기했다. “당신들 너무 해.” 말을 마치고, 돌아